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만난 장애인의 삶 > 지난 칼럼


미국에서 만난 장애인의 삶

[조원희의 법으로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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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 미국에 머물고 있습니다. 6개월간의 미국 로펌 파견 근무를 위해 뉴욕에 와 있고, 이제 1달이 되었습니다. 미국에 오면서 미국에서의 장애인들의 삶이 어떠할지 궁금했습니다. 때때로 미국의 제도나 법을 모델로 생각하고 연구했던 터라 그들이 실제로 살아가는 삶이 어떨지, 배워갈 뭔가가 있을지, 아니면 우리와 별반 다를 것이 없을지, 아무튼 뭔가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했습니다. 아직은 단편적으로 접한 그들의 삶. 요약하자면 배려와 시스템이 주는 안정감이 있었습니다.  

제가 미국에 정착하는 것을 도와주신 분은 지체장애를 가지고 계신 목사님이었습니다. 그 목사님을 따라서 여기 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장애인에 대한 미국인들의 태도를 볼 수 있었습니다. 가장 자주 본 것은 배려였습니다. 앉을 의자를 제공한다거나 먼저 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해주거나 도와줄 일이 없는지 먼저 물어보는 것입니다. 규모가 좀 있는 상점을 가면 전동 카트가 있어 넓은 곳을 전동 카트를 타고 다니며 물건을 살 수 있도록 되어 있고, 휠체어를 통해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경사로와 출입문이 설치된 곳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분 스스로 미국에서 장애로 인해서 많은 혜택을 보고 산 것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치료차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휠체어를 타고 예배를 보러갈 교회를 찾기 어려워 목사인 자신도 병원에서 그냥 혼자 예배를 드렸다고 아쉬워하셨습니다. 살아가면서 왜 차별이 없었겠습니까만, 그래도 장애로 인해 혜택을 보고 산다고 얘기할 정도라면 그래도 살만한 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둘째가 3학년입니다. 3학년은 혼자 학교에 다닐 수 없고 학부모가 아이들 등하교를 시켜야 합니다. 하교할 때도 담임선생님이 학부모가 온 것을 직접 확인하고 아이를 보냅니다. 둘째 아이와 같은 학년의 아이 학부모 중에 시각장애인 아버지가 있습니다. 항상 가장 일찍 와서 아이를 기다립니다. 늘 같은 곳에 서 계시는데, 다른 학부모들이 먼저 말을 건네면 서로 반갑게 인사하며 얘기를 하곤 합니다. 장애인에 대한 경계심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 아버지도 자신의 장애로 인하여 방어적이거나 주눅 들어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의 딸아이 얼굴에서도 그늘을 보지 못했습니다.

7학년(중학교 1학년)인 첫째 아이의 반에는 장애인 급우가 있다고 합니다. 말하는 것을 들어 보면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인 것 같습니다. 저희 애는 이 아이가 자꾸만 자기에게 ‘하이파이브’를 해 달라고 한다며 귀찮게 생각합니다. 때로는 도망 다니기도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들은 뭐라고 하는지 물어보니, 그 아이가 장애를 가지고 사는 것이 어느 누구의 잘못도 아니니 너희들이 이해하고 도와주어야 한다고 얘기한다고 합니다. 통합교육의 밝은 면을 보는 것 같습니다. 저는 첫째 아이에게 어느 장애인의 글을 읽고 감상문을 써 보라고 했습니다. 첫째는 자기가 그 아이를 차별했던 것 같다며 미안해했고, 비장애인 친구와 같이 대하도록 노력해야겠다며 소감문을 마무리했습니다. 

물론 저는 위에서 언급한 사례들이 미국 장애인의 보편적인 삶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사실 출퇴근길에 맨하탄 거리를 걸으며 장애인을 자주 보지 못했습니다. 서울에서는 그래도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을 자주 보았던 것 같은데 여기서는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건물마다 장애인의 출입을 위한 시설이나 안내들이 잘 되어 있지만 여전히 바쁘고 혼잡한 거리를 장애인들이 다니기는 쉽지 않나 봅니다.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차별 사례들을 보면 여기도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건축업을 하시는 어느 한인 교포께서 장애 관견 규제가 너무 심하다는 얘기를 들으며 이곳에서의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제도나 시스템의 결과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장애인 스스로 살만한 곳이라고 얘기하는 나라라면, 그것이 문화나 태도로 인한 것이든 시스템이나 제도로 인한 것이든 부러운 것은 사실입니다. 남은 기간 좀 더 살펴볼 요량입니다. 저는 우리나라 장애인들이 다 돌아다녀 봐도 대한민국만한 곳이 없다고 말하는 것을 제 평생에 들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어 봅니다.

작성자조원희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dung7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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