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향한 두 개의 ‘열정’ > 지난 칼럼


세상을 향한 두 개의 ‘열정’

[조원희의 법으로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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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이 저물어 갑니다. 올 한 해를 마무리하며 국가와 사회가 좀 더 정의롭게 변화됐는지를 묻기 전에 ‘나는 잘 살아왔는가?’ 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 봅니다.

저는 공익활동만을 전담하는 변호사가 아니기에 삶에는 늘 갈등과 긴장감이 있습니다. 어디에 얼마의 시간을 쓸 것인가. 제 삶을 돌아본다는 것은 결국 꼭 써야 할 곳에 제시간을 투입했는지를 알아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시간을 어떻게, 어떤 마음가짐으로 썼는지가 기준이 되리라 여깁니다.


가끔 공익활동과 관련한 강의를 할 때면 ‘두 가지의 전문성’을 갖추라는 주문을 합니다. 사회가 점점 전문화돼 가면서 그리고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전문성을 가지고 나만의 영역을 만들어 갈 것인지 고민하게 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전문성’은 변호사, 의사와 같은 ‘전문직’을 얘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직업 속에서 쌓아갈 수 있는 것으로 숙련의 단계를 넘어선 탁월함을 의미합니다. 전문성은 안정된 직장을 보장하며, 자신의 만족이나 사회적 인정까지도 가져다주기도 합니다.

어찌 보면 전문성은 모든 직업의 미덕인지도 모릅니다. 뭐든 최선을 다해 성실히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전문성이 쌓이기 마련이니까요. 그러다 보니 전문성이 없다면 오히려 성실하지 않았다는 방증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전문성에는 끝이 없어서 여기에 자신의 삶을 걸기 시작하면 점점 더 모든 것을 걸게 된다는 치명적인 함정이 있습니다. 직업적으로는 큰 성취를 이루었음에도 결국에는 만족스럽지 못한 삶으로 마무리하게 되는 것이 이러한 함정에 빠져서가 아닐까 합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일까. 저의 해답은 관심의 방향을 바꾸는 것입니다. 위에서 말한 전문성이 나에 대한 관심이었다면, 관심의 방향을 밖으로 돌려 보는 것입니다. 그러면 많은 사람이 질문합니다. “사회에서 경쟁해서 살아남기도 힘든데 그럴 여유가 어디 있습니까? 생활이 넉넉한 사람들에게만 해당하는 얘기지 저는 전혀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

좀 뜬금없는 얘기 같습니다만, 유대인은 자신들이 많은 부를 축적한 원인 중 하나를 기부에 두고 있습니다. 그 인과관계를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남에게 많이 베풀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이 돈을 더 많이 벌더라는 것입니다.

저도 지난 삶을 돌이켜 보면 제가 이루었던 성취 중 많은 것들은 저의 노력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의 노력 없이 좋은 사건을 맡게 되거나 꼭 필요한 사람을 만나게 된 것. 그래서 감히 후배들에게 공익활동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개인적인 이익의 측면에서도 결코 손해가 아니라는 얘기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공익활동도 단순한 관심만으로는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일회적인 봉사나 기부 등은 관심만으로도 가능할 수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사회를 변화시키고 문제와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기서도 나름의 전문성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나의 직업에 대한 전문성 못지않게 공익을 위해서도 전문성이 필요합니다. 전문성이 시간과 관심의 산물이라면 결국 공익에도 많은 시간과 관심을 들여야 한답니다.

올 한 해를 돌아보면서 저는 ‘전문성’이라는 용어가 가지는 딱딱함을 보게 되었습니다. 둘 다를 위해 열심히 산 것 같기는 한데 부족한 뭔가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둘 다 역시 그 관심이 저 자신을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전문성을 ‘열정’으로 바꿔 보았습니다.

‘두 개 열정.’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열정, 그리고 밖으로 향한 열정.
이제 사랑이 느껴지고 의무가 아닌 즐거움으로 하는 일 같습니다. 이제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무엇에 열정을 품고 있습니까? 열정의 개수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하나도 좋고 셋도 좋습니다. 그것이 뭐든 세상을 살아가면서 나만의 열정을 품고 살아간다면 그 열정은 결코 나와 우리를 그대로 놔두지 않고 변화시켜 갈 것입니다. 저 역시 세상을 향한 두 개의 열정이 내년에도 시들지 않고 더 타오르기를 기대합니다.

 

작성자조원희 법무법인(유) 태평양 변호사  dung7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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