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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3. 장애운동 더 치열하게 과격하게 싸워야 한다

본문

 

월간 함께걸음 300호 기념 좌담 - 장애운동의 역사와 미래

1. 김순석 씨, 장애계의 전태일 열사로 평가 받아야
2. 장애운동의 정점,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운동
3. 장애운동 더 치열하게 과격하게 싸워야 한다
4. 사회 속에서 다른 약자와 함께하는 장애운동이 되어야 한다

 

• 이태곤  어떻게 보면 장애운동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이 정점을 찍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래서 현재 장애 관련법이 11개나 되고, 사회적으로 장애인 관련 제도도 여러 가지 갖추고 그랬는데, 욕먹을 각오로 언급하면, 그동안 장애운동이 끊임없이 국가와 사회에 뭘 달라고 계속 요구하는 것들로 받아들여진 측면이 있다. 우리가 장애를 가졌으니까, 힘드니까, 배려해 달라는 것으로 장애운동이 비쳐졌는데, 그런 장애운동이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정점을 찍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앞으로 권리보장법 등 쟁취해야 할 여러 가지 법이 더 있어서, 정점인 차별금지법 제정 이후 앞으로 장애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고 싶다. 장애운동이 요구를 하고, 더 달라 그러고, 복지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고 그러는 것들이 사회적으로 언제까지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언제까지 이렇게 갈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저도 들은 이야기이지만, 북유럽 같은 나라들은 복지라는 말 자체가 없다고 한다. 사회 전체가 평등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장애인들이 소외되지 않고 비장애인과 똑같은 대우를 받게 된다고 한다. 지금 우리는 복지에 대해 말하고 뭐를 해 달라 요구들을 많이 하는데, 바람직한 것은 북유럽 국가들처럼 사회 전체가 평등을 지향하는 과정에 자연스럽게 장애인들이 참여하고 소외되지 않고 자기가 필요한 어떤 것들을 무리하지 않아도 얻어내는 그런 사회로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 김동범  정리하기에 앞서 한 가지 빼먹은 장애운동에 있어서 중요한 운동 한 가지 더 언급하고 싶다. 장총을 만들고 나서 당시에 김성재 대표가 초기에 뭐라고 이야기 했냐면, ‘민주주의체제에서 가장 민주적인 운동방식은 투표다. 장애인들이 차별받고 있건, 아니건 어쨌든 1인 1표는 모두에게 다 공평하게 주어진 건데 장애인들이 왜 그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느냐’고 했다. 그래서 유권자운동이 2000년도부터 장총에서 만들어져서 본격적으로 총선, 대선을 거쳐 지방선거까지 이어졌다. 장총이 지난 총선에 비례대표를 선발하는 작업을 한 적이 있는데, 그 과정에서 ‘누가 국회의원이 되었더라. 누가 권력을 쥐고 행사하더라. 그래서 유권자운동이 별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해도 나는 그 문제는 부차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결국에는 유권자 운동이 이끌어낸 공약들,전체를 훑어보니까 노무현 대통령 이후 선거에서 우리가 받아낸 공약이 만족은 못해도 공약 자체는 거의 다 지켜졌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해야 할 장애운동의 중요한 축 하나는 유권자 운동이라고 확신한다.

• 박경석  올해 장애인 복지 예산안을 보면 장애인 복지 예산이 1조2천억 원 정도 된다고 하는데, 그 예산의 약 70%가 장애인연금하고 활동보조예산이다. 저는 무엇보다 장애운동이 활동보조서비스를 제도화 한 게 어마어마하게 복지 예산을 늘리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교육권 투쟁들은 교육부의 장애인 예산들을 대폭 늘리는 과정이었고, 이동권 투쟁도 같은 맥락이고, 장애인들이 시설에서 밖으로 나오는 자립생활운동까지 포함해서, 복지예산의 측면만 보면 장애운동이 장애인 관련 예산을 대폭 늘리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본다. 하지만 물론 절대적인 양에 대해서는 여전히 마이너스이지만, 결국 법을 만드는 것은 소중한데, 법을 만들어도 또 안 되는 게 있다는 것이다. 연금제도 만들고 활동보조 제도 만들고 해도 활동보조도 24시간 보장이 안 되는 게 있고. 연금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창피할 비용을 받고 있고, 결국은 법 제•개정 투쟁으로만 가는 것들이 과연 우리가 바라는 운동이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거다.

법은 제도권 내에 법일 뿐이고, 근거를 가진 법일 뿐이다. 그 근거를 통해서 정말 장애인의 삶이 배척을 받지 않는 삶, 손가락 받지 않는 삶, 시설로 들어가지 않는 삶을 만들어내려면 법 제•개정과는 또 다른 엄청난 권력과 정부와의 투쟁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결국은 우리가 장애운동으로 제대로 싸워서 이런 난관들을 돌파해 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저는 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제 기준 폐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부양의무제가 폐지되면 장애인들이 일단은 월 550,000원은 보장받는 거다. 거기다 장애인 연금, 예를 들어서 30만 원을 더하면 월 80만 원이 생기는 거다. 그러면 장애인들이 최소 생활은 보장받을 수 있다. 부양의무제 폐지는 장애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물론 장애인이 중심이 되지만 우리 사회 빈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현 기초생활보장법은 시혜적, 잔여적 복지의 가장 대표적인 제도다. 가난한 집단에만 수급권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걸 못 넘는다면 과연 보편적 복지를 떠들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서 장애운동은 앞으로 이 부양의무제도를 폐지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본다.

• 조한진  장애인 차별금지법이 만들어졌어도 근본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말도 있고, 장애운동이 사회 저변에 파고들지 못해서 아쉽다는 말도 있다. 사실은 그렇게 되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우리의 장애운동이 주로 법과 제도와 정책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진행됐기 때문이다. 저는 강조하고 싶은 게 장애인 문화 부분이 바뀌지 않는다면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지금 장애인단체에서는 문화부분은 얘기 안 한다. 삶이 곧 문화인데, 예를 들어서 장애인 안락사 문제에 대해 논의를 한다든지 하는 움직임이 없다.

또 아쉬운 부분은 수 년 전만 해도 자립생활운동에서 당사자주의를 많이 얘기했는데, 지금은 자립센터들이 그런 얘기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걱정이 많이 되는 게 사실이고, 서울에서는 그나마 장애운동이 활성화 되는 것 같은데, 지방으로 가면 장애인 단체가 전혀 엉뚱한 소리를 하곤 한다. 때문에 서울의 장애운동을 지방으로 어떻게 확산시킬 수 있을지의 문제, 또 하나는 장애운동이 계속 이야기 했지만 후배들이 없다는 거, 이 문제도 심각하다고 본다. 그밖에도 장애운동 내부에 민주주의가 실현되지 않는 문제, 예를 들면 자립생활센터 대표 중 대표가 교체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또 이 장애운동이 경증에서 중증으로 초점이 옮겨진 것은 맞는데, 유형으로 보자면 여전히 지적장애인과 정신장애인 및 여성장애인들이 소외되고 있다. 이 부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도 장애운동의 과제라고 본다.

내친 김에 장애운동의 문제점을 더 꼽으면, 장애운동 내부의 권력이 특정인에게 집중되어 있고, 정보가 집중되고 있고, 그러면서 지금 어떻게 된 게 장애인단체가 학자들 흉내를 내고 있다. 모여서 공부만 한다. 장애운동을 하는 데에 있어서 학자들이 엉뚱한 소리만 하고 논리를 대지 못하니까 오죽 답답했으면 공부를 할까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문제는 공부를 하는 건 괜찮은데, 말 그대로 공부만 한다는 거다. 그 결과로 너무 온화한 장애운동만, 폼 나고 온건한 그런 장애운동만 하고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든다.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이게 장애운동의 쇠퇴 징조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게 장애인 운동이라는 것이 어차피 권력의 문제라고 보면, 비장애인에게 뺏겼던 권력을 찾아야 하는 문제라고 보면, 누가 권력을 쉽게 내놓겠나, 그러면 투쟁을 해야 하는 건데, 투쟁하려는 의지가 지금 장애운동 내부에 별로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 김동범  나는 지금 장애운동의 방식과 환경이 많이 변했다고 생각한다. 강한 투쟁이 필요하고 그래야 한다는 건 동의하지만, 지금 그럴 때인가는 의문의 든다. 예전엔 장애운동이 강한 투쟁을 왜 했는지를 한번 봐야 한다. 강한 투쟁은 주목받기 위해서 우리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의미였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의 의지를 강하게 표현하지 않아도 세상이 알아주는 세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 얘기를 우리가 퍼뜨릴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 따라서 지금 중요한 건 장애운동이 사회에서 얼마만큼 영역을 더 확대하느냐, 우리의 우호세력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지금 비장애인을 상대로 한 장애인 인식조사를 보면, 젊은 친구들 일수록 장애를 바라보는 시각이 오히려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3년 장애인 인식조사를 보면, 나이가 든 사람일수록 장애에 대해서 아주 객관적으로 보고 있다. ‘장애인에게 복지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아니다’가 더 많고, 부자인 사람일수록 더 그런 대답이 많다. 그러니까 사회주도층, 권력을 가진 층들은 장애인에 대해서 줄만큼 줬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갖지 않은 계층, 젊은 계층, 또 소득이 떨어지는 계층, 이쪽에서는 아직도 장애인에게 우리가 뭔가를 줘야 하고, 우리가 보살펴줘야 된다는, 그런 대답을 하고 있다. 우려가 되는 것은 장애운동이 길거리에 나가서 투쟁한다고 하면 지금 사회전체로 봤을 때, 그럴 때는 장애인에게 우호적인 젊은 친구들마저 외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 박경석  저는 조한진 교수 말에 동의하는 게, 결국은 권력관계 문제에서 장애인이 배부르고 따뜻해 봤자 어차피 멸시받고 차별받는 사람으로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관계에서는 여전히 시혜적 동정적 시각이 90% 이상이다. 그래서 나는 장애운동이 앞으로 더 과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장애운동은 지금보다 더 욕을 많이 먹어야 된다. 욕을 많이 먹어서라도 장애인의 생존권을 보장받아야 한다. 

• 배융호  저도 마찬가지로 지금보다 더 장애운동이 강경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다만 방식은 내용이 있는 투쟁이 되어야 한다는 거고, 장애인들의 삶의 조건이 예전보다는 물론 많이 나아졌지만, 잇따른 자살사건에서 보듯 장애인들은 아직도 삶의 벼랑 끝에 놓여 있다. 그래서 지금 장애 등급제 폐지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데, 장애인 등급제 폐지가 아니라 장애인 등록제 자체를 폐지시키는 싸움도 해야 할 것이다. 장애인이 평등해지려면 더 많은 투쟁과 싸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김동범  다른 얘기를 해보면, 앞에서 장애운동이 당면한 문제로 후배들이 없다는 얘기가 나왔는데, 어쩌면 지금 장애운동을 하는 세대들이 마지막 장애운동을 하는 세대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장애인들도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고, 그러다 보니 지금 장애계에서 건강권 문제를 들고 나오고 있는데, 결국에는 건강 문제가 장애운동의 가장 큰 이슈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이제 나이가 들어가고 있으니까, 실제로 고령층 장애인을 제외하면 지체장애인의 경우 그렇게 인구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연령대의 변화, 인구 변화에 어떻게 대처할지 장애운동에 있어서 고민할 때가 됐다.

• 배융호  제가 후배 문제를 얘기를 했는데, 이게 참 쉽지 않은 게 뭐냐면, 세대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 세대와 지금 세대는 개념이 완전히 다르다. 이제는 학교에서 학생운동을 하고 학생운동이 노동운동으로 발전하는 걸 볼 수가 없다. 장애운동도 사회운동 자체가 침체되어 있으니까, 장애운동을 하려는 장애인도 별로 없는 것 같다.
 

 

 

 

 

작성자이태곤 편집장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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