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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이 시설화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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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장애인들이 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또 하나의 장애인 시설이 있다. 바로 정신병원과 요양병원이다.

이들 병원에 다수의 장애인이 수용돼 있다. 지금까지 정신병원이나 요양병원들에 어느 정도의 환자 아닌 장애인들이 갇혀 있는지 한 번도 실태파악을 한 적이 없으니, 그 수용인원과 규모를 우리는 알지 못한다.

간혹 언론 보도를 통해 병원에서 저질러진 인권유린 사태를 듣고서야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들이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병원도 시설과 마찬가지로 장애인이 죽어서야 나올 수 있다.

그러면 왜 장애인들은 집에 있지 않고 병원에 있는 것일까. 요컨대 요양병원과 장애인, 가족, 이 3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이루어지고 있는 게 사회적 입원이다. 사회적 입원이란 외래 진료만 받아도 될 질환을 갖고 혼자서 일상생활이 가능해 굳이 병원에 입원해 있을 이유가 없는데도 장기간 병원에서 지내는 경우를 말한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감사원은 “요양병원에 있는 ‘사회적 입원’ 환자가 3만1,075명”이라고 지적했다. ‘사회적 입원’ 환자는 의료적 처치가 거의 없어 병원이 집과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진단하며 이들에게 매해 건보재정 2,083억 원이 들어가고 있고, 정신병원에는 조 단위가 넘는 건보재정이 투입되고 있다고 했다. 엉뚱하게도 장애인이 병원에 수용돼 있는 배경에는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요양병원과 정신병원은 입원을 빌미로 거액의 진료비와 입원비를 챙기고 가족은 비용부담이 크지 않으니 중증장애인을 치료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병원에 내다버리고 있는 판국이다. 장애인은 갈 곳이 없는 상태에서 병원에서 세 끼 밥을 먹여주고 퇴원을 못하게 막으니 병원을 나갈 수가 없다.

여기서 우려되는 점은 다음의 두 가지다. 하나는 가족들이 중증장애인을 내다버리는 또 하나의 시설로 병원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가족이 장애인을 정신이나 요양병원에 입원시킨 후 아예 찾아오지 않는다. 사실상 내다버린 것이다.

더 큰 우려는 장애인이 병원을 벗어나고 싶어도 갈 곳이 없으니 병원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결국 입원을 강요받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한 기초생활 수급 장애인은 “식비로 월 6만 원만 내면 계속 병원에 있을 수 있다. 나는 병원을 벗어나면 갈 데도 없고 생활도 가능하지 않다. 그래서 병원을 나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정신병원과 요양병원이 사회와 격리된 또 하나의 장애인 수용시설이 되고 있다. 당장 정부나 지자체가 해야 할 일은 전면적인 실태파악이다. 실태파악을 통해 질병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아닌 장애인은 병원을 벗어나 지역사회 안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기 바란다. 어떤 상황에도 장애가 이유가 돼 병원에 버려지고 사회에서 격리돼 결국엔 잊히는 비극은 막아야 한다.

작성자이태곤 편집장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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