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현 씨 사망사건, 장애등급제의 허점을 파고든 ‘비극’
본문
▲ 8일 10시 국회 ‘경제사회정책 포럼(대표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의원)’은 ‘송국현씨 화재사망 사례로 살펴 본 장애등급제와 장애인활동지원제도 토론회’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개최했다. |
장애인 개개인의 욕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행정편의적, 당사자주의를 외면한 장애등급제를 폐지하자는 장애계의 외침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아울러 장애등급 재판정심사 또한 의료적 관점과 서류상의 진단으로 실제 장애인의 상황이 고려되지 않은 채, 장애인들에게 2차적인 고통을 주고 있다. 이러한 장애등급제의 허점으로 지난달 17일 중복장애 3급인 송국현 씨가 활동보조 지원을 받지 못해 임시거주 시설에서 홀로 머물다 화재 사고로 사망하면서, 장애등급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거세게 일고 있다.
이러한 비판과 우려에 따라 국회 ‘경제사회정책 포럼(대표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의원)’은 8일 오전 10시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송국현씨 화재사망 사례로 살펴 본 장애등급제와 장애인활동지원제도 토론회’를 개최했다.
김용익 의원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송국현 씨의 비극적인 사건에는 제도적 운영상의 잘못이 있었고, 장애인 제도의 불합리가 있었다"며, "앞으로도 끊임없이 사건사고가 일어나고 희생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많다고 판단해, 이를 분석하고 잘못된 것을 점검하고자 이번 토론회를 마련했다. 이후 장애인등급제를 비롯한 장애인 복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들을 해 나갈 것을 다짐한다”고 밝혔다.
보행·의사소통 어려웠던 故송국현 씨, 활동보조 필요 없는 3급 장애인이었다?
▲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
이날 토론회에서 전직 의사였던 김 의원은 송국현 씨의 진단내용을 분석해 주제발표를 진행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송 씨는 올해 재판정을 다시 받았을 때 병원 진단에서 뇌병변 1급, 언어 3급으로 중복 1급을 진단받았다. 구체적인 상태는 침대나 의자 등에 혼자서 오르내리기를 전혀 할 수 없었고, 보행이나 휠체어 이동도 어려웠으며, 대소변을 조절하고 경미한 일을 하는 정도였지, 다른 일은 전혀 할 수 없는 정도였다고 한다. 또 퇴화 척도에서는 초기치매로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더 이상 지낼 수 없는 상태였고, 인지저하로 인한 언어장애, 말 능력은 발성장애(목소리 자체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상태)로 나타났다고 한다.
그러나 송 씨에 대한 장애판정센터의 재심사 최종 판정은 '3급'이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심사에서 병원진단이 인정되지 않았고, 악화됐다는 소견이 확인되지 않은 점, 치료 경과 등을 고려해 뇌병변 5급으로 결정됐다는 것. 이와 더불어 김 의원이 성모병원 담당 의사에게 의뢰한 결과, 송 씨가 비용이 없어 엑스레이를 찍지 않아 진단이 인정되지 않은 것 같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김 의원은 “재판정에 대면진료가 없는 것이 장애등급 판정의 문제점이다. 대면진료가 불가능하면 이의신청이라도 활용돼야 하는데, 실제로는 어렵고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송 씨 역시 이의신청이 사실상 거부됐던 것”이라며, “장애등급 판정제도는 장애인들의 실질적 필요를 반영하지 못하고, 제도 운영도 매우 경직되어 있어 실제 상태를 적시에 반영해주지 못하고 있다. 송 씨 사망사건은 장애등급제와 활동보조제도의 허점을 정확히 파고든 비극”이라고 밝혔다.
정동은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은 “송국현 씨는 현재 장례식장에 22일째 누워있다. 그를 살리지 못하고 죽임을 당하게 한 것이 슬프고 절망스럽다”면서, “돈보다 생명이다. 재발대책을 마련해서 앞으로는 돈의 논리로 사람을 죽이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탈시설 장애인 긴급구조’ 활동보조제도의 독소조항
송국현 씨의 죽음, 장애등급제 폐지의 당위성 드러난 극명한 사례
장애계 대표 토론자들은 장애등급제가 탈시설과 자립생활을 가로막고, 정부는 탈시설에 대한 개념조차도 받아들이지 않는 등 탈시설한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활동보조제도에서 명시하는 '탈시설 장애인 긴급구조' 조항은 휴폐업된 시설에서 나온 장애인에게만 해당하는 ‘독소조항일 뿐'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 남병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실장 |
발제를 맡은 남병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실장은 장애등급제 폐지에 앞서 우선적으로 ▲활동지원제도에서의 장애등급제 즉각 폐지 ▲등록장애인에 감면할인제도 동일 적용, 직접 수당방식 전환 ▲장애계가 포함된 전반논의기구 구성 ▲권리보장법 제정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남 실장은 “송국현 씨의 사망사건은 세월호 참사 사건과 무척 닮아있다. 두 사건의 본질은 구조를 거부했다는 것”이라며, "장애등급제호는 침몰하고 있다. 사람이 계속해서 죽어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시설이라는 곳이 대부분 거동이 어려운 사람이 가는 곳인데, 그 시설에서 나온 송국현 씨는 3급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인적지원을 거부당했다. 그래서 장애등급을 올리기 위해 재판정을 몇 차례 받았고, 사고 사흘 전에 국민연금 공단을 찾아갔지만 결국 또 거부당했다”며 원통해했다.
남 실장은 “활동지원제도의 목적은 거동 불편한 사람에게 자립생활을 하게 하는 것인데, 등급이 필요 없다는 것은 상식인데도 왜 복지부가 막으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정부가 ‘탈시설추세화’라는 말은 쓰고 있지만, '탈시설'이라는 개념을 쓰고 있지 않다. 탈시설에 대한 계획을 세우겠다는 공식적인 말도 없고, 시설에서 나온 분들에 대한 대책이 없다. 결국 시설 자본의 권력과 행정편의 때문에 정부가 탈시설을 지원하지 않는 것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 임소연 장애와인권 발바닥행동 활동가 |
임소연 장애와인권 발바닥행동 활동가는 “장애등급제 폐지, 탈시설 지원체계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대해 극명하게 보여준 게 송국현 씨 사례”라며, “장애인복지법상의 법인시설만 553개가 있고, 장애인 2만5천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정신보건법상의 시설까지 합하면 20만 명 이상이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격리된 채로 살고 있다. 조사 결과 이들 중 50% 이상이 자립생활을 원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도 복지부는 탈시설에 대한 욕구조사는 전혀 시행하지 않고 있다. 복지부가 탈시설을 희망하는 장애인의 욕구조사보다는 인권침해 조사만 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임 활동가는 “탈시설을 희망하는 장애인들의 전제 조건이 거주공간, 활동보조 24시간, 생활비 지원이었지만, 20~30년간 시설 거주로 인한 세월의 격차, 사회적 격리 등 때문이라도 지역사회 정착을 위해서는 활동서비스 지원이 필요하다. 한글을 모르고, 문화도 모르는데 어떻게 시설에서 나와 자립할 수 있겠나”라며, “정부가 탈시설 정책이 없는 것은 정말 문제고, 지역 사회 내에서 자립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등급제, 부양의무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기현 국민연금공단 장애인심사기획부 부장은 “장애인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송국현 씨의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히며, “장애재심사제도를 개선해오고 있고, 대면심사제도 활성화 하는 부분을 검토해서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오늘 토론회 내용과 추진단에서 논의되는 내용들을 토대로 불행한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적극 지원하고,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2017년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겠다고 내세운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보다 1년 앞선 2016년 장애등급제를 전면 폐지하기로 하고, 지난 4월 '장애종합판정체계 개편 추진단'을 구성했다. 이 추진단은 복지부가 앞서 두 차례의 회의체 구성에 이은 세 번째 회의체로 학계 10명, 장애인 단체 4명, 관계 기관 6명, 복지부 4명 등 총 24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 이영재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서기관 |
기획단, 추진단 등 세 개의 회의체에 모두 참여한 조한진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의학적 평가 분야라 정확하진 않지만, 장애를 등급 대신 장애율 혹은 손상률로 표시할 것 같다"며, "장애의 정도를 비율로 표시하면 등급이 100개가 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현행 등급을 일정한 비율로 대체한다면,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라며, "공무원의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오늘도 죽어가는 장애인의 절박한 사정을 헤아릴까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번 추진단도 '용두사미'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영재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서기관은 "장애등급제가 처음 도입됐을 때 아주 제한적인 예산 하에서 가장 필요한 부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제도가 시행됐기 때문에 최근 들어 문제가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밝힌 뒤, "실제 장애인들의 필요에 비해 많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래서 부족한 부분도 드리려 하고 서비스도 다양하게 제공하려 하는데, 문제는 속도인 것 같다"며, "계속해서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