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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필요’가 ‘모두의 편의와 행복’을 만든다

[기획]유니버설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본문

 모두를 위한 변화 - 유니버설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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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1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은 ‘보편적 설계’라는 의미로, 전 세계 모든 이들의 생활환경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있는 가히 혁명적인 움직임이다. 장애의 유무나 연령과는 무관하게 모든 사람들이 제품・건축・환경・서비스 등을 보다 편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자는 것으로, 미국인 로널드 메이스에 의해 처음 주창되었다. 로널드 메이스는 1급 소아마비를 앓고 있던 중증장애인으로, 자신의 삶의 경험을 통해 장애・비장애 모두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이라는 명칭과 개념을 최초로 만들었다. 그 후 1998년 제1회 국제 유니버설 디자인 대회를 시작으로, 참신하고 쉽게 친숙해지는 디자인을 ‘집단지성’과 같은 흐름으로 계속 이끌어내고 있다.

‘모두를 위한 설계(Design for All)’라는 부연설명과 같이, 유니버설 디자인은 특정한 누구만을 위한 제품이 아닌, 남녀노소 누구나 생활의 편의를 느끼고 체험하게 만든다.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들다는 점 때문에 개발된 게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이듯, 또한 맨 처음에는 손놀림이 불편한 장애인들의 건강권 확보를 위해 개발됐던 전동칫솔(사진 1)이 모든 이들의 생활에 편의를 제공하듯이, 가장 간단한 필요와 욕구를 실제 현실 속에 구현함으로써 유니버설 디자인은 하나씩의 열매를 맺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열매는 우리 생활을 직접 변화시키는 거대한 물결로 파급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다음과 같은 일곱 가지의 기본원칙이 정해져 있다. <1. 누구라도 사용할 수 있는 2. 사용법은 각자가 고를 수 있는 3. 쉽고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는 4. 사용법을 금방 알 수 있는 5. 사용 시 역효과나 위험이 없는 6. 적은 힘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7. 누구라도 다가가기 쉬운> 이 원칙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공평한 사용(equitable use) : 누구라도 차별감이나 불안감, 열등감을 느끼지 않고 공평하게 사용 가능한가?
2. 사용상의 융통성(flexibility in use) : 서두르거나, 다양한 생활환경 조건에서도 정확하고 자유롭게 사용 가능한가?
3. 간단하고 직관적인 사용(simple and intuitive) : 직감적으로 사용방법을 간단히 알 수 있도록 간결하고, 사용 시 피드백이 있는가?
4. 정보 이용의 용이(perceptive information) : 정보구조가 간단하고, 복수의 전달수단을 통해 정보입수가 가능한가?
5. 오류에 대한 포용력(tolerance for error) : 사고를 방지하고, 잘못된 명령에도 원래 상태로 쉽게 복귀가 가능한가?
6. 적은 물리적 노력(low physical effort) : 무의미한 반복동작이나, 무리한 힘을 들이지 않고 자연스런 자세로 사용이 가능한가?
7. 접근과 사용을 위한 충분한 공간(size and space for approach and use) : 이동이나 수납이 용이하고, 다양한 신체조건의 사용자와 도우미가 함께 사용이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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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낮이 조절 싱크대 상단의 수납장을 아래로 내릴 수 있고 싱크대 본체의 높이도 상하로 조절이 가능해, 신장의 차이와 상관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생활 속의 유니버설 디자인

유니버설 디자인은 어느 특정 부분에만 등장하는 게 아니라, 우리 일상생활 전체의 모든 면에 구현될 수 있다. ‘보다 편하게, 보다 쉽게’라는 명제를 충족시키는 건 특정 발명가나 개발자의 몫이 아닌, 우리 모두의 아이디어가 디자인의 원천이 된다는 것이다. 문을 더 편하게 열게, 숟가락이 손에 잘 쥐어지게, 전자제품의 작동 방법을 보다 단순명료하게, 거리이동의 환경을 보다 불편함 없게, 대중교통 이용 시 안전성과 효율성을 보다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는 새로운 모든 방법들이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신제품과 쾌적한 환경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장애를 가진 모든 이들의 편의를 위해 도입되고 정비된 수많은 장치들은, 자연스럽게 노약자와 임산부를 위한 편의를 함께 제공했다. 지하철(전철)역의 엘리베이터 설치가 그랬고, 인도(人道)의 보도블록 정비가 유모차와 함께하는 엄마들의 근심을 덜었으며, 출입문 앞 경사로는 관절이 아픈 어르신들의 보행을 편하게 만들었다. 전기 콘센트를 꼽고 빼기 쉽게, 못을 박기 쉽게, 손을 씻기 편하게 세면대 높이를 낮추는 것도 모두 유니버설 디자인에 포함된다. 일례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쉽게 볼 수 있게 된 건 남자화장실의 아동용 소변기이다. 어른용의 절반 또는 그 이하의 크기로 설치되어, 어린이들의 용변에 편의를 제공하는 게 바로 유니버설 디자인이다. 또한 각 유치원에 설치된 조그만 좌변기는 아이들의 몸집에 딱 맞도록 귀여운 크기와 모양으로 제작되어 있다.

버스정류장마다 버스 도착 시간을 알려주는 장비가 설치되어 남은 시간을 한눈에 알 수 있게 됐고, 버스와 지하철의 손잡이가 기존의 길이보다 훨씬 길어진 것도 키가 작은 이들을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이다. ‘왜 택시는 신용카드로 타지 못할까?’라는 물음표가 택시의 카드결제를 가능하게 만들었고, 장애인운전자와 여성운전자들을 위해 주차공간을 보다 넓게 만든 것도 필요와 편의를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장애인과 고령자들의 일상생활을 자유롭게 만들기 위해 도입된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 사회적 약자들의 사회생활에 지장이 되는 물리적・심리적 장벽을 없애자는 운동) 자체가 유니버설 디자인의 탄생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고 정의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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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낮이 조절 싱크대 상단의 수납장을 아래로 내릴 수 있고 싱크대 본체의 높이도상하로 조절이 가능해, 신장의 차이와 상관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자세 맞춤형 침대 이용자가 자신의 몸 상태에 맞도록, 자신이 원하는 자세가 되도록 매트리스 각도를 각 부위마다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

 

모든 게 유니버설 디자인이어야 한다

인터넷 자료 등에 소개되지 않은 몇 가지 제품들을 실제 예로 들며 설명하는 게, 유니버설 디자인의 필요와 탄생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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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2

사진 2에 등장하는 물건은 끈을 매듭으로 묶지 않고도 결속상태의 유지가 가능한 피겨나인(Figure9)이라는 제품이다. 상자의 형태가 까다롭거나 많은 짐을 트럭 같은 곳에 실을 때, 끈만으로 고정시키기는 너무 많은 힘을 필요로 한다. 줄이 풀리지 않도록 최대한 단단히 조여야 하기 때문이다. 묶기도 힘들고 풀기는 더 어렵다. 짐을 풀고 내리기도 전에 너무 많은 힘을 소진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제품은 끈을 제품 양쪽에 끼우기만 하면 된다. 절대 안 빠진다. 힘을 쓸 일도 없고, 풀릴까 봐 걱정할 필요도 없다. 이런 아이디어로 개발되고 생산되었기에, 이 제품은 대표적인 유니버설 디자인의 탄생이라 할 수가 있다.

사진 3은 폴드컵(Fold cup)이라는 제품으로, 사용하지 않을 때는 안으로 접어 절반의 크기로 간편하게 휴대하면 된다. 다시 밖으로 펼쳐내면 200cc 용량의 컵이 되고, 손잡이도 있어 언제든지 사용이 가능하다.

사진 4는 포켓 나이프 샤프너(Pocket Knife Sharpener)라는 이름의 제품인데, 한마디로 쉽게 풀이한다면 휴대용 칼갈이 숫돌이라 할 수 있다. 펜 형태로 되어 있어 휴대가 간편하고, 언제 어디서든 가위와 칼, 도끼 등의 날을 날카롭게 갈아내는 게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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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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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4

 사진 5는 스프링 클램프(Spring Clamp)라는 사진촬영 용품이다. 플래시를 카메라 상단이나 조명스탠드에 장착하는 대신, 집게 형태의 이 제품에 연결해서 원하는 위치 어디나 설치할 수 있게 된다. 불빛의 각도를 자유자재로 조정할 수 있는 아주 편리한 제품인 것이다.

사진 6은 여름 휴가철에 물가에서 자주 볼 수 있게 된 방수케이스 제품인데, 휴대전화기나 열쇠 등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고 물에 뜨기 때문에 분실의 염려가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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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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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6

 

 

 

 

 

 

 

 

 사진 7은 탐험가나 극지(極地)여행가들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제품인데, 색(Sack)이라 부르는 자루 형태의 윗부분을 3,4회 간단히 접기만 하면 완전방수가 이뤄진다. 외부의 물이 절대 들어가지 않고, 안에 물을 채워 물주머니를 만들었을 때도 절대 새지 않는다.

사진 8은 야외에서 이소부탄가스로 취사용 버너를 사용할 때, 높낮이가 고르지 않은 땅바닥과 버너의 수평을 맞춰주기 위해 각도를 조절하는 안정장치(Stabilizer)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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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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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8

 

 

 

 

 

 

 

 

 

이와 같이 보다 편리한 생활을 위한 간단한 방식을 원할 때, 우리는 누구나 유니버설 디자인을 상상하고 설계할 수 있으며, 대량생산이 되는 제품이 아니더라도 개인생활의 편의를 위한 방법을 찾는 건 얼마든지 가능해진다. 꼭 시판되고 있는 기성의 제품만 살펴볼 게 아니라, 개인의 생활환경을 바꾸고 보다 나은 방식을 만들어가려는 관심과 노력만 뒤따른다면, 이 세상 모든 게 유니버설 디자인의 대상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획기적이고 편리한 용품을 구하는 것도 물론 필요하지만, ‘나만의’ 유니버설 디자인이 자신의 생활주변에 가득 채워진다면 가장 멋진 일상생활을 누릴 환경을 스스로 만드는 게 된다. 유니버설 디자인의 완성은 ‘나의 필요, 나의 불편, 나의 창작’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작성자채지민 객원기자  dung7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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