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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단체들, 서울시 탈시설화 계획에 “또 다른 시설 만드는 꼴”

시설 거주 장애인의 외침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살고 싶다!”
11일 서울시청 본관서 ‘서울시 탈시설 계획’ 이행촉구 기자회견 열려

본문

   
▲ 탈시설공동행동은 11일 오후 3시 서울시청 본관 로비에서 '서울시 탈시설 계획 이행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서울시가 발표한 ‘인권증진 기본계획’ 가운데 탈시설 5개년 계획에 대해 장애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시는 2013년 7월, 「서울시 인권증진 기본계획」을 발표하여 2017년까지 서울시 거주시설 산하 장애인 600명을 ‘탈시설화’ 하겠다는 5개년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장애계에 따르면, 시가 탈시설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발표하지 않았고, 예산 배정에 있어서도 확실치 않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더욱이 서울시가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 600명 중 213명을 일명 ‘공동주택 빌리지’ 형태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고, 이는 탈시설 정책이 아닌 시설유지 정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사)함께가는 서울장애인부모회, 탈시설정책위원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 등의 장애단체들은 '서울시 장애인탈시설실현을 위한 공동행동(이하 탈시설공동행동)’을 출범하고, 11일 오후 3시 서울시청 본관 로비에서 '서울시 탈시설 계획 이행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 박인용 탈시설공동행동 대표
이날 여는 발언에서 박인용 탈시설공동행동 대표는 “장애인 가족은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자녀를 시설에 보내는 선택을 하게 된다. 이는 부양의무제 등과 같은 복지체계가 가진 근본적인 모순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꼬집으며, “스스로 시설로 간 장애인은 없다. 그것은 가족에 의한 방임이나, 지역사회에서는 도저히 살 수가 없어서 또는 국가가 가진 시설수용정책 때문에 어쩔 수없이 떠밀려 그곳에서 반평생을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가 밝힌 탈시설 정책에 대해 박 대표는 “기존의 시설을 모양만 변경시켜서 똑같은 거주시설로 운영하는 게 아니냐”라는 의혹을 제기한 뒤 “서울시가 가진 탈시설 정책에 대한 확실한 로드맵을 밝힌 다음, 탈시설화 계획을 서울시가 혼자 입안해 운영하겠다는 독점적인 태도를 버리고 탈시설화 TFT를 당사자 단체들과 함께 구성하면 좋겠다”라고 촉구했다. 

시설을 나온 뒤 자립생활을 하고 있는 중증 장애인 장희영 활동가는 “시설에서 15년을 지냈지만, 그곳은 갈 곳이 못된다. 장애인도 인격을 갖고 있고 권리가 있는데 그곳은 권리가 무시되고, 박탈당한다”며, “밖으로 한번 나가려면 엄청나게 싸워야한다. 그게 굉장히 수치스럽다”라며 시설 거주 장애인들의 고통을 토로하기도 했다.

   
▲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추진연대 대표
마무리 발언에서 장추련 박경석 대표는 “정치인과 권력자들의 치장거리로 끝나는 탈시설 정책이 되지 않길 바란다”며, “서울시가 발표한 탈시설 계획인 ‘공동주택 빌리지’는 조금 좋은 감옥일 뿐이다. 공동주택 빌리지에 200명이 거주하는 데 예산 낭비하지 말고, 예산 140억을 600명을 대상으로 탈시설 정책 펼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는 오는 12일 오전 10시에 양원태 부시장을 통해 ‘서울시 장애인 인권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장추련 박경석 대표를 비롯한 탈시설공동행동 관계자들은 서울시 장애인정책과 공무원들과 면담을 갖고 서울시 탈시설 계획이 장애계의 입장이 반영되어 이행될 수 있도록 촉구하는 자리를 가졌다.

  

 

 

   
▲ 장희영 활동가

   
 

    ▲ 서울시 탈시설 계획 이행촉구를 위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탈시설공동행동 출범선언문▣

누가 장애인을 가두었는가? 누가 감히 장애인의 삶을 가둘 권리가 있는가? 우리는 서울시에게 묻는다. 이 시대에 누가 장애인의 자유로운 삶을 ‘수용정책’으로 옥죌 수 있는가 말이다.  

탈시설화의 전세계적인 추세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에서는 여전히 ‘선언적 탈시설’만 있어왔을 뿐, 실질적인 지원정책과 노력이 부족했다. 장애인권리협약과 각종 장애관련 법률들은 장애인의 자립생활보장을 기본이념으로 삼고 있지만, 지금까지 시설에 수용되어 왔던 이들의 삶에 대해서 침묵해 왔던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서울에서는 지난 2009년 ‘마로니에 8인’으로 불리는 <석암재단 생활인 인권확보를 위한 비상대책위> 활동가 8인의 노숙투쟁의 성과로 체험홈의 확대, 자립생활가정의 도입, 전환서비스센터 설립을 하게 됐고, 매년 진행된 420투쟁의 요구안으로 탈시설 5개년 계획이 받아들여져 지금에 이르렀다. 이 과정 하나하나에 ‘자유로운 삶’을 목 놓아 외친 장애인들의 피나는 투쟁이 있었음은 더 말할 나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서울시에는 3천명이 넘는 장애인들이 시설에 수용되어 있다.  

이제, 서울시가 응답해야 할 때다. 서울시의 43개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의 삶에 대해서, 그들이 단지 가난하고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배제된 공간에 그대로 둘 것인지 말이다. 이들의 탈시설-자립생활 보장을 위해, 서울시가 무엇을 할 것인지를 응답해야 한다. 5년간 600명이 아닌, 3천명이 넘는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 이들의 지원정책에 대해서 응답해야 한다. 기존의 수용형 시설을 유지·강화시키는 정책이 아닌, 다양한 장애인 주거서비스 정책과 자립생활 지원정책으로 장애인의 삶 하나하나를 바꿔야 한다. 우리는 서울시의 응답을 그저 앉아서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장애인의 시설수용을 묵인해서도 용인해서도 안 된다. 서울시 장애인의 탈시설-자립생활 보장의 그날까지 우리는 힘차게 투쟁할 것이다.

 

2014. 2. 11
서울시장애인탈시설실현을위한공동행동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사)함께가는 서울부모회, 공공노조 사회복지지부, 탈시설정책위원회,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무순) 
 

 

작성자이애리 기자  dung7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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