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동설한에 떠난 아들, 동판 안에서 영원히 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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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권운동을 함께한 동료활동가들이 고 우동민 열사의 동판을 제막하고 있다. 왼쪽에 옆모습으로 보이는 고 우동민 열사의 어머니 권순자 씨가 막 뒤로 드러나는 동판을 주시하고 있다. |
국민의 인권을 가장 우선해야 할 국가인권위원회의 반인권적 만행에 희생됐던 고 우동민 열사를 기리는 동판 제막식이 그의 기일인 1월 2일 오후 6시에 인권위 10층에서 거행됐다. 이는 지난 2017년 인권위 혁신위원회의 조사 결과와 인권위 차원의 공식사과에 따른 후속조치로, 수많은 장애인권활동가들이 동판 제막식 현장에 함께했다. 인권위 최영애 위원장은 우 열사의 8주기였던 작년 기일에 마석 모란공원 민족민주열사묘역에서 발표했던 공식사과문을 재차 상기시키며, 우 열사의 어머니 권순자 씨와 동료 인권활동가들 앞에 다시 한 번 사과를 했다. 어머니 권순자 씨는 아들의 동판 제막을 성사시켜 준 인권위 관계자들과 동료활동가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린 뒤, “따뜻한 날씨가 아닌, 이런 엄동설한에 동민이가 떠나서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고 밝혀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 고 우동민 열사의 어머니 권순자 씨가 동판 안에 새겨진 아들의 얼굴을 매만지고 있다. |
2010년 말 장애인권단체들은 장애인활동지원법의 올바른 제정과 현병철 당시 인권위원장 사퇴를 촉구하며, 국가인권위원회 점거농성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인권위는 장애인 활동지원사 출입 및 식사반입을 제한했고, 건물 내 엘리베이터 운행뿐 아니라 전기와 난방 공급도 중단했다. 현장에서 함께 농성 중이었던 우동민 활동가는 고열과 허리복통을 호소해 병원으로 응급 이송됐으나, 얼마 뒤인 2011년 1월 2일 급성폐렴 등의 증세로 우리 곁을 떠났다.
모든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의 책임기관이 비열한 인권침해행위를 저질러 사망사고까지 발생했으나, 인권위는 진상파악도 없이 책임을 부인하는 태도로 일관해 왔다. 촛불혁명으로 정부가 바뀐 뒤 조직된 인권위 혁신위원회는, 오랜 진상조사 끝에 우동민 열사 및 장애인권운동 활동가들에게 가해진 인권침해사건의 실체를 확인했고, 이에 인권위는 혁신위의 결론을 인정하고 진정한 사과의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그의 8주기였던 지난 2019년 1월 2일, 마석 모란공원 민족민주열사묘역에 안장된 우 열사의 묘 앞에서 거행된 추모제에, 국가인권위원회 최영애 위원장이 직접 참가해 공식사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아래는 동판에 새겨진 내용 전문이다.
우동민 열사를 기리며…
2010년 12월, 우동민 열사와 장애인운동 활동가들이 국가인권위원회를 점거해 인권위의 독립성 확보와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반대 등을 외쳤습니다. 그러나 당시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을 동원한 출입통제 및 엘리베이터 운행 제한, 난방 미제공 등 중증장애인 활동가에 대한 인권침해를 자행함으로써 우동민 열사 등이 병원에 응급 후송되었습니다. 이후 우동민 열사는 병세가 악화해 폐렴으로 결국 사망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어떠한 국가기관보다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대한 감수성과 민감성을 가져야 하지만, 당시 인권옹호자인 장애인 농성자에 대한 적극적 보호조치가 미흡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와 같은 반인권적인 행위로 인권기관으로 지켜야 할 기본적인 가치를 훼손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보장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성찰하며, 장애인과 사회적 소수자,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투쟁한 우동민 열사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이 동판을 설치합니다.
2020. 1. 2.
“앞만 보지 말고, 옆도 보고 뒤도 보고 그렇게 함께 갑시다.”
우동민 열사
▲ 동판 제막식 전, 인권위가 위치한 나라키움저동빌딩 1층 로비에서 고 우동민 열사 9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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