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냉동고에 있던 장성희 씨, 사망한 지 12년 만에 장례 치러 > 기획 연재

▲ 23일 오후 광화문 해치마당에서 원주 귀래 사랑의집 사건 피해자 故장성희씨의 장례식과 故장성아 씨의 추모식이 열렸다.

장애인 미신고 시설에서 시설 운영자의 방임과 학대 속에서 사망한 원주 귀래 사랑의집 사건 피해자 지적장애인 장성희, 장성아 씨의 장례식과 추모식이 23일 오후 서울 광화문 해치광장에서 열렸다. 특히 장성희 씨는 사망 12년 만에 차디찬 냉동고에서 나와 장례를 치르게 돼 주목을 끌었다.

장애인 단체들로 구성된 원주 귀래 사랑의집 사건 해결을 위한 공대위에 따르면, 이 날 장례를 치른 장성희씨는 지적장애가 있는 여성으로, 1978년 사랑의 집 전 운영자 장아무개 씨에게 친자로 등록된 장애인이었다. 실제 출생과 연고에 대해서는 전혀 밝혀진 바가 없다고 한다.

그랬던 장성희 씨는 2012년 6월 SBS의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존재가 드러났다. 병원 냉동고에 10년이 넘게 방치된 차디찬 시신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한편 당시 다른 병원에서 역시 10년이 넘게 냉동고에 방치돼 있던 지적장애인 고 이광동 씨는 2012년 9월 사망한 지 12년 만에 친어머니를 찾아 장례식을 거행할 수 있었다.

공대위에 따르면, 장성희 씨는 사랑의집에서 욕창 등의 병으로 투병하였으며, 병원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집안에 방치되어 있다가 2001년 5월 병원으로 옮겨졌고, 병원에서 사망했다. 이후 원주의료원은 사랑의집 운영자 장아무개 씨에게 수차례 시신을 인수해 갈 것을 요청했으나 장씨는 의료과실 운운하며 시신을 인수해 가지 않았다고 한다.

공대위에 따르면, 이번에 대책위가 원주의료원에서 장성희 씨의 시신을 인수해 장례식을 치를 수 있었던 데에는 사랑의 집 운영자 장아무개씨가 구속 후 재판에서 3년 6개월의 형량을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시신이 안치되어 있던 원주의료원에서는 법률상의 친부로 장아무개 씨가 등록되어 있기 때문에 장씨의 동의 없디는 시신의 인도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었으나, 장씨에게 2심 판결이 선고된 후 입장을 바꿔 사랑의 집 피해자 중 1명인 지적장애인 장성민 씨가 법률상 현재 장성희 씨의 형제임을 근거로 장성민 씨에게 시신을 인도하는 형식으로 시신을 인도해 이번에 장례를 치르게 되었다고 한다.  

공대위의 경과보고에 따르면, 2012년 6월 8일 처음 원주 귀래 사랑의집 사건이 드러났는데, 당시 시설에 21명의 장애인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는데, 정작 소재는 9명만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9명의 장애인 중 2명은 병원 시체 안치실에 있었고, 일곱 명 중에서 2명은 구출 된 뒤, 이번에 추모식을 치른 장성아 씨처럼 질병으로 사망했으며, 나머지 5명은 다른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공대위의 이어진 보고에 따르면, 가해자 장아무개 목사는 2012년 1월 29일에 구속돼 13번의 재판 끝에 올해 1월 8일 2심에서도 3년 6개월의 형을 선고받아 교도소에 있는데, 장아무개 씨는 재판에서 사체 유기죄 등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자신이 목사가 아니라는 사실만 인정했다고.

23일 열린 장례식에서는 “역설적으로 이제는 장성희 씨를 떠나보내게 돼서 다행.”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또 “장성희 씨가 죽었어도 왜 장례식을 치를 수 없었는지, 왜 아무도 장성희 씨의 죽음에 책임지지 않는지?”등의 장애인들의 물음이 던져졌다. 
 

▲ 사망하여 병원 냉동고에 12년간 방치됐던 故장성희 씨

▲ 이날 장성희 씨의 장례식과 함께 구출되자마자 직장암으로 사망한 장성아 씨의 추모제도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