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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염전주들 “우리도 피해자다”

신안의 일부 염전주들, 서울역서 노숙인·장애인 직접 데려오기도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대책회의서 “인권조례 및 노동법 제·개정해야”

본문

 

   
▲ 전남 신안군 신의면(신의도) 염전

지난 19일 전남 신안군의 신의도(신의면)에 다녀왔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주최로 ‘염전 노예 사건’에 따른 현장 실태조사를 위한 것으로, 전남장애인인권센터, 전남도 국회의원 및 관계자, 목포경찰서 관계자, 광역수사대 등이 동행했다.

이날 신의도 염전에서 일하는 종사자들을 만나 면담을 갖고 현장조사를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예정에 없던 ‘염전 종사자 인권침해 재발방지 간담회’가 열리면서 종사자가 아닌 염전주들과의 만남이 이뤄졌다.

간담회에서 염전주들은 자신들도 피해자라면서 직업소개소에 대한 문제제기 및 인력 문제 등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세워달라고 요구했다. 또 언론이 ‘노예’라는 표현을 써서 신의도가 '노예의 섬', '인권침해 섬'이라는 여론이 일어난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면서, 과장된 보도는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염전주 A씨는 “신의면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깊이 통감한다”며, “지금 가해자인 사람이 내 친구인데, 친구가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친구 부인이 어제 밤에 약까지 먹었고 의식이 겨우 돌아왔다. 애는 학교 가기 싫고 죽고 싶다고까지 했다. 한 가정이 파탄나게 됐다”고 안타까워하면서 “잘못된 부분은 죄를 달게 받게 해야 하지만, 신의면, 신안군 전체의 문제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 주민센터에서 '염전 종사자 인권침해 재발방지' 간담회가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신의면의 염전주 40여 명과 일부 종사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염전주들, “법·제도 마련으로 직업소개소 불법행위 막아 달라”
고된 염전일 기피해 인력 없어 직업소개소가 ‘갑’ … 일부 염전주들 노숙인 직접 데려오기도 

“사람을 데려와서 염전 일을 본격적으로 시키기 전에 가사일이나 농사일을 하게 하는데, 4월부터 소금을 본격적으로 생산할 때가 되면 나가버려요. 월급은 월급대로, 소개비는 소개비대로 주고 막상 일하려면 사람이 없는 게 문제예요.”
 
염전에서 만난 염전주 신아무개(남·51) 씨에 따르면, 1정보(염전 넓이 단위, 약 3천평)당 1천600만 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보통 한 정보당 한 명씩 배치시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천일염은 해를 이용한 방식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4월경부터 10월까지 생산하고, 주로 여름에 작업이 한창 진행된다. 그러다보니 땡볕 아래 천일염을 가공하고 무거운 천일염 부대들을 나르는 일은 매우 고된 노동이기 때문에 기피하는 일일 수밖에 없다는 게 신 씨의 말이었다.

 

   
▲ 염전주 신씨

신 씨를 비롯한 간담회에 참석한 염전주들은 직업소개소가 소개한 사람에 대한 책임도 없고, 보증도 서지 않은 채 무연고지인 사람들을 데려와 소개 명목으로 소개비만 챙긴다. 염전일이 고되다보니 보통 사람들은 기피해서 인력을 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 직업소개소를 신뢰할 수 없음에도 어쩔 수 없이 소개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신 씨는 “소개비가 월급(약 140만원) 3개월분의 20%로, 소개비는 약 78만 원 정도다. 더 많게는 100만원을 소개소에 주고 사람을 데려오기도 하는데 얼마 일을 안 하고 나가버리면 다시 소개비를 내고 사람을 데리고 와야 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염전주 C씨는 “소개소에서 제대로 신분 확인을 안 한다. 사람을 데려왔는데 그냥 간다고 해서 가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1년에 수억씩 소개비로 날리고 있다. 또 소개소에서 며칠 기거한 사람 데려올 때는 (소개소에서) 머문 시간동안 쓴 돈도 갚아주고 나와야 한다”며, “3~4일만 일해도 사기죄가 성립이 안 돼, 도리어 우리가 피해를 보고 있다. 소개소를 집중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염전주에 따르면, 일부 염전주들은 소개소를 거치지 않고 서울역, 영등포역 등 노숙인들이 많은 곳에 가서 사람을 직접 데려오기도 한다고 했다. B씨는 “몇 년 전에 서울에 갔는데 서울역, 영등포에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노숙하는 사람에게 일하겠냐 물어봤고 소금 일을 마치면 1년 정산해 줄 것을 약속하고 데려온 적도 있다”며, “소개소 안 거치고 다시 일하고 싶을 때 일하러 오면 염전주도 이익이고 그 사람도 이익 아니겠나.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염전주들)도 직접 데려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도서산간 지역에 대대적인 ‘장애이해교육, 인권교육’ 실시해야
염전에 ‘인력 지원' 대책도 필요

지적장애인에 대한 이해, 올바른 인식의 부재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다.

신 씨는 “나 같은 경우 계약서를 쓰고 봉급제로 고용하고 있는데, 일할 때 보면 (지적)장애인이라는 걸 알게 되기 때문에 포기하고 돌려보낸다”며, “하지만 일부 염전주들은 지적장애인에게 누가 월급 받았냐고 물어보면 무조건 ‘예예’ 하니까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소개소에 가서 소개 받은 직원을 직접 만나 일할 수 있냐고 물어보긴 하지만, 장애인인지 아닌지 잘 모른다”라며, “염전만 했지 장애인에 대해 무지하고, 지적장애인에 대해 잘 몰라서 그냥 못 배워서 그렇다고 생각한다”며, “본인이 일한다고 해서 데려온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염전주들에 따르면, 장애인 종사자 중에 섬에서 나가도 갈 곳이 없어서 남아 있는 사람도 있고, 가족에 의해 다시 섬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B씨는 “지적장애인도 (집에) 가끔 연락하는데 가족들이 오히려 데리고 있어 달라고 한다”며, “그런데 그게 무슨 인신매매냐”고 항변했다.

염전주들한테만 책임 돌리지 말고, 염전 종사자 고용과 노동력 착취 문제 해결에 있어서 전반적인 부분들이 개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염전주 A씨는 “생산자들도 반성해야 하지만, 인력 조달에 있어서 소개소들도 정당한 절차를 밟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섬 내에 있는 파출소에서 수시로 돌면 이런 일들이 미연에 방지되지 않겠나. ‘신문고’ 같은 장치를 마을마다 마련하는 것도 하나의 해결방안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편,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이날 간담회 이후 비공식 대책회의를 갖고 향후 △인권센터 설치를 골자로 하는 인권조례 제정 △장애인인권침해방지협의체 구성 △신안군 내 장애인 쉼터 마련 △모든 항만에 긴급전화(상담번호) 부착 △종사자 관리 체계(외부 유입자 등록 시스템) 구축 △직업소개소 제재 법적 근거 마련 등을 마련해 나가기로 했다.

 

작성자이애리 기자  dung7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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