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모금 물과 커피를 마시기 위해 > 지난 칼럼


한 모금 물과 커피를 마시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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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아래 거리에는 환한 표정의 사람들이 넘쳐나고, 거리마다 촘촘히 박혀 있는 흔한 편의점 카페 식당들은 어서 들어오라고 손짓하는데, 남들은 다 가는 편의점 카페를 장애인들은 못가네, 가로막혀 있는 턱들 때문에.

장애인들의 1층을 보장받기 위한 싸움이 시작됐다. 그런데 싸움의 대상이 국가나 지자체 공공기관 시설물들이 아니라 자본과 사기업이 운영하는 대중이용 시설물들이다. 험한 난관이 예상된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장애인이 앞장선 싸움이 시작됐다. 국가인권위의 2016년도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지역에서 주 출입구에 2cm 이상 턱 또는 계단이 있는 시설은 전체의 83.3%로 나타났으며, 경사로를 설치하지 않은 경우도 67%나 되었다. 그래서 장애인 단체들은 상징적으로 유명 커피체인점인 투썸플레이스와 GS25 편의점, 그리고 호텔신라를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장애인등의 편의증진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롤모델은 미국이다. 미국은 장애인을 위한 사회 기본 시설과 장치가 잘돼 있다. 도로나 공공 건물 또는 다수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업소에는 모두 장애인 출입을 위한 시설을 설치하도록 법으로 의무화돼 있다.

미국 사기업들은 정부의 단속이나 규제보다 장애인과 단체 등 민간의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릴 것을 더 두려워 한다. 소송금액이 엄청나서 자칫 가게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사기업 대중이용 시설이 장애인 접근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민간이 소송을 해서 편의시설을 설치하도록 강제한다. 이게 우리나라가 나가야 할 방향이다.

우리도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을 개정해서 사기업 대중시설들에 접근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장애인 등이 소송할 수 있게 길을 열어줘야 한다. 사기업들에 너무 가혹하지 않느냐는 얘기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객관적인 정황으로 보면 대중이용시설들이 입구 턱과 계단을 없애고, 경사로를 설치하고, 자동문을 설치하는 데는 그리 많은 비용이 소요되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처럼 대중이용 시설들이 장애인들의 접근을 막고 있는 데는 설치비용이 문제가 아니라 설치를 강제하는 주체가 없고 사기업들이 장애인들을 소비자로 여기지 않는 철저한 장애인 무시가 배경에 있다고 봐야 한다. 자본과의 싸움이 필요한 이유다. 장애인이 우선접근권을 보장받아야 소비자로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35년 전 장애인 김순석 씨는 “시장님, 왜 저희는 골목골목마다 박힌 식당 문턱에서 허기를 참고 돌아서야 합니까. 왜 저희는 목을 축여줄 한 모금의 물을 마시려고 그놈의 문턱과 싸워야 합니까”라고 절규하면서 죽어갔다.

그때로부터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변한 건 없다. 김순석 씨 절규가 아직도 유효한 상황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현실을 보면 여전히 장애인들은 갈증을 해소할 음료수 하나를 먹기 위해 널린 흔한 편의점을 들어갈 수 없다. 허기를 채우기 위해 혼자서 식당도 들어갈 수 없다. 또 아는 사람을 만나는 장소인 그 흔한 커피전문점도 들어갈 수 없다. 왜 장애인들은 늘 거리에서 지나는 행인의 허리춤을 붙잡고 도움을 호소해야 하나, 또 발달장애인과 시・청각 장애인들의 접근권 보장은 또 어떤가.

장애인들은 거리에서 한 모금 물과 커피를 마시기 위해 건물 전체가 아니라 1층이라도 접근권이 보장된 삶을 원한다. 이 소박하고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를 외면할 자 누구인가.

작성자이태곤 편집장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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