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를 발산하고 싶습니까? > 세상, 한 걸음


‘끼’를 발산하고 싶습니까?

휠은 당신을 위해 굴러가는 바퀴입니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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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목소리인지도 모르게 “우리 폴짝 뛸까?” 하니까 동시에 뛰어오르고, “우리 손을 뻗어 볼까?” 하자마자 모두의 동작이 마치 각자 맡은 역할이 있는 것처럼 일순간에 전개된다. 이건 보통의 끼로는 이뤄질 팀워크가 아님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매번 작품 연습 때마다 동참하는 면면들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언론의 이름으로 취재를 나왔는데도 ‘우리의 연습시간이기 때문에’라는 단서를 달며 연습이 진행된다는 건, 평소의 집중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잣대가 될 듯하다. 장애계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닌 ‘연극장이’들의 집합체를 찾아가 봤다.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이 이번 호의 주인공이다.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Wheel, 이하 휠)의 역사는 2001년 12월로 올라간다. 첫 모임을 결성한 뒤 2002년 9월 첫 번째 워크숍 공연인 <문밖, 세상을 향해> 부터 시작해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장애예술계, 특히 연극계에 끼친 영향력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양적 질적 규모를 지니고 있다. 어떤 분야든 간에 새로운 장르의 첫 시작 단추를 끼웠다는 점은, 그 자체만으로도 모두가 인정해야 할 큰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연극극단 하나를 운영하는 데 머무르지 않았다. 공연사업과 인식개선사업, 교육사업과 문화사업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건 분명 간단한 일이 아니다. 휠은 장애인을 주축으로 구성된 배우들과 연출·음악·무대·조명 등 전문 시스템을 갖춘 극단으로, 매년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 문화예술 접근이 어려운 이들한테 연극에 대한 이해와 경험을 전하고 있다.

또한 사회적으로 확산되어 있는 장애나 소외계층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장애당사자들의 공연을 통해 관객들 모두에게 자연스러운 인식 전환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예술교육을 배우고 익히는 데 가장 답답한 장벽은 비싼 과외비와 높은 문턱일 게 분명하다. 휠은 누구나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연극의 기초 교육과 연기 방법 체험을 통해, 자신의 소질을 개발하고 사회활동에 자신감을 주는 역할 역시 담당하고 있다.

“휠Wheel! 통通! 우리 단원들이 공연한 어느 작품의 홍보 문구입니다. 이는 연극과 함께 무대를 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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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리 내면을 넘으며, 우리 밖의 세상과 소통하고자 하는 우리의 정체성 그리고 우리의 희망을 함축적으로 표현한다고 봅니다. 앞으로도 계속 소외된 이들, 특히 중증장애인들의 문화접근성을 높이고 잠재된 창조성의 개발 동기를 부여하면서,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은 비장애인 전용극단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작품과 연극의 본질이라 볼 수 있는 갈등의 해소와 정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갈 것입니다.”

장애? 분명 불편하다. 하지만 부끄러운 건 절대 아니다. 단지 사회 안에서 불편함을 겪고 있고, 그 불편함에 대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배려가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는 게 문제일 뿐이다. 그 차별에 대항하며 투쟁하는 이들이 많다. 더불어 개개인의 재기와 희망을 위한 움직임 또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나의 끼를 어떻게 표출할까?” 궁금한 독자님들이 계시다면, 마음 편하게 휠의 문을 두드리는 것도 훌륭한 대안이 될 것 같다. 남들의 공간이 아니다. 그 내부는 바로 ‘끼를 가진’ 당신의 활력소로 다가올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강제권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 상임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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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가로서 휠의 어떤 면을 가장 강조하고 싶은가. 일반 비장애 극단의 연출과는 임하는 자세가 다를 것 같은데

우리 배우들 중에는 시인이 두 명이나 있다. 무엇보다 나름대로의 감수성과 표현하는 방식이 남다르다. 그게 좀 서툴고 거칠지라도, 제가 봤을 때는 이건 가공되지 않은 자연스러움과 아름다움이다. 저는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듬는 작업을 배우들과 함께한다. 그 순수함 때문에 늘 우리 배우들이 자랑스럽다.

무대의 동선이나 표현력에 있어서도 장애로 인한 애로사항이 있을 것 같다

굳이 애로사항이라고 한다면, 너무 순수한 나머지 계속 반복되는 뭔가가 있다. 제가 기술적인 한 부분을 강조했을 때, 그게 이뤄지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형식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그래서 기술적인 면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순수함을 살리는 방식에 중점을 두게 됐다.

 다른 극단과 달리 휠 자체에서 욕심을 내고 싶다는 작품이나 장르가 있는가

우리 배우들은 중증의 장애가 있지만 언어장애는 없기에, 서툰 발음이라 해도 언어 중심의 작품을 진행해 왔다. 그런데 앞으로는 신체로만 표현하는 작품을 진행하고 싶다. 마임극이나 무언극 같은, 또한 기존의 극을 가지고 대사를 거의 다 날려버리면서 몸으로만 표현하도록 각색한 작품들을 기획하고 있는 중이다.

예술과 관련된 정부 당국과 관객 모두에게 전하고 싶은 의견이 있는가

연극을 하고 싶어도 아니, 모든 분야의 예술을 하고 싶어도, 또한 그렇게 하면서 정말 뛰어난 실력을 발휘한다 해도, 일반 관객들은 배우의 연기력이 아닌 장애인의 움직임으로만 볼 뿐이다. 그게 가장 아쉽다. 배우의 연기력과 작품의 완성도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배우’가 아닌 ‘장애인’으로 남겨지는 게 가장 시급히 바뀌어야 할 인식의 전환이라고 판단한다.

참 좋은 의견 같다. 연극계 자체가 비장애 중심으로 이뤄져 있는데, 휠의 연출가로서 한마디를 남겨주시면 좋겠다

몸의 장애를 장애라고 할 수 없는 시대인 것 같다. 오히려 모든 분야의 예술을 하면서, 마음의 장애라든지 정신의 장애를 지녔으면서도 자신의 장애를 모르는 예술인들이 더 많은 것 같다. 그런 장벽이 있기 때문에, 지금 여기서 연극을 하는 장애인 배우들은 정말 두 배 세 배 더 열정을 쏟아내고 있다. 실제 본인들도 그렇게 스스로의 목표를 잡고 있다. 장애 여부를 따지지 않고 ‘정말 훌륭한 배우다’, ‘정말 잘하는 배우다’라는 평가를 듣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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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장애라는 표현이 정말 가슴에 와 닿는다

비장애 배우들은 어렵고 힘들 때는 알바(아르바이트)라도 할 수가 있다. 그런데 우리 친구들은 알바도 못하고 연극 자체에 몰입해야 하기에, 오히려 더 필사적으로 매달리며 집중하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친구들한테 같은 연극인의 시선으로 바라봐 주고, 기회가 될 때마다 같이 작업할 자리도 마련해 주면 좋겠다. 여기에 직접 와서 같이 작업할 수도 있으니까, 우리 친구들한테 도움과 견제와 동료애를 직접 전해주는 기회가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성원과 응원을 부탁드리고 싶다.

호종민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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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단장으로 활동했는가

지난 2006년부터 같이 활동한 휠의 배우 출신이고, 올해 2월부터 단장의 임무를 맡게 됐다.

단장으로서 하는 주된 역할은 무엇인가

배우들을 챙기는 게 가장 우선이다. 공연을 가는 곳이 어떤 곳인지,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지, 이동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지, 우리 배우들의 건강 상태는 어떤지, 공연 당일의 동선은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 등의 모든 걸 미리 점검하고 파악한 뒤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단장으로서의 역할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모든 걸 배워 나가는 단계라고 생각하고 있다.

현재 휠의 가장 큰 강점은 무엇이고, 가장 아쉬운 점 내지 단점은 무엇인지를 듣고 싶다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활동하다가 그 기간이 1년 전에 끝났다. 많은 배우들과 함께했는데, 지원금이 나오지 않게 되자 많은 동료들이 생활고 때문에 떠나게 됐다. 그게 가장 가슴 아프다. 휠 멤버의 구성이 소수로 바뀌었다는 건 역으로는 장점이 됐다. 가족 같다. 진짜로 형 누나 동생, 그런 관계처럼 편해졌다. 표정만 봐도 서로가 어떤 상태인지를 알 수 있을 정도가 됐기 때문에, 일단 하나로 뭉치는 건 잘 되고 있다. 대신 배우의 수가 적기 때문에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드는 데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늘 놓이게 된다.

다양한 캐릭터를 등장시킬 수 없고, 1인2역도 불가피한 경우가 많을 것 같은데

그렇다. 훌륭한 작품에는 항상 출연하는 인물들이 많지 않은가. 그렇기에 불가피하게 외부에서 배우들을 초빙해서 같이 작업해야 할 상황이 계속된다. 하지만 휠의 분위기와 기운은 바닥을 찍고 상승하는 과정에 있다고 믿는다. 우리의 의욕 자체가 그 믿음을 확인시키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우리 내부의 분위기 아니겠는가.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휠을 만들어가고 있다. 끼를 발산하고 싶은 많은 분들의 동참을 기대하고 싶다.

 

작성자채지민 기자  gypsy72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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