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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복지는 장애인 눈높이에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만난사람]한신대학교 재활학과 교수 변경희

본문

고도의 경제성장에 따른 급격한 사회적 변화는 결국 여러 부분에서 과부하가 걸린 채, 수정과 재조립의 필요성을 양산하고 있다. 급하게 짓고 성급히 재건축에 들어가듯 정치경제 사회문화 전반에서 펼쳐진 ‘외형적 성장지상주의’의 폐해가 국가 전반에 노출되고 있는 지금, 그 성장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해 신음하던 사회적 약자들의 권익은 여전히 뒤로 밀리며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1980년대 후반기부터 잉태된 장애인의 권익 보장을 위한 움직임들이 이제야 그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분출하는 각각의 욕구와 요구를 어떻게 정리하고 해결해야 하는지 중지를 모아야 할 때가 됐다는 의견 또한 끊이지 않는다. 그래서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최선의 결론과 대안을 내릴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장애인 복지 전반에 큰 시야를 가지고 연구 활동을 하고 계신 전문가를 만나 그의 의견을 듣기로 했다. 한신대학교 재활학과 변경희 교수가 진단하는 방안과 대안을 여기에 옮긴다.

   
 

정말 바쁘게 지내시는 것 같은데, 소중한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드린다. 각종 세미나에서 자주 뵙고 말씀을 들었는데, 이번엔 <함께걸음> 독자 여러분께 그 내용을 전해주시면 좋겠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의 인연은 정말 오래 됐고, 그동안 참 많은 이들과 따뜻한 인간관계를 맺어왔다. 모두 고마운 분들이다. <함께걸음>과의 만남은 늘 반갑다. 방송 대담처럼 딱딱하게 발언할 필요는 없을 테니, 떠오르는 생각을 가감 없이 말씀드리겠다. 내용을 잘 정리해 주시면 고맙겠다.

먼저 장애인 자립지원에 관한 문제 중심으로 여쭙고 싶다. 우리나라에서는 중증장애인들이 자립생활을 하고 싶어도, 너무 많은 제약사항들이 뒤따른다. 일단 주거지가 확보돼야 하는데, 그나마 안정적으로 생활하지 못하고 2년 지나면 다시 나와야 하는 등의 문제들이 당장의 시급한 현안들이다. 주거지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시는가

20년 넘게 장애인 복지를 연구하면서, 저는 요즘 들어 개인적으로 이런 생각을 머릿속에 떠올리게 됐다. ‘장애라 하면 다 똑같은 장애인이 아니다’는 결론이 그것이다. 그래서 지적장애나 자폐성장애, 일부 정신장애와 같이 지원이 계속 필요한 경우에는, 저는 ‘그룹홈’으로 접근하고 해결하자는 의견을 많이 꺼낸다. 중증장애를 가지고 있어도 인지장애가 없다고 하면, 그들에게도 독립적인 주거가 필요하다. 그런데 10년 넘게 자립생활운동이 진행되어 왔지만, 우리나라 특유의 문화적인 면이 아직도 많은 부분을 제약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일단 결혼하지 않으면, 부모와 같이 사는 특성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그 특성도 세대별로 많이 변화되고 있긴 하지만, 주거문화에 관한 고정관념은 쉽게 바뀌지 못하고 있다. 외국처럼 집세만 내면 들어가서 살 수 있는 주거문화가 아직 없다. 전세와 월세 중심이고, 편의시설도 극히 미비하다. 그렇기에 기본적으로 임대아파트와 관련된 법에 일정한 특수조항을 넣어야 할 것 같다. 지금의 경우는 가족이 있어야 유리하다. 독거는 훨씬 불리하다. 자립생활이라 하면 혼자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건데, 그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LH공사 등에서 임대아파트를 많이 짓고 있다. 주거의 차원에서는 지원이 많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막상 장애인들이 들어가서 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편의시설을 지적하는 의견들이 많다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짓는 임대아파트인데 지금 어떤 문제가 있는가 하면, 장애인이 집에 들어가서 일정한 편의시설을 설치하려고 고친 뒤 생활하면, 나중에 나올 때 모두 다 원상복구를 해놓아야 한다. 세세한 배려가 없이 건축하고 있다는 거다. 원칙적으로 전체 가구수의 20% 정도는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을 갖춘 임대아파트로 건축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는 편의시설을 갖추는 게 건축법에 명시되어 있다. 그렇기에 우리의 법률도 크게 두 가지의 명시적 보완이 필요하다. 임대아파트에 입주하는 문제도 개선돼야 하지만, 하드웨어 같은 편의시설을 먼저 갖추는 것도 깊게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왜냐, 우리나라의 행정과 건축 등에서는 장애인을 모두 하나의 개념으로 보기 때문에, 개개의 장애에 대한 맞춤형 주거정책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룹홈을 대안으로 말씀하셨는데, 현재 어느 정도 활성화되어 운영되고 있는가

전체적으로 700개가 넘을 것이다. 제가 8년간 그룹홈지원센터에서 활동하다 보니까, 오랜 기간 함께 살다 보니 장애인들끼리 살 수 있는 그룹들도 여럿 나왔다. 오히려 선생님이 있는 경우가 자립에 방해가 되는 대상도 나왔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그룹홈이 거주시설로 영입은 됐지만, 법적으로 완전하게 마무리되지 않아서 아직은 이용시설로 분류되어 있다. 그래서 지금은 1교대이다. 이건 정말 위험하다. 2교대가 되어 상시로 지원하는 체제가 되어야 한다.

그룹홈이 잘못 이용되고 있는 사례를 몇 번 목격했다. 정말 최중증장애인들을 몰아놓아서, 아직 스스로 뭔가 간단한 것도 해결할 수 없는 이들을 모아놓고 선생 혼자 관리하게 만드는 예도 적지 않았다

그런 데는 정말 시설보다 못한 곳이 된다. 시설에서 나왔는데, 시설보다 못한 주거생활을 한다는 건 말이 안 되지 않은가. 저도 여러 세미나에서 발표할 때, 준비되지 않은 그룹홈은 시설보다 오히려 못하다는 점을 항상 강조해왔다. 예를 들어 시설은 영양사가 있고 낮 프로그램도 있으며, 다양한 지원이 최소한도는 가능하다. 그런데 갓 대학을 나온, 또는 정말 나이 어린 여성 1명한테 무방비상태로 맡겨진 경우도 많이 있다. 그래서 그룹홈을 운영할 때는 필수적으로 그것을 지원하는 그룹홈지원센터를 같이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 저희가 말하는 원칙이다. 준비되지 않은 그룹홈들의 부작용 사례가 종종 밝혀지고 있는데, 제가 8년 동안 지원하고 있는 그룹홈의 경우는 그룹홈의 모형을 만들었고 체험홈까지 도입하여 그룹홈지원센터를 같이 연동해서 운영하고 있다. 매우 긍정적이고 성공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지난 2월에 제정된 ‘주거약자지원에관한법률’에 대해 말이 많다. 고령자 장애인 ‘등을’ 위한 지원법이라고 발표됐는데, 장애인을 따로 규정짓지 않고 고령자 장애인 등이라고 해서 여러 가지 해석의 길을 터놓았다. 또한 장애인 주거지원은 다른 경우와는 달리 주거지 확보 이외에도 여러 제반사항들이 지원으로 뒤따라야 하는데, 법률로 모두 뭉쳐놓아서 오히려 껍데기뿐인 법률이고 현실성이 많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저는 약간 다르게 생각하는데, 주거법에는 주거만 제대로 정리됐으면 하는 게 제 의견이다. 일단 주거의 진입과 주거 형태를 중심으로 세밀하게 다뤄야지, 다른 내용들이 포함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우리가 그동안 워낙 장애인 복지의 정책이 열악하다 보니까, 무슨 법 하나가 만들어지면 그 안에 다 끼워 넣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오히려 뒤죽박죽이 되는 게 많았던 게 사실 아닌가. 주거에 관련된 법은 주거와 편의시설에 주력하는 게 좋다. 자립이라고 하면 우리가 풀어야 할 건 연금이 더 큰 부분일 것이다. 또한 활동보조도 굉장히 큰 부분이고, 결국은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는 직업재활 역시 아주 중요하다. 그렇기에 이 세 가지 즉, 연금과 활동보조와 직업재활을 큰 축으로 봤을 때, 주거는 주거에 집중하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

   
 

임대아파트가 있어도 실제 입주하는 데 큰돈이 필요하다. 아파트 지원 자체가 제공만 하는 게 아니라, 거기에 따르는 보조금 같은 걸 따로 제공하고 마련하는 게 보다 현실적으로 필요한 부분 아닐까 싶다

동의한다. 임대아파트를 아무리 멋지게 지었다 해도, 거기에 들어갈 수 없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연금을 활용해서 그 연금으로 집세를 내게 하거나, 연금으로 아예 집을 사도록 해주기도 한다. 일단 우리의 연금 액수는 너무 적다. 그게 바로 우리나라가 앞으로 풀어야 할 근본적인 과제가 될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많은 장애인 복지를 보면, 외국의 것을 그냥 갖고 들어와서 문제가 발생하는 예가 많다. 그 나라의 문화 같은 걸 벤치마킹하지 않고, 무조건 들여온 데 대한 문제점들이 갈수록 많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처음 들여올 때는 아주 좋다고 하다가, 몇 년 지나고 나니 변형적으로 운영된다거나 보완이 시급하게 필요한 부분들이 드러난다. 그렇기에 서서히 가더라도, 우리나라에 맞게끔 하는 노력을 이제부터라도 해야 될 거라고 생각한다. 

교수님이 큰 축의 세 가지를 말씀하셨는데, 활동보조지원제도가 시행된 지 이제 1년 정도 지났다. 그나마 지난한 투쟁의 결과로 이만큼 이끌어냈는데, 제정 이후에도 자부담 문제 등으로 갈등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그런데 1년이 지났지만 수급자 재심사 때문에 이제 곧 많은 장애인들이 탈락할 것이고, 시간도 대폭 줄어들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 대목은 사실 제가 개인적으로 많이 관여되어 있기 때문에 말씀드릴 수가 있는데, 복지부가 저한테 연구를 부탁하면서 가장 염려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데 대량탈락 같이 기존의 것을 없애려고 이걸 새롭게 만든 건 아니라는 게, 복지부가 저한테 강력하게 주문한 사항이었다. 그런데 지금 핵심이 무엇이냐 하면, 이게 2010년부터 제도화가 됐다는 점이다. 국민연금공단은 나름의 신뢰성을 가지고 있다. 공공기관으로써 매우 체계적으로 직원들을 교육시키고 있다. 그래서 2010년부터 현재까지의 대상자들에 대한 부분은 크게 염려할 필요가 없는데, 문제는 지금 갱신하는 사람들이 그 이전에 판정을 받은 분들이라는 것이다. 그 전에는 보건소에서 했다. 당시 보건소에서는 너무 급하게 진행되다 보니까, 그 결과가 지금 갱신하는 분들에게 문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진짜 염려스러운 부분이다.

복지부와 연금공단 쪽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이 활동보조를 신청한 사람은 많은데 정작 이용하는 사람이 적다는 점이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다

정확한 사실여부를 확인하진 못했지만, 만약에 그게 사실이라면 몇 가지 예상해 볼 수 있는 사례는 있다. 간단히 예를 들어서 수도권을 넘어가며 활동보조를 해야 한다면, 3시간 보조를 하기 위해 왕복 3시간의 교통이동을 해야 한다. 그런 경우가 실제로 많다고 알고 있다. 그렇기에 현실적으로 활동보조인을 필요로 하는 사람과 활동보조인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켜주는 시스템 구축도 굉장히 큰 과제로 남는다. 또 한 가지로 활동보조를 하는 데 있어서 자폐나 지적장애가 있는 경우, 너무 공격적인 반응을 보일 때도 기피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이다. 활동보조를 받는 자격을 1급 중에서도 활동인정조사표에 의해서 220점 넘는 사람들한테만 주기 때문에, 우리의 장애등급식으로 말하자면 최중증장애만 해당되는 서비스이기도 하다. 그렇다 보니까 힘든 대상자들이 많다는 하소연을 현장에서 많이 듣는다. 그래서 그런 이들을 회피하고 기피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 또한 현실이다. 다른 의미로 본다면, 활동보조인들도 사실은 원하는 게 많다. 그들은 자원봉사가 아니라, 이것이 노동이고 생계인 입장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 사람들의 노동권을 보장해주는 측면에서도 시간은 중요한 부분이다. 그렇기에 서비스 제공기관에서 그런 연결의 원활한 방식을 세밀하게 연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바로바로 서비스가 이어질 수 있는 유기적 체계를 구축하는 게 급선무라는 것이다.

   
 

활동보조인들도 이번에 연대 같은 움직임이 만들어졌다. 서비스 자체가 너무 중증장애인들의 입장 중심으로 짜여 있다는 불만이 있고, 활동보조인이 오히려 무방비상태에 노출되는 상황이 많다는 지적도 많아지고 있다

충분히 이해해야 할 부분이다. 반면에 장애인 입장에서 봤을 때는 자립생활의 이념을 이해하지 못하고 와서, 너무 자기 마음대로 대하는 분들도 많다는 의견 또한 많다. 양쪽이 다 어려움이 있기에 보다 성숙한 자세로 풀어야 할 내용들이지만, 기본적으로 장애인 입장에서 먼저 얘기한다면 활동보조인의 자격을 보다 엄격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외국에서는 활동보조를 신청하면, 그 사람의 개인 정보를 세세하게 들여다볼 수가 있다. 신상정보와 전과기록 등이 검토된다는 것이다. 특히 성(性)과 관련된 범법기록이 있다면, 절대로 활동보조를 할 수가 없다. 시설이 아니라 개인의 집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을 보다 더 공론화시켜 논의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우리 사회가 거기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 이런 건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외국의 활동보조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가. 우리와 특별히 다른 점을 말씀해 주시면 좋겠다

이것 역시 문화의 차이일 것이다. 외국에는 ‘아침에 딱 2시간만’, 이런 식으로 일하시는 분들이 많다. 미국도 그렇고 일본 역시 그렇다. 쉽게 말해서, 활동보조는 대학원생들한테 아주 좋은 직장이 된다. 왜냐하면 주거가 해결되니까 같이 살 수 있고, 식사도 함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거가 해결된다는 의미가 무슨 뜻인가

일단 외국은 장애인 복지와 편의시설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더 이상 매달리진 않는다. 대신 모든 이들에게 ‘낮 생활’이 있다. 모두가 학교에 가고 직장에 간다. 각자의 활동이 있으니까, 거기에 맞게끔 도와주면 다 되는 것이다. 그래서 ‘2시간만’ ‘3시간만’ 같은 말이 자연스럽게 통하는 거다. 제가 경험했던 바로는 아주 중증의 사지마비 척수장애인을 활동보조하는 대학원생이 있었는데, 아침에 2시간만 와서 보조하는 걸로 끝이었다. 아침 챙겨주고 목욕하는 거 도와주고 옷 입혀준 뒤에, 저녁에는 자기 나름대로 1시간 정도 보조하는 걸로 활동이 마무리된다. 문화와 생활 인프라가 너무 다르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미국만 하더라도 장애 비장애 할 것 없이 모두에게 ‘낮 생활’이 당연하게 진행된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 그런 단계가 아니기에, 서로 연계되며 원활하게 이어지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게 우선시 된다. 종합적인 서비스가 없다 보니까, 모든 게 한데 몰리는 결과를 계속 낳는 것이다.

활동보조인 문제 중 간과할 수 없는 게, 중증장애인들끼리 결혼을 하면 독거 60시간이 단번에 없어진다는 사항일 것이다. 그래서 동거로 머무는 분들도 적지 않다고 알고 있는데, 비장애인과 결혼을 해도 마찬가지로 서비스 제공이 사라진다. 이렇게 서비스가 없어지는 부분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결해야 될지 궁금하다

큰 문제가 맞다. 그런데 이것은 좀 기간을 두고, 정말 많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그런 시간을 두고 이 연구가 진행돼야 할 것 같다. 이런 게 짧은 시간 안에 할 수 있는 단순한 연구는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활동지원 같은 경우는 삶에 아주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 이 지원이 되지 않으면 생명의 위험을 직접 느끼게 되는 분들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저는 개인적으로 활동지원 보수교육을 일부러 나간다. 이 감을 잃어버리면 안 되기에 꼭 교육을 나가고 강의를 하게 되는데, 강의를 할 때마다 집중해서 강조하는 사항이 있다. 처음에도 언급했듯이, 우리가 장애인을 전부 하나의 개념으로 보는 건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그렇기에 활동보조를 나갈 때는 항상 물어보라고 주문한다. 개별 장애인한테 ‘내가 너를 어떻게 지원하는 게 좋겠냐’고 항상 물어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같은 지체장애 1급이고 같은 휠체어를 탄다 해도, 그 사람이 장애를 갖고 난 뒤의 숙달된 방법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획일적인 기준으로 그들을 대하지 말라고 매번 강조해야 한다.    

경험이 많더라도 섣부른 판단을 하지 말라는 건가

그렇다. 저는 절대로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한다. 왜냐, 개별적인 접근이 장애인 문제의 핵심적인 키워드이기 때문이다. 그냥 먼저 물어보라고 한다. 내가 몰라서 물어보는 게 아니고, 너의 개별성을 존중해 주고 싶다는 접근인 거다. 이게 초보자라 몰라서 물어본다는 게 아니다. 흔히들 ‘지체장애는 이렇대, 시각장애는 이렇대’ 하는 선입관적 규정을 짓는 걸 저는 굉장히 싫어한다. 시각장애인만 예를 든다 해도 선천적이냐 후천적이냐, 후천적이라면 몇 살 때 갖게 됐는지 여부 같은, 이런 차이가 개개인마다 너무 심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직업재활 문제를 마지막으로 듣고 싶다. 교수님의 전공이 직업재활로 알고 있는데, 어떤 점을 가장 크게 다루고 계신지 말씀해 주시면 좋겠다

저는 미국의 직업재활에서 딱 한 가지만 뺏어와야겠다 한다면, 교육지원시스템을 가져올 것이다. 신체적 장애는 굉장히 중증이지만 학습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러니까 인지장애가 없는 사람이라면 그들을 박사학위까지 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미국은 개별적인 교육을 통해서, ‘이 사람’이 하고 싶은 직업을 갖기 위해 대학과 대학원까지도 보낼 수 있는 그런 체계가 완전하게 갖춰져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뇌병변장애인 중에서 학습능력이 있는 경우, 그들이 교육을 통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직업들은 매우 한정되게 되어 있다. 우리가 항상 말할 때, 장애인들의 이직률이 높다고들 한다. 당연하다. 당연히 많이 배우지 않으면, 이직률이 높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준비된 사람만 이 노동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거다. 저는 장애인을 몇 달 훈련시켜서 취업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솔직히 말씀드려서 아주 단순한 생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장애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공부를 더 많이 해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들을 더 많이 보완해야, 실질적인 직업 활동에 적응할 수 있게 되지 않겠는가.

굉장히 많은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서, 이걸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많은 전문가들이 필요하고, 많은 시간도 필요하다. 사실 우리나라는 어쨌든 굉장히 빠르게 발전해 왔다. 너무 빠르게 오다 보니까, 잘 챙기지 못했던 부분들이 여기저기서 드러나고 있는 게 현실인 것 같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이제는 우리나라의 문화와 여건을 살피면서, 그 모든 걸 우리나라화(化) 시켜가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모든 게 다 시급하지만 모든 게 다 엮여 있기 때문에, 장애인 복지는 종합적인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책하는 사람, 행정 하는 사람, 의료를 담당하는 사람, 또 저희들 같은 직업재활이나 복지 분야의 전문가, 이렇게 종합적으로 같이 모든 문제를 풀고 해결해 가야 할 일이다. 물론 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가 가장 중요하게 담겨져야 함은 물론이다. 장애인 복지가 단번에 풀기 어려운 이유는 이렇듯 종합적인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이 아닌가 판단하게 된다.


 

작성자대담 이승현 기자 정리·사진 채지민 객원기자  walktour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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