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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도 똑같은 사람이고 똑같은 국민입니다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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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클럽들의 밤 문화와 각종 성추문 비리의 실태가 양파껍질 벗기듯 드러나고 있다. 이럴 때 써야 할 표현이 바로 일파만파’와 ‘점입가경’이다. 실제 현장은 지금까지 밝혀진 것 이상, 말 그대로 ‘상상 이상’의 무법천지였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벌써부터 눈에 드러나는 건, 본질은 건드리지도 못하고 꼬리 자르기로 발표될 수사의 결말이 뻔히 보인다는 점이다. 언론과 여론이 2차 피해까지 양산하며 무분별한 관음증에 몰두하는 사이에도, 여전히 간과되는 건 피해당사자들의 피눈물이다. 수십 년 동안 언제나, 늘, 항상 그래왔다. 사회 곳곳의 어두운 곳에서 신음하는 막다른 길목의 약자들을 찾아 나서며 오랜 기간 활동해온 이들, 어둠 속의 반딧불 같은 의미를 행동으로 실천하는 그들의 목소리가 드러나야 할 때가 지금이라고 판단하게 됐다. 그래서 만났다.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과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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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 아니, 어디에나

 

‘성매매’라는 용어는 2004년 3월 22일 제정되고 2004년 9월 23일 시행된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아래 성매매방지법)’을 통해 공식적으로 자리 잡았다. 그 이전까지는 매춘(賣春), 매매춘(賣買春), 윤락(淪落) 등이 일반적인 표현이었고, 도덕적·윤리적 타락의 대명사와 같이 통용됐다. 모든 판단의 잣대는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 시선이었고, 성판매 여성과 비(非)성판매 여성 사이를 가르는 낙인의 기준점이 되기도 했다.

문제는 도덕적·윤리적 논의와 지적 속에, ‘남성’들은 매번 빠져 있었다는 점이다. 성구매 남성들은 언제나 드러나지 않는다. 낙인은 성판매 여성들만의 몫으로 남겨지고, 얽히고설킨 제2, 제3의 피해 또한 여성들만 뒤집어쓰도록 만든다. 성구매 남성들은 ‘손님’ 또는 ‘고객’이라는 중립적인 용어 뒤로 숨겨진다. 심지어 남성들의 성구매 행위는 ‘생물학적 본능’으로 간주되며, 능력 있는 남자들의 당연한 여가활동인 양 포장되기도 했다. ‘매매춘’의 ‘춘(春)’이라는 글자는 성(性)을 사고판다는 행위를, 사계절의 봄(젊음)과 같이 아예 자연스러운 자연현상으로 고착화시킨 대표적인 표현오류 사례로 지적되기도 한다.

“청량리, 영등포, 미아리, 용산역, 이런 지명들을 나열하면, 가장 먼저 ‘588’이라는 표현을 떠올리는 남성분들이 적지 않을 거예요. 저희가 ‘집결지’라고 부르는 성매매 현장은 언제나 그런 지역들에 집중돼 있었으니까요. 이 사회는 홍등가라는 대상을 모두 고정적인 이미지로 굳어지게 만들어 놓았죠. 전면 전체가 쇼윈도처럼 투명한 유리로 돼 있고, 그 안에 노출이 심한 의상을 차려입은 젊은 여성들이 거리를 지나가는 남성들을 향해 호객행위 하는 걸 먼저 연상하잖아요. 하지만 성매매가 그렇게 몇몇 특정지역에만 고립돼 있는 건 아니거든요. 눈에 보이는 건 정말 극소수일 뿐이에요.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데가 훨씬 더 많죠. 저희는 ‘산업형’이라고 부르는데, 전국 어디서든 버젓이 간판을 내걸고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게 대한민국의 현실인 거예요.”

산업형이라는 건 어떤 장소일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룸살롱일 것이다. 하지만 어딘가 있을 값비싼 룸살롱보다는, 일상의 생활공간 안에도 성매매가 가능한 곳은 넘쳐난다는 점을 우리는 매번 생각에서 놓치곤 한다. 노래방이나 가라오케의 도우미, 안마시술소, 퇴폐이발소, 각종 마사지 업소들, 맥주와 양주를 판다는 길거리의 음산한 주점들까지 성매매는 어디서든 가능하다. 게다가 모두 합법을 가장한 채 영업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서 십여 년 전부터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오피스텔 성매매까지 포함한다면, 외신에서 종종 묘사하는 ‘성매매공화국’이란 오명은 과장된 수사가 아님이 분명해진다.

“성매매방지법으로 집결지들이 거의 대부분 폐쇄되고 있잖아요. 짧게는 십 년, 길게는 수십 년을 생활해 오던 그들의 터전이 일시에 사라지고 있는 거예요. 집결지는 분명 착취의 공간이었죠. 하지만 그들한테는 유일한 삶의 공간이기도 했어요. 그게 단번에 뿌리째 뽑혀버리다 보니까, 대안도 없이 내쫓기면서 대부분 극심한 우울감에 시달리게 됐죠. 저희가 만나는 여성들은 쪽방이라고 불리는 곳에 계시는 분들이라서 연세가 많으세요. 청량리 같은 한 장소에서 삼십 년 넘게 성매매를 하셨던 분들인데, 그들한테 집결지 폐쇄는 인생 전체가 파괴되는 상황과 같거든요.”

 

욕망의 뒤에는 국가가 있었다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아래 이룸)은 2004년 1월 창립총회를 했고, 2005년 3월에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했다. 시기적으로는 성매매방지법 제정과 때를 같이한다. 2005년 5월에는 성매매피해지원상담소도 문을 열었다. 이들의 활동은 서류작업에 머물 수 없는 게 대부분이다. 말보다 행동이 앞서야 하는, 모든 게 ‘실제상황’인 험한 환경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 인터뷰 자리에 함께한 유나 활동가는 이룸 활동 7년차인데, 초창기 선배들의 활동내용을 살펴보고 전해들을 때마다 스스로의 초심을 되새기게 된다고 했다.

“성판매자, 성판매경험자들을 윤락녀, 창녀, 그 이상의 비속어로 부르던 시절이었잖아요. 아무도 그들의 인권착취 실상에 관심이 없던 때라서, 선배 활동가들은 굉장히 힘들게 뚫으며 접근해야 했대요. 당시의 아웃리치(outreach, 지역주민에 대한 적극적인 봉사활동) 과정을 보면 모든 게 공포스러운 환경이었죠. 업주들이 직접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게 다반사였기에, 그걸 뚫고 실제 여성들과 만나게 되는 과정은 몇 년이나 걸렸다고 해요. 반경 십여 미터 이내에서 생활이 다 해결되는 인생을 살고 계셨죠. 영업을 하는 방, 생활하는 쪽방, 길 건너편 가게 정도가 전부였으니까요. 쉬는 시간이라 해도, 대로에 나가서 떳떳이 걷는다는 건 생각도 못하던 시절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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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서는 ‘풍선효과’라는 말을 자주 거론한다. 집결지를 없애도 그 여성들이 다른 지역에 몰려들면서 새로운 집결지를 형성한다는, 다시 말해 단속과 폐쇄를 병행해도 부작용은 항상 똑같이 존재한다는 논리가 매번 반복된다. 그런데 유나 활동가의 견해는 달랐다. 실제 현장을 너무 모르고 하는 얘기라는 것이다.

“앞서 산업형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집결지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숫자는 오히려 극소수예요. 단지 가시적으로 눈에 보인다는 점 때문에, 마치 성매매산업의 전부인 양 언급되고 치부됐던 거죠. 게다가 도로변에 있어서 훨씬 눈에 잘 띄었던 거고요. 하지만 최근 성매매업소들의 특징은 그렇게 집단으로 있을 필요가 없는 구조로 확산되고 있어요. 특히 서울의 몇몇 지역 오피스텔들은 건물 전체가 성매매장소로 사용된다고 하죠. 모두가 개인화 되어 있어요. 당연히 대기실도 없고, 여성들도 서로가 누군지 모르는 상태에서 영업을 하죠. 그렇기에 저희가 접근할 방법을 찾기가 훨씬 어려워진 측면이 있어요. 더욱이 유사성행위업소가 전국으로 퍼져나가고 있기 때문에, 거리의 집결지 하나만으로 성매매를 떠올리는 건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거예요.”

이룸의 활동가들은 ‘욕망을 디자인한다’는 표현을 사용한다고 한다. 법망을 피하면서 끊임없이 다양하게 변종되며 생겨나는 유사성행위업소들, 그건 결국 해당 업계의 극소수 자본가들이 찾아낸 아이디어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법적인 성매매의 범위는 성기결합과 성기사정뿐이다. 그러니까 결합을 안 하면 되고 사정만 안 하면 된다. 그것만 안 하면 성매매가 아니라고 법이 규정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욕망을 디자인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욕망의 분출구를 찾고 만들면 된다. 키스방이나 휴게텔 등,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이름의 업소와 매장들이 합법의 탈을 쓰고 거리 곳곳에 간판을 내거는 이유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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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을 누르면 다른 한쪽이 부풀어 오른다는 게 풍선효과이론인데, 저희가 파악한 바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산업형이 대한민국의 성매매업계를 지배하고 있었어요. 몇몇 집결지는 가끔씩 단속의 대상으로 언론에 등장하곤 했지만, 산업형은 국가의 정책차원에서 육성됐다는 게 주지의 사실이잖아요. 박정희 정권 때는 기생관광이 외화벌이 수단으로 장려됐어요. 미군부대 주변의 기지촌들도 대놓고 양성화된 거죠. 전두환 정권 때는 아예 ‘3S정책(Screen, Sports, Sex)’으로 유흥업소들을 활성화시켰어요. 엄청난 규모의 산업을 육성해놓고 그 단물을 자기들끼리만 전부 나눠 가지면서, 여론의 흐름에 따라 집결지만 단속의 대상으로 삼았던 거죠. 그마저도 자의적인 잣대로 결정했어요. 평상시엔 모르는 척 하다가 뭔가 여론을 환기시켜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집결지 여성들만 나쁘고 못된 존재라고 몰고 가며 뉴스에 등장시켰다는 거죠.”

 

알면서도 당해야 하는 현실

 

이룸은 24시간 전화 상담, 온라인 상담, 찾아오는 내방과 찾아가는 방문을 통한 지원에 주력하고 있다. 내부에서는 서로를 활동명(名)으로 부르고, 나이나 근무연수와 상관없이 모든 대화를 존칭 아닌 평어체로 한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건 직급과 직책이 없다는 점이다. 대표나 소장이라는 자리가 없고 구분된 부서도 없으며, 모두의 명함에는 ‘OOO(활동명) 활동가’라고만 새겨져 있다. 다른 단체와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다수결이라는 일반적 방식이 아닌, 만장일치제로 모든 토론을 진행한다는 대목이다.

“다른 단체 활동가들은 만장일치제라는 말에 고개부터 설레설레 흔들죠. 그만큼 어렵고 힘든 방식이라는 의미가 될 거예요. 당연히 단점이 많죠. 무엇 하나 결정하려 해도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려요. 개별적으로 위임을 받고 외부 회의에 참석해도 ‘내부 논의를 한 다음에 결론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하며, 다른 연대체들과 내려야 할 결론에 즉각 동참을 못하는 게 다반사예요. 분명한 단점이죠. 하지만 저희들의 생각은 달라요. 내부를 설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외부를 설득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거죠. 제각각의 생각이 너무 다르다는 걸 매번 확인하게 돼요.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일을 하는데도, 어떻게 이렇게까지 생각이 다를까?’ 하는 실감이 늘 반복되거든요. 하지만 설득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소중합니다. 조금이라도 의문점이 생기면 설명을 하고 설득을 해요. 설득하다가 제가 설득될 때도 많죠. 그런 지난한 과정을 거치면서 만장일치를 이루게 되면, 거기에 따르는 다음 활동은 본질적인 움직임 하나에 집중할 수가 있게 된다는 거예요.”

깊이 있게 들여다보지 않는다 해도, 성매매와 관련된 여성들의 피해사례들은 이런저런 계기를 통해 어렵지 않게 듣게 된다. 그 중에서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지점은 마침표가 없다는, 다시 말해 ‘한 번 발을 담그면 벗어날 수 없다’던 내용들이다. 자발적인 이탈이 불가능에 가깝다던데 실제로 그럴까? 대부분 그렇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룸의 소속으로 활동하는 입장에서 가장 힘겨운 사례로 기억되는 걸 듣고 싶다 했더니, 유나 활동가의 대답은 긴 한숨과 함께 새어나왔다. “후유, 너무 많은데요?” 그러면 가장 최근의 일 중에서 선택해 달라 했더니, 찾고 고르기보다는 인터뷰 도중에 걸려왔던 전화통화의 내용을 언급하는 게 낫겠다고 했다.

“저도 이 활동을 안 했다면, 법에 대해선 아무것도 몰랐을 것 같아요. 만약에 저한테 갑자기 고소장이 날아온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인터넷 검색 같은 게 일반화되지 않았던 시절이라면, 주변에서 법과 방법론을 잘 안다는 사람의 의견을 듣고 일단 대처했겠죠. 그렇게 대처했던 한 여성분의 법률지원을 지금 진행하고 있는데요. 십 년도 넘은 빚 문제예요. 다 갚았는데도 업주와 채권자 이름이 다른 거예요. 원금이 사백만 원인데, 지금 이자까지 해서 이천만 원이 넘었어요. 법률가들한테 다 확인했는데도, 어쩔 수 없이 무조건 갚아야 될 상황으로 진행됐다는 거예요. 이 분야의 일을 접고 이미 오래 전에 사회 속으로 들어가 한 가정을 이루고 사는 분인데, 잊고 지내던 아니, 잊고 지내려 애썼던 옛 일이 이제 와서 난데없이 발목을 붙잡게 된 거죠. 지금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이룸의 모두가 너무 답답한 마음으로 머리를 감싸고 있습니다.”

성매매 피해지원이라고 하면 지금 당장 일어난 폭력이나 인권침해부터 떠올리기 쉬운데, 현실은 그게 아니라고 한다. 그 공간에서 벗어나려 해도, 이미 벗어났다고 해도 언젠가는 올가미가 들이닥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바로 빚이라고 한다. 분명히 해결을 했는데, 분명히 마무리가 됐는데도, 그 자리를 떠나면서 확인까지 했는데도 어디선가 등장하는 빚이라는 게 끝까지 존재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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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둬야겠다고 도망 나오거나 떠나는 순간 빚이 시작돼요. 금전상의 빚만이 아니라, 인생 자체를 옭아매는 덫이 등장하는 거죠. ‘네가 이 일을 했다는 걸 주변에 알리겠다, 너의 가족들한테 알리겠다, 너의 친구들한테 퍼뜨리겠다’는 식으로 협박을 하는 거예요. 오 년이든 십 년이든, 어떻게든 현재의 위치를 알아내서 연락을 해요. ‘네가 내 돈 안 갚고 튀어? 네 아이 돌잔치에 내가 찾아간다’ 이런 식이에요. 업주 측에서 사기로 경찰에 신고하는 경우도 많죠. ‘탕치기’라고 하는데, 돈을 안 갚고 사라졌다며 신고를 해요. 사기죄로 신고하면 경찰이 수소문해서 찾아줍니다. 사기피의자니까요. 이 세계에서 벗어나 이미 오래 전부터 전혀 다른 지역에서 한두 아이의 엄마로 살고 있다 해도, 어떻게든 알아내서 찾아옵니다. 불법으로 촬영해 놓았던 몰카(몰래 찍은 영상들) 문제는 언급할 필요도 없을 테고요.”

 

함께하겠다는 믿음이 가장 소중합니다

 

이룸은 다양한 방식을 통해 ‘현장의 그들’한테 다가간다. 집결지 중심이었던 초기 활동에서, 개별화 되어가는 산업형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가고 있다. 집결지의 실제 수요가 줄어든 면도 있지만, 산업형의 피해사례가 갈수록 증폭되고 있는 상황 때문이기도 하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그 일을 하는 게 아닌 상황으로 돌변해 버린다는 거죠.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한 유흥업소들은 전부 산업형 성매매업소예요. 거기서 횡행하고 있는 건 성형대출과 대부업체들과의 카르텔 그리고 업소들 내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성폭력사건들이 주를 이룹니다. 신변종업소들의 끊임없는 등장도 큰 문제예요. 저희가 기존의 업종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 상황과 계속 마주쳐야 한다는 거죠. 실제로 성구매자들이나 성매매 알선자들은 취약한 위치에 있는 여성들부터 탐색합니다. 그런 여성들을 착취하는 게 더 막대한 이익을 창출한다는 거죠. 그들의 레이더망에 걸리는 여성들은 사회적 자원이 거의 없는 여성들이 대부분인데, 그런 범주 안에 경계선 지능을 포함한 지적장애여성들이 적잖게 포함된다는 것 또한 저희들한테 커다란 화두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이룸의 활동가들은 절실한 마음 하나로, 세상을 향해 이 한마디를 던지고 싶다고 했다. ‘성매매여성’이라는 고정된 이미지만 간직한 채로, 그들에게 당연한 듯 내리치는 낙인찍기와 차별을 멈춰달라는 것이다. 특정한 이슈가 터질 때마다, 지레짐작으로 결론내리는 선입견부터 지양해 달라는 의견은 경청해야 할 대목이었다. 그런 움직임의 일환으로, 이룸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18년 초부터 시작한 그 기획의 명칭은 ‘불량언니작업장’이다. 불량언니라는 명칭 자체가 독특하다.

“집결지라는 좁은 세계 안에서 수십 년을 지내며 만들어진 그들만의 네트워크라는 게,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삶의 무게감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런데 내 옆에 있던 사람이 갑자기 사라지고, 내가 먹고 자던 공간이 하루아침에 철거되다 보니까 이 분들의 상실감은 정말 엄청났어요. 평생을 그 안에서만 보냈고 나이도 많아졌으니, 새로운 무언가의 일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막막한 입장이 된 거죠. 그냥 있을 수도 떠날 수도 없는 그 분들한테, 저희는 우리가 계속 옆에 같이 있겠다는 걸 확인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어요. 반상회라는 이름으로 밥을 같이 먹는 모임을 진행하며 대안을 모색하다가, 이 분들 스스로의 노동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들을 찾게 됐어요. 그게 불량언니작업장으로 탄생한 거죠. 사회가 원하고 요구하는 재활이 아니라, 우리만의 유대감을 계속 간직하며 우리의 속도대로 살아가겠다는 공간을 마련한 겁니다.”

불량언니들은 매주 이룸의 공간에 모여 앉아 다양한 제품들을 함께 만든다고 했다. 그들의 손길에서 태어난 손뜨개로 만든 수세미와 냄비받침, 텀블러 커버, 모자, 가방 등 다양한 생산품들이 눈에 띈다. 친환경 화장품도 만들고, 석고방향제와 예쁜 색상의 초들도 제작한다. 레몬을 직접 썰어 만든 레몬청도 한쪽 자리에 채워져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들은 이룸의 활동에 공감하고 동참하는 회원들과 이룸의 상근활동가들이 직접 판매에 나선다고 하니, 연대집회 같은 곳에서 이룸의 판매대를 발견한다면 넉넉하게 구입하는 것도 좋은 일이 될 것 같다. 그게 바로 불량언니들의 자립과 사회복귀를 위한 후원이자 응원이 될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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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발코니에 가득 쌓인 게, 바로 후원자들이 보내주는 뜨개실들이에요. 이것만 보고 있어도 마음이 든든해지죠. 액수가 크든 작든 간에, 성매매가 아닌 일로 돈을 버는 경험을 직접 한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봐요. 다른 일을 찾은 분들은 하나둘씩 떠나갔고, 여기 남으신 분들은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한 분들이기도 하죠. 이들을 돕는 게 바로 사회가 맡아야 할 책임 아닐까요? 이룸은 이 분들 곁에서 끝까지 함께 있겠다는 믿음을 전해드릴 겁니다. <함께걸음>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리고 싶어요. 여러분의 격려 하나하나가, 저희들한테는 마음에 와 닿는 직접적인 힘으로 다가오니까요.”

작성자채지민 객원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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