[이달에 만난 장애인] 김태호 장애인 공무원 > 세상, 한 걸음


[이달에 만난 장애인] 김태호 장애인 공무원

생존권이 절실한 상태에서 할 수 없이 선택

본문

아직 그 명칭은 낯설지만 장애인 공무원이 생겨나고 있다. 장애인 취업에 있어서 정부당국이 솔선수범을 보인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장애인 공무원 채용은 아직까지 시혜적 차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단적으로 9급에만 한정된 직제가 이를 잘 말해준다.
이번 달에는 서울시 장애인 공무원 시험에 합격돼 현재 ○○구청 민원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소아마비 장애인 김태호(26세)씨를 만나 보았다. 당사자로서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게 된 계기가 장애인이 공무원으로서 근무할 때의 문제점, 그리고 처우에 대하여 들어보기로 한다. 참고로 김태호씨는 이번 년도에 상가대 독문과를 졸업한 재원이다.

● 먼저 공무원이 되신 계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대학 졸업생으로서 비장애인처럼 일반 그룹이나 회사에 들어갈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
- 저같은 경우 사실 공무원 시험을 치기 전 한 출판사에 취직이 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너무 위험하고 영세하기 때문에 가지 않았죠. 대학원에 진학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일반 기업에 응시하려니 왠지 망설여지더군요. 개인 기업의 경우 장애인이 응시해서 떨어진 경우를 너무나 많이 보고 들었어요. 대부분 면접에서 미끄러져요. 개인적으로 다리를 약간 저는 선배를 한 분 알고 있는데 그 선배의 경우 어렵게 중소기업체에 들어가 놓고서도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나오고 싶다는 생각을 한 대요. 그 안에서도 보이지 않는 차별이 존재한다나 봐요. 나보고도 하는 말이 너 같은 경우 면접에서 떨어질 것은 뻔하고 들어가더라도 적응하기 힘들 테니 일반기업은 포기하는 게 속이 편할 거라고 충고를 하더군요. 딱히 그 선배의 말 때문만은 아니지만 우선 9급 공무원 시험이 쉬울 것 같아 서울시 장애인 공무원 채용에 응시해서 시험을 쳤는데 운 좋게 된 것 같아요.

● 이번에 같이 응시한 장애인들 중에 김태호 씨처럼 대학 졸업 학력을 가진 신분들이 많았는지 궁금하군요.
- 대졸자들이 많았습니다. 작년의 경우 채용된 장애인이 열 여덟 명이었잖아요. 그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대학은 물론이고 대학원 출신자들도 있었어요.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알고 있습니다.

● 대단히 실례되는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대학을 졸업한 장애인들이 당당히 일반기업체에 경쟁을 치르고 부당한 편견에 과감히 맞서 싸우며 솔선수범을 보여야 후배들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태호씨 자신은 이렇게 일종의 특혜 공무원으로 들어갔다는 사실에 대해 아무런 가책을 안 느끼십니까?
-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군요. 사실 그래요. 대학 다닐 때, 같이 공부한 나보다 학점이 안 좋은 친구가 있었는데. 이번에 그 친구는 대우 그룹에 들어갔어요. 그 친구가 나보고 그러더군요. 공무원 시험을 보려면 행정고시를 보지 어떻게 그런 객관식 시험을 보느냐구요. 그들은 우리 장애인들을 이해 못해요. 취업하기가 그렇게 힘드냐며 고개를 갸우뚱할 정도니까요. 학교 다닐 때는 나도 공직 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한마디로 권력의 주구라고 공무원을 매도한 적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어떡합니까?
졸업을 맞이하게 되니까 어쩔 수 없이 저 개인의 생존이 절실하게 다가오는데.....이렇게 장애인의 생존권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사회에서 손을 뻗으면 쉽게 잡히는 것을 잡아야지, 그리고 참아야지 어떻게 하겠어요.

● 저는 아직까지도 정부에서 주도하는 이 제도가 근본적인 치유책을 외면한 전시행정의 한 방편이라는 생각을 지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 전시행정이란 말에 동의를 합니다.

● 그렇다면 전시행정 차원의 일을 하시고 계시는 셈인데 느낌이 어떻습니까?
- 저도 그런 생각을 안한 건 아니예요. 전시행정의 희생물이다. 꼭두각시다. 이용당한다. 정부의 생색내기의 한 표본이다.
이런 사실을 다 인정합니다. 인정은 하지만 내 개인도 그렇고 장애인 생존 문제가 워낙 심각하기 때문에 당장 다른 길이 있다면 몰라도 다른 길이 없는 현 상황에서 기회를 놓치고 싶지는 않더라구요. 그리고 공채였기 때문에 이 직업을 취소하고 싶지는 않아요. 더 나은 직업을 갖고 싶은 생각이야 굴뚝같지만 그런 길이 없기 때문에 만족 할 수밖에요.

● 앞으로 계속 근무하신다면 승진에 대한 보장은 돼 있는 겁니까?
- 승진요. 제가 예를 한 번 들어 보겠습니다. 같은 구청에 근무하는 소아마비 장애인 공무원이 한 분 계시는데 이 분은 저 같이 장애인 특채 공무원으로 들어온 것이 아닌 일반직 7급 공무원 시험을 74년에 쳐서 들어왔는데, 무려 15년을 근무한 지금 직급이 뭐냐면 계장 이예요. 과장이 5급이니까 한 6급 될 거예요. 자기랑 같이 들어온 비장애인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죠. 맥빠지게끔 나보고 왜 들어왔느냐는 식으로 말하더군요. 자기는 더 이상 바라볼 것이 없대요. 장애인은 자영업이 제일 낫다고 전제하면서 올해 승진 케이스에서 누락된다면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퇴직금으로 장사를 하겠다고 하시더군요. 솔직히 장애인 공무원의 승진은 힘든 것이 사실인가 봅니다.

● 현재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려는 장애인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분들에게 해 주실 말과 김태호씨가 구체적으로 지금 하시는 업무가 어떤 일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 글쎄요, 지금 와서 새삼 느끼는 거지만 저는 장애인만 따로 모아 가지고 시험을 치르는 현 방식을 폐지했으면 합니다. 장애인이 부족한 게 있으면 보완해 주고 똑같이 같은 입장에서 비장애인과 함께 뽑는 게 제일 좋을 것 같아요. 현 방식은 문제가 많습니다. 시험을 치르는 게 일종의 쇼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어요. 단적으로 일반 공무원을 뽑을 때는 방송국에서 나오지 않지만 장애인 공무원을 뽑을 때는 꼭 방송국에서 나와서 한 번씩 찍어가니까요. 구체적으로 제가 하는 일은 신원증명 접수 발부와 호적관계 민원상담 및 호적 등·초본 접수 발부에 관계된 일을 하고 있습니다.

● 동료들과는 잘 어울리시는 편입니까? 마지막으로 급여를 얼마 받는지 말씀해 주시지요.
- 동료들과는 원만하게 지냅니다. 급여는 기본급 24만원 정도에 수당까지 합쳐서 한 31만원 되는 것 같습니다.

● 오랜 시간 감사했습니다.


/이태곤 기자

작성자이태곤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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