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영화관’을 만들고 싶다 > 세상, 한 걸음


‘말하는 영화관’을 만들고 싶다

[인터뷰] 미디어교육연구소 경영지원부장 최병용

본문

얼마 전부터 ‘말하는 영화’ 또는 ‘말하는 영화관’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면서, 그 취지와 의미를 궁금해 하는 독자들의 문의가 전해지고 있다. 그 기획을 전담하고 있는 미디어교육연구소 최병용 경영지원부장을 만나, 실제 내용이 무엇인지를 함께 알아본다.

   
▲ 미디어교육연구소 최병용 경영지원부장 ⓒ채지민 객원기자
- 미디어교육연구소가 설립된 지 오래된 것 같다. 언제 시작한 건가
“1991년에 21세기사회교육원으로 설립되어, 2000년에 그 교육원을 확대 개편하고 명칭을 변경함으로써 지금의 연구소로 새로 탄생했다. 사회적기업으로 인증 받은 건 2008년이다.”

- 장애인들이 영화를 볼 수 있는 환경이 열악하고, 그 접근권마저 갖춰지지 않은 게 대부분이다. 그런 가운데 ‘말하는 영화’와 ‘말하는 영화관’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탄생이 독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말하는 영화’의 의미와 그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는 건지 알고 싶다
“내가 이 사회적기업에 온 지 1년 반밖에 되지 않아서, 역사적인 유래에 대해 깊이 있는 말씀을 못 드린다는 점을 먼저 양해 구하고 싶다. 우리 연구소 대표님이 일본에 갔다 와서, 어느 시각장애 아이를 만나게 된 게 출발점이라고 알고 있다. ‘말하는 영화’는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들이 편하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설명과 자막을 삽입하는 영화를 말한다.”

- 그동안 어떤 과정을 통해 준비하시게 됐는지 자세하게 말씀해주시면 좋겠다
“사회적기업의 원래 뜻이 소외계층의 일자리 창출이란 사회적 목적을 지향하는 게 아닌가. 그동안 연구소에서는 큰 글씨로 된 책을 출간해 왔다. 노인들이나 약시자들도 쉽게 볼 수 있게끔 확대판 글자로 책을 출간한 것이다. 그 제작을 계속하다가 영화 쪽으로도 시선을 돌리게 됐다.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들도 영화를 볼 권리가 있지 않은가. 그래서 영화의 진행에 따라 화면해설을 해준다. 예를 들어 눈을 감고 있어도 ‘철수가 영희를 만지고 있다’ 또는 ‘꽃을 따준다’는 내용을 전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귀가 들리지 않는 청각장애를 위해서 자막을 넣는다. 그러니까 화면해설과 자막을 합친 게 ‘말하는 영화’이고, 우리는 ‘말하는 영화관’이라고 브랜드를 붙였다.”

- 그게 하나의 브랜드인가
“그렇다. 우리 연구소가 지은 우리 브랜드이고 우리에게만 있다. 공영방송에서 장애인들을 위해 화면해설이나 자막설명을 삽입하고, 여러 장애인협회에서도 만들고 있지만 아쉬운 점이 많이 있다.”

- 어떤 점이 아쉽다는 건지 설명해 달라
“장애인 본인들의 일인데, 깊이 있는 활동이 되지 않고 있다. 장애인 영화축제가 10회 정도 됐을 거다. 그렇다면 10년이 됐다는 얘기 아닌가. 그런데 1년에 한 번만 한다. 그것도 일주일이나 열흘 정도로 끝난다. 나는 장애계에서도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거나, 뭔가 더 구체적인 진행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가 하는 건 비장애인, 이것이 핵심이다. 비장애인들이 주체가 되어 의식을 바꾸자, 그게 우리의 핵심 포인트이자 키워드이다.”

- 장애인을 위해 제작하는데, 그 주체가 비장애 중심으로 진행된다는 뜻인가
“장애인들은 스스로 자기의 권리를 말할 수 있지 않은가. 눈이 안 보이니까 나도 접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달라 요구하고, 그런 권리를 주장할 수가 있다. 그런데 비장애인들은 가만히 있으면 끝이다. 편견을 갖고 있는 게 일반적인 차별성이다. ‘말하는 영화관’은 그 차별성을 깨는 우리 차원의 새로운 차별성을 두자는 것이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어울리는 세상, 그런 시민공동체를 만들자는 게 우리의 뜻이고 정확한 키워드이다.”

- 비장애인도 참여할 수 있고 같이 볼 수 있다는 걸 차별성이라 하셨는데, 그럼 일반적인 자막영화나 화면해설과는 무엇이 다르다는 의미인가
“장애인 영화제에선 장애인들이 중심이 되지 않는가. 대부분 장애인 위주로 참석을 한다. 그런데 우리 ‘말하는 영화관’에서는 비장애인들이 함께 앉아 안경을 쓴다. ‘시각장애안경’이라고 있다. 종류별로 잘 안 보이는 안경인데 장애체험용 안경이다. 그걸 쓰고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안 보이는 상태에서 영화를 같이 즐기는 것이다.”

   
▲ ⓒ채지민 객원기자
- 그렇다면 비장애인들의 장애체험이 주된 목적이라는 말씀인가
“비장애인들이 안경을 쓰고 영화를 보고, 지팡이를 짚으면서 촉각으로 책도 읽게 한다. 그런 체험을 하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많이 있다. 현재 개발 중인 것도 있는데, 비장애인이 장애인과 함께 하자는 것이다.”

- 상식적으로 생각하기엔 비장애인들이 그렇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화면해설과 자막은 장애인들을 위해 실행하는 것 아닌가. 장애인들이 주가 되고 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게 중심이어야 한다고 보는데, 말씀을 들어보니 반대의 개념인 것 같다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장애인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아시는가? 많지 않다.”

- 많지 않다고 생각하시는가? 우리가 보통 언급할 때는 480만 명 수준이라고 통계를 잡는다
“크게 잡아도 국민의 5분의 1도 안 되지 않은가. 장애인들이 주장하는 것과 비장애인들이 주장하는 것 중 어느 게 더 파워가 있다고 보는가. 그렇기에 비장애인들도 이제 인식을 바꿔서, 우리가 주체가 되어 장애인의 권리를 우리가 만들어주자는 것이다. 내가 핵심 포인트라고 강조하는 게 바로 그 점이다. 선진국은 복지와 윤리가 갖춰진 진정한 복지국가를 이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의식이 없는 편이다. 이젠 일반적인 의식을 바꾸어야 된다. 그런 의식의 변화를 위해서 우리가 ‘말하는 영화’를 만들었고, 비장애인들한테 그 영화를 보게 만든다. 직접 느끼고 체험해 봐야 한다는 거다. ‘아, 이런 거구나. 장애인이 이렇게 어렵구나.’ 그래야 함께 가는 게 가능해진다.”

- 그러니까 말씀하시는 궁극적인 목표는 비장애인들의 인식을 개선하고 장애의 문제를 자기 일처럼 여기게 해서, 다 같이 할 수 있는 운동으로 바꾸고 싶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그런데 그 메인(main ; 중심) 주체는 비장애인이 되자는 거다. 장애인 말고 비장애인이 하자는 것이다.”

- 그 대목은 일단 접어두고, 영화의 선정 기준이 어떻게 되는지 먼저 설명해 주시면 좋겠다
“우리는 아무거나 하지 않는다. 영화는 기존에 있는 인기 있는 것들, 감동적이고 장애인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엄선한다. 심사위원이 몇 명 있어서 엄선을 하고, 최종 선정을 해서 영화사하고 저작권 협의를 보게 된다. 심사위원에 아직까지는 장애인들은 안 들어와 있다. 대신 전화상으로 몇 분한테 물어보면서 진행한다.”

- 그렇다면 독자들이나 장애인들 입장에서 볼 때는, 장애인을 시혜적이고 수혜적인 입장으로 바라본다는 문제제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점은 어떻게 생각 하시는가
“만약에 장애인이 10명이 있는데, 장애인 전부를 다 만족시킬 순 없는 게 아닌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이제 10분의 1 정도 왔다고 보기에, 앞으로 10분의 9만큼 더 가야 한다. 그렇게 해서 3년 후의 목표는 ‘말하는 영화’의 전용관을 건립하는 것이다. 비장애인들은 새벽이든 밤이든 아무 때나 가서 보는데, 장애인들은 그게 안 되고 있으니 그게 잘못된 것이다.”

- 그럼 이런 시스템이 외국의 경우는 어떻게 보편화되어 있는가. 그런 사례를 조사하고 참고하신 내용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
“안 그렇다. 그런 사례가 없다. 내가 검색을 할 때까지는 다 해봤는데 없는 걸로 알고 있다. 우리가 이 ‘말하는 영화관’을 만들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소가 될 것이다. 이 영화관 건립이 성공을 하면, 나의 더 큰 꿈은 테마파크를 만드는 것이다. 그게 10년이 걸리든 그 이상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 개인적인 게 아니라 우리의 꿈이다. 장애인들의 천국을 만드는 것이다. 라스베이거스도 원래는 사막 위에 만든 게 아닌가. 허황된 꿈이라고 했지만 그걸 진짜로 만들어 성공신화를 만들었다.”

- 현실적인 질문을 하겠다. 영화관을 만든다면 그 영화관까지 갈 수 있는 접근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장애인들이 교통편을 이용해서 그 영화관에 갈 수 있어야 하고, 출입구와 내부시설도 확실한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 이 모든 게 운동의 주체 차원에서 해결하는 게 아니라,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와 연계에 의해서만 현실화될 텐데 그 준비는 되고 있는가.
“우리는 기획을 하는 것이다. 대기업에서 투자하는 경우가 있고, 정부가 나서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 현재 장애계에 다수의 단체와 협회들이 활동을 하고 있다. 그들과의 유기적 관계는 어떻게 설정하며 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인가
“그 대목에서 내부적으로 고민을 많이 했다. 우리가 내린 결론은 그들은 그들대로 가고, 우리는 우리 식대로 가자는 것이다. 커피 매장처럼 많은 브랜드가 있을 때 서로 경쟁하고 함께 발전하는 것처럼, 비장애인들이 기획하고 활동하며 추진을 하면 결론적으로 최종적인 혜택은 장애인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작성자김라현 기자  husisarang@nate.com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함께걸음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함께걸음 페이스북 바로가기

제호 : 디지털 함께걸음
주소 : 우)0723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303호
대표전화 : (02) 2675-8672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 서울아00388  /  등록(발행)일 : 2007년 6월 26일
발행 :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발행인 : 김성재 
편집인 : 이미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노태호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by
Copyright © 2021 함께걸음.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