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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평등·박애의 도시, 파리에서 펼쳐지는 2024 패럴림픽

2024 파리 패럴림픽

본문

 
국가대표팀, 파리패럴림픽 대회에서 20위권 진입 목표
대한민국 최초 출전권 획득 종목, 트라이애슬론·카누
 
오는 8월 28일부터 9월 8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패럴림픽대회가 개최된다. 7월 15일 기준, 16개 종목 선수 81명의 출전이 확정되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5개 이상, 종합 순위 20위권 진입을 목표로 삼았다. 한국은 지난 2021년 도쿄 패럴림픽대회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12개를 획득하며 종합 41위를 기록한 바 있다.
 
대한민국이 출전하는 패럴림픽 종목은 양궁, 육상, 배드민턴, 보치아, 카누, 사이클, 골볼, 역도, 조정, 사격, 수영, 탁구, 태권도, 휠체어 펜싱, 유도, 트라이애슬론이다. 특히 트라이애슬론과 카누는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출전권을 획득한 종목으로 귀추가 주목된다. 아직 출전이 확정되지 않은 휠체어 테니스가 더해지면 17개 종목 83명의 선수가 출전하게 된다.
 
패럴림픽에 참여하는 모든 선수들은 경기 등급을 부여받은 후에 참가하게 된다. 권투나 유도 등의 체급경기에서 몸무게에 대한 구분을 두는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패럴림픽에서는 종목별로 공정한 경쟁을 하기 위한 장치를 별도로 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상지절단의 장애가 있는 경우 같은 카테고리에서 하지 기능만으로 경기를 치르도록 하고 시각장애의 경우 시각기능에 따라 3단계로 나누어 경기를 치르도록 한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며 준비하고 있다.
 
금메달 10연패에 도전하는 보치아 임광택 감독은 “10연패를 앞두고 부담은 크지만 무조건 금메달 획득을 목표로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과 조준의 정확성을 위해 고글을 착용하고 기둥에 고정장치를 새롭게 부착하는 등 오차를 최소화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메달 유력 선수인 보치아 BC3 페어 강선희, 정호원 선수는 35도가 넘는 무더위였음에도 파리 대회 경기장의 온도·습도를 똑같이 유지하기 위해 에어컨도 강하게 켜지 않고 연습에 한창 매진 중이다.
 
시각장애인으로만 구성된 골볼 국가대표팀은 일찌감치 파리대회 출전권을 확보하여 2022년도부터 꾸준하게 기본기를 다지며 훌륭한 팀워크를 유지해 오고 있다. 골볼 대표팀 주장 김희진 선수는 “한국 골볼 대표팀이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건 1996년 애틀랜타 대회 이후 28년만”이라며 “패럴림픽 출전이라는 기적에 이어 메달 획득의 기적을 쓰기 위해 훈련에 온 힘을 쏟아내고 있다”고 전했다.
 
휠체어펜싱 대표팀은 12년 만에 패럴림픽에 출전한다. 2022 항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 2개를 획득한 조은혜 선수는 “당시 비장애인으로 생활할 때는 경험해 보지 못한 승리의 희열을 느꼈다”며 “이번 대회에서는 꼭 애국가가 파리에 울려 퍼지게 하고 싶다”고 전했다. 
 
대한민국의 패럴림픽 역사상 최초로 출전권을 얻은 종목의 선수들은 태극마크를 달고 새 역사를 쓰겠다는 의지가 남달랐다. 특히 트라이애슬론 김황태 선수는 “패럴림픽 출전을 위해 많은 종목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 왔다”며 “팔이 절단된 부분이 수영 종목에서 다른 선수에 비해 불리하게 작용하긴 할 테지만 패럴림픽은 꿈을 이루기 위한 무대이니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파리패럴림픽 개막 2주 전인 8월 14일부터 26일까지 13일 간 파리 동남부 외곽 크레테유 지역 메종 드 핸드볼(Maison du Handball)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의 현지 적응 및 컨디션 조절을 위한 사전캠프를 운영한다. 특히 골볼과 같은 종목의 경우, 소리와 촉각이 매우 민감한 스포츠인데 현지 경기장 상태에 따라서 소리가 다르게 들릴 때가 있고 바닥 상태도 국내에서 연습하던 컨디션과 상이할 수 있기 때문에 사전캠프 기간동안 빠르게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전술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또 파리 시내(파리 2구)에서 대한민국 장애인스포츠 및 문화를 알리기 위한 ‘파라 팀코리아 하우스(Para Team Korea House)’가 열린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대회 기간 동안 e스포츠 페스티벌, 미니패럴림픽, 포토데이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려 한국의 문화와 콘텐츠를 파리 시민 및 관광객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패럴림픽 동일한 엠블럼 사용해
의족 착용한 패럴림픽 마스코트, 장애에 대한 자긍심 고취
 
파리올림픽은 기존 대회보다 홍보단계에서부터 장애통합요소를 고려했다는 점에서 대중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패럴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엠블럼이 동일하다는 점에서 그간 올림픽이 주를 이루고 패럴림픽은 부수적인 행사였던 관행을 벗어나 비로소 통합에 가까워졌다는 평가다.
 
대회 마스코트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 시민군이 썼던 프리기아 모자를 형상화한 마스코트 ‘프리주’. 마스코트의 이름과 디자인이 동일했던 것도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배에 부착된 엠블럼 이미지와 패럴림픽 마스코트 프리주가 경주용 의족을 사용했다는 점만 다르다.
 
▲ 2024 파리올림픽 · 패럴림픽 마스코트 '프리주'
 
자유·평등·박애를 상징하는 프랑스 삼색기가 속눈썹처럼 달려 있는 프리주들은 ‘혼자서는 더 빨리 가지만, 함께라면 더 멀리 갑니다’라는 모토를 가짐으로써 서로를 보완하는 관계라고 2024 파리올림픽·패럴림픽조직위원회는 설명하고 있다. 무엇보다 패럴림픽 마스코트 역사상 처음으로 장애가 직접적으로 노출된 것으로 조직위는 이에 대해 ‘프리주가 자랑스럽게 경주용 의족을 착용하여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묘사한다.
 
메달의 디자인 또한 주목할만하다. 이번 대회에서는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엠블럼 디자인이 동일한 만큼 메달 디자인 역시 한 면은 에펠탑 조각을 육각형으로 부착한 엠블럼이 새겨져 있어 동일하다. 다만 메달의 반대면은 서로 다른데 올림픽 메달에는 승리의 여신 아테네가, 패럴림픽 메달에는 위쪽에서 바라본 에펠탑이 새겨져 있고 '파리', '2024' 단어가 점자로 표기되어 있다. 특히 시각장애로 메달의 종류를 구분할 수 없는 선수들을 위해 메달 가장자리에 숫자가 각인되어 있다(1= 금메달, 2=은메달, 3=동메달).
 
파리의 상징적인 두 건축물 에펠탑과 개선문에 각각 오륜기와 패럴림픽 무브먼트의 상징인 아지토스(Agitos)가 설치되었다. 올림픽 및 패럴림픽 역사상 최초로 오륜기와 아지토스가 대중들에게 동시에 보여지는 것이다.
 
▲ 2024 파리올림픽 · 패럴림픽 메달
 
도쿄패럴림픽 중계 시간, 도쿄올림픽 중계의 7.3% 수준에 그쳐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중계권 확보 등 방송사의 적극적 노력 요구돼
 
올림픽도 패럴림픽도 선수들 각자의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과 열정의 무대인 것은 매한가지다. 그러나 항상 패럴림픽은 중계가 희소하고 보도량이 적은 문제로 올림픽 선수들에 비해 그 노력의 빛이 가려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1988년 서울패럴림픽 때는 개·폐막식만 한정하여 MBC와 KBS에서 중계하였고 2010 밴쿠버패럴림픽 휠체어컬링 결승전 경기 때 사상 최초로 공중파(SBS) TV에서 생중계됐다. 
 
방송통신위원회 도쿄올림픽, 패럴림픽 방송3사 중계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도쿄패럴림픽 중계가 도쿄올림픽 중계의 7.3% 수준에 그쳤다. 우리나라에서 개최되었던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방송 중계 시간을 살펴보면 한국 KBS 41시간, SBS 32시간, MBC 18시간에 비해 프랑스 FT 100시간, 미국 NBC의 94시간, 일본 NHK 62시간으로 많게는 80시간 이상의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도쿄패럴림픽 KBS 34시간, SBS 10시간, MBC 16시간)
 
7월 12일 진행된 패럴림픽대회 중계 확대를 위한 미디어 정책세미나에서는 패럴림픽의 중계권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 방송통신위원회의 고시 개정을 지적했다. 해당 고시에서는 동·하계올림픽과 월드컵은 가시청 가구 수 비율이 90% 이상이어야 하는 국민관심행사로 분류되어 있는 반면 패럴림픽은 이 분류에서 빠져있다는 지적이다.
 
패럴림픽 중계는 선택이 아닌 권리의 차원에서도 접근이 필요할 때다. 방송국과 관계부처에서는 선수들의 노력과 도전이 더 빛날 수 있도록 또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중계 및 보도를 늘리기 위한 대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 파리패럴림픽의 지상파 중계는 방송 3사(KBS, SBS, MBC)에서, 온라인 중계는 KBS 홈페이지, KBS 스포츠 유튜브 채널, 대한장애인체육회TV 및 어플리케이션(KBS+)에서 생중계 및 녹화중계가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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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과 같이 개최되는 패럴림픽 88년도 서울에서 첫 시작
장애인 스포츠 조직은 1차세계대전 이전부터 있었던 청각장애인 스포츠에서 시작해 2차세계대전 이후 절단장애인 위주의 재활 프로그램으로 운영됐다. 국제조직으로 발전된 것은 1924년 독자적으로 활동하던 국제농아스포츠위원회 CISS가 설립되고 1950년대 척수장애인을 위한 국제스토크맨드빌경기연맹 ISMGF가 생기면서다. 이후 1982년 3월 세계장애인스포츠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가 조직되었는데 이는 개별 장애유형으로 운영되던 장애인 스포츠를 시각장애, 절단장애 등 타장애유형도 포괄하여 장애인올림픽대회를 통합하고 조정시키기 위해서였다.
 
ICC가 조직되고 나서 처음으로 올림픽대회와 나란히 개최된 패럴림픽대회가 바로 1988년 서울에서 진행된 패럴림픽이다. 역사적으로도 서울패럴림픽대회는 그 이전에 열린 대회에서 볼 수 없었던 조직과 운영으로 장애인올림픽대회의 새로운 지표를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올림픽과 ‘동일한 도시, 동반개최’ 관례를 정립하였으며 ‘동일시설 사용’, ‘선수촌 제공’, ‘MVP 시상’ 및 ‘성화봉송 운영’ 등 수많은 최초사례를 시도한 대회이기도 하다.
 
현재는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를 중심으로 세계의 모든 장애인이 정치, 종교, 경제, 성별, 인종에 의해 차별받지 않고 스포츠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고취하고 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우리는 기억해야 할 ‘황연대 성취상’
황연대 성취상은 장애인 복지운동에 헌신한 황연대 박사가 1988년 ‘오늘의 여성상’ 상금을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에 쾌척하면서 제정됐다. 이 성취상은 단순히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받을 수 있는 상이 아니라 패럴림픽 선수로서의 용기, 결단, 도전 정신을 세계에 알린 남녀 각 1인을 선정해 시상했다.
 
처음엔 ‘극복상’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지만 2008년 베이징패럴림픽부터 ‘성취상’으로 바뀌면서 폐회식의 공식 행사가 됐다. 그동안 동·하계 패럴림픽을 통틀어 21개국 남녀 선수 28명이 수상한 바 있다. 그러나 2020 도쿄패럴림픽에서부터 황연대 성취상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019년 IPC위원회는 당시 도쿄패럴림픽 조직위원회가 제안한대로 상의 이름을 바꿔 ‘아임 파서블(I’m Possible·나는 가능하다) 어워드’로 시상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황연대 성취상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만, 그 정신만큼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다양한 기록물 제작과 사업 등을 통해 그동안의 유산을 잇는 것.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서울패럴림픽부터 이어져 온 황연대 성취상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연구 기록물 제작을 마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다양한 유산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황연대성취상위원회와 협의해 방안을 모색하겠다’며 계속해서 황연대 정신을 잇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작성자글. 김영연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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