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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운동의 정점,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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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함께걸음 300호 기념 좌담 - 장애운동의 역사와 미래

1. 김순석 씨, 장애계의 전태일 열사로 평가 받아야
2. 장애운동의 정점,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운동
3. 장애운동 더 치열하게 과격하게 싸워야 한다
4. 사회 속에서 다른 약자와 함께하는 장애운동이 되어야 한다

 

    ▲ 이태곤 함께걸음 편집장 • 이태곤  장애운동의 성과가 있었지만 넓게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우리 사회에서 장애운동이 어떤 주목을 받았느냐는 문제 제기가 가능하다. 장애운동이 다른 부문 운동과 섞이지 못하고, 예컨대 노동운동단체라든가 시민사회단체와 따로 놀고, 또 장애운동이 성과가 있었다지만 자신있게 말 못하는 게, 우리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들, 온정주의라든지 시혜주의 같은 부정적인 인식들을 벗어나는 데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의문이다. 정리하면, 장애운동이 일반 사회운동과 같이 목소리를 내는 단계로 나아가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장애운동이 결과적으로는 장애인들의 이익 내지 권리 확보들에 매몰되다 보니까 사회적으로는 큰 공감을 얻지 못했던 문제, 또 장애운동이 성과가 있었다지만 장애인들이 사회에서 당장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데에 얼마나 큰 기여를 했는지는 미지수라고 본다.

• 조한진  지적한 문제점에 대해서는 장애인들 잘못이라기보다는, 진보적인 사회 운동을 하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적어도 장애를 보는 시선에 있어서는 일반인들과 별로 다를 게 없다는 거다. 이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같은 경우도, 가령 미국의 흑인들이 인권법을 만들었을 때에 그 법에 차별하지 말아야 할 사람으로 장애인이 안 들어갔으니까, 장애인을 대상에 넣어달라고 했을 때 흑인들이 반대했다. 그래서 미국의 장애인들은 인권법을 포기하고 대신 ADA법을 만들어야 했다. 꼭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외국도 장애인 문제가 일반 사회의 문제라고 인식되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었다는 거다.

• 배융호  워낙 장애라는 것이 사회 소수의 문제고 소수 문제 가운데서도 굉장히 독특한 문제이기 때문에, 장애 문제가 사회 전반적인 문제로 확산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어쩌면 우리 사회가 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 • 박경석  장애인의 사회적 위치는 여전히 비장애인과의 관계 속에서 시혜와 동정의 차원이 많다는 얘기인데, 운동이라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예전에 비하면 소수자 운동도 굉장히 많이 발전했다. 그리고 지금의 장애인 운동은 사회에서 소수자운동으로써 대접을 받고 있다. 전체 사회적으로 볼 때는 여전히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시혜와 동정의 기반을 크게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가령 노동운동과의 관계 문제를 예를 들면, 현재 장애운동은 민주노총하고 연대운동을 많이 하고 있다. 민주노총을 장애운동에 끌어당기면서, 민주노총과 다른 부문 운동이 장애운동을 보는 시각이 예전에 비해 굉장히 많이 달라졌다. 그래서 장애운동은 장애인만의 운동으로 고립되어 있지 않다고 나는 본다. 빈곤 문제로 더 폭넓게 가고 있고, 부양의무제폐지 같은 경우에는 5백일이 넘게 농성을 하고 있는데, 부양의무제폐지는 우리 사회 빈곤문제와 깊은 관련이 있다. 그래서 민주노총 등 노동운동 쪽에서도 같이 하고 있고, 지금 우리 사회 소수자 운동에서 여성운동 빼고는 이렇게 큰 영향력이 있는 사회운동을 하고 있는 부문 운동은 장애운동밖에는 없다고 보고 있다.

• 이태곤  주제를 바꿔서 외국의 장애운동은 어떤지 궁금한데, 조 교수님은 해외에서 공부했으니까 외국 상황을 잘 알 것 같다. 다른 나라의 장애운동은 어떤가.

• 조한진  외국의 경우 예전에는 활발했던 장애운동이 다 죽었다. 지금 미국, 영국에서 장애운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얘기할 수 없을 것 같다. 

• 박경석  일본이나 미국 같은 나라에서 장애운동은 60년대 70년대는 제도와 비제도권의 경계선을 왔다 갔다 하면서 굉장히 활발하게 펼쳐졌던 역사가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일정 정도 해결되니까, 또 이제 배도 부르니까, 다 제도권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래서 외국에 나가 보면 장애운동이 우리나라만큼 역동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데가 거의 없는 것 같다.

• 조한진  외국의 경우 장애운동이 제도권에 들어가서 운동이 쇠퇴한 측면도 있지만, 또 하나 쇠퇴의 중요한 요인이 장애운동을 했던 장애인 지도자들이 후배를 배출시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장애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지금 나이를 먹어 이제 나는 기운도 없는데 내 빈자리를 채워줄 후배들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외국의 장애운동이 쇠퇴한 거다. 우리나라도 곧 닥치게 될 상황이라고 본다. 

• 김동범  외국과 달리 우리 사회의 장애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질 수 있었던 데는 전환점이 있는데, 인터넷 같은 사회적인 파장을 가져올 수 있는 이슈 전달 수단이 다른 나라에 비해 일찍 발달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이유는 저는 이동권 투쟁을 주목하는데, 예전의 경증장애인 중심 운동은, 앵벌이를 하던 노점상을 하던 모두 생업이 있었던 장애인이었기 때문에 지속적인 장애운동을 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이동권 확보 운동은 생업과 상관없이 중증장애인들이 끝장을 보는 운동으로 실시됐다. 여기에 인터넷을 통해 누가 와서 이동권 확보 투쟁을 보도해주지 않아도 장애인들 스스로가 운동을 홍보해서 사회에 알리고, 그래서 사회적인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중증장애인들이 중심이 되어서 만든 새로운 운동방식을 계획하고, 그 다음에 인터넷을 통해서 스스로가 운동을 홍보할 수 있는 능력들을 갖추었다는 것. 그리고 또 한 가지는 그 전까지 장애운동은 사실상 배타적으로 장애인들끼리만 하는 운동이었다. 그런데 중증장애인들이 장애운동에 사회 제반지지 세력들을 끌어낼 수 있었다는 것. 이게 장애운동에서 전환점이 되었다고 본다.

• 배융호  집 안에만 있던 많은 중증장애인들이 집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된 데는 전동휠체어를 보험급여로 사실상 무상으로 지급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전에는 전동휠체어가 거의 없었는데, 전동휠체어가 무상으로 보급되면서 중증장애인들이 집 밖으로 나올 수가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도 중증장애인 운동이 활성화 된 배경이라고 볼 수 있다.

    ▲ 김동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사무총장 • 조한진  중증장애인 운동에서 무시되면 안 되는 것이 당사자 원칙과 관련해서 자립생활원칙이다. 자립생활운동이 시작되면서 그동안의 장애운동이 주로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펼쳐진 운동이었다면, 자립생활운동은 그야말로 지역운동이라고 볼 수 있다. 자립생활운동을 통해서 장애운동이 서울 중심, 수도권 중심에서 지방으로 옮겨 가는 이런 변화도 중증장애인 운동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 김동범  우리나라에서 장애운동의 또 하나의 전환점은 제가 볼 때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이었다고 본다.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이 모든 장애인에게 광범위하게, 또 전국적으로 관심을 끈 이유는 차별이 결국 모두에게 공통되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청각이나 시각이나 지체만의 문제가 아닌, 장애인 모두가 공유할 수 있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공통적 문제를 처음 들고 나온 게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이었다. 가령 교육권 확보 문제를 예로 들면, 교육권이 모든 장애인들의 문제 같지만, 이미 교육 받을 시점을 넘은 장애인들은 교육 문제에 관심이 없었다. 예전에 장애운동이 교육권 문제를 가지고 돌아다닐 때, 지체장애인이 50%나 되었는데 그들은 교육권 확보 문제에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차별문제만큼은 장애인 모두가 해서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그런 주제였다. 그래서 모든 장애인들이 똘똘 뭉쳐 차별금지법을 만들 수 있었던 거다.

 

작성자이태곤 기자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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