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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촛불을 드는 이유는

촛불집회 속 장애인

본문

장애 또는 장애인이라는 표현을 굳이 거론할 필요가 없다. 모두가 국민이다. 똑같은 이 땅의 주권자로서 느끼는 분노의 감정을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일그러진 아니, 처참히 무너져버린 대한민국의 실상을 마주하면서 국민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봤다. 수천, 수백만의 의견이 담겨야 마땅하지만, 일단 시작점은 촛불이 횃불로 전이되기 전의 시점으로만 정리를 한다. 앞으로 어떤 의견이 <함께걸음> 이 지면에 폭발하게 될지는 예고편 아닌 모두의 기대치로 대신하고자 한다.

 

이정훈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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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는 늘 여러 가지 이슈로 인해 촛불이 등장하는 집회들이 많았다. 그런데 이번의 촛불은 국정과 관련된 문제라는 거다. 나는 대통령을 늘 ‘박근혜 씨’라고 불렀기에, 그대로 호칭하고자 한다. 이건 박근혜 씨의 국정농단이다. 단순하게 ‘어떤 돈을 얼마만큼 해먹었느냐’의 의미가 아니라, 공적으로 쓰여야 할 재정과 권력을 ‘왜 사유화했느냐?’라는 게 핵심이다. 국가가 정말로 신경 써야 하고 책임져야 할 복지에 대해선 전혀 무관심했다는 거, 그게 장애당사자들의 권익을 책임진 입장에선 더욱 더 분노하게 되는 이유가 된다. 복지는 국가가 장애인들이나 가난한 사람들에게 베푸는 단순한 시혜나 동정이 아니다. 그건 국가가 시행해야 할 당연한 의무라는 것이다. 그 당위성의 의무가 집권층의 농단에 의해 무참하게 박탈당했다. 이런 시대에 촛불은 당연히 들 수밖에 없는 생존권에 대한 최후의 절규가 아닐 수 없다.

그의 아버지가 6,70년대 외쳤던, ‘일단 더 많이 벌자. 그 다음에 나누어주겠다.’던 그 논리와, ‘우리가 지금은 한 목소리를 낼 때니까 작은 목소리들은 조금 더 덮어두자.’라고 하는 그 딸의 주장, 나는 이 논리적 차이가 솔직히 뭔지를모르겠다. 소수자 운동은 소수자들이 느끼는 억압과 차별들이 더 극명하게 드러나면, 소수가 아닌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명확한 의견들로 밝혀지는 게 확실하다. 그런데 오히려 몇몇 큰 목소리를 위해 절대다수의 작은 목소리들을 잠재우려 하는 박근혜 씨의 논리는 아버지 박정희와 뭐가 다를까, 나는 이 대목에서 심각함을 느꼈다.

현재의 광장 분위기는 매우 좋다. 그런데 이렇게 현장에 늘 동참하면서도, 나는 일정한 부정적인 예감 같은 것 때문에 늘 걱정이 앞선다. 우리가 한 달이나 두 달 뒤에 이 바리케이드를 넘지 못한 거에 대한 후회가 있지는 않을까? 이 촛불이 잘 마무리돼서 박근혜 씨가 퇴진하면 그만이지만, 이렇게 계속 시간 끌기를 하면서 넘어가려 하는 게 문제로 남는다. 그 이후에 느껴야 할 우리의 무력감이랄까? 그건 ‘우리가 왜 그때 바리케이드를 넘지 못했을까?’라는 후회로 남겨질 것 같아 적잖은 걱정이 남겨지곤 한다.

 

주재우

노들장애인야학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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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촛불을 드는 이유는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이다. 국민이라면 이번 사태를 보면서, 가만히 있으면 안 되고 나와야 한다. 그게 진정한 대한민국 국민이 행동해야 할 책임과 의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 자리를 지키며 촛불을 밝힌다. 지금의 광장은 예전의 분위기와는 아주 많이 다르다. 훨씬 좋다. 예전에는 일정 부분 과열되고 과격해지는 부분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너무 편하고 질서가 잡혀 있다. 전 세계의 언론에서도 이런 집회 문화가 전무후무하다고 다들 평가하지 않는가. 그 대목에 나름의 자부심을 느끼고, 함께하는 모든 국민들이 자랑스럽다.

이런 촛불이 일과성의 결론을 얻는 걸로 끝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가난한 이들이 잘 사는 희망을 얻는 나라, 장애인들이 모두와 함께 동등한 권리를 누리는 나라, 그런 결실까지 얻을 수 있는 촛불의 운동이 돼야 한다. 더불어 진정으로 아쉬운 건 노인들을 존경할 수 있는 문화가 되면 좋겠다. 어르신은 어르신이라는 자체로 존경하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안 된다. 오늘도 (광화문역 장애인차별철폐농성장에 난입해 욕설과 기물파손을 일삼은) 박사모 같은 단체들을 보면서, 존경이 아닌 지탄을 받아야 할 대상이 되는 그들의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다. 매번 반복된다. 참으로 마음이 아픈 일이다.

 덧붙임 이 취재를 진행하는 동안, 기자도 카메라가 난데없이 발길질을 당하는 물리적인 폭행을 그들에게 당했다. 렌즈와 카메라가 파손되어 현재 법적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박준

문예일꾼, 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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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과 함께하는 건 당연하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 아닌가. 196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 아버지와 딸의 행적은 국민으로서 들을 만큼은 듣고 접하며 지내왔던 바 있다. 그런데 이젠 궁극적으로 자식을 키우는 아빠로서 도저히 참고 용인할 수 없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거다. 인정할 한도를 넘어서는 패악 질을 저질렀다. 이 정권 시작 당시부터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사건들이 반복됐나.

국정원 댓글사건부터 시작해서 용납할 수 없는 일들로 점철됐는데, 정권 앞에 바짝 엎드려 있는 언론이 국민의 모든 볼 권리와 알 권리를 차단해 왔다. 그 폐해가 곪아터져, 이렇게 전 세계적인 웃음거리로 대한민국을 만든 것이다.

‘연쇄 담화범’이라는 표현이 등장할 만큼 그런 비아냥거림을 국민들한테 들으면서도, 이걸 정면으로 돌파하려는 잔당들의 이 거침없음이 한편으로는 좀 무섭게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권력 핵심부에 도사린 유신잔당들을 잡아내야 했는데, 결국 그 몇몇 잔당들이 국민이 누려야 할 모든 권리를 분탕질하고 있었다는 게 만천하에 밝혀지지 않았나. 나는 내 자식과 후손들 앞에 당연히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 이런 나라를 물려줄 수도 없다. 촛불을 든 이유는 너무나 많지만, 가장 큰 것은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한 촛불, 그 의미로 나는 광장에 동참하고 있다.

 

박명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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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도 박근혜 퇴진 촛불이 지금 계속 타오르고 있다. 11월에 열렸던 첫 집회 때부터 참가했는데, 당시엔 정말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다들 업무에 바쁘고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대구의 정서가 참 그렇긴 하다. 집권 새누리당에 대해 뭐라고 비판만 해도 종복이니 빨갱이니 하며 난도질을 당하던 지역정서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갈수록 촛불을 든 시민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솔직히 마음속으로는 ‘아, 정말 왜 이렇게 대구에는 생각 없는 분들만 계시는가. 왜 이렇게 모이지 못하는가. 이 현실을 바꿔야 할 게 너무나 많은데, 너무도 모르고 계시는 게 아닌가.’ 하는 답답한심정만 안고 있었다. 그런데 촛불로 모이는 분들이 놀랄 만큼 늘어나는 걸 보면서, 나는 내 생각을 바꾸고 반성하게 됐다. ‘아, 아니었구나. 말을 하고 싶어도 안 하며 참고 계셨구나.’ 그 느낌을 실감으로 얻게 되는 건 너무나 마음 뿌듯한 경험으로 남겨지게 됐다.

촛불을 손에 들면 정말 따뜻하다. 대구도 서울 못지않게 춥다. 그런데 촛불 하나의 따뜻함은 몸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껴진다. 그 촛불이 곁에 있는 사람들과 모이면, 그 온기가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세상으로 퍼져나가게 된다. 정말 아무것도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세상 때문에 시작된 일 아닌가. 촛불로 뭐가 바뀌겠는가 하며 회의적인 의견을 남기는 분들도 아직은 적지 않다. 하지만 그 보수적이라는 대구에서 촛불이 더 많은 이들의 손에 타오르고 있다는 건 진정한 용기가 아닐 수 없다. 이 온기가 대구를 따뜻하게 하고 대한민국을 따뜻하게 바꿔놓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믿는다.

 

김정

광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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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광주에서 광화문으로 왔다. 광주는 ‘민주화의 성지’라는 표현을 많이 쓰지 않는가. 나는 그걸 눈으로 직접 체험하고 있다. 매주 주말마다 몇 만의 시민들이 모이는 참여의 규모에 놀라고, 심지어 촛불 아닌 횃불을 들고 나타나는 시민들을 보면서, ‘민주화의 성지’라는 실감을 직접 느끼게 만드는 분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뭉클함을 매번 접하게 된다.

민중총궐기대회라고 했던 지난 11월 12일에도 광화문으로 왔다. 1백만의 참가자 중 하나가 되고 싶어서 개인적으로 왔던 것이다. 동참의 이유는 분노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부터 장애인들에게 사용돼야 할 복지예산이 급격하게 삭감되고 후퇴했다. 그런데 우리 같은 국민이 누려야 할 복지예산은 모두 삭감하면서, 비선실세라는 일당의 부귀영화를 위해 그 예산들이 전용됐다는 사실에 분노할 수밖에 없다. 국민에게 돌아가야 할 공적자금들이 착취당한 게 아닌가. 당연히 분노의 촛불을 들어야 한다. 진짜로 마음 같아선 청와대에 찾아가 그 당사자와 직접 얘기하고 싶다는 심정이다.

광장에선 하야를 요구하는데, 하야는 절대 안 된다. 당장 퇴진해야 한다. 무조건 쫓아내는 걸로 결론이 나야 한다. 대통령 자격도 없는 사람이 이만큼 전횡을 저질렀는데, 하야를 통해 연금을 보장 받고 예우를 받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국민에게 했던 약속을 다 포기했던 인물은 무조건 탄핵과 퇴진으로 결론을 내야 한다. 날씨도 매섭게 추운데, 함께하는 모두 건강을 잘 챙겨가면서 아프지 않고 끝까지 싸워나가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함께하면 힘이 난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 건강을 최우선으로 신경 쓰며 함께하기를 기대한다

 

작성자글과 사진. 채지민 객원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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