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가족을 죽이는 비극을 끝내야 한다 > 지난 칼럼


가족이 가족을 죽이는 비극을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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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큰 비극은 가족이 가족을 죽이는 행위다. 더 큰 비극은 가족이 가족을 살해하고 있는데도 당연하게 여기고 별 일 아닌 것처럼 대응하는 우리 사회의 무신경한 반응이다.

다시 또 4월 초, 부산에서 현직 경찰이 스무 살 다운증후군 장애아들을 죽이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벌어졌다.  돌아보면 장애인 가족이 생을 마치면서 혼자 죽지 않고 장애 자녀나 형제를 데려간 사례는 열거하기도 벅찰 정도로 너무나 많다. 형이 정신장애가 있는 동생을 데리고 투신자살하고, 70대 아버지가 장애아들을 목 졸라 살해한 뒤 음독자살하고, 젊은 엄마도 떨리는 손으로 장애자녀를 살해한 뒤 목숨을 끊는 사건이 이어져왔다.

장애인 가족이 장애자녀나 형제를 죽여서라도 저세상으로 데려가야겠다고 생각하는 배경에는 장애인이 혼자 세상에 남겨지면, 생계를 이어갈 수 없는 것은 물론 잘해야 수용소 같은 시설에서 학대와 멸시를 당하며 살 것이라는 깊은 절망감이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도 그렇지만 혼자 남겨질 장애자녀나 형제의 삶이 온통 암흑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족은 장애자녀나 형제를 저승길에 데려가는 것이다.

결국 장애인 가족이 장애인을 죽이는 비극을 끝내기 위해서는 가족이 없는 장애인도 최소한 생계에 어려움 없이 사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 길 밖에 다른 해결책은 없다.

그렇지만 현실은 어떤가? 정부는 장애인이 소득도 없고 취업도 거부당해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아무런 수단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가족이 돌보라며, 가족 책임이라며, 모든 책임을 가족에게만 떠넘기고 있다.

그래서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부양의무제도가 존재하는 한 가족이 장애자녀나 형제를 죽이고 본인은 자살하는 끔찍한 비극은 멈추지 않고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얘기이고, 이 문제는 사람이 죽고 사는 삶의 절박한 문제이기 때문에 시급하게 해결책이 모색돼야 한다.

4.13 총선이 끝난 후 나타난 여소야대의 결과는 어쩌면 장애인 문제 해결에서도 이전에는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문제가 상황 변화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지 모른다는 기대를 품게 하고 있다.

단순하게 얘기해서 국민들이 야당에 표를 몰아준 것은 정부나 집권여당이 외면하고 있는 절박한 민생문제를 야당이 대신 해결해 달라는 집단 민원의 표출이다. 따라서 비록 비례대표 의원은 없지만 20대 국회가 절박한 장애인 문제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장애인 문제와 관련해서 20대 국회에서 우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는 문제는 부양의무제도폐지다.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부양의무제도가 존재하는 한 장애인은 독립된 개인으로 살지 못하고, 가족에게 부담을 주면서 기생하는 존재로 살 수 밖에 없다.

조금 과장하면 그렇게 기생적인 존재로 살다가 다른 사람도 아닌 가족에게 죽임을 당하는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부양의무제도는 빠른 시일 안에 폐지돼야 한다. 전부 폐지가 어렵다면 특례조항이라도 만들어서 장애인들만이라도 부양의무제도 적용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여러 가지 이유와 환경을 고려해 봤을 때 장애인은 부양의무제도에서 특례적용을 받아야 할 충분한 사유가 있다.

생각해 보면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온통 부양의무제도가 가로막고 있다. 단적인 예로 장애인이 성인이 됐는데 성인으로서의 대접을 받지 못하고 아이 취급을 받는 것은 부양의무제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복잡하게 생각 할 필요 없이 현안인 탈시설 문제도 부양의무제도가 폐지되면 가능하다. 제도 도입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현금지급제도의 기반도 부양의무제도가 폐지되어야만 비로소 가능해질 것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향후 극한 선택을 하는 가정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취약한 기반에 놓여 있는 장애인 가정의 경우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면 가족이 장애인 자녀나 형제를 죽이고 본인은 자살하는 극한 상황을 연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20대 국회는 장애인의 부양의무제도 폐지와 관련해서 최소한 언제까지라는 확실한 일정이라도 제시해서 이 잔인한 비극을 끝내야 한다.

작성자이태곤 편집장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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