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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장애인 소설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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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천작가 /김근우 작가 /고 김옥진 시인

장애인문학의 배경

1980년대 신문 등 언론 매체를 통해 장애인이 책을 출간했다는 소식이 간간히 소개됐다. 장애가 심해서 정규 교육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는 강동석 씨가 장편 소설을 썼다든지, 고등학교 2학년 때 추락 사고로 전신마비 장애를 갖게 된 김옥진 씨가 <산골소녀 옥진이 시집>을 출간한 것은 큰 화제가 됐었다. 그밖에도 뇌성마비 소설가 김재찬 씨가 『문학정신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됐고, 김래성 추리문학상 수상자 이승영 씨가 근육병 장애인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장애인의 문학 활동의 가능성을 열어줬다.

장애인문학이란 것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1990년 12월 7일 한국장애인문인협회가 창립되면서부터이고 1991년 봄 장애인문학을 표방한 『솟대문학』이 창간되면서 장애인문학이 공식적으로 탄생했고, 『솟대문학』 100호 발간으로 장애인문학이란 장르가 형성됐다.

장애인문학 발전은 장애인문학 도서의 양적 확대에서도 잘 나타난다. 1993년 『솟대문학』 통권 9호에 장애문인이 출간한 작품 분석을 보면 솟대문학에서 수집한 장애인도서가 130권이었는데 2015년 12월 국립중앙도서관에 필자가 기증한 장애인문학도서가 1천5백여 권에 이르는 것을 보면 장애문인의 작품 활동이 매우 활발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도서를 통한 데뷔 이외에 문학상을 통한 등단도 활발해 『솟대문학』 100호에 따르면 솟대문학에서 제정한 구상솟대문학상으로 배출된 작가는 160명이고,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은 371명, 신춘문예 12명, 기타 104명으로 장애문인의 집단이 형성됐다.

그런데 장애인문학은 2015년 겨울 두 가지 비극적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경제적인 문제로『솟대문학』이 100호로 종간이 됐고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미술대전도 주최 기관에서 사업 종료를 결정했다.

1988년 서울장애인올림픽대회 잉여금 50억 원과 서울올림픽대회 잉여금에서 50억 원을 기부 받아 100억 원으로 1989년 5월에 공식 출범한 재단법인 한국장애인복지체육회(현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목적 사업에 장애인문화예술진흥사업을 넣고 1990년부터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미술대전(당시 곰두리문학상. 미술대전)을 실시하기 시작한 것인데 2015년 25회로 끝이 난 것이다.

장애인복지계를 대표하고 있는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장애인문화예술사업을 삭제한 것은 장애인복지의 한계를 드러낸 결과이다.

 

장애인 소설가와 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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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 자료인 장애인문학도서 색인(국립중앙도서관, 2015)에 소설 부문은 전체 1,423권 가운데 164권인데 여기에는 장편동화가 포함돼 있고 순수소설은 100여권에 지나지 않는다. 장애인 소설 작품은 수적으로도 적지만 작가 층도 얇다. 164권이 45명의 작가에 의해 집필된 것이고 보면 1명의 작가가 평균 3.6권을 쓴 것이 된다.

소설로 구상솟대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는 7명으로 비중이 매우 적었고,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은 공모에 중편과 단편 소설 부문이 있기 때문에 25년 동안 83명의 소설가가 당선됐지만 응모 수에서 보면 2015년의 경우 총 응모작 317편 가운데 소설은 22편으로 7%에 지나지 않는다. 일반 공모에서도 이 현상은 그대로 나타난다. 신춘문예나 문예지를 통해 데뷔한 장애문인 가운데 소설가는 17명 뿐이다.

장애문인이 소설로 공모를 통해 등단한 경우는 그야말로 바늘 구멍에 낙타가 들어갈 정도로 힘들다. 하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 2015년 세계일보에서 주최하는 1억 원 고료 세계문학상에서 대상을 차지한 김근우 씨는 양 목발을 사용하는 지체장애인이다. 당선작 <고양이를 잡아먹는 오리>는 심사위원들로부터 극찬을 받은 수작이다.

100여명에 불과한 장애인 소설가들이지만 알차게 작품 활동을 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어서 장애인소설의 가능성이 엿보인다.

 

한국에서 장애인이 소설 쓰기란

장애인 소설가 가운데 장애인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는 작가는 서너 명에 불과하다. 따라서 장애인문학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소설이 장애인문학을 구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만약 100여명의 작가들이 장애인의 삶을 적극적으로 담아냈더라면 문학을 통해 장애인이 새롭게 인식되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여성문학이 여성의 지위 향상에 크게 기여했듯이 장애인문학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장애인 작가들은 여류 작가처럼 자신들의 이야기를 감추고 있다.

왜 장애인 작가들은 장애인 이야기를 쓰지 않는 것일까? 그것은 장애인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외면당하기 때문이다. 작가가 창작 활동을 하는 이유는 좋은 작품으로 평가받고,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싶어서인데 장애인 이야기를 쓰면 독자들은 재미없다 하고, 평론가들은 장애인작가는 소재가 빈약하다고 하기에 작가 스스로 장애인 이야기를 기피하고 있는 것이다.

소설은 작가가 아무리 열심히 집필을 해도 출판사에서 책으로 만들어줘야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작가들은 출판사 구미에 맞는 작품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작가가 소신을 갖고 장애인 문제를 다룬 작품을 완성한다 해도 출간되지 못해 사장되고, 어렵게 책으로 출간이 된다 해도 소자본 출판사인 경우는 홍보 부족으로 독자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폐기 처분되는 현실 속에서 장애인문학은 경쟁력을 잃고 소외되고 있다.

거대 출판사가 자본을 앞세워 조직적으로 홍보 및 판촉을 실시해 문학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문화 권력 속에서 장애인이 소설을 쓴다는 것은 고통과 좌절 그 자체이다.

 

우리도 변해야 한다.

한국문학이 죽었다는 자조의 목소리 속에서도 연봉 2억짜리 작가들이 속출하고 있다. 웹소설 시장은 네이버, 다음카카오 등 포털이 뛰어들면서 2014년 200억 원에서 2015년 400억 원으로 규모가 빠르게 성장했다. 뻔한 소재와 선정적인 내용 등 질 낮은 문학이 판친다는 우려 속에서 오락으로써의 서사가 재조명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가는 것이 발전이다. 스마트폰 시대에 종이 책만 고집할 수는 없다. 이 시대에 맞는 문학이 웹소설이라는 사실은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그 분야에 대한 공부를 하며 준비를 해야 한다.

장애인문학은 그런 변화에 민감하지 못했다는 반성을 하게 된다. 내가 좋아서 문학을 쥐고 있을 뿐 시선을 밖으로 돌리지 못했다. 바깥세상은 항상 장애인에게 친절하지 않기 때문에 낯선 사람들 틈에서 새로운 정보를 입수해 함께 도모해나가는 일이 절벽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하지만 세상의 변화에 따라 장애인 소설가들도 변화해야 한다는 마음자세와 도전 정신이 필요하다. 장애인 소설가가 변해야 장애인문학을 너머 문학으로 인정받으며 대중적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다.

 

앞으로의 장애인 소설

소설은 사람의 이야기이다. 이 세상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세계인구 수만큼의 이야기가 있다. 따라서 소설의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그 다양한 소재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장애인이다. 지금까지 장애인 소재의 소설 즉 장애인 소설이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펜을 멈춰선 안 된다.

언제까지 장애인 인식 탓만 할 수는 없다. 장애인 인식을 장애인소설이 바꿔야 한다. 한편의 소설이 국민의 마음을 움직여 세상을 바꾼 사례가 있다. 바로 <톰 아저씨의 오두막집>이다.

톰 아저씨의 오두막(Uncle Tom's Cabin)은 미국의 작가인 해리엇 비처 스토가 1852년에 발표한 소설이다.《National Era》라는 잡지에 처음으로 연재됐던 그녀의 첫 장편 소설인데 1850년에 발표된 ‘도망 노예 단속 법안’에 대한 반발로 쓰였다.

줄거리는 이렇다. 19세기 중엽 미국 중부에 있는 켄터키 주에서 큰 농장을 경영하는 셀비집의 몸집이 큰 흑인 노예 톰은 마음씨 좋은 주인 덕분에 통나무집에서 아내와 세 아이들과 함께 평온하게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주인이 사업에 실패하는 바람에 톰은 노예상인에게 팔려가게 됐다. 남부는 노예를 죽일 정도로 혹사시키기 때문에 톰 가족은 큰 위기를 맞이했다. 셀비의 아들 조지가 돈을 벌어 톰을 구해주기 위해 찾아가지만 톰은 죽고 만다. 톰의 비참한 생활을 본 조지가 자기 집 노예를 모두 풀어주는 것으로 대미를 장식하는 소설인데, 이 <톰 아저씨의 오두막집>이 노예해방의 위업을 이뤘다고 평가받고 있다. 1863년 1월 1일 노예해방을 정식으로 선포한 링컨대통령은 백악관 파티에 참석한 해리엇 비처 스토 여사에게 “당신의 작은 펜대가 노예를 해방시켰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로 <톰 아저씨의 오두막집>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해리엇이 노예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비가 몹시 내리던 날 밤 한 흑인 소녀가 해리엇의 집으로 숨어들어온 사건이 있은 후였다. 그 소녀는 도망가던 노예 부부가 추격자들에게 붙잡혀가면서 딸을 구하기 위해 그녀의 집에 밀어 넣었던 것인데 해리엇은 그녀를 자기 집에 머물게 하면서 보살펴줬다. 그런데 소녀의 입에서 나온 노예의 삶이 너무나 처참했다. 해리엇은 그 실상을 알아보기 위해 직접 취재를 했고 그 내용을 소설 형식으로 집필한 것이 <톰 아저씨의 오두막집>이다.

우리 사회의 마지막 해방인 소수자의 해방 그 가운데 장애 해방을 위해서는 장애인소설이 필요하다. 그 소설을 가장 잘 쓸 수 있는 작가는 장애인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살아가고 있는 장애인 소설가이다. 사명감을 갖고 장애인소설에 도전하는 장애인 작가가 많아지면 장애 해방은 그 어떤 해방보다 쉽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작성자방귀희 숭실사이버대학교 문예창작과 초빙교수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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