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을 아십니까? 그렇다면 ‘눈리신’, ‘손잭스’, ‘뇌문도’는요? > 기획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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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을 아십니까? 그렇다면 ‘눈리신’, ‘손잭스’, ‘뇌문도’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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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들어 인터넷상에서 장애인 비하를 넘어서서, 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을 욕설로 사용하는 풍토로 인해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특히 온라인 게임 속의 캐릭터 특성을 장애에 빗대어 새롭게 파생된 표현들은 장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킬 기폭제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 이에 일부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성장기 아동 및 청소년에게 장애인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에 대한 심의 못지않게, 게임 내에서 이루어지는 과격한 표현들을 제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게임분야에서 85주째 인기 순위 1위를 독식하며 38.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리그오브레전드1)’역시, 장애인을 비하하는 등의 잘못된 통신 언어가 공공연히 사용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언어로 ‘눈리신’ ‘손잭스’ ‘뇌문도’를 들 수 있다.

   
▲ [그림 1]
[그림 1]은 시각 장애를 갖고 있는 ‘리신’이라는 캐릭터로서, 눈을 가린 모습을 통해 앞을 보지 못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을 강조하여 ‘눈리신’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이 단어는 단순히 눈앞의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는 유저를 비하하는 것에서 시작하였으나 점차 시각장애를 지칭하는 용어로 확산되고 있으며, 이 용어 자체만으로도 욕설로 사용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 [그림 2]
[그림 2]는 양손의 손가락이 각각 3개인 ‘잭스’라는 캐릭터로서, 이 캐릭터가 무기를 잡은 손의 모습을 통해 이 캐릭터의 특성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러한 캐릭터의 특성을 반영해 ‘손잭스’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이 단어는 게임 조작이 서툴러 컨트롤이 부족한 사람에 대한 조롱 즉, ‘넌 손가락이 3개냐?’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용어는 단순히 상대방을 컨트롤이 부족한 사람에 대한 조롱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공격하는 욕설로 주로 사용하고 있다.

   
▲ [그림 3]
[그림 3]은 ‘문도 박사’라는 캐릭터이다. 게임 스토리에 따르면, 이 캐릭터는 선천적으로 양심을 느끼지 못하는 연쇄살인범이다. 이를 반영하듯이, 문도박사는 다른 캐릭터들과는 사뭇 다르다. 다른 캐릭터들이 무기나 마법을 사용하는 것과는 다르게 식칼을 던지고, 자신의 몸을 불태워 적에게 피해를 주고, ‘피학증(Masochism)2)’과 ‘가학증(Sadism)3)’이라는 기술을 사용한다. 유저들은 문도박사의 스토리와 괴이한 기술들에 주목하여, ‘뇌문도’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처음에는 판단력이 부족한 유저들에게 ‘멍청하다’라는 뜻으로 사용했으나, 점차 이 용어 자체가 욕설로 변했다. 그 결과 ‘멍청한 사람=장애인=정신병자=미친놈=싸이코패스’과 같은 인식으로 확대되고 있다.  

‘네트워크 기반 게임의 통신언어에 나타나는 유아 언어파괴, 은어 및 비속어 사용에 관한 연구’4)결과를 살펴보면, 유아들이 온라인게임 상에서 습득한 언어를 실생활에서도 자연스레 사용할 뿐 아니라, 통신언어를 자발적으로 수용한다고 말한다. 이 연구에서는 통신언어가 간결한 의사표현의 장점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말과 기호를 자신들의 감정을 용이하기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게임에서 이루어지는 장애 비하 표현이나, 장애를 지칭하는 욕설 및 비속어 역시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 무분별하게 수용될 가능성이 높다.
 
‘온라인 게임에서 청소년들 언어문화의 실태 조사와 개선 방안’5)을 살펴보면, 청소년들조차 게임에서 이루어지는 과격한 표현의 심각함을 인지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청소년들은 온라인 게임에서의 과격한 표현을 방지하기 위한 대안으로 ‘금지단어리스트 확대 및 기술적 조치’36.9%), ‘신고제도 확대 및 처벌강화’37.7%)를 주요 대안으로 뽑았다. 이러한 대안들 외에도 ‘게임 내 채팅금지’7.5%), ‘온라인게임 사용 교육’5.7%), ‘올바른 언어사용 교육’12.2%) 등이 제시됐으나, 큰 지지를 받지 못했다. 이는 게임에서 이루어지는 과격한 표현을 제재할 구체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인식의 결과로 추측된다.

장애를 비하하는 표현을 제재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장애를 비하하는 표현으로 변질될 수 있는 게임 내 콘텐츠를 수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게임 콘텐츠의 수정은 게임사에서도 충분한 논의와 향후 운영방안 등에 대한 실질적인 고려가 필요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달성하기 힘들다. 뿐만 아니라 문제가 되는 콘텐츠의 수정이나 삭제 등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금지 단어 리스트 확대와 신고제도 확대 및 처벌강화와 같은 제도와 병행되지 않는 한, 끊임없이 생산되는 장애비하 표현을 제재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게임사는 일차적으로 장애 비하표현으로 변질될 수 되는 콘텐츠를 파악하여 향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동시에 배심원단 제도6)를 적극 활용하여, 유저 스스로 과격한 표현을 정화하게끔 유도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장애 비하표현으로 변질될 수 있는 콘텐츠를 수정하여, 장애에 대한 비하를 근절하려는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각주]
1) PC방 게임 전문 리서치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리그오브레전드는 85주째 PC방 게임 인기 순위 1위를 독식하고 있다. 점유율도 약 38.5%로, 다른 10위권 내 게임들의 점유율을 모두 합친 것 보다 높다.
2) 성적 흥분과 만족을 얻기 위해 신체적 고통이나 정신적 고통을 추구하는 성향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3) 다른 사람에게 고통과 굴욕을 주는 행동에서 쾌락을 얻는 성적 도착[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4) 홍정효. 「네트워크 기반 게임의 통신언어에 나타나는 유아 언어파괴,은어 및 비속어 사용에 관한 연구」.幼兒敎育論叢. Vol.17 No.1. 2008. 幼兒敎育論叢. 부산유아교육학회
5) 홍정효. 「네트워크 기반 게임의 통신언어에 나타나는 유아 언어파괴,은어 및 비속어 사용에 관한 연구」.幼兒敎育論叢. Vol.17 No.1. 2008. 幼兒敎育論叢. 부산유아교육학회
6) 유저들의 투표를 통해, 신고된 내용에 대한 처벌의 근거로 삼는 리그오브레전드의 독특한 제도이다.

   
▲ 게임메카(http://www.gamemeca.com) 온라인 게임순위
작성자서보훈(전남장애인인권센터 간사)  dung7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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