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장애우 부모체험수기] 희망, 저편을 바라보며.. > 세상, 한 걸음


[지체장애우 부모체험수기] 희망, 저편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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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 중 다행히도 너는 경과가 좋았단다. 남보다 영리하고 지능지수가 높았을 뿐만 아니라 물리적인 치료도 열심히 받는 노력파라서 주위의 부모들로부터 부러움을 많이 받았단다. 하지만 워낙 예민한 성격이라서 곧 병원생활이 네게 맞지 않음을 드러내고 말더구나. 어느 날, 병원엘 갔더니 너를 돌봐주던 간호원 누나가 얼굴이 사색이 되어 나를 보자마자 눈물을 글썽이며 아무 말도 못하는 거야. 그때까지만 해도 병원생활에 규칙적으로 잘 따랐고 성과도 보였기에 의아해 하며 네 병실에 들어가 보니, 온 몸이 뻣뻣하게 굳은 것이 마치 장작개비가 누워 있는 것처럼 보였고, 눈동자는 멀 건하게 풀어져 있으며, 말도 제대로 못하는 것이 너 같지가 않더구나. 나중에 알았지만 정신적인 신경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렇다고 하더구나. 유난히 스포츠를 좋아하던 네가 7시면 취침을 해야하는 병원생활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었던 거지. 어렵게 들어간 병원이었지만 너의 요청대로 집으로 다시 올 수밖에 없었지. 그래도 병은 더 이상 악화되지 않아 네가 중학교 들어갈 무렵에는 다시 삼육재활원의 중학교를 다닐 수 있게 되었단다.
그 당시 통학을 했었는데 학교 다니기가 무척 힘이 들었단다. 수업이 끝났다고 하면 집이 있는 은평구에서 봉천동 학교까지 가서 너와 함께 돌아오는데 택시를 이용해야 했지 지금은 별로 그렇지 않지만 그 당시만 해도 택시를 잡으려면 한 시간도 더 넘게 기다려야 했단다. 우리를 보고 그냥 지나치는 택시기사 아저씨가 거의 (대부분) 이었으니까. 택시를 잡아도 꼭 죄인이라도 된 듯한 불안감에 불편해 했으며 어쩌다 좋은 아저씨를 만나면 은인이라도 만난 것처럼 기뻐했지.
이렇게 자라서 하나님을 알게 되었고 아주 좋은 친구로 네게 늘 함께 하심을 볼 땐 정말로 감사하단다.

사랑하는 나의 아들 의용아.
비록 장애를 가진 몸이지만 너는 누구보다도 장한 우리들의 아들이며 상미와 상희에겐 소중한 오빠라는 걸 알지? 막내 상희도 이제는 다 커서 너의 수족노릇을 단단히 해 주는 모습이 대견스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이런 말을 하다보니 어렸을 때의 상미 모습이 생각나는구나. 네가 중학교 다닐 때였던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저쪽에서 상미가 친구들과 걸어오는 걸 반가운 마음에 "상미야"하고 불렀더니 우리모습만 힐끗 쳐다보고 어색한 발걸음을 떼며 그냥 친구들과 지나가는 순간 참 아찔했었던 것이.... 그 날 상미는 참 이 엄말 아프게 했었지.
그 뒤 물론 그런 일이 없었고, 지금은 제 친구들도 자주 데리고 와서 너와 얘기도 곧잘 하더구나. 아무쪼록 너희 셋이 우애 있게 살았으면 하는 바램이란다.
참, 아까 목사님께로부터 전화가 왔단다. 그 동안 청년부 회장을 너무나도 잘 해주어 고맙다고 하시며 전해주라고 하시더라, 언젠가 너 혼자 휠체어를 타고 이대 앞에 나가서 이 엄마에게 머리핀을 사다 주었을 때의 기쁨만큼이나 기뻤단다.

가정 형편상 삼육학교도 다 끝내지 못한 상태에서도 구김살 없이 밝게, 여러 사람들 앞에서도 당당하게 서는 모습에 늘 뿌듯하단다. 하나님 안에서 생활하는 것도 큰 축복인데 거기에 더한 축복을 주시니 얼마나 감사한지...
목사님께서는 네가 잘했다고 하시지만 우리 주위의 고마운 분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일주일에 한 번씩 찾아주는 사회사업과 친구들과, 교회 친구들, 지금은 파라과이에 가 있는 너의 유일한 여자 친구인 미경이에게 너무 고맙단다.
아직껏 건강한 모습을 지키게 해 줄 수 있는 원동력이 바로 이들 친구들의 사람이 아닌가 한다. 특히 미경이 학생은 그 멀리서도 국제전화를 걸어주고 편지를 부쳐주니 말이다.

사랑하는 나의 아들 의용아-
봄바람에 실려온 따스한 봄내음도 이제는 서쪽하늘에 기울어져 가는 붉은 노을 속에 숨어드는구나. 열어 놓았던 창문을 모두 닫고 조용한 저녁시간을 맞이한다. 그리고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으며 기도 그린다.
"모든 사람들로부터 사랑 받는 의용이가 되게 하시며, 모든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는 의용이가 되게 하소서"
늘 그랬듯이.....

작성자박춘화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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