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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장애인 소설가 생애 연구

장애와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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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력 없는 장애인 소설가

지난번 ‘한국의 장애인 소설 쓰기’에서 장애인 소설가의 실태와 한국에서 장애인이 소설 쓰기에 대해 살펴봤다. 장애인 소설가의 실태를 통해 작가층이 얇고 따라서 작품의 수도 200여 권 이하로 수적으로도 빈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실태 속에서 장애인 소설가들은 작품 출간이 어렵고, 책이 나온다 해도 독자들에게 외면당하고 전문가인 평론가들도 장애인 소설가의 작품 평가를 기피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장애인 소설가는 경쟁력이 없다. 경쟁력이 없는 장애인 소설가는 왜 소설가의 길을 걷고 있으며, 그들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고, 앞으로 이 경쟁력은 도저히 살아나지 않을 것인지 탐색해보고자 한다

 

장애인 소설가는 누구인가?

본 연구의 참여자는 10명이다. 우리나라 장애문인 가운데 소설을 쓸 수 있는 작가는 100여 명 정도(2016, 방귀희)라고 하였듯이, 장애인 소설가가 수적으로 적은 상태에서 문인의 가장 권위 있는 등용문인 신춘문예와 문학잡지 문학상 당선자를 연구 대상 범위로 설정하자 참여자 범위가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 문학상을 수상했다 하더라도 단 한 번의 수상으로 한국의 장애인 소설가를 분석하는 것은 연구의 목적에 맞지 않기에 10년 이상의 창작 발표 활동을 기준으로 했고, 신문연재나 방송집필도 문학상 수상 이상의 의미가 있기 때문에 연구 대상 범위에 포함시켜 연구 참여자 10명을 선정했다.

연구방법은 연구 참여자를 직접 면접한 것이 아니고, 25년 동안 솟대문학 100호를 발간하며직접 만났거나 전화로 오랜 시간 소통하며 모은 자료를 통해 진행됐다. 연구 참여자의 인구사회학적 특징을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소설을 남성이 더 잘 쓰기 때문일까? 절대로 그렇지 않다. 여성장애인은 남성장애인에 비해 사회에서는 물론, 가정 내에서도 뭔가를 할 수 있는 상황을 갖지 못할 정도로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 중증장애인이 압도적으로 많다.

보장구를 사용하지 않고 크게 표시나지 않게 걸을 수 있는 사람은 주영숙뿐으로, 나머지 9명은 모두 중증장애인이다. 그 이유는 장애가 심해서 사회 활동이 어려운 상태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선택한 것이 문학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학은 그들의 마지막 생명줄인 것이다.

● 모두가 지체장애인이다.

공교롭게도 장애인 소설가 모두 지체장애인인 것은 지체장애인 수가 전체 장애인의 60%를 차지할 만큼 수적으로 많은 것도 이유가 되겠으나, 그보다는 시각장애나 청각장애는 장애 특성 상 작품을 구상하고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 작품 활동으로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작품 활동이 경제활동이 되는 작가는 고정욱, 김환철 단 2명에 불과하다. 활동을 중단했다고 볼 수 있는 작가도 6명이나 된다. 장애인 소설가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이 경제 활동인데, 앞으로 개선될 것이란 기대를 할 수 없는 것은 연구 참여자의 평균 연령이 57세로 고령화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작가 연령층이 높다는 것은 이 분야가 경제 활동을 담보해주지 못해 젊은

층에게 희망을 주지 못해서이다. 연구 참여자의 학력은 학사가 2명, 박사가 2명으로 40%가 작가로서의 준비를 충실히 했고, 그 장르도 순수소설 외에 추리, 무협, 희곡, 아동문학 등 다양성을 보이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특성이다.

 

장애인 소설가의 생애사

연구 참여자 10명의 생애사를 문학적 측면에서 요약해 장애인 소설가의 삶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한국추리문학의 신예’ 강종필

강종필은 소아마비로 휠체어를 사용하는 중증의 장애를 갖고 있었고, 전라북도 무주라는 시골환경은 그에게 정규 교육의 기회를 주지 못해 독학으로 공부를 했다. 그가 공부하는 방식은 독서였다. 독서는 그를 문학으로 인도했다. 그래서 강종필은 27세에 199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황금의 잔>이 당선돼 문학성을 인정받았고, 1993년에는 「도시의 유혹」으로 제9회 한국추리문학 신예상을 수상해 주목을 받게 된다.

 

‘아동 베스트셀러 작가’ 고정욱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앓은 고정욱은 그 후유증으로 1급 지체장애 판정을 받았다. 그의 작품에 장애인이 자주 등장하는데, 그것은 자신과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요 소재로 삼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 학보사에서 만화기자로 활동하면서 소설과 평론을 교내 현상공모에 출품, 당선돼 문학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 결과 1992년 대학원 박사과정 수학 중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선험>이라는 단편소설이 당선되며 등단했다.

MBC-TV 프로그램 ‘느낌표!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코너에 「가방 들어주는 아이」가 선정되면서부터 대한민국 최정상급 아동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만, 그는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독자가 원하는 이야깃거리를 다양한 형식으로 보여주려 애쓰고 있다. 동시에 장애를 소재로 한 작품을 통해, 자신의 장애인식개선의 신념을 어린이들에게 널리 전파하고 있다.

 

‘철도 공무원에서 소설가로’ 김금철

1973년 철도청 소속 공무원으로 철야근무 중 사고를 당한 김금철은 열아홉의 나이에 목뼈 5경추 골절로 전신마비 장애를 입었다. 전기사무소에 근무했던 경험을 소재로 쓴 작품 <선로사고>로 1989년 동양문학상 신인상을 받았고, 1991년 동양문학상 본상을 받아 소설가로 등단한 후 「허기와 성」, 「그대, 소망하는 것이라면」, 「키 작은 미국인」, 「여자가 없는 나라」 등의 단행본을 발간했지만 책이 대중에게 알려지지는 않았다. 대구 달성군 집에서 누워서 생활하는 그는, 현재도 작품에 대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글쓰기 교사 소설가’ 김미선

김미선은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소아마비로 목발을 사용하게 됐다. 어릴 때부터 인간의 근원적인 고통과 차별에 민감했던 그녀는 아이들의 아픔을 쓸어주고 기다릴 줄 아는 국어교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고,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해 교사가 되기 위한 준비를 열심히 했다. 1994년에 『동서문학』 소설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을 한 그녀는 동네 공부방에서 글쓰기 자원교사를 하며, 작품 활동에 매진 중이다. 작품으로는 『창작과 비평』에 발표된 <눈이 내리네> 외 단행본 「그녀가 사는 세상」, 「유일한에게 배우는 나눔」, 「눈이 내리네」, 「버스 드라이버」가 있는데, 이중 「버스 드라이버」는 2013년 상반기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된 작품이다.

 

‘온・오프라인 소설가’ 김재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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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찬은 1957년 충남 공주에서 태어난 소설가이다. 1987년 월간『문학정신』 창간기념 장편소설 공모에 <비어 있는 오후>가 당선된 김재찬이 뇌성마비 장애로 온몸을 비틀며 어눌한 발음으로 수상 소감을 밝히는 모습은 그 당시로서는 충격이었다. 199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사막의 꿈>이 당선돼 소설가로 입지를 굳혔다. 주요 작품으로 <비어 있는 오후> <지붕 위의 호수>, <處容의 暗號:처용의 암호>, <夢幻(몽환)의 하루>, <붉은섬>, <벽화 속으로 가다>, <바람이 있는 풍경> <지난 삶에의 추억은 묻지 마라>이 있으며, 「마침내, 다 이루었다」,「남자는 어떻게 사랑을 하는가」,「황홀한 모독」 등 다수 장편소설이 전자책으로 출간돼 디지털 공간에서도 독자와 함께 하고 있다. 1997년 심훈문학상을 수상했다

 

‘정통 무협의 대가’ 김환철

김환철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척수염으로 수술을 받은 후 하반신마비 장애를 갖게 됐다. 지금 같으면 의료사고로 인정을 받을 수 있지만, 50여 년 전에는 개인의 운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두 다리로 뛰어다니던 아이가 갑자기 꼼짝도 할 수 없게 되자, 만화책에 빠져 살았고 청년기에는 무협지에 탐닉하며 작가의 꿈을 키웠다. 그는 필명 금강(金剛)으로 1981년 무협소설 「금검경혼」으로 입문한 후, 1983년 당시 금기시 되던 황궁을 배경으로 한 「절대지존」을 발표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다.

이후 수백 권의 작품을 발표했는데, 2016년 본격무협 소설 「소림사」를 완결해 정통무협의 대가로 자리를 굳혔다. 현재 영화, 드라마, 출간, 번역 작업을 중국과 함께 하고 있으며, 게임 제작을 위한 협업이 진행 중에 있다.

 

‘제6회 솟대문학상 신인상’ 우창수

어려서부터 시와 작문에 남다른 소질이 있었던 우창수는 자신이 작품을 쓸 때마다 학급게시판에 붙여주시던 선생님 덕분에 자신감이 생겼다. 4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신생아 황달이 심했는데, 그 황달로 뇌성마비장애를 갖게 됐다. 그는 『솟대문학』에서 시와 희곡 2개 부문에서 추천완료를 받을 정도로 창작에 몰두해, 1996년에 제6회 솟대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했다. 우창수는 소설에도 도전해 단편 소설 <장자전>, <대곤대붕>, <쥐약> 등이 있다.

 

‘탁월한 표현력과 깊이 있는 관찰’ 이용석

이용석은 지체장애로 외부 활동이 많지 않았다. 그는 혼자 있는 시간은 주로 책을 읽었는데 20대 초반부터 독학으로 소설 공부를 해, 20대 후반인 1995년 중편소설 <잠 없는 꿈>이 『작가세계』 신인작가상 최종심에 올랐고, 1997년 단편소설 <살아 있는 偶像(우상)>이 경향신문 신춘문예 예선을 통과했다. 이후 199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이소정이란 필명으로 응모해 <바리데기꽃>이 최종심에서 논의됐다.‘탁월한 표현력과 깊이 있는 관찰로 높이 살 수 있는 작품이었지만, 소설의 주제나 기법이 너무 전통적이라는’이유로 낙선됐다. 그러나 같은 작품으로 1998년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소설 부문에 당선됐으며, 이듬해인 1999년 비로소 『월간문학』 신인상에 <지붕 위로 오른 닭>이 당선돼 문단에 등단했다

 

‘한국미스터리클럽 추리문학 독자상’ 이승영

이승영은 강원도 화천에서 출생했는데, 근육이 점점 마비되는 진행성 질병인 근육병으로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책을 통해 혼자서 공부를 했다. 그는 추리소설을 흥미롭게 읽으며 습작을 했으며, 그의 나이 28세이던 1991년 장편추리소설「미스코리아 살인사건」이 제2회 김내성 추리문학상에 당선되는 결실을 맺었다. 이 소설은 한국미스터리클럽 선정 제1회 추리문학 독자상을 그에게 안겨줬다.

 

‘만학도 소설가’ 주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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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숙은 남해 섬 거제도에서 태어났다. 세 살 때 앓은 소아마비로 오른쪽 다리가 가느다란 데다, 발뒤꿈치가 바닥에 닿지 않아 발끝으로만 걷는다. 그녀는 수줍음이 많은 문학소녀였다.

자신의 작품을 평가받고 상금도 받을 수 있는 문학상 공모에 응모해서 상도 받고, 책도 출간했지만 제대로 공부하고 싶은 문학적 갈증으로 1999년 경기대학교 문창과에 입학을 하게 되니, 30줄 늦깎이 만학도의 길을 걷게 됐다. 이후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2009년 경기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장편 소설로「내일은 죽을 수 없는 女子」, 「날개 없는 영혼」, 「작은 巨人(거인)의 딸」, 「女子는 몇 번 사랑하는가 上, 下」, 「나쁜 그림」, 「순간」, 「작품으로 읽는 연암박지원 소설편」, 「황진이 돌아오다」 등이 있다.

 

개인적・사회적 요소에 가로막힌 소설가들

장애예술인의 창작활동 경험에 관한 연구(2013,방귀희)에서 창작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저해 요인을 제시했는데, 장애인 소설가의 경우도 그대로 적용된다. 장애인 소설가가 창작 활동을하는 데 저해되는 요인은 크게 개인적 요소와 사회적 요소로 나눠진다.

개인적 요소는 신체적 장애가 창작을 하는 데 제한 조건이 된다는 것이다. 소설은 다양한 경험을 요구하고 많은 정보를 필요로 하는데, 장애가 경험과 정보 수집에 어려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생활이 불안정한 것도 창작 활동에 저해 요소가 되는데, 이 경제 문제는 개인적 요소라기보다 장애인의 고질적 문제로 사회적 요소로도 포함이 된다. 사회적 요소에는 5개 요인이 있는데, 먼저 장애인 소설가는 작품 발표에 제약이 있어서 발표 기회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사회적 장벽과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시각으로 작가로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 소설가들은 독자들이 작가가 장애인이라고 차별을 하거나 무관심하거나 아예 일반 작가와 별도 취급을 하고 있다며, 사회적 낮은 평가를 어려움이라고 토로했다. 장애인예술에 대한 제도미비로 창작활동을 지원해주는 서비스가 부재하고 집필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 집필에 몰두할 수 없는 것 또한 저해 요인이라고 하며, 끝으로 장애인 소설가와 비장애인 소설가가 통합하는 데 환경적, 인식적 제약이 있어 주류 문단에 편입하지 못해 문학 유랑하고 있다.

 

장애인 소설가 경쟁력을 위한 세 가지 제안

장애인 소설가들이 소설을 쓰게 된 계기는 본질적으로 문학적 기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증장애라는 환경이 소설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기질과 열정을 갖춘 장애인 소설가이기에 그 어느 작가보다 창작 조건은 좋다. 그런데 왜 장애인 소설가는 문학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는 것일까. 그 요인은 장애인 소설가 창작활동 저해 요인 7개 요소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개인적 요인 2개 요소인 신체적 문제와 경제적 문제에서 신체적 문제는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고, 경제적 문제는 사회적 요소에 포함이 돼야 한다고 판단했기에 장애인 소설가의 창작 활동 6개 저해요소를 해결해주면 세 번째 연구 질문인 앞으로 장애인 소설가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방안이 되는데, 그를 위해 세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작품 발표의 기회를 확대시켜야 한다. 인맥 위주로 형성된 문학 권력의 틀을 깨고 응모를 통해 정당한 심사를 거쳐 게재 작품이 선정돼야 한다. 장애인 소설가 작품 기획, 출판, 홍보, 영화, 드라마, 게임 등 일연의 과정을 관리해주는 작품매니저가 요구된다.

둘째,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 작가가 장애인이라고 하면 작품까지 낮게 평가하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버리고 작품으로 평가를 해야 한다. 그리고 소설계에서 장애인 소설가들이 함께 활동할 수 있는 통합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셋째, 창작 활동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장애인 소설가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는 창작 활동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창작지원금제도, 장애인 소설가의 작업 환경을 개선해주기 위한 집필실 마련과 전문 활동보조인 배치가 요구된다.

작성자글. 방귀희 /숭실사이버대학교 방송문예창작과 초빙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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