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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유엔장애인권리협약 국가심의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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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올해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이하 협약) 한국 국가심의가 9월에 예정돼 있다. 정부는 지난 2011년 6월 협약 이행상황을 보고하는 국가보고서를 유엔에 제출했으며, 이 보고서에 대한 ‘현안목록’ 작성이 오는 4월에, 9월에는 ‘최종견해’가 채택될 예정이다.

민간단체들의 입장에서는 국가보고서에 대해, 보고 주체인 정부를 신뢰하기란 사실상 힘들 것이다. 정부는 행정 중심이기 때문에 국민이 기대하는 인권의 지향점과는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고, 또 정부가 국가 이미지를 위해 협약을 잘 이행하고 있는 것처럼 포장하거나 인권침해 상황을 은폐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이하 위원회)가 국가보고서만을 기준으로 심의하는 것은 모순이기 때문에 장애인 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 본 관점과 현실적인 인권현황을 위원회에 전달하는 통로가 필요한데, 국가보고서의 문제점에 대응하고 실제적인 협약 이행 실태를 면밀하게 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로 민간보고서, 즉 ‘NGO보고서’이다. 현재 국내에서도 오는 9월 한국 국가심의를 앞두고 NGO보고서 작성이 한창이다. 사실상 NGO보고서에 모든 현안들을 세세하게 담기는 어렵기 때문에 NGO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는 단체들에게는 국내 장애인 인권실태 중에서도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부각해서 전달해야 하는지가 과제다.

   
▲ 유엔연대는 지난해 12월 11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의 몬티안 분탄 위원과 에다 마이나 위원을 초청하여 간담회를 개최했다.

 

NGO보고서, NGO·DPO의 철저한 모니터링과 연대가 핵심
국내 장애인 당사자와 시민사회에 협약내용 제대로 알려야

호주는 NGO보고서 작성을 위해 호주 전역에 걸쳐 공청회를 열고 협약 내용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고 한다. 원주민이 사는 지역까지 다 포괄해서 말이다. 아울러 토론 내용을 정리해서 모든 단체에 보냈고, 그것에 대한 피드백을 80여 개 단체로부터 받았다. 그 피드백을 바탕으로 다시 내용 수정을 하면서 NGO보고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물론, 80여 개 단체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다 보니 시급하게 개선시켜야 할 핵심적인 문제들에 집중하는 데 다소 취약했다고 한다.(참조-2012년 함께걸음 12월호 만난사람)

이에 반해 국토 면적이 호주의 1/35 밖에 되지 않는 대한민국은 협약을 비준한지 4년이 지났고, 오는 9월에 국가심의를 앞두고 있음에도 협약에 대한 내용이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민간단체 연대의 순회교육이 지난 한해 실시되기도 했지만, 다소 늦은 감이 있다. 그래서인지 많은 장애인 당사자들도 이 협약이 무엇인지, 어떤 의미와 효력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실정이다.

   
 

한국 심의에 앞서 국내에서는 NGO보고서를 유엔에 제출하기 위해 유엔인권정책센터를 중심으로 장애인의 인권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27개 민간단체들이 함께 모여 ‘유엔 NGO보고서 연대(이하 유엔연대)’를 결성했다. 2013년 4월 출범한 유엔연대는 총론, 여성, 아동, 사회권, 자유권, 자립생활 등 6개의 주제를 바탕으로 NGO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유엔연대는 출범 이후 지난해 5~6월에 유엔연대의 6개 워킹그룹 구성원들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위해 IDA의 ‘빅토리아 리’를 초청하여 ‘효과적 NGO보고서 작성에 관한 집중워크숍’을 가졌다. 이후 다른 나라의 국가보고서 심의 과정을 참관하는 등의 일정을 위해 9명으로 구성된 참관단을 꾸려 지난 9월 초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제10차 위원회 회의에 다녀오기도 했다. 참관단은 지난 제10차 위원회 회의 중에서 오스트리아와 호주 정부보고서의 심의를 참관했으며, 그 두 나라의 NGO를 비롯해, 국제 NGO들과 좌담회를 갖기도 했다.

특히, 지난 12월에는 위원회의 에다 마이나(Edah Wangechi MAINA) 위원과 한국 국가보고서 심의의 기초자료 작성을 맡은 국가보고관 몬티안 분탄(Montian Buntan) 위원을 초청하여 간담회와 강연회를 여는 등 보고서 작성에 박차를 가했다. 연대는 간담회를 통해 그룹별로 NGO보고서 핵심 내용을 전달하는 시간을 갖고 두 위원들로부터 보고서 작성에 대한 조언을 받기도 했다.

유엔연대의 NGO보고서 작성을 위한 활동과 더불어 한국장애포럼(KDF)과 장애권익문제연구소를 비롯해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와인권 발바닥행동,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 총 12개의 장애인단체가 함께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의 내용을 제대로 알고, 협약의 이행을 촉진시킬 수 있도록 ‘UN장애인권리협약 제대로 알고 실천하자’라는 제목으로 전국 8개의 권역에 걸쳐 교육을 시행했다.

주요 강의 내용은 ▲UN장애인권리협약의 제정배경 및 협약의 기본정신 ▲협약구성 ▲분야별 협약구성 등으로, 교육은 지난해 10월 서울을 비롯한 대구, 제주, 대전, 인천, 부산에서, 11월에 춘천과 광주에서 교육이 진행됐다. 또한, 지난 11월 21일에는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의 이행 증진을 위한 국제 워크숍’을 개최해 세계 각 국가의 장애인권리협약 이행실태를 알아보고 우리나라의 이행상황을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 지난해 11월 17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는 ‘UN장애인권리협약 제대로 알고 실천하자’ 순회교육의 두 번째 교육이 실시됐다.

 

민간단체들 25조 마항 유보 철회하라”…실효성 있는 이행 위해 선택의정서반드시 비준해야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은 장애인의 사회권, 자유권, 장애여성과 아동에 대한 차별 금지, 협약의 이행 등이 명시된 총 50개 조항과 선택의정서로 이뤄져있는데, 비준한 국가 중에서 선택의정서를 비준하지 않거나 몇 개의 조항을 유보하고 있는 국가들이 있다. 대한민국도 2008년 협약을 비준하고 20091월에 협약이 국내에서 발효되었지만, 선택의정서를 유보하고 있는 상태다. 또한, 정부는 협약의 의무이행을 위한 전담부서를 두고 법, 정책, 행정 등에 있어서 실제적인 조치들을 취하거나 국민들의 인식 제고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 않고 있다.

유엔연대는 NGO보고서에서 선택의정서 비준과 25조 유보 철회에 대한 내용을 포함한 한국 장애인 인권상황의 주요 쟁점을 다루고 있는데 그 내용은 무엇인지, 지난해 12월에 열린 유엔연대와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들과의 간담회 발표를 토대로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앞서 거듭 언급한 대로 한국은 선택의정서를 비준하고 않고, 25조 마항을 유보하고 있다. 선택의정서는 장애인이 인권침해를 당했을 때, 이를 국내 법제로는 구제받을 수 없을 때, 위원회를 통해 권리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개인통보제도와 위원회의 조사권에 관한 내용 등 모두 18개의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선택의정서를 비준하면 차별 사례에 대해서도 직접적으로 장애인 당사자가 유엔에 진정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장애인의 권리확보를 위해서는 선택의정서를 반드시 비준해야 한다.

우리 정부가 건강보험의 제공을 규정한 제25조 마항을 유보하는 이유는 바로 상법732조와 충돌된다는 것. 그런데 이 상법은 장애인의 보험차별을 조장하는 독소조항이기 때문에 연대는 유보를 철회 할뿐만 아니라 상법까지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엔연대 보고를 통해 보면, 여전히 우리사회에는 장애인 취업률 저조, 편의시설 미비, 시설에서의 인권침해 등 협약에 위배되는 다양한 장애인 인권문제가 잔재해 있다. 그러나 최근 더 부각된 심각한 인권침해 사각지대가 바로 정신장애인 문제다.

우리나라는 정신과 전문병원이 대규모 병상을 소유하고 있고, 작은 의원급들은 국가지원이 없어서 문을 닫는 실정이다. 병원은 치료 위한 목적인데, 수용을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또 입원 일수의 경우 오스트리아는 28일 정도인데 비해, 한국은 약 200일 정도로 장기입원 실태가 매우 심각하다. 설사가상 정부가 사회복귀를 위한 비용으로 쓰여야 할 예산을 오히려 입원비용에 대한 예산으로 지원을 늘리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현행 정신보건법 24조와 입법예고 된 34조에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이 명시되어 있는데, 이는 유엔권리협약에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는 것이고,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악법이라고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은 부르짖고 있다. 그래서 정부가 정신보건법을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측면으로 개정할 것을 권고해야 하고, 정신보건법 24조와 25조를 폐지해야 하며, 강제입원을 방지할 수 있는 중간 휴식처, 병을 다스릴 수 있는 별도의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연대는 주장하고 있다 

   
▲ (왼쪽부터) 몬티안 분탄 위원과 에다 마이나 위원

지난 간담회에서 에다 마이너 위원은 신체적, 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의사를 결정할 때 충분한 고지가 있어야 하고 당사자와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구제시스템이 필요한데, NGO보고서 제출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유엔에 호소해야 할 여러 가지 쟁점들이 있는데, 어떻게 하면 연대가 NGO보고서를 제대로 작성해서 위원회에 쟁점사항들을 잘 전달할 수 있을까.

마이너 위원은 “(보고서 작성에 있어서) 목적을 수립하고 적어야 위원회에서 어떤 입장을 가지고 썼는지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현실적인 내용에 대해서 집중해서 써야 한다. 국가보고서를 보면 완전히 다른 나라인 것 같이 보고되어 있는 부분이 있는데, 협약에 부합하게 국가보고서 내용 중 현실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부분을 정확하게 명시해주고 권고사항을 적어 달라. 국가보고서를 잘 파악하고 코멘트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분탄 위원은 통계자료는 신빙성을 높인다. 위원회도 통계에 의존하기 때문에 통계를 첨부하는 것이 설득력을 높일 것이다. 명확한 데이터를 제출해주면 현안목록을 작성할 때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보다 포괄적이고 완벽한, 투명한 보고서를 제출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제 곧 심의다국민 모두가 관심 가지고 지켜봐야 할 때

유엔연대는 오는 5월말~6월초까지 NGO보고서 작성을 완료하여 유엔에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그 이전에 4월 위원회가 현안목록을 작성하기 위해 국가보고서를 바탕으로 정부에 서면질의를 하고, 국가는 60일 안에 답변하게 되어 있는데, 연대는 위원회가 반드시 필요한 질문을 할 수 있도록 민간단체에서 원하는 질문들을 첨삭하여 위원회에 회부할 계획이다. 또 기회가 된다면 직접 제네바로 가서 위원들과 만나 내용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한다.

유엔연대의 이석구 부위원장은 “NGO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있어서 국가보고서를 작성한 정부도 마찬가지이지만, 짧은 기간에 통계나 자료를 구하는 것이 어려웠다. 특히 민간단체 입장에서 공공기관의 자료 협조를 구하는 것이 어려운 점이라고 꼽으면서 장애단체별로 주력하는 사업이 있고, 장애유형별로 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번 경험을 교훈 삼아 각 단체별로 특화된 유형 하나만이라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해서 데이터를 구축해 나가면 좋겠다. NGO보고서를 달리 준비할 필요 없이 그 자료 자체가 NGO보고서가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정부대로 협약 이행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는 전담기구를 운영하고, 장애단체와 시민단체, 인권위원회 등이 합쳐진 공동의 민간 모니터링 전담기구가 만들어지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 지난해 12월 9일 유엔연대의 그룹 의장들은 몬티안 분탄 위원과 에다 마이나 위원을 만나 NGO보고서의 주요 쟁점들을 보고하고 위원들로부터 조언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의 현실과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뭔가를 제시했고, 그 위원회가 그 내용을 받아들이면 거기에 기반을 한 권고사항이 위원회의 이름으로 결정된다. 국가는 그 권고사항을 받아들이고 실행해야 한다. 그건 우리가 정부를 더 압박할 수 있는 훌륭한 근거가 된다. 우리가 그냥 요구하면 정부는 듣지 않는다. 하지만 NGO보고서를 통해 유엔위원회로부터 국가가 권고를 받게 되면, 우리의 요구가 관철되는 데 훨씬 더 큰 효과를 낳게 된다. 그렇기에 NGO보고서를 자세하고 정확하게 잘 정리하고 완성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해 국가심의를 받은 호주의 장애인단체총연맹 매니저인 스티브 지아니의 말이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뿐만 아니라 다른 국제법이 국내에서 잘 이행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즉 이번 국가심의에 있어서도, NGO보고서 준비에 있어서도 장애인 당사자들이 관심을 갖고 민간단체들을 지지하고 어떻게 진행되는지 함께 지켜봐야 할 것이다. 스티브 지아니의 조언처럼 민간단체는 NGO보고서를 통해 정부를 압박할 수 있는 기회인만큼 철저하게 준비해서 작성해야 한다. 또한, 더욱 적극적으로 시민단체와 연대하며, 더 많은 국민들이 협약과 심의내용에 대해 알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다. 정부차원에서도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에서 협약 이행에 대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지만, 협약 이행상황을 집중 모니터링 하는 전담부서를 설치해야 할 것이다.

오는 9,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이 2009년 국내에 발효된 이후로 대한민국의 첫 국가심의가 열린다. 이번 심의를 통해 국내 장애인의 삶의 질이 얼마만큼 더 높아질 수 있을지, 장애인의 인권이 얼마만큼 신장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작성자이애리 기자  dung7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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