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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포르노(disability porn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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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성금을 모으기 위해 소위 빈곤 포르노라고 하는 동정심만 자극하는 이미지들을 사용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그래야 지갑이 열리니 어쩔 수 없다고 말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공감아이는 몇 해 전 한 가톨릭계 국제구호기관으로부터 개발도상국 주민들을 위한 돕기 위한 모금행사에 사용할 사진을 요청받았다. 이에 공감아이 임 대표는 캄보디아 소수민족인 프농족의 칭메이라는 어린이가 동생을 업고 지긋이 미소 짓는 사진을 건넸다.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성금 모금은 성공적이었다.

"'맨날 다 죽어가는 아이들만 봐서 힘들었는데 저 아이의 미소가 너무 좋았다'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우리는 제3세계나 아프리카, 개도국 사람들의 삶에 대해 은연중에 고정관념이 있습니다. 가난, 기아, 전쟁처럼. 사진이 그런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하는 데 많은 역할을 했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전 그런 경계선을 풀고 그들이 얼마나 존엄한 존재인지를 부각시켜나가려고 합니다."

오마이뉴스 2018년 5월 30일 기사
<지갑을 열려면 어쩔 수 없다? 빈곤 포르노는 그만!? 중

 

장애영역도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장애인의 어려움만 강조한다. 그러다 보니 후원금이야 모이겠지만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돈을 걷겠다는 근시안적인 이득 때문에 균형 잡힌 시각이라는 장기적인 목표를 희생시키는 것이다. 즉 우리와 같이 사는 동등한 시민이 아니고, 우리가 도와주고 보호해 줘야 하는 불쌍한 사람으로 인식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방송 프로그램이 <사랑의 리퀘스트>였다. 폐지되나 했더니 지금은 <동행>이라는 프로그램이 이를 대신하고 있다. 또 월드비전 등 모금광고를 보아도 모두 불쌍하고 가엾은 아프리카 아동만 등장할 뿐이다.

모금이 잘 되면 그만이지 뭐가 문제냐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돈 몇 푼보다 더 중요한 것이 사회인식이다. 배는 채울 수 있으되 사람들로부터 무시를 당하고 각종 사회 활동에서 배제당하고 차별받는다면 그 삶이 행복할 리가 없다. 그런데 어찌 보면 모금방송이나 모금 광고는 일단 배만 채우자는 생각인 것 같다.

조금 더 근원적으로 들어가 보면 장애인들이 살기 힘든 것은 다리 기능의 손상 등과 같은 자신의 손상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더 힘든 것은 사람들의 시선이고, 접근 불가능하게 만든 계단과 같은 사회적 장애물이다. 즉 손상은 더 이상 치유가 안 되니 그냥 받아들이고 친구처럼 동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장애인도 사회 속에서 함께 살기 위해서는 부족한 사회기능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즉 하지지체장애인에게는 장애인주차장, 경사로, 엘리베이터 등과 같은 이동 지원이 제공되면 그럭저럭 한 세상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보도에 턱이 있어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앞으로 가지 못하는 장면을 영상으로 만드는 경우, 현재 모금 방송은 멀리서 이 장면을 잡다가 줌인하면서 턱을 올라가기 위해 애쓰는, 그래서 얼굴이 일그러지고 땀이 흐르는 얼굴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마음이 뭉클해지고 자신도 모르게 전화기를 들어 기부를 하고 있을 수도 있다. 모금을 위해 장애를 선정적으로 다루고 있기에 ‘장애 포르노’라고 부를 만하다.

하지만 장애인의 입장에서 보면 내가 애쓰는 모습이 중요한 게 아니고 턱이 문제인 것이다. 그렇다면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보도의 턱 때문에 앞으로 못가는 상황을 보여주다가 줌인으로 자세히 보여줘야 할 것은 보도의 턱인 것이다. 그래야 국민들도 ‘장애인들이 살기 어려운 것은 그냥 지나쳤던 턱이구나.’ 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또 모금을 해도 보도의 턱을 깨부수기 위한 모금이 필요한 것이다.

그럼에도 특정 개인의 빈곤 대응을 위한 자원마련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는 국가의 공공부조 시스템을 통해 지원이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그럼에도 안 되는 부분이 있다면 민간자원의 모금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장애를 선정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국민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장애 포르노’는 이제는 없어져야 한다. 장애인이 빈곤하게 살 수 밖에 없는 척박한 환경을 보여주면 될 일이다. 그리고 장애인이 척박한 환경에 산다고 항상 얼굴 찡그리고 사는 것도 아니다. 척박한 환경과 인간의 아름다움을 함께 보여줄 수 있는 미디어를 기대해 본다.

 

작성자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위원회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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