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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고려장’은 반인륜적 살인방임행위다

- 장애인활동지원 만65세 연령제한 폐지 운동본부 발대식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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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중구 나라키움저동빌딩 1층 로비에 마련된 고 설요한 동지의 분향소 앞에,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만65세 연령제한을 폐지하라!‘는 선전전용 판이 기대어진 채 세워져 있다. 사진 채지민 기자

고려장(高麗葬)은 늙고 쇠약한 부모를 산 속의 구덩이에 방치했다가, 부모가 숨진 뒤에 찾아가 장례를 지냈다는 옛 풍습을 말한다. 그러나 역사의 기록 어디에도 그 실체가 밝혀진 게 없고, 효(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일부 설화에 묘사가 돼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의지할 데 없는 부모를 낯선 곳에 유기하는 행위를 상징하는 용어로, 오늘날에도 여전히 폭넓게 사용되는 표현이기도 하다.
그런데 역사적 실체가 없다던 그 고려장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선 국가의 법과 제도로 버젓이 시행되고 있다. 대상은 만65세가 된 장애당사자들이고, 만65세의 생일이 되는 순간 장애인활동지원 아닌 노인장기요양 대상으로 강제전환된다. 지역에서 일상을 누리는 삶 대신, 집 안에서만 지내거나 시설로 들어가라는 공개적인 압박이 되는 것이다. 인생 대부분을 시설에서 살다가 ‘탈시설’이라는 결단과 실천으로 세상에 나와 국민의 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법과 제도라는 명분으로 국가의 폭력이 자행되는 2020년 현재의 상황을 무엇이라 설명해야 할까?

지난해 11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생방송으로 진행된 ‘국민과의 대화’에서, 장애인활동지원 관련 질문에 대한 추가답변으로 “장애인활동지원을 받는 분들이 65세가 되면, 그때에는 장애인지원으로부터 노인장기요양 대상으로 전환되게 돼서 시간이 줄어드는 문제가 있다고 보고를 받았다”면서, “그 문제도 빠른 시일 내에 저희가 해법을 찾아나가도록 하겠다”고 분명하게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국민 앞에 밝혔던 해법은 2020년 예산안에 고작 5억원의 연구용역 예산만 책정됐을 뿐, 시급하기만 한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은 여전히 해당 상임위에 계류 중인 상태다. 만65세 연령제한 문제는 한가하게 연구용역 절차를 1년 내내 밟아갈 여유 자체가 없다. 활동지원이 줄어들고 끊기게 되면, 중증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동시다발로 생사의 기로에 놓이는 명백하고도 심각한 인권침해가 지금 당장의 현실로 벌어지기 때문이다.

‘활동지원 만65세 연령제한’은 이미 지난해부터 장애계를 비롯한 시민사회에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고, 개별 신청을 통해 3명의 중증장애당사자들이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의 긴급구제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연령제한 자체의 폐지를 요구하는 장애인권단체들과 시민사회단체들에게 전혀 반응하지 않는 정부와 국회를 향해, 이젠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공동대응이 시작되고 있다. 그 첫 출발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는 1월 7일 인권위가 위치한 서울 중구 나라키움저동빌딩 1층에서 ‘장애인활동지원 만65세 연령제한 폐지 운동본부’ 발대식을 열고, 현대판 ‘고려장’인 이 법제도를 폐지하기 위한 지속적인 투쟁운동을 펼쳐 나가기로 결의했다. 특히 이 날은 전장연의 박명애 상임대표의 만65세 생일날로, 인권위에 대한 긴급진정 기자회견도 같이 진행됐다.

인권위에 긴급구제를 신청하고 돌아온 박 상임대표는 함께걸음 기자를 만나, 상황을 이렇게까지 나락으로 몰고 가는 국가의 반인권적 정책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긴급구제를 바란다고 여기까지 찾아와서 말하고 요청해야 하는 이런 현실이 너무나 불합리하다. 긴급구제를 이렇게 한 사람 한 사람씩 신청해야 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몰라서 안 하신 분들도 계시고, 혼자의 힘으로는 나와서 이 신청을 할 수 없는 분들도 많이 계신다”면서, “너무나 불안하다. 65세라는 말만 하면 가슴이 덜컹거리고 깜짝깜짝 놀라게 된다. 나만 그렇겠는가. 정부는 그 예산을 감당할 수 없다며 형평성의 문제가 크다는 말만 하는데 아니, 우리 같은 장애인들은 지금까지 평생을 형평성에 맞지 못하게 살아오지 않았나. 형평성이라는 그 말이 얼마나 불합리한지를, 정부와 국회가 먼저 생각하고 겸허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강하게 질책했다.

전장연은 연대하는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활동지원 연령제한이 폐지될 때까지 싸우기 위해, 같은 빌딩 1층 로비에 운동본부를 설치하기로 했다. 더불어 만65세 연령제한의 피해자들의 사례 상담과 지원, 5억원으로 책정된 보건복지부의 연구용역사업에 대한 철저한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장애인활동지원법 개정 추진을 위한 광범위한 활동도 병행하기로 했다. 운동본부가 차려진 나라키움저동빌딩 1층 로비는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2020년 예산 쟁취를 위한 농성’이 (1월 8일 기준) 78일차로 진행되고 있고, 장애인의 속도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 국가 행정에 온 몸으로 항의하며 투신한 고 설요한 동지의 분향소가 마련돼 있다. 2020년 예산쟁취를 위한 농성은 야간조를 포함한 전국 활동가들의 릴레이 참여로 24시간 이어지고 있고, 인권위와 명동성당 인근의 거리선전전을 전개하며 사회적 약자들이 처한 열악한 현실을 사회에 전파하는 운동을 확산시키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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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신청하고 돌아온 박명애 상임대표에게, 동료활동가들이 생일축하와 위로를 함께 전하고 있다. 사진 채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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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종일관 굳어 있던 박 상임대표의 얼굴이 동료활동가로부터 받은 선물을 열어보며 잠시나마 밝아지고 있다. 사진 채지민 기자
작성자글과 사진. 채지민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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