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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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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요즘 ‘촛불혁명’ 이후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국정농단의 주역들을 감옥으로 보냈고, 시민들에 의해 완성된 새로운 정부를 탄생시켰습니다. 많은 것들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시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조항이 실제로 살아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시대를 증언하는 영화(‘택시운전사’, ‘1987’)들이 인기를 얻고 있으며, 독재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사회 전반의 폭력에 대한 고발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오늘 말씀드릴 영화는 ‘독재’를 우상화한 나라에서 벌어진 ‘혼란’과 ‘환상’을 보여줍니다. 이란의 대표적인 감독 모흐센 마흐말바프의 ‘어느 독재자(The President, 2014)’입니다.

 

자신의 만행과 마주하는 독재자

여기 빛의 도시가 있습니다. 거리에는 독재자의 사진이 걸려있고,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빛이 어둠으로 바뀌는 어느 알려지지 않은 나라의 잔혹한 독재자가 있습니다. 어느 날 손자와 함께 자신의 권력을 장난감처럼 다루는 순간, 더 이상 명령이 작동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독재에 항거하는 사람들에 의해 혁명이 일어난 것입니다. 이제 그의 사진에는 가위표가 그려지고, 그는 현상금이 걸린 수배자 신세로 전락합니다. 영화는 성난 군중들에 의해 쫓기는 독재자와 손자의 로드 무비로 전환됩니다. 다섯 살 그의 손자는 혁명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하지만, 사람들이 자신과 할아버지를 죽이려 한다는 것은 느끼고 있지요. 거리의 악사로 위장한 독재자와 손자는 혼란에 휩싸인 군중들로부터 자신이 저지른 만행을 듣게 됩니다. 수많은 사람들을 굶주리게 했고, 자신의 부귀영화에만 몰두했으며, 테러를 저지른 사람들을 무수하게 잡아가 고문하기도 했지요. 시골의 이발사와 옷을 바꿔 입는 독재자 앞에 앙상한 이발사의 몸이 나타납니다. 자신의 옷을 태우고 머리카락을 자르고 변장하는 독재자에게 이발사가 말합니다. 진작 국민들을 사랑하고 보살폈으면 이렇게 되지 않았지요.

 

독재가 낳은 혼란과 폭력

심각할법한 영화를 감독은 손자의 플래시백을 통해 환상과 현실로 교차시킵니다. 냄새나는 마구간에서 춤추는 손자와 기타 치는 독재자의 눈에 화려한 궁전의 무도회가 나타나기도 하고, 대통령 궁의 예절을 가르치는 집사의 얼굴을 해학적으로 그리기도 합니다. 특히 독재자를 성난 군중이 에워싸는 대신에, 양떼들이 가로 막는 장면은 해학의 극단을 보여주기도 하지요.

여전히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독재자는 손자에게 주문합니다. 우리의 적은 모든 국민이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해하지 못하는 손자의 얼굴에 공포가 배어나옵니다. 독재자가 사라진 이 나라에는 이제 총칼을 앞세운 군인들이 국민들을 약탈하고 신부를 겁탈하며 돈을 빼앗아 갑니다. 독재는 또 다른 혼란과 폭력을 낳습니다.

“당신들은 수치심도 없어? 아무도 말을 하지 않네. 모두가 침묵이야. 차라리 나를 쏘라고.”

총소리 앞에 쓰러지는 신부의 함성이 독재자의 귓전을 맴돕니다. 후회하기에는 너무도 큰 죄를 이미 저질렀습니다. 바닷가에 모래성을 짓고 손자를 위로해주던 독재자 앞에 군중들과 군인들이 나타나 그를 체포합니다. 이제 더 이상 그가 숨을 곳은 없습니다. 복수심으로 이글거리는 군중들은 그를 목매서 죽이려 하고 불에 태워 죽이고자 합니다. 그러자 어느 사람이 외칩니다.

“당신들도 똑같아. 손자가 무슨 죄가 있나? 이 사람을 죽이는 것은 끝없는 혼란이 될 뿐이야. 당신들은 독재에 협조하지 않았소?”

머뭇거리다가 그가 다시 말하지요.

“그저 춤을 추게 합시다.”

겁에 질린 손자는 기타에 맞춰 춤을 춥니다. 이제 더 이상 독재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를 어떻게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폭력을 멈추었을지 고민을 해봅니다.

이 영화는 잔인무도한 독재자와 해맑은 영혼을 지닌 손자를 끝까지 대비시키며 독재자 또한 한 사람의 나약한 인간임을 일깨웁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독재자가 아니라 이 영화 속에 작동되는 권력의 속성입니다. 평생을 소외받는 자의 입장에서 영화를 만들던 마흐말바프 감독은 자신의 정치적 상황과 비슷한 독재자의 모습에서 인간의 권력에 대한 집착과 우둔함을 봅니다.

우리는 불과 50년 전 쿠데타로 집권했지만 비참한 죽음을 겪은 어느 독재자를 잘 압니다. 그리고 그 역사의 추에 매달린 추종자들의 인생 또한 권위적이고 폭력이 일상화 돼 있음을 압니다.

칼레파 타 칼라(Kalepa Ta Kala). 좋은 일은 실현되기 어렵다는 그리스 격언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아름다움이 실현되기 어렵다는 번역도 가능합니다. 여전히 아름답고 좋은 일은 힘든 법입니다. 민주주의의 실천이 그러합니다. 대한민국 촛불혁명이 참되고 올바르며 아름답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작성자글. 이영문/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 대표이사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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