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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보장하지 않아도 되는 인권은 없다

“장애인이든, 노숙인이든, 출소한 사람이든, 국가가 책임지고 최소한의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

본문

   
▲ 2013년 11월 27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를 포함한 6개 단체는 ‘송하동미인가컨테이너시설대책위원회(이하 송하동대책위)’를 구성하고 지난 3월 17일, 송하동대책위는 광주시청 앞에서 송하동 미인가 컨테이너 생활인들에 대한 지원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2013년 11월 17일, 지적장애인복지협회에서 활동하는 후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교도소에서 출소한 이아무개(46세, 지적장애 3급) 씨가 복지시설인지 뭔지 모를, 정체를 알 수 없는 컨테이너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 씨 외에도 몇 명의 장애인이 더 있는데, 생활환경이 너무 열악하다’며, 함께 동행해주기를 원한다는 내용이었다.

2013년 11월 18일, 이 씨를 만나기 위해 광주광역시 남구 송하동에 있는 ‘000복지선교원’을 찾았다.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던 그날, 처음 찾아간 그곳은 1평정도 되는 소형컨테이너가 30~40여 개, 1평 내외의 작은 방들이 연결된 패널 가건물이 2동, 식당과 연결된 교회 건물이 1동. 씻을 곳도 없고, 신발을 벗어놓을 곳도 없어 방안에 들여놓고 생활해야 하는 각각의 방들은 흡사 교도소를 연상시켰다. 난방시설도 없어 전기장판에 의지해 추위를 견디고 있었으며, 옷장에는 겨우 1~2벌만이 덩그러니 걸려있는 방도 있었다.

그날 우리는 이 씨를 만날 수 없었다. 대신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던 김아무개(39세·지적장애3급) 씨를 만났고, 그에게 들은 이야기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이곳은 대부분 교도소에서 출소한 후 가족에게 돌아갈 수 없는 사람들이 생활하고 있으며, 000복지선교원의 A목사가 운영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이며, 정신병원 3군데에 12명이 입원해있고, 이곳에서는 14명 정도가 생활하고 있다. 매월 25만 원의 이용료와 헌금을 납부하고 있으며, 수급비 통장과 신분증 등은 A목사가 관리하고 있다. 식사를 제공해주지만, 직원이 있는 것은 아니며 모든 생활은 스스로 해결하고 있다”고 말한 그는 “내가 갈 만한 곳이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당부했다.

000복지선교원은 1983년 B목사가 ‘G갱생복지회’를 설립하여 교도소 출소자 등을 수용하면서 시작되었으며, 2003년 8월 G갱생복지회 B목사가 사회단체보조금 1천여만 원과 수급비 5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이후 A목사가 운영해오고 있는 곳이다. 2006년 11월, 화재사고로 4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에는 50~60여 명이 생활하였으나, 현재는 26명(등록장애인 15명, 비장애인 11명)만이 생활하고 있다. 000복지선교원은 화재 사망사고 외에도 2010년 7월에는 폭염에 방치된 A씨(43세)가 컨테이너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고, 2011년 2월에는 강간살인 사건 등 끊임없이 문제가 발생했던 곳이다.

2013년 11월 27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를 포함한 6개 단체는 ‘송하동미인가컨테이너시설대책위원회(이하 송화동대책위)’를 구성했다. 송하동대책위는 000복지선교원을 ‘거주 및 보호를 목적으로 생활인을 모집하는 미인가 사회복지시설’로 규정하고,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광주남구청에 「사회복지사업법」에 의거하여 시설을 폐쇄하고 민․관 합동조사를 통해 생활인들의 생활실태를 파악, 보호계획을 수립할 것을 요구하기로 결정했다.

2013년 12월 10일, 광주남구청장과의 면담을 통해 000복지선교원의 운영 실태를 파악하기 위하여 생활인 26명을 대상으로 민․관 합동조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하고, 올해 1월과 2월에 1:1 면접조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추가로 확인된 것들이 있었다. 000복지선교원은 국유지와 사유지를 무단점유하고 있었으며, 이 때문에 토지 소유주들이 수차례 남구청에 민원을 제기했었다는 것이다. 또한, 지역 주민들은 광주광역시장과의 면담에서도 000복지선교원의 이전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하는 등 오래전부터 000복지선교원의 불법성과 수급비 관리의 부당함을 남구청과 광주광역시청이 알고 있었으며, 이를 방치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000복지선교원에 주소지를 둔 채 3곳의 정신병원에서 생활하는 12명과의 면담과정에서 ‘자의입원’이 아닌 ‘강제입원’의 정황도 확인할 수 있었다. 심지어 병원에 장기간 입원해 있는 사람에게도 000복지선교원 이용료를 매월 받아 챙긴 사실도 확인했다.

이런 사실을 확인한 송하동대책위는 지난 3월 17일, “구금시설 출소자와 노숙인, 장애인의 사회복귀를 지원할 단 하나의 시설조차 없어, 이들이 한 평 남짓한 컨테이너로 내몰려야 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광주시가 광주시청에서 생활인들에 대한 보호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와 동시에 정신병원 입원 및 치료과정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 그리고 광주시와 남구청이 헌법과 사회복지사업법, 사회보장법,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정한 책임을 다하지 않아 생활인들의 인권이 침해되었다고 판단하여 ‘광주광역시 인권옴브즈맨’에게 조사를 요구했다.

 

   
▲ 송하동 000복지선교원에는 컨네이너 30~40여 개가 줄지어 있다.
   
▲ 컨테이너 내부 모습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그들은 그렇게 해도 되는 줄 안다.”(영화 ‘찌라시’ 대사 中)

거주 및 보호를 목적으로 생활인을 모집하는 미인가 사회복지시설장은 “갈 곳 없는 사람들을 먹고 잘 곳이 있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라며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기 위해 지급하는 수급비마저 마음대로 사용해도 되는 줄 알고 있었다. 제대로 씻을 곳도 쉴 곳도 없이 살아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하루를 지내도, 꿈도 없고 희망도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도 장애인이니까, 출소자니까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

광주시와 남구청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이니 매월 수급비만 꼬박꼬박 지급하면 되는 줄 알고 있었다. 노숙인과 장애인들이 직업소개소를 통해 염전으로 섬으로 팔려가도, 그들이니까 그렇게 해도 되는 줄 알았다. 정신병원에 장기 입원해 심신이 피폐해져가도 그들이니까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 이제라도 우리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이야기해야 한다. 길게는 십년, 짧게는 2~3년을 1평 컨테이너에서 생활한 그들이 헌법 제34조에 명시된 ‘모든 사람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장받도록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안 되는 것이다.

우선  「사회복지사업법」 제33조의3에 의거해 ‘복지 요구 조사’를 실시하고,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28조에 의거하여 개인별 자활지원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그리고 정신보건시설 장기입원 방지를 위한 대책을 세우고, 서비스 최저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노숙인, 무연고 출소자(형집행정지 등)를 위한 일시보호시설(또는 쉼터)을 설치하고, 시설의 설치·운영 시 당사자가 서비스 제공 및 기관 운영에 참여해야 한다. 아울러 구금시설 출소자 등의 사회복귀를 지원할 공간을 마련하고, ‘민·관 협의기구’를 구성해야 한다.

다행히 지난 3월 21일, 광주시는 ‘000복지선교원’의 폐쇄와 생활인 26명에 대한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어떤 방법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그들의 권리를 보장해갈지 이제 구체적인 고민의 첫 발을 내딛었다. ‘보장하지 않아도 되는 인권은 없다.’ 

작성자글 박찬동 (광주장애인인권센터 팀장)  dung7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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