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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진이, 남의 일이 아니네요

오사카에서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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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4일 저녁 9시 반, 전날에 실시된 한국 총선거 결과에 대한 보도가 궁금해서 텔레비전 뉴스를 보고 있었어요. 이제 슬슬 한국의 총선 결과에 대한 뉴스가 나올 텐데 그럴 즈음, 갑자기 뉴스 화면이 바뀌더니 캐스터가 경직된 목소리로 [긴급 지진속보입니다. 구마모토 지역에 강한 지진이 발생한다는 속보입니다. 인근지역의 여러분께서는 신변의 안전을 취해주십시오.] 한 십 여 초 지났을까. 화면에 비춰진 구마모토 시내의 모습이 마구 흔들리며 강한 지진의 순간이 실황으로 중계 됐습니다. 그 때부터 모든 방송국 채널은 긴급지진 뉴스로 바뀌고 깊은 불안과 긴장감에 쌓여 하룻밤을 보냈죠. 다음날 아침 진도 7이라는 강진이었지만, 일단은 예상보다 피해가 크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오더군요.
 

그렇게 목요일 밤 지진 뉴스로 한국 정계를 흔들었던 총선 뉴스가 날아가 버리기는 했지만 여야의 판도가 역전됐으니까 약간은 새로운 변화를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역시 한국의 민중은 민주주의를 쟁취해낸 경험을 잊지 않았구나 싶어 한숨 놓였지요. 그런데 이게 웬걸! 한숨 돌리는 것도 잠깐, 16일 새벽 1시 반경, 더 강한 지진이 구마모토 지역을 흔들었고, 그로부터 일주일간 진도 4가 넘는 지진만 해도 80여 차례, 약한 지진까지 합하면 750여 차례라는 관측기록을 깨는 엄청난 지진이 연이어 계속되는 상황이라고합니다. 텔레비전에서는 인명, 가옥피해, 실종자의 구조현황,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피난민들의 고충, 식량, 생활에 대한 지원현황, 지역의 전기/수도/가스 복구, 도로/철도 복구 현황 등 지진관련 뉴스들로 메워지고 있습니다. 지진전문가들은 일단 본진이라고 일컫는 진도7의 강진은 지나갔고, 이후 여진이 이어지고 있으며 점차 진정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지만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48명, 실종자가 2명, 부상자가 1,000여 명, 그리고 10만여 명이 학교 등 공공시설에서 피난생활을 보내고 있는 현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 나가야 할지는 난감할 따름일 거예요.
 

5년 전 동북대지진을 겪은 지 얼마 안 돼 이렇게 큰 지진을 겪게 되다니, 당사자가 아닌 저도 이렇게 불안한데 재해를 당한 이재민들은 오죽할까요. 그런데 이럴 때 낙담만 하고 있어서야 안 되겠죠. 일본 사람들은 지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훈련돼 있는 것 같아요. 당사자들이야 앞이 캄캄하고 불안에 휩싸여 정신이 없겠지만, 정부와 자치체는 이 난국을 뚫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발 빠르게 순서를 생각하고 대처합니다. 피난처 현장에서는 행정뿐만 아니라 시민단체나 봉사자들의 지원이 이어지고요. 그 지원의 손길이 지진으로 인해 가족과 집을 잃고, 앞으로의 생활은 물론 당장 오늘 하루 살아가기에도 막막한 이재민 모두에게 빠짐없이 닿기를 바라는 건 물론이지만, 그 중에서도 합리적인 배려를 잊어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습니다. 바로 재난을 당한 장애인들! 일상적으로도 어려움이 많은 장애인들이 지진을 당했을 때 겪는 고충이 어떨지는 짐작하고도 남죠.. 간신히 피난은 했지만 심신이 지칠 대로 지친 가운데 피난처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칠지도 모른다는 염려까지 겹쳐 기본적인 생리문제조차 참으면서 지내야 하는 안타까운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지진을 비롯한 자연재해가 많은 일본, 특히 1995년의 한신대지진을 경험한 장애인과 지원자들은 자연재해를 당했을 때 장애인을 지원할 수 있는 네트워크 만들어야겠다고 절감했고, NPO를 만들어 꾸준한 홍보교육과 기금조성 사업을 벌여 왔습니다. 지난 동북대지진 때는 경험을 살려 장애 이재민들을 돕기 위해 장애인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정보제공, 피난루트나 피난처에서의 편의시설 설치, 재해 복구를 위한 지원활동을 벌였고, 그런 NPO활동이 본보기가 돼 자치체에서 재해약자 피난메뉴얼을 마련하고 [재해약자를 위한 복지피난처]를 설치하도록 이끌어냈다고 합니다. 이번 구마모토 지진 때 [복지피난처]가 그 설치와 운용에는 많은 과제가 있다는 것이 드러나기는 했지만 일단 몇 군데 문을 열었다고 해요. 부분적이기는 하지만 정부도 장애인과 임산부, 고령자가 호텔이나 여관 등을 피난처로 이용할 수 있도록 예산을 배치한다고 하고요. 현재 연구소와도 친분이 있는 구마모토학원대학에서는 장애인과 고령자 40여명에게 피난처를 제공하고 있고, 장애인들을 위한 활동보조인 봉사자를 모집하고 있다고 합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두 차례 덮친 강진에 연이어지는 여진, 얼마나 큰 불안과 피로에 쌓여 있을지 백분의 일이나마 감히 짐작이 됩니다. 오늘은 많은 비까지 내리고 있으니 더 가슴이 아프네요. 여러분, 힘내십시오!

작성자글. 변미양/지체장애인, 일본 오사카에 거주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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