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피해자 모임, "특별법 소관부처 변경하라" > 기획 연재

▲ 8일 9시 20분, 국회 정문 앞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실종자·유가족모임’ 공식 출범 및 ‘「형제복지원 피해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자 생활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의 소관 상임위에 관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과 관련해 8일 오전 9시 20분 국회 정문에서는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실종자·유가족모임’(이하 피해자 모임) 공식 출범 및 ‘「형제복지원 피해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자 생활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형제복지원 특별법)의 소관 상임위에 관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지난 3월 24일 형제복지원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발의됐으나, 소관 상임위가 안정행정위가 아닌 보건복지위로 배정됐다. 이에 피해자 및 유가족들은 피해자 모임을 결성, 공식출범을 알림과 동시에 소관 상임위의 변경을 요청하게된 것.

피해자 모임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형제복지원 사건이 조속히 진상규명될 때까지 우리는 끝까지 지옥 속에서 생활했던 과거의 이야기를 할 것”이라며, “우리가 어떻게 버려졌고,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끝까지 증언할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다졌다. 또, “우리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국가의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 모임은 “왜?”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왜 그들이 형제복지원에 들어가야 했는지, 왜 시설에 사람을 가뒀는지, 왜 수사외압을 한 것인지, 왜 국가는 박인근 원장에게 아무런 추징을 하지 않는지 등의 질문을 던졌다.
 
아울러 다음과 같은 5가지를 국가에 요구했다. 

1. 지금이라도 형제복지원 인권 유린 사건을 명명백백하게 진상규명하라!
2. 형제복지원 특별법은 복지부 소관이 아닌 안행부 차원에서 진상규명하라!
3. 더 이상 안행부는 이 사건에 회피하려 하지 말고 진상규명에 적극 나서라!
4. 형제복지원 인권유린 사건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조속히 진상규명에 임하라!
5. 국가는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및 실종자,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라!

기자회견을 마치고 ‘한국의 홀로코스트: 형제복지원 피해자 증언대회’(이하 증언대회)가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렸다.

▲ 8일 10시, 형제복지원 피해자 증언대회가 열리고 있다.

증언대회에서는 피해자 및 유가족이 나와 당시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내용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 피해자 최승우 씨

#1
피해자 최승우 씨는 1982년 중학생이었다. 당시 최 씨는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순경이 그를 파출소로 끌고 들어가 가방검사를 했고, 학교에서 배급받은 우유와 빵을 두고 훔친 것 아니냐며 최 씨를 다그쳤다. 아니라고 항변했지만, 그는 바로 형제복지원에 보내졌다. 최 씨는 입소 직후 신입소대에서 발가벗겨진 채 소대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계속되는 폭행, 성폭행, 기합으로 인해 어린 나이였음에도 죽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그들은 역겨운 음식을 주고, 먹으라고 강요했다. 역한 냄새에 구토를 해도 먹으라고 강요했다. 먹을 때 까지 구타했다. 산에서 자루에 흙을 나르는 일을 했는데, 어느 날은 이게 시체에서 나오는 ‘인’이라며 몸에 좋다고 먹이기도 했다.
퇴소 후에도 수년간 지속된 폭행으로 인해 20대 때부터 틀니를 하게 됐고, 온 몸이 디스크에 걸려 30대 때부터 기초생활수급자가 됐다. 당시 함께 구금됐던 그의 친동생은 퇴소 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3년 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
유가족인 엄○○ 씨의 형은 청각장애인이다. 1985년 10월 그의 형(이하 형)은 술을 먹고 길에 쓰러져있었고, 눈을 떠보니 파출소였다고 한다. 형은 집에 가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건장한 남자 두 명이 그를 형제복지원으로 끌고 갔다. 형은 입소 전 건장한 체격이었지만 1986년 5월, 집에 돌아왔을 땐 피골이 상접한 모습이었다.
1986년 7월 29일 형은 두 번째로 입소했다. 사흘 뒤인 8월 1일, 병원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형의 시신을 확인하라는 것. 시신을 확인한 엄 씨는 놀랐다. 형의 얼굴은 부어있고, 온 몸이 멍투성이였기 때문이다. 옆에 서있던 형제복지원 직원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모른다”였다. 위에서 내려온 지시라 본인은 모른다는 것. 그렇게 허무하게 형을 잃었지만, 국가가 개입한 사건이기 때문에 “아무리 해봐야 소용없다”는 아버지의 말씀에 어린 엄 씨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 피해자 한종훈 씨가 구타로 인해 휘어진 팔을 보여주고 있다.

#3
피해자 한종훈 씨는 13세의 어린 나이에 동생과 함께 구금됐다. 한 씨는 집에 가는 길을 잃어버려 파출소에 가서 집을 찾아달라고 했더니 형제복지원으로 보내졌다. 신입소대에서 폭행을 당했다. 큼지막한 어른이 구타하면서 “전과가 몇 개냐”고 물었고, 당시 어린 나이었던 그는 “2개”라고 대답했다. ‘전과’의 뜻조차 몰랐을 만큼 어렸던 그가 맞으면서 떠올렸던 건 집에 있는 ‘동아전과’와 ‘표전전과’였다. 그는 대답 직후 날아오는 몽둥이에 머리를 맞고 기절했다.
한 씨는 ‘히로시마’라고 불리는 폭행으로 인해 팔이 휘었다. 밤이 되면 문을 잠그고 아이들을 구타했는데, ‘히로시마’는 2층 침대에 아이들을 물구나무 세워 몽둥이로 때리는 행위를 일컫는다.
그의 동생은 퇴소 후 정신적 고통으로 인해 사회에 적응하지 못했고, 하루하루를 술로 보내다 사고를 당해 현재 지적장애 2급을 갖고 있다. 그의 어머니 또한 당시 아들 둘을 한꺼번에 잃어버렸다는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다 치매를 앓게 됐다. 가정형편은 어려웠지만 단란하게 살던 한 가정이 풍비박산 난 것이다.

▲ 피해자 김희곤 씨

피해자 김희곤 씨는 “형제복지원에서 집까지 다섯 정거장인데 가는데 10년이 걸렸다”며, “사라진 아들을 찾아 헤매시던 아버지가 내가 집으로 돌아가기 1년여 전에 돌아가셨다. 평생을 불효자로 살고 있다”며 눈물을 훔쳤다.

김 씨는 “나는 부랑인이 아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던 학생이었다”며 당시 내부훈령 410호에 의해 잡혀간 ‘부랑인’들은 진짜 부랑인이 아닌 우리 이웃의 아이들이었음을 알렸다.

김 씨는 아직도 그 당시의 정신적 고통으로 인해 수면제를 먹지 않으면 잠을 못 잔다고 토로했다.

여준민 형제복지원사건진상규명을위한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증언대회를 정리하면서 형제복지원 사건의 국가개입을 다시 한 번 지적했다.

여준민 사무국장은 “형제복지원 차량은 속도위반, 주차위반 등 그 어떤 제지도 받지 않았다”며, “형제복지원 차량은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박인근 원장이 그 차량에서 내리면 시청과 경찰서 직원들이 허리 숙여 인사했다”고 말했고, 형제복지원 사건 수사과정에서 당시 수사를 맡았던 계장이나 검사 등에 외압이 있었다는 점을 꼬집었다.

한편, 피해자 모임은 출범식과 기자회견, 증언대회를 통해 다시 한 번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상규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소관 상임위를 보건복지부에서 안전행정부로 변경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