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법규 준수한 볼라드는 어디? > 기획 연재

서울시 관악구 내 볼라드 관련 조사 진행 모습 사진=실로암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서울특별시 관악구에 설치된 총 608곳의 볼라드(자동차진입억제용말뚝)가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 ‘보행안전시설물 구조시설’ 시행규칙을 모두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로암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지난 2013년 5월부터 11월까지 서울시 관악구 21개동에 설치된 볼라드에 대한 모니터링 조사를 실시한 결과 총 608곳의 볼라드 중 해당 규정을 모두 준수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서울 내 대학교에 재학 중인 건축학과와 법학과 학생 5명의 도움을 받아 진행됐으며 관악구 지역을 대상으로 볼라드의 규정 준수여부, 비시각장애인의 인식조사, 시각장애인의 불편사례 등으로 조사가 이뤄졌다.

그 결과 총 608곳의 볼라드 중 ▲보행을 방해하지 않음 ▲반사도료사용, 높이 80cm~100cm ▲지름 10~20cm, 볼라드간 간격 1.5m내외 ▲충격흡수재질 사용 ▲0.3m전방 점형블럭 설치 등 6가지 규정을 모두 준수한 곳은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볼라드 0.3m전방에 충돌우려가 있음을 미리 알리는 ‘점형블록’을 설치하지 않아 문제가 된 곳은 89.5%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으며, 석재나 철재 볼라드 등 보행자의 충격을 흡수하는 재료를 사용하지 않은 곳도 73%로 높게 나타났다. 또한 인도 한 가운데에 설치돼 있거나, 높이가 너무 낮아 사고의 위험이 높은 볼라드도 적지 않게 나타났다.

시각장애인 이건호 (24세) 씨는 “볼라드가 눈에 띄지 않아 불편을 겪은 사례가 매우 많다”며 “하루 빨리 규정에 위반된 볼라드를 철거하고 충격을 흡수하는 재질의 볼라드로 재설치 해야 할 것”이라 주장했다.

실로암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남정한 사무국장은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설치된 구조물이 오히려 보행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상황을 꼬집으며 “이번 편의시설 모니터링의 조사결과가 시각장애인들의 안전한 이동권 확보에 큰 도움이 되길 바라며, 사회적 약자를 위해 정책적으로 조금이나마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모니터링 조사는 지난 2012년 불법 볼라드에 부딪혀 전치 10주의 부상을 입은 시각장애인 여성의 공익소송을 계기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