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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상처는 사람만이 치유할 수 있습니다

〈미쓰백〉(2018,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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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마음이 먹먹해질까 두려워 보지 않으려는 영화가 있습니다. 일본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그중 하나였지요. 고로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모든 영화를 좋아하면서도 유독 그 영화가 불편한 이유는 제가 부족한 아버지라는 자의식이 들기 때문입니다. 오늘 소개할 〈미쓰백〉 (2018, 한국)’이란 영화도 그렇습니다. 아동학대라는 소재가 우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가장 근원적인 이유는 기성세대 모두가 잠재적 가해자라는 원죄의식 때문일 것입니다. 또한 자신들의 크고 작은 상처를 되돌아보기 싫은 것이 두 번째 이유일 것입니다. 불편하지만 꼭 봐야할 영화 〈미쓰백〉을 아내와 딸과 함께 보았습니다.

미쓰백(한지민 분)은 학대받은 아이였습니다. 알코올 중독과 우울증에 시달리던 엄마로부터 버림받은 아이로 성장했고, 성폭력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다 오히려 가해자로 몰렸었지요. 억울한 전과를 지닌 채 억척스럽게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삶에 대한 희망도 없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만이 그녀의 삶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우연히 같은 동네에 부모로부터 학대받는 지은(김시아 분)이 그녀의 삶에 들어옵니다. 결코 되돌아보고 싶지 않은 자신의 과거 모습을 그대로 닮은 지은을 미쓰백은 뿌리치지 못합니다. 그저 남이 아닌 채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입니다. 아이를 때리고 학대하려는 자들과 아이를 지켜주고 싶은 사람들 간의 딜레마가 긴박하게 영상에 담겨 있습니다. 이제 미쓰백은 선택해야 합니다. 자신의 삶을 압박하는 자들로부터 자신의 분신이 된 지은이를 지켜야 합니다.

아동학대는 노인학대와 더불어 현대 사회의 가장 큰 복지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주로 친족내부에서 발생되는 폭력은 소위 가정문제로 치부됐지요. 가정폭력이 법적 제재가 된 것이 불과 20년전 입니다. 여성, 어린이, 노인 등의 사회적 약자 개념이 생겨난 것도 20년 남짓한 시간에 불과합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성장이라는 한 가지 수단에 모든 것을 저당 잡힌 결과이기도 합니다. 성장을 위해 다른 사회적 가치들을 모두 억압하는 순간, 인간은 폭력을 정당화하게 됩니다. 폭력의 근원은 본능에 기인하기도 하지만 사회적 학습의 영향이 더 큽니다. 다시 말해, 인간의 공격적 본성은 자연적으로 타고 나지만, 사회라는 울타리가 어떻게 형성되는가에 따라서 그 폭력의 형태가 달라진다는 것이지요.

모든 폭력은 자기(self)로부터 시작합니다. 물론 프로이트가 말한 본능과 자아의 개념이 모두 포함된 개념이지요. 포근함, 부드러움, 따뜻함을 충분하게 경험하지 못한 자기는 당연히 불완전한 자기 개념으로 남게 되고, 이것은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우리의 의식에 기억됩니다. 특히 3세 이전의 트라우마는 어른이 돼서도 결코 회복되지 못하는 기억으로 우리를 지배하게 됩니다. 일상생활에서 뚜렷한 이유 없이 거칠어지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것은, 우리 내부에 자신들도 알지 못하는 억압의 흔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프로이트가 우리 역사에 던진 질문은 인간이 결코 이성적이지 못하다는 용기 자체였지요. 인간 지성에 대한 우월함이 팽배하던 기독교 문명과 빅토리아 시대에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 던진 냉혹한 질문은 찰스 다윈의 진화론과 더불어 인간에 대한 불완전성을 드러내는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 영화 속에서 지은이가 프로이트처럼 미쓰백에게 묻는 장면이 있습니다.

“미쓰백도 미쓰백이 싫어요?” 인간이 가장 비참한 순간은 아마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미워하는 시간일 것이고, 그 순간을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일 것입니다. 제가 정신분석 받던 시절, 내가 얼마나 나쁜 인간임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그 분석시간이 없어지기를 기원하던 순간이 있었지요. 지은의 질문을 다시 바꿔 말해봅니다. “이렇게 상처받은 나도 나를 미워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자기를 미워하세요?”

지은의 말은 미쓰백에게 자신을 돌아볼 용기를 줍니다.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순수한 영혼이 던진 말은 그만큼 위력을 발휘하지요. 아이들이 어른들의 선생이라는 말은 그래서 언제나 옳은 말입니다. 이 영화는 아동학대의 문제를 파헤친 다큐멘터리가 아닙니다. 해결책을 논하는 영화는 더욱 아닙니다. 단지 사람이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사람을 통해 치유해가는 자연의 법칙을 느끼는 현장이지요. 한지민과 김시아의 연기만으로도 아주 볼만한 영화 〈미쓰백〉을 강력 추천합니다.

작성자글. 이영문/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 대표이사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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