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 앞둔 장애계, "장애인 정치참여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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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혐오나 거부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그 영향력으로 인해 사회구성원들은 관심을 넘어 기회가 주어진다면 누구나 현실정치의 참여를 원한다. 이는 장애인도 예외일 수 없다. 장애인의 정치참여는 2000년대에 접어들어 들면서 크게 변화하기 시작했고, 각종 선거를 치루면서 그 관심은 점차 커져가고 있다. 지난 제15대 국회에서 장애계를 대표한 인사가 처음으로 국회에 들어가면서 장애문제는 정책적 변화와 함께 장애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각종 장애계 현안들이 의회차원에서 당사자의 입장이 반영된 정책적 접근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6.4 지방선거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장애인의 정치참여 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어느 선거 때보다 뜨겁지만, 정당들은 여전히 소극적 입장이다.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없고, 그렇다고 기득권을 포기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결국 또 다시 생색내기가 예상된다.
장애인의 정치참여 현실은?
장애계는 선거를 가장 중요한 의사관철의 수단으로 인식하고 매번 선거마다 유권자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제15대 총선에서 새정치국민회의가 장애인 비례대표를 처음 인정하면서 장애계는 직접 정치참여의 비전을 봤고, 정책 형성과 입법화 과정에서 장애감수성이 문제해결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러나 16대 총선에서는 어느 정당도 장애계층의 대표성을 인정하기 않다. 결국 우리의 노력과 요구 없이는 현실 정치의 참여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후 장애계는 장애인선거연대를 통해 정치참여에 대한 제도적 보장을 요구하며, 공직선거법에 장애인비례대표 10%할당과 당헌당규 개정을 요구하였다.
그 결과 17대 총선에서 장애계 인사 2명이 국회에 진출하게 되면서 사회적으로 장애인의 대표성과 역할이 다시 부각되었고 현재까지 장애계 인사들이 의회에 진출하고 있다. 하지만 제도화되거나 각 정당에 당헌당규에 이를 명문화하고 있지는 못하다. 장애계의 요구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이지만, 여전히 시혜적 차원의 할당에 지나지 않는다.
▲ [표1] 제15대~제19대 국회 비례대표 현황 |
이러한 상황은 지방의회도 마찬가지이다. 풀뿌리민주주의 실현과 지방자치를 위한 지방선거에서도 장애인의 정치참여는 제대로 보장되고 있지 못하다. 민선3기(2002년)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의회에서 최초로 장애인비례대표가 선출된 것을 시작으로 민선4기에서는 비례대표 2명, 지역구 9명이 광역의회에서 의정활동을 했다. 현 민선5기는 이전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였다. 광역의회의 경우 비례대표 8명, 지역구 14명이 선출되어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기초의회도 비례대표 9명, 지역구 32명이 활동 중에 있다. 그러나 전체의석 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를 조금 넘는 수치로 장애인의 정치참여의 높은 장벽을 실감할 수 있다.
▲ [표2] 민선5기 지방의회 장애인의원 현황 |
장애인의 정치참여에 대한 장애인의 시선은 “매우 긍정적”
장애인당사자의 의회 진출은 장애문제의 정책적 접근에 있어 큰 변화를 가져왔다. 단순히 시혜적인 복지의 문제로만 접근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변화된 모습에서 장애인유권자들은 장애인의 정치참여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과 함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 지난해 11월에 17개시도의 장애인유권자 551명을 대상으로 한 정치의식과 정치성향에 대한 조사결과를 보면, 장애인유권자의 92.9%가 장애인의 적접정치참여에 대해 공감했으며, 7.1%만이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또 85.5%가 장애인복지 발전에 도움이 되었다고 응답해 장애인의 직접정치 참여가 장애인과 관련한 각종제도와 법률 및 조례의 제개정 등 다양한 장애계 현안을 해결하는데 역할을 하고 있고, 그 결과 복지발전과 함께 장애인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의정활동 성과로 본 장애인의 정치참여
의정활동의 꽃은 입법활동이다. 즉 지방의회는 조례제정이다. 지방의회는 국회와 달리 입법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보좌진들이 없다. 그래서 지역사회의 다양한 현안을 찾아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대안을 개발하고 제안하거나 조례를 제․개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현 민선5기 광역의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장애인의원들의 성과는 두드러지다. 한국장애인인권포럼의 민선5기 광역의회 의정모니터 백서 결과를 보면, 우수 장애인정책 의정활동을 펼친 상위 10명의 의원 중 6명(비례대표 5명)이 장애인당사자 의원이었다. 그리고 본 저자가 장애인비례대표 7명이 지난 3년 6개월간(‘10년 7월~’13년 12월까지) 의회에서 발의한 조례를 분석한 결과, 총61개의 조례를 제․개정하였다. 장애관련 현안 뿐 아니라 다양한 계층의 지역이슈의 개선을 위해 활동을 했다. 이중 장애와 관련한 조례는 43개로 전체 조례 제․개정의 70.5%였다. 이를 분야별로 살펴보면 인권과 관련한 조례가 12개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자립생활과 관련 조례 6개, 소득보장 관련 조례 5개, 행정체계 관련 조례 4개, 편의시설, 고용 등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제․개정한 조례 61개 중 33개가 제정 조례이며, 이중 23개는 장애와 관련된 조례로 나타났다.
▲ [표 3] 분야별 장애관련 조례 제․개정 현황 |
정당들, 장애인정치참여의 성과와 필요성 인정하지만 공천은? 글쎄
지방선거장애인연대는 6.4지방선거에서 비례대표 후보에 장애계 인사를 당선권 내에 10%공천하고, 정치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당헌당규와 공직선거법 등 정치관계법의 개정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각 정당과 17개시도당에 전달했다. 하지만 여전히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는 지방선거장애인연대는 장애인의 의회진출이 당연한 권리로 보고, 각 정당의 장애인 정치참여에 대한 입장을 확인하는 조사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당들은 장애인당사자의 의회진출이 장애문제 해결과 장애인복지발전에 대해 모두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답변했고, 필요성에 대해서도 매우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6.4지방선거에서 장애인당사자를 당선권 내에 10%이상 공천할 계획에 대해서는 진보계역 정당을 제외한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검토 중’, ‘논의 중’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장애인당사자들의 정치참여에 대한 성과는 인정하면서도 이를 현실화하는데 있어서는 애매모호한 다소 이율배반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결국 비장애인 엘리트중심의 권력구조를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밖에는 볼 수 없고, 이번 6.4지방선거에서도 이전 선거 때처럼 장애인비례대표는 구색맞추기식의 시혜적 공천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징후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장애인의 정치참여를 보장한다는 미명아래 10%의 가산점을 부여는 생색내기 경선을 결정하고, 비례대표 기초의원 후보를 전원 여성으로 공천하겠다는 결정을 하면서도 ‘장애여성’에 대한 언급이 빠져있다. 또 비례대표 후보자 선정 방식을 참여경선을 통한 상향식 공천으로 채택한 시행세칙의 마련은 스펙이 우선시 되는 사회풍토 속에서 장애인계층의 정치참여의 높은 장벽을 더욱 견고하게 하는 장치일 뿐 아니라 엘리트 정치권력의 구조를 계속 유지하려는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
장애인정치 참여의 제도적 보장을 위한 개선 방안
첫째, 제도적 측면의 변화가 필요하다. 우선 정당의 당헌당규 개정을 선행해야 한다. 여성의 정치참여가 제도적으로 보장된 과정을 참고해 각 정당들에 당직과 공직에 장애인의 10%할당을 명문화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다음으로 정당의 후보자추천과 관려한 공직선거법 개정이다. 공직선거법 제47조에는 비례대표의원선거에 후보자 중 100분의 50을 여성으로 추천하고 있는 조항처럼 장애인구 10%를 비례대표로 추천하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장애인추천보조금의 현실화를 위한 정치자금법 개정이 필요하다. 민선5기 지방선거에서 처음 도입된 장애인추천보조금 제도는 장애인의 정치참여를 활성화하고 확대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하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있다. 현재 추천보조금은 정당별 국회의석수와 최근 실시한 국회의원선거 득표수 비율에 지급하고 있어 지방선거에서 장애인을 많이 공천하는 정당이 있어도 추천보조금이 적게 지급될 수 있어 제도의 본래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 또한 액수도 크지 않아 금전적 이득도 크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추천보조금은 후보자 수를 기준으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꾸고, 보조금의 규모도 현재 보다 증액해야할 필요가 있다.
둘째, 비례대표 추천에 있어 정당의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 정당정치는 여전히 사회지배계층과 기득권 세력의 영역이다. 그동안 권력관계에 있어 장애인은 그 대표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 제도적 불리와 편견으로 배제되거나, 생색내기 수준의 공천을 통해 정당의 이미지 포장으로 악용되어 왔다. 하지만 이러한 관행에 변화가 지난 민선5기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당에서 일어났다. 정당의 전유물인 공천을 장애계에 일정부분 위임해 관련 인사를 의회에 진출하게 했다. 그동안의 선거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변화된 정당의 공천구조로 장애인의 정치참여 환경의 조성을 위해서는 이번 6.4지방선거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모든 정당에서 현실화될 필요가 있다.
셋째, 정치세력화를 위한 인재를 키우는 역량강화가 필요하다. 장애인의 정치세력화의 필요성에 모두가 공감하지만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시스템은 너무나 부재하다. 더욱이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다양한 차별과 편견이 존재하는 현재의 구조에서 정치세력화는 쉽지 않다. 지난 해 11월 실시한 장애인유권자 정치의식과 성향조사에서 장애인유권자 10명 중 2명은 공직선거 출마에 대한 의사가 있음을 밝혔고, 유권자의 84.6%는 정치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장애인유권자의 정치참여에 대한 욕구를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각종 정치아카데미를 활성화시키고, 이들의 역량을 강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의 강구 마련되어야 한다. 단순한 구호로서의 정치참여보장이 아니라 현실 가능한 정치세력화를 위한 준비를 이제는 해나가야 할 시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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