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어때’ 숙박 어플 장애인 편의 정보 제공 > 세상, 한 걸음


‘여기어때’ 숙박 어플 장애인 편의 정보 제공

장애인 고객을 위한 민간 기업의 첫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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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지 못했던 장애인들의 여행 욕구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장애인 여행 관련 토론회 등이 활발하게 이뤄질 정도로 ‘장애인의 여행할 권리’는 더 이상 차치해 둘 부분이 아니다. 이미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을 통해 ‘관광활동의 차별금지(제24조의2)’ 조항이 시행을 앞두고 있어, 조항에 따라 장애인 여행 및 관광에 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이 강화될 예정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장애인 여행 편의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간 기업이 장애인 숙박 정보 제공에 나섰다. 민간 기업 최초의 서비스를 시작한 종합 숙박 정보 제공 기업 ‘위드이노베이션’을 만났다.

 

장애인에게 무용지물인 숙박 어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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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등 4개의 장애인단체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 장애인의 80.6%가 여행지의 편의시설이 부족해 여행을 포기한다고 답했다. 여기에는 이동, 음식점, 숙박 등 다양한 시설들이 포함돼 있다. 실제로 여행지의 장애인 편의시설 전반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동시에 장애인들이 적합한 정보를 찾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다. 무장애여행 정보를 공유하는 ‘대한민국 구석구석’ 홈페이지에서도 정보는 한정적인 상황이다. 비장애인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을 활용한 숙박 어플리케이션(이하 어플)을 통해 필요에 따라 추려지는 정보를 손쉽게 얻고 있지만, 장애인 편의시설을 조건으로 추려지는 어플은 전무했다. 종합 숙박 정보 어플인 ‘여기어때’를 운영하는 위드이노베이션은 이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지난 6월부터 ‘여기어때’ 어플을 통해 장애인 편의시설이 갖춰진 숙박 시설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문지형 홍보이사(이하 이사)는 올해 초, 사단법인 그린라이트(이하 그린라이트)로부터 장애인 숙박 정보 제공 서비스를 제안 받은 이후, 관련 정보를 수집하면서 사업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장애인 당사자분들을 많이 만나러 다녔다. 왜 이게 필요한지 납득하기 위해서 관련 정보를 찾아보면서 국내 장애인 인구가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됐고, 당사자분들을 통해 사고의 전환을 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홍보 효과를 기대하고 접근한 것을 부정할 수 없지만, 조금씩 알아가면서는 오히려 우리 기업이 쫓는 본질을 다시 돌아보며 사업적 가치가 충분함을 깨달았다.”

 

장애인 가족을 새로운 고객층으로

위드이노베이션이 운영하는 ‘여기어때’는 숙박 정보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어플로, 온라인 사용자와 오프라인 사업자를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통해 영리를 추구한다. 동종업계에서 선두에 서기 위해서 더 많은 양질의 제휴점을 발굴했고, 사용자의 욕구에 맞춰나가며 발전했다. 문지형 이사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달려 온 과정에서 사용자가 배제된 것이 아닌지 의문을 가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사용자 지향적인 가치를 우선시하는 서비스 업종이다. 그런데 과연 단순히 많은 제휴점과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모든 사용자에게 가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인 사용자,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 노인 등이 과연 정보의 양에 가치를 둘까 하는 의문점을 가지게 됐다. 결론은 단순히 정보의 양을 늘려 나가기만 하는 건 그런 사용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처럼 낮은 가치를 가진다는 것이었다. 그 안에서 각 사용자가 찾는 정보를 쉽게 취득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그렇게 바꿔 나갔을 때 우리가 추구하는 영리도 따라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위드이노베이션은 국내 장애인 인구와 그를 포함한 가족들을 하나의 시장으로 봤다. 장애인 및 장애인 가족을 천만 명에 가까운 새로운 고객층으로 분석했고, 장애인 및 장애인 가족 고객들에게 숙소를 어떻게 판매할 것인지 고민했다. 일반적으로 장애인 사업을 사회공헌 성격으로 바라보는 관점에서 벗어난 시작인 셈이다. 문지형 이사는 장애인 편의시설 정보 제공 서비스가 여전히 시작점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여기어때의 제휴점은 1만5천 개에 육박한다. 처음부터 제휴점 모두를 전수조사하는 사업을 짜기는 어려웠다. 일단 작게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유선 조사를 결정했다. 제휴점들에 전화를 걸어 장애인 편의시설 정보를 확인하고, 자발적으로 정보를 등록할 수 있게 유도했다. 공부해 나가는 과정에서 장애인 편의시설 종류가 엄청나게 많다는 걸 알게 됐는데, 그 모든 편의시설이 완벽하게 설치된 곳은 매우 적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서 일단 최소한의 접근성을 기준으로 뒀다. 우리가 제휴점에 체크한 편의시설은 총 세 가지였다. 휠체어가 주차장 등 외부에서 프론트로, 프론트에서 객실로 이동이 가능한지와 승강기 설치 여부, 화장실에 몸을 지탱할 만한 손잡이 설치 여부였다. 충분한 조건은 아니지만 세 가지를 충족하면 장애인 접근성 마크를 달아줬다. 일단 이들 제휴점들이 마크를 달고 영업을 하면서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필요성을 체감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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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고용에 나선 스타트업 연합 위드이노베이션은 지난 7월, 장애인을 대상으로 ‘IT/스타트업 진로설명회’를 열었다. 편의시설 정보 제공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장애인 의무고용을 지키지 못하고 있는 점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게 된 탓이다. 문지형 이사는 전혀 인식하지 못하던 부분이었기 때문에,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아 벌금을 내는 이유를 묻기 위해 인사팀을 찾아갔다.

“왜 안 뽑냐고 물어봤더니, 인사팀에서도 뽑고 싶은데 회사에 맞는 장애인 인재를 찾을 수가 없다고 했다. 인사팀의 일반 직무들이 바쁜 상태에서 숨어있는 정보를 찾아 나서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취업을 하고 싶은 장애인과 취업을 시키고 싶은 회사가 있는데 서로 매칭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현실적으로 벌금이 적은 금액도 아니었고, 분명히 다른 기업들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대기업에서는 이미 해당 문제를 파악하고 있을 것 같아서, 위드이노베이션과 비슷한 규모의 스타트업 회사들에게 함께 방법을 모색하자는 연락을 돌렸다. 20개 정도의 회사들 중 7개 정도의 회사가 긍정적인 답변을 해왔다. 모두 모여 머리를 맞댄 결과, 국내 최초의 스타트업 연합 장애인 채용설명회를 해보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장애인 구직자 및 기업 인사 관계자 200명이 참석한 진로설명회는 설명회 이후 8월까지 장애인 구직자의 이력서를 받는 등 참여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채용에 나섰고, 장애인 구직자 DB(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필요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위드이노베이션은 이후 2018년에도 장애인 고용과 관련된 사업을 예정 중이다.

 

작은 시작이지만 큰 영향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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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형 이사는 무엇보다 완벽하게 해낼 수 없는 서비스라는 것이 가장 어려운 점이었다고 꼽았다. “실무 자체가 어려웠다기보다는, 할 거면 제대로 해야 한다는 욕심과 곧장 그런 결과물이 나올 수 없는 현실에 부딪히는 것이 심적으로 힘들었다. 최소한으로 시작하려고 3가지 편의시설로 줄인 것에 대해서도 반박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청각, 시각 장애인들에 대한 편의시설을 고려하지 못한 점도 알고 있었지만, 앞서 말했듯이 현실적으로 절충해야 일단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회사 내부에서도 ‘마크만 믿고 장애인 고객이 갔다가 만족을 못하면 어떡하냐’, ‘어설프게 하느니 안 하는 게 나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나 또한 전수조사를 하지 못했으니 언론이 그 부분을 지적할 수도 있고, 홍보효과만 노렸다는 오해로 비난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그런 두려움을 무시하고 작게 시작하자는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위드이노베이션은 내년부터 장애인 편의시설 마크를 단 제휴점의 모니터링을 계획하고 있다. 플랫폼 역할에 머무르는 업종 특성상 편의시설 개선 및 구축을 강요할 순 없지만, 여기어때의 정보를 보고 찾아간 장애인 고객이 숙소를 이용하지 못하는 최악의 경우를 방지하고자 함이다. 문지형 이사는 무엇보다 장애인 편의시설 마크를 받은 제휴점들이 실제 이익을 얻어, 타 기업들이 여기어때 사업 결과를 참고하길 기대하고 있다.

“장애인분들이 여기어때를 활용해서 제휴점을 찾고, 제휴점이 이익을 얻고, 다른 제휴점이 벤치마킹해서 편의시설을 마련하는 추세로 들어서길 바란다. 그렇게 확장되다 보면 다른 기업들도 시장성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서 여러 분야에서 사업을 개발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들에게 ‘너네 돈 많이 벌었으니 이제 사회에 환원해라’라고 압박만 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되지 못한다. 우리가 처음 시작하는 일이니만큼 잘 유지하고 관리해서 추후에는 기업들이 공감할 수 있는 매출 데이터를 외부에 많이 알리고 싶다.”

작성자글과 사진. 조은지 기자  simhye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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