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로 세상을 보는 사람, 서미화 당선인을 만나다
당선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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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걸음>에서는 장애인 당사자와 장애 전문가 국회의원 당선인 인터뷰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함께걸음> 403호에서는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신 서미화 당선인과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차별을 받았던 경험이 차별에 저항하는 힘을 만들어 냈습니다. 직접 당해 본 당사자가 목소리를 낼 때 세상이 바뀔 수 있어요.”
중학생 시절 시력을 잃고 학창시절과 사회 초년기 시절 경험한 부조리한 차별은 장애인 인권운동가의 길을 걷는 계기가 됐다. 인권 운동가로 활동하며 장애인의 권익을 지켜왔고, 목포시의원으로 활동하며 성평등 기본조례와 장애인 차별금지, 자립생활지원, 이동권, 일자리 관련 조례 제정에 참여했다. 2020년엔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임명되어 3년간 활동을 했다.
“시민과 장애인을 갈라치기 하는 혐오 정치를 끝내야 합니다”
장애인 인권 운동가 ‘서미화’는 22대 총선에서 시민사회의 국민후보로 추천되어 더불어민주연합의 비례 1번을 받고 국회에 입성했다. 목포시의원을 끝으로 현장으로 돌아가 장애 운동에만 매진하려 했던 그가 다시 정치로 돌아왔다.
<함께걸음>에서는 4월 30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회의실에서 서미화 ‘당선인’을 만나 장애 인권 운동과 정치에 입문한 계기와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Q. 그동안 오랫동안 전남 지역에서 장애 인권 운동에 매진해 오셨습니다. 운동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중학교 2학년 때 시각장애인이 된 후부터 쭉 차별을 받아왔습니다. 책을 읽을 수도, 시험을 볼 수도 없었어요. 너무 억울했죠. 친구들에게 책을 읽어달라, 녹음해달라 끊임없이 사정하며 학교를 다니고 대학도 졸업했지만, 시각장애 1급이라는 이유만으로 어느 곳에서도 나를 받아주지 않았어요. 장애인도 인정받고 교육받고 노동할 권리가 있는데, 중증 시각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되면서 사회에 문제가 있음을 깨닫고 같은 고민을 하던 장애 여성들과 연대를 결성하여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죠.
Q. 장애 운동을 하던 중 목포에서 기초의원으로도 활동하셨어요.
A. 현장에서 운동을 하면서 기초의원, 광역의원, 국회의원, 시장, 지사 등을 만나며 필요한 정책이나 법률, 조례를 요구하고 간담회와 토론회도 했지만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너무 답답했죠. 그래서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남지역 시민단체들이 모여 직접 후보를 내기로 했어요. 그때 저도 그중 한 명으로 목포시의원 공천을 받고 의원으로 활동하게 되었어요. 목포시의원이 되자마자 한 일이 저상버스 17대를 도입한 것이었어요. 당시 목포에 저상버스가 1대 밖에 없었는데 대·폐차 대기 중인 버스 17대를 저상버스로 교체하게 한 거죠. 4년간 의원 활동을 하며 12개의 조례를 제·개정했어요. 4년 동안 12시 전에 자본 적이 없을 만큼 힘들게 일했었죠. 4년 임기를 마치고 2014년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어요. 4년간 의원 경험이 운동에 큰 도움이 됐어요. 전남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를 하면서 전남지역 통합 콜센터 설치, 권리중심일자리 조례 제정 운동도 했죠. 운동했을 때가 더 재밌었던 것 같아요.
Q. 그런데 이번엔 국회에 오게 되셨습니다. 시민 경선을 통해 입성하셨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A. 장애인에 대한 혐오정치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었어요. 장애인-비장애인, 장애인-장애인끼리 싸움 붙이고 갈라치기하며 정치가 실종된 현실을 바꾸고 싶었어요. 또 장애인의 기본권에 대한 입법이나 정책은 서로 힘을 모아서 해내야 되는데 자꾸 잘 안되고 하니까 내가 가서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권역형 비례대표 도입 얘기가 있어서 처음엔 전남지역 비례를 준비했어요. 1%의 가능성이라도 도전해 보자 생각했고 열심히 뛰어다녔죠. 전국 장애인 유권자 시민모임, 전남지역 장애인계에서도 나서서 지지해 주셨는데 준연동형제가 되어버렸어요. 그러던 중 2월 말 (전장연) 총회 때문에 서울에 왔을 때 더불어민주연합에서 시민후보 공모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지원하게 됐어요.
Q. 비례대표 후보가 되자마자 장애인권리보장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상임공동위원장이 되셨습니다. 특위의 활동 내용과 계획이 궁금합니다.
A. 장애인들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 보장을 할 수 있는 입법 활동을 하기 위한 기구에요. 장애인 단체, 전문가 집단, 당사자들이 기구에 참여하여 우리 사회에 장애계가 요구하는 의제들을 논의하면서 입법 조문도 함께 고민하고 정책화하는 과정을 갖고자 합니다.
Q. 첫 번째 의제로 ‘이동권’을 꼽으셨습니다.
A. 교통약자법 전면 개정이 필요해요. 교통약자를 위한 특별교통수단은 지방비로 운영되어서 지역을 넘어가려고 하지 않고, 지역마다 운영시간과 이용료도 달라요. 운영예산이 부족해서 24시간 운영하기도 어려워요. 야간에 차는 있지만 운전원이 없으니 운행을 못해요. 국가가 통합적 시스템을 가지고 전국을 다닐 수 있는 구조도 만들고, 국비를 매칭해서 24시간 365일 운영 가능하게 해야 해요. 지금 시외버스에 저상버스가 없는 문제도 결국 예산 문제입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었지만 복지 예산은 OECD 최하위 수준이에요. 결국 국비를 매칭해야만 국가도 관리·감독의 책임을 가지고 법률에 근거해서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완전한 보장이나 확대가 가능하지 않겠나 생각해요.
Q. 장애계에도 특정 현안에 대해 다른 의견을 낼 때가 있습니다. ‘탈시설’이 대표적인데요, 다양한 장애계 의견을 어떻게 풀어갈 계획이신가요?
A. 탈시설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서 말하고 있는 권리고, 대한민국 정부가 탈시설 권리 보장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나서 조치를 취하도록 권고를 하고 있는 내용이에요. 장애계가 싸울 의제가 아니죠. 이것도 제가 정계에 도전하게 된 이유입니다. 한국 정치는 어떤 문제가 생기면 그걸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당사들끼리 싸움을 붙여요. 근데 그것은 정치가 절대로 해선 안 될 일이에요. 탈시설이 부양의 책임, 돌봄의 책임을 가족에게 전가하겠다는 것이 아니에요. 주거 서비스, 24시간 활동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점차적으로 인간답게 살 수 있게,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제도를 만들어 내는 게 탈시설이에요. 이걸 한 번에 해결하기 어려우니 탈시설 로드맵이 있었던 것이고요. 탈시설은 부모가 아닌 ‘국가가 책임지는 권리’라는 것으로 이해시키고 설득해야 해요. 그것이 정치가 할 일입니다. 그런 면에서 서울시 탈시설 조례폐지안은 역행하는 거예요.
Q. 정치와 관련된 의제 중에 ‘장애인 정치 세력화’도 있습니다. 이에 대한 당선인의 생각은 어떠한가요?
A. 장애인 할당제가 도입되면 의석수가 확대될 수는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제 역할도 있겠지만 장애계 역할도 중요합니다. 장애계에서 국민이 준 권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공익적 후보를 필터링할 수 있는 기준 마련이 선행되어야 할 것 같아요. 추천 기준을 마련해서 함께 논의하면 장애인 할당에 대한 목소리를 좀 더 현실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Q. 국회 개원을 한 달 앞두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저는 소리로 세상을 봅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들어야 합니다. 열심히 듣고 소통하고,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의 뜻을 함께 이루어 가는 국회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시고 많이 얘기해주세요. 열심히 듣겠습니다.
작성자글과 사진. 배상우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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