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장애인 기업으로 성장하는 굿윌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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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는 기업 순위 19위, 연 매출 5조 원이 넘는 거대 기업이 있다. 일반 제조업이 아닌, 장애인 등 사회취약계층을 고용해서 재활용품을 판매하는 ‘굿윌 인더스트리(Goodwill Industries)’가 바로 그 기업이다. 그런데 장애인 등에게 자선이 아닌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사회에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응원하는 게 비전이라는 그 기업이 국내에도 들어와 있다. 착한 기업 굿윌, ‘도대체 굿윌스토어(Goodwill Store)가 뭐 하는 곳인데?’라는 궁금증을 가질 독자들을 위해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굿윌스토어 두 곳에 다녀왔다.
미국 기업순위 19위, 굿윌스토어
국내 굿윌스토어는 밀알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송파점, 도봉점과 함께하는재단에서 운영하는 함재점, 은평점, 양천점, 강동점 그리고 부산호산나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부산점, 수원중앙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수원점, 창원남산교회에서 운영하는 창원점까지 총 9개의 매장이 운영 중이다. 그중에서 서울 송파구 문정역 근처 주택가에는 사회복지법인 함께하는재단이 운영하는 함재점이 있다. 건물 1층은 매장으로, 3층은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었다. 사무실에서 김우용 함께하는재단 상임대표를 만나 한국 굿윌의 대략적인 현황을 들을 수 있었다.
대표는 “국내 총 9개 매장의 직원 250명 중 190명이 장애인”이며, “미국 굿윌은 취업이 힘든 교도소 출소자나 알콜중독자, 과체중자 등도 장애인으로 보고 이들을 적극 고용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현재 사업초기로, 장애인을 중심으로 탈북민과 다문화가정의 사람들을 취약계층으로 보고 고용하고 있다”고 고용현황을 밝혔다. 굿윌의 목표는 “사회취약계층에게 돈을 주는 게 아니라 일을 주는 것”이라는 게 김 대표의 말이었다. 이어 “취약계층에게 돈만 주는 것은 한계가 있다. 더디게 가더라도 어떻게 하면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가가 굿윌의 사업 목표”라고 김 대표는 덧붙였다.
아울러 김 대표는 “굿윌은 미국에서 하나의 큰 산업이다. 미국은 연매출이 5조5천억 원, 고용 인력이 670만 명으로 한해에 20만 명씩 신규고용이 창출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굿윌 사업을 하나의 산업군으로 키워나가자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함재점 현황에 대해 김 대표는 “한 달 매출이 1천6백만 원이고 18명의 장애인을 고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 굿윌스토어 함재점의 내부 전경 |
▲ 굿윌스토어 밀알송파점의 장애인 직원들과 지원봉사자들이 기증된 상품에 가격표를 붙이고 있다 |
국내 성공사례로 자리 잡은 굿윌 송파점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굿윌스토어 매장은 서울 송파구 마천동 송파소방서 옆에 위치한 밀알복지재단이 운영 중인 밀알송파점이다. 이곳은 현재 서울시가 지원하는 ‘서울특별시 미래형 직업재활시설’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전체 직원 총 73명 중 53명이 장애인이며, 53명의 장애인 중 92%정도가 2급 이상의 중증장애인이다.
밀알송파점 기획팀 최회성 씨에 따르면, 2003년 시각장애인 고 강영우 박사 소개로 부산에 처음 들어온 굿윌스토어는 한 교회의 작은 공간을 대여해 시작됐다. 110년 정도의 역사를 가진 미국 굿윌의 일반적인 형태는 150~200평의 스토어를 기준으로 사업을 진행하는데, 한국에 들어오면서 건물 임대료가 비싸다는 여건 때문에 장애인을 적게 고용하더라도 안정적으로 고용할 수 있는 크기로 축소 운영했었다. 그러나 기증품이 의류가 주를 이루는 탓에, 구색상품을 갖추지 못하는 문제점과 특정 교회에서 운영하다 보니 같은 지역의 다른 교회는 참여하기 힘들다는 한계 때문에 사업이 성장하지 못하고 정체됐다. 그러던 2011년, 중증장애인 일자리 사업으로 서울시와 밀알복지재단에서 굿윌 사업을 다시 시도하면서 139평의 큰 규모로 밀알송파점이 문을 열었고, 3년이 지난 지금 밀알송파점은 국내 굿윌 사업의 성공 사례로 자리 잡게 됐다.
최회성 씨는 “다른 제조·유통업들은 원료들을 구매할 수 있지만 굿윌스토어의 판매품목은 구매할 수 있는 품목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굿윌의 판매상품은 100% 기증품이기 때문에 기증품이 없으면 사업이 굴러가지 않는다. 현재까지 교회나 여러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있고, 2012년도 초반 전후로 언론에 노출이 자주 되면서 매일매일 사업이 진행될 만큼 충분한 기증품이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기증품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굿윌의 특성상 처음부터 시작이 순탄치만은 않았다는 게 그의 말이다. 사업을 시작할 때는 굿윌이 국내에 잘 알려지지도 않았고 아파트마다 설치된 헌옷수거함에는 이미 ‘임자’가 정해져있었던 것이다. 헌옷들이 해외로 수출되고, 구제시장으로 팔려나가는 탓에 기증품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고, 사업 초기에 교회의 도움이 매우 컸다고 한다. 대형교회에서 캠페인을 통해 1만 점, 2만 점씩 의류가 한꺼번에 들어왔고 교회 캠페인을 통해 연결된 기증자들이 꾸준히 기증을 이어갔다. 굿윌이 어느 정도 알려진 후, 이번에는 기업의 기증이 이어졌다. 기업에서 임직원 기증이라는 형식을 통해 한꺼번에 많은 양의 기증품이 들어왔고 현재는 기업 기증으로 함께 했던 사람들이 개인 기증자로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 굿윌스토어 송파점 내에 위치한 ‘The C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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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증방식은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방문기증으로, 스토어에 마련된 기증센터로 직접 방문해 기증하면 된다. 두 번째는 전화기증으로, 사과박스 기준 3박스 이상 분량이 되면 방문스케줄을 잡고 굿윌에서 직접 찾아가 받아온다. 세 번째는 굿윌 기증함을 통해 기증하는 방식이 있다. 기증함은 기업이나 교회에 설치되고 정기적으로 수거한다. 전화기증을 세부적으로 보면 인터넷과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으로도 가능하다.
기증품은 주간단위로 150~200건 정도 들어온다. 수거 담당 직원이 매일 기증품을 수거하는데, 2대의 수거차량으로 정해진 루트를 따라 상시적으로 움직이며 기증품을 수거해 오고 있다. 기증품 중 40% 정도는 여성의류가 차지하고 있으며, 그밖에도 가구, 식기, 전자기기 등 다양한 제품이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상품이 다양해지고 상품의 질이 높아질수록 구매자가 늘어나고 수익이 높아지며 그만큼 장애인 고용도 증가한다. 굿윌스토에서는 하나의 상품을 얼마나 비싸게 팔까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좀 더 많은 상품들을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고객들에게 판매할까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게 최회성 씨의 설명이다.
단 돈 ‘1만원’으로 쇼핑이 가능한 굿윌스토어
굿윌 밀알송파점은 지난해 연간 매출액이 10억 원을 넘어섰고, 올해엔 월 평균 매출이 1억 원에 육박하는 중대형 사업장으로 성장했다. 그렇다면 굿윌이 기증품만으로 이렇게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원가상품’이 아닌 ‘기증품’을 판매하기 때문이다. 원가상품이란, 하나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 기본적인 가격을 지불해야하는 상품을 말한다. 가령 김밥을 상품화해서 판매하려면 김밥을 만들 재료비가 들어가는데, 이처럼 재료비를 지불해야만 하나의 상품이 탄생하는 것을 원가상품이라고 한다.
이런 면에서 굿윌의 사업 전략은 다른 일반 제조업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 판매상품이 원가 상품이 아니다보니 같은 매출이 발생해도 판매액의 대부분이 순이익으로 남기 때문이다. 가령 밀알송파점에서 매출이 1억 원 발생했을 때 원가상품 비율은 10%정도이기 때문에 나머지 90%인 9천만 원이 순이익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굿윌에서는 원가상품을 최소화하고, 원가상품도 가능하면 장애인 생산품을 위주로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밀알송파점에서 판매중인 원가상품은 ‘The Cafe(더 카페)’라는 이랜드의 커피브랜드, ‘문우’라는 장애인직업생활시설에서 만든 비누, 역시 장애인직업생활시설에서 만든 ‘그린내’라는 휴지, ‘밀알베이커리’의 제과류 정도가 전부다.
▲굿윌스토어 송파점에 설치된 오뚜기 용역사업장에서 직원들이 선물세트를 포장하고 있다. |
한편, 현재 밀알송파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장애인 직원 53명 중 17명은 주식회사 오뚜기의 용역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다. 건물 1층 매장 옆에는 오뚜기 용역사업장이 설치돼 있다. 직원들의 주요 업무는 오뚜기에서 만든 가공품을 선물세트로 포장해서 또 다른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오뚜기에서는 용역작업을 통한 일거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유통기한이 3~5개월 정도 임박한 재고품을 무상으로 기증하기도 한다. 오뚜기와 LG생활건강에서 기증하는 기증품은 스토어에서 구색상품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개인 기증자들의 기증품 대부분이 의류이기 때문에 기업에서 기증한 이런 생활 품목들이 구색상품으로 판매되면서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훨씬 높아졌다고 한다.
사실 소비자들은 편리한 쇼핑을 원한다. 고객만족의 관건은 ‘원 스톱 쇼핑(One Stop Shopping)’에 달려있다. 한 번의 방문으로 쌀이나 잡곡, 오뚜기 상품, LG생활건강에서 나오는 세제, 비누, 샴푸 등 식품과 생활용품도 사고, 카페에 가서 커피도 마시고, 베이커리에서 빵도 사기를 원한다는 것. 이런 이유로 구색상품을 갖추기 위해 굉장히 많이 노력한다는 게 송파점 관계자의 말이었다.
굿윌 송파점의 사업 비전은 크게 3가지다. 매장에서 기증품을 판매하는 것, 오뚜기 용역작업장처럼 용역작업을 통해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 마지막으로 ‘연계고용’이다. 굿윌은 현재 근무하고 있는 장애인직원 53명이 평생 이곳에서 근무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직업 훈련과 사회 적응을 끝내고 어느 정도 기술이 쌓인 장애인들이 직업재활시설이 아닌 일반기업 내에 마련된 장애인 T.O(자리)로 들어가는 것을 원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장애인 고용이 쉽지 않은 이유는 생산성에서 뒤쳐진다는 판단 때문이다. 회사에서는 장애인을 고용하는 것보다 장애인고용부담금을 내더라도 비장애인 직원을 뽑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특히 중증장애인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아직까지는 굿윌을 통해 연계고용 된 사례는 없지만 굿윌의 궁극적인 목표는 앞으로 개발을 통해 연계고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최회성 씨는 “굿윌은 현재 장애인 직원 대부분에게 월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하고 있다. 일반적인 사업체로 보면 가장 낮은 등급에 속하지만, 그럼에도 장애인 노동자의 경우 현재 최저임금조차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밀알송파점에서 일하고 있는 장애인 직원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앞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밀알송파점의 한 달 매출은 1억 원 정도 된다. 이중 50%정도가 장애인 직원의 임금으로 지급되고, 나머지는 운영비로 지출되거나 3, 4호점 개점을 위해 적립 중이라고 한다.
현재 밀알복지재단에서는 신규 점포(서울 1개, 전주 1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최회성 씨는 “송파점 하나만 잘돼서는 직업을 갖기 원하는 장애인들의 수요를 충족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직원 채용수를 늘리는 것 보다는 새로운 매장을 개점해서 그 지역의 장애인들에게 직업 재활의 기회를 제공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밀알송파점은 현재 서울시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독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매장 크기는 현재의 크기를 유지 하되, 채용 장애인의 수를 조금 줄이고 서울시의 지원 없이 자립적으로 가기 위한 단계를 밟고 있다. “미국도 100년에 걸쳐서 한 일인데 우리는 지금 겨우 19년 만에 독립에 도전 중”이라며, “재단에서는 추후 50개 정도의 매장 개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굿윌의 미래는 어떨까? 최회성 씨는 “판매되는 기증품이 아주 싼 물건들이 아니라 어느 정도 가치 있는 물건인데다,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으니까 소비자들이 구매를 한다. 곧 굿윌의 미래는 기증품 품질이 좋아야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제가 성장할수록 사람들이 구매하고 사용하는 상품의 수준은 높아진다. 그러다보면 기증품의 수준도 높아질 것이고 저절로 소비자들은 기증품의 가치를 보고 구매할 것이기 때문에 굿윌의 미래는 밝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최회성 씨에게 소비자 입장에서 굿윌스토어의 매력이 뭐냐고 물었다.
그는 “상품이 기본적으로 싸고 좋다. 고객이 1만 원 한 장 들고 오면 셔츠 2벌에 바지 1벌을 사고, 남는 돈으로 커피도 마시고, 혹은 샴푸나 린스도 살 수 있다. 그러면서 취약계층도 고용하고, 환경보존도 하고, 지역사회에 기여도 할 수 있는 게 굿윌의 매력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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