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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보장 논의가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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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사람들이 정작 중요한 문제는 제쳐둔 채 엉뚱한 얘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될 때가 있다. 장애우가 당면해 있는 문제에 대해 얘기할 때가 그렇다. 주관적인 판단인데, 장애우들의 어려운 현실과 관련해서 무수한 쟁점과 담론이 난무하고 있지만, 결국 사람은 소득이 있어야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에 장애우 문제에서 본질도 소득보장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차별, 이동권, 시설 문제 등 무수히 많은 장애우 문제의 뿌리를 캐들어 가보면 종착점에는 소득보장 문제라는 큰 암초가 버티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는 것이다.

단순하게 얘기하면 어쩌면 장애우 문제의 시작과 끝은 소득보장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많은 장애우들이 자신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여서, 힘들고 고통스럽고 애달파하는, 하지만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사람으로서의 삶이 도무지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문제가 바로 소득보장 문제다.

그러면 지금 무엇이 장애우들의 소득보장을 가로막고 있는 걸까? 소득보장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당장 어떤 문제가 해결돼야 하는지, 장애계는 다른 문제에 우선해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먼저 기초생활보장법의 부양의무제도가 장애우들의 소득보장을 가로막고 있다. 장애우는 아무 소득이 없는데 단지 가족과 같이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초생활수급권자에서 제외되고 있다. 당연히 부당하다.

환기시키면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어떤 개인이 가진 재산이 없고 취업을 못 해 소득이 없으면 국가가 수급권자로 지정해서 생계비를 지급하는 제도다. 장애우들이 놓여 있는 현실을 감안했을 때 이 제도 시행에 따른 정부의 일차적인 생계비 지원 대상은 다른 누구가 아닌 바로 장애우들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정부는 제도 시행 목적과는 다르게 장애우가 재산도 없고 취업도 거부당해 아무 소득이 없는데도 가족이 돌보라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부양의무제도가 존재하는 한 장애우는 독립된 개인으로 살지 못하고, 가족에게 부담을 주면서 기생하는 존재로 살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부양의무제도는 빠른 시일 안에 폐지돼야 한다.

장애우를 최저임금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제도 또한 장애우들의 소득보장을 가로막고 있는 벽이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도 개선을 권고한 바 있지만 많은 장애우들이 작업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데도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작업장에서 훈련생이 아니라 사실상 근로자로 일하고 있지만 월 5만원 10만원의 푼돈을 임금으로 받는 장애우들이 수두룩한 게 현실인 것이다.

이 문제는 장애우들에게 최저 임금을 보장하면 고용이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라는 현존하는 우려 때문에 제도 개선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전제는 누구든 일단 일을 하고 있으면 최저임금을 받아야 하고, 나아가 근로소득으로 먹고 살 수 있어야 한다. 장애우가 예외일 수는 없다.

세 번째, 장애우 소득보장과 관련해서 단기간에 해결해야 할 과제는 장애 연금의 형평성 문제다. 주지하다시피 노인들은 전 인구의 70%까지 노령연금을 지급받고 있다. 이에 반해 장애연금은 전체 등록장애우의 약 10%에게만 지급되고 있다. 그것도 주 수혜대상을 기초생활수급 장애우 중 1·2급 장애우로 한정하고 있다.

이런 노인과 장애우를 차별하는 연금정책은 장애우를 우습게 보는 대표적인 복지정책이 아닐 수 없다. 단순 비교해 봤을 때 노인보다 장애우들이 훨씬 더 열악한 삶을 살고 있다. 노인빈곤이 문제라지만 장애우 빈곤은 노인빈곤에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훨씬 더 심각한 게 현실이다. 여기다가 장애우들은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도 필요하다.

그런데 연금은 노인들은 70%까지 받고 장애우들은 고작 인구의 10% 남짓만 받고 있다. 이는 명백한 차별이 아닐 수 없다. 연금액수라고 해봤자 월 20만원 밖에 되지 않는데, 장애우가 노인들에 비교해 왜 소수 인원만 연금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아무리 생각해봐도 타당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지금 장애우가 당면해 있는 문제 중 가장 심각한 문제는 소득보장 문제다. 사람은 소득이 있어야 살 수 있다. 다른 부차적인 문제는 우선 이 문제를 해결한 다음 얘기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작성자이태곤 기자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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