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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인터뷰]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몬티안 분탄 위원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장애인의 독립성·자유 보장을 위한 국제적 도구 … 당사자가 실제로 활용하느냐가 관건

본문

지난해 12월, 한국 유엔장애인권리협약 NGO보고서 연대(이하 유엔연대)의 초청으로 현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이하 위원회)의 몬티안 분탄(Monthian Buntan) 위원이 한국을 방문했다. 분탄 위원은 위원회 가운데 오는 9월에 있는 유엔권리협약 한국 국가심의 보고관을 맡아 한국 정부보고서 심의의 기초자료를 작성하게 된다. 그렇기에 국가심의에 대응하여 민간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민간단체들에게 있어 분탄 위원의 방문은 반갑지 않을 수 없다. 보고관에게 정부가 유보하고 있는 조항에 대해 철회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이행 모니터링 결과를 보고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또 위원회의 위원들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조항과 관점이 있기 때문에 민간보고서 작성에 앞서 이를 미리 파악해두고, 보고서에 대한 조언을 듣는 것은 민간보고서를 제대로 작성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이에 본지도 분탄 위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분탄 위원이 심의에 있어서 무엇에 역점을 두고 있는지, 국외에서 보는 한국의 인권실태는 어떠한지, 민간보고서를 준비하는 단체들이 보완하고 준비해야 할 내용이 무엇인지 등을 자세히 들어봤다.

   
 

 

Q _  본인 소개를 간단하게 부탁드린다
내 이름은 몬티안 분탄이고 태국인이다. 태국 상원의원을 역임했으며, 위원회의 새로운 멤버로서 지난 2012년 9월부터 2016년까지 활동하게 됐는데, 2014년 한국 심사의 한국 보고관(country rapporteur)을 맡게 됐다. 

Q _  민간보고서 준비상황이 어때 보이는지 궁금하다. 지난해 12월에 진행된 민간보고서 브리핑을 들으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말씀해 달라
DPO(Disabled People’s Organization, 장애인민간단체)들이 NGO보고서 준비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에다 마이나 위원도 언급한 바 있지만, 누락되어 있는 부분이나 정부가 제대로 임무를 수행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한 증거들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는 위원회를 도울 뿐만 아니라, 정부가 정확하게 반응하는데 있어서 중요할 것이다. 그런데 전반적으로 아주 잘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Q _  많은 나라들을 심의했을 텐데 인상적인 나라와 NGO의 활동이 있다면
NGO 참여도가 가장 높았던 곳은 호주였고, 그 다음이 오스트리아, 파라과이, 엘살바도르 순이다. 호주는 참여도가 높다보니 논란이 된 논제들이 많이 나왔다. 파라과이도 어느 정도의 참여가 있었지만, UN사무국이 있는 제네바와의 물리적인 거리 문제가 있고  국가자체의 소득수준으로 인해서 더 많은 것을 하지 못한 것 같다. 오스트리아 같은 경우도 일정 수준의 참여가 있었고, 역시 잘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오스트리아는 연방국가이기 때문에 동등한 기준을 적용해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이하 협약)을 이행한 것이 굉장히 어려웠던 것 같다. 왜냐면 각 주마다 법률들이나 지방조례들이 다르고, 협약을 해석하는 방향이 각자 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엘살바도르가 가장 덜 선호하는 NGO라고 할 수 있는데, NGO의 문제라기보다는 엘살바도르가 다년간의 내전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고, 그로 말미암아 참여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Q _  지난해 9월 제네바에서 열린 호주심의에서 강제불임 이슈가 컸던 점이 인상적이었다. 매번 그런 것인가. 혹은 특별히 이번에 이슈가 된 것인가
강제불임은 굉장히 심각한 분노를 자아낼 수 있을 정도의 침해이며, 한 사람을 인간으로서 존중하지 않는 것의 한 형태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현재 아주 부강한 선진국인 국가에서도 여전히 강제불임은 일어나고 있고, 오스트리아도 지난번에 이와 관련해서 많은 질문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Q _  위원들마다 특별히 집중해서 보는 분야가 있을 텐데, 분탄 위원께서 특별히 비중을 두고 있는 원칙과 분야는 무엇인가
‘접근성’이라는 주제가 굉장히 장애 특수적이고 장애 주제에 연관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다른 조항들의 경우는 다른 유엔의 인권조약의 포함된 내용과 공통된 부분이 많은 반면, 접근성의 경우는 굉장히 장애에 집중한 조항이기 때문에 그렇다. 여기서 접근성이라 함은, 구조뿐만 아니라 접근성과 관련된 여러 조항들을 다 포함하는 것이다. 또 주요하게 보는 조항은 정치적 참여에 대한 조항인데, 정치적 참여를 통해서 인권에 관련된 법률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이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정치적 참여를 통해 법률들을 제정하고, 법률들의 이행과정을 따라가면서 모니터링도 하고 실질적인 이행을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Q _  지난번에 IDA(International Disability Alliance, 국제장애연맹)의 빅토리아 리(Victoria Lee)씨가 한국에 와서 교육할 때 한국의 국가보고서가 ‘접근성’과 ‘합리적 편의제공’을 굉장히 혼용해서 쓰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분탄 위원께서도 그렇게 보고 계신지. 또 그 차이에 대해서 독자들을 위해 분명하게 짚어주시면 좋겠다
이 문제는 사실 당사국들뿐만 아니라, 위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아직도 많은 것이 해결이 되어야 하고, 그 이유 때문에 이에 대한 것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어서 내가 구조에 관한 일반 논평을 하기도 했다. 합리적 편의제공은 개인에게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래서 어떠한 형태의 접근성을 제공하지만 보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제공이 되는 것이고, 반면에 접근성은 일반적으로 개인보다는 더 많은 집단을 포용한다고 생각한다. 

   
▲ 분탄위원은 지난해 12월 10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에다 마이나 위원과 함께 유엔연대가 마련한 특별강연회에 참석하여 강연했다.

Q _  접근성이 잘 되어 있는 나라는 어디인지 궁금하고, 정치적 참여에 있어서 완성된 형태는 비율이 높은 할당제를 말씀하시는 것인지 여쭤보고 싶다
두 번째 질문이 더 답변하기 쉽겠다. 하이브리드적인 접근을 택해야 하는데, 할당제와 같은 조치를 통해서 최소한의 정치적인 참여를 보장해야 하지만, 장애인이 주류화된 정치 영역에서 보다 더 잘 받아들여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즉 합리적 편의제공을 포함한 최소한의 참여를 보장하면서 평등과 비차별의 모델로 가야 한다. 
접근성에 관련해서는 지속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예를 들면, 예전에는 조력적인 보완기술(인간에 의한 조력도 포함한)이 해결책으로 제시됐는데, 지금은 이것이 두 번째가 되었고, 오히려 유니버셜디자인(Universal Design, 이하 UD)과 같은 원칙이 우선순위가 되었다. 조력적 기술, 보완기술 같은 것은 추가적으로 UD를 보완하는 역할로서 여겨지고 있다. 왜냐하면 조력적 기술이나 개별화된 것들은 더 돈이 많이 소요되고 내재화된 특수성이 있다면, UD가 조금 더 지속 가능하고, 제품·환경·서비스가 제공되어 시장이 훨씬 크고 조금 더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어찌됐건 두 가지 모두 여전히 필요한 상황이다. 접근성이 잘 되어 있는 나라를 꼽으면,  정보접근에 대해선 미국이 가장 앞서있고, 물리적 환경이나 대중교통을 제공하는 데 있어서는 일본이 다른 국가들보다 훨씬 잘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Q _  단도직입적으로 성년후견제에 대해 여쭤보겠다. 한국은 지난해 7월 본격적으로 성년후견제가 시행됐다. 성년후견제가 권리협약의 관점에서 보면 위배라고 보이는데, 모든 나라의 성년후견제가 권리협약에 위배된다고 말씀하실 수 있겠나
성년후견제가 특히 아시아에서는 불분명한 회색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후견인제의 기본적인 목적이 악한 생각에 기반 한 것이 아니라 굉장히 긍정적이고 선행적인 의도를 가지고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떠한 경우에는 과도하게 사용될 경우 피후견인에게 이점보다는 해를 끼칠 수 있다. 그럼에도 후견인제도 자체가 나쁘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모든 사람들은 어떤 종류든 지원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장애만을 이유로 후견인을 배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장애보다 다른 기타 이유들도 뒷받침돼야 한다. 그래서 어찌되었건 후견인 자체를 따로 뚝 떼서 비판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대체의사결정제도를 지원의사결정제도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위원회의 입장이기 때문에, 위험한 상황에 있어서는 후견인제가 필요 없다고 꼭 집어 얘기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흑백 논리를 적용할 수 없고, 특히 아시아 사고에는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기존의 전통적인 후견인제도에서 지원의사결정제도로 바꿀 것을 권하고 싶다.

Q _  지난번 제네바에서 참관단을 만났을 때 느꼈던 한국 상황과 NPO들이 전달하는 한국 상황이 다르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외부에서 봤을 때 한국의 장애인권 상황과 실제로 궁금하다
아직까지는 지난번에 받은 느낌과 비슷한 것 같다. 한국의 DPO들이 굉장히 앞서서 생각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아시아 국가 정부들은 대부분은 구체적이고 물리적인 요구들을 먼저 채우기 위한 조치들을 취한다. 그래서 정부는 철학적 문제는 뒤로 제치기 때문에 우리가 이해하는 독립성에 대한 개념에 대해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 상황을 보면, 한편으로는 서비스들이 제공되면서 또 한편으로는 후견인 제도를 시행하는 양면적인 모습은 장애인들의 요구를 정부가 어떻게 이해하는지를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어찌되었건 최근에 들어서 후견인 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모순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외부 사람들이 보기에 한국에 오면 접근성도 좋고 교통수단도 많이 제공되고, 서비스도 많이 제공된다고 느끼고 있다. 그런데 활동보조나 후견인에 대한 지원을 얘기할 때 느꼈던 것은 굉장히 좋은 접근이지만 약간 현실성이 있는 기준을 넘어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지만 현실성이 없다고 포기할 것은 아니고, 다만 그 요구가 받아들여지기까지는 굉장히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

Q _  인권침해예방센터에서 접수 받은 사례를 예를들어 질문 드리고 싶다. 발달장애인인 노모가 돌아가시고 난 뒤, 남겨진 50대인 두 발달장애인이 지역주민들에 의해 시설로 보내졌다. 이후 이분들이 지역사회에 다시 재정관리 같은 것을 하기 위해 후견인을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이럴 때, 권리협약에 입각했을 때 이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만일 이 사건에 관련해서 누군가를 비난한다면 지역 주민들은 아니고, 여러 가지 지역 사회 내에서 지원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는 정부를 탓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면 지역사회들은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지 않고서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만일 정부가 지역 센터나 시설을 설립했다면 두 사람은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었을 것이다. 만에 하나 시설에 가더라도 그 두 사람의 의사에 반해서 행해져서는 안 된다. 그리고 몇몇 사람들은 시설에 가는 것을 선호할 수도 있다. 이를테면, 어떤 노인들은 자택에 있으면 외로움을 느끼기 때문에 요양원으로 들어가기를 더 선호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만약에 다른 대안들이 다 검토가 되었음에도 개인의 의사로 인해 시설로 들어가기를 원한다면, 그 결정도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의견에 있어서는 의견이 다를 수 있겠다.

Q _  지난 제네바에서 보면(9월 호주 심의) DPO 참여를 매우 중요하게 보시는 듯했다. 내년 9월이면 한국보고서 심사가 예정되어 있는데 한국 DPO들에게 하고 싶은 말과 보완해야 할 점들에 대해 조언해 달라
현재 한국 DPO들은 굉장히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전에 정부에게 신호를 보내볼 것을 권한다. 마이나 위원도 언급했다시피 9월 국가심의 이전에 정부와 의사소통을 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두 가지의 경쟁하는 보고서가 나오게 된다. 그러면 위원회 입장에서는 정부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하게 되고, 정부는 그에 대해서 답변을 잘 하겠지만 전반적으로 신뢰를 잃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를 갑자기 놀라게 하면 안 된다. 모든 견해의 차이들은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정부에게 전달이 되어야 하고, 그들로 하여금 가능한 한 상황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양쪽에게 다 좋은 것인데, 정부는 심의를 보다 나은 위치에서 받을 수 있고, DPO의 입장에서는 실제로 어떤 상황을 개선시켰다는 결과물을 안을 수 있다.

   
 

Q _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대한 의의를 한국의 장애인들에게 말씀해 주신다면
이 협약은 장애인에게 있어서 독립성과 자유를 얻기 위한 좋은 도구이다. 이 도구는 우리 스스로가 만들었지만 이것을 사용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이는 법적인 도구인데, 실제적으로 사용이 되어야지, 이것이 저절로 우리에게 무언가를 안겨주지 않을 것이다.

Q _  빠듯한 일정으로 피곤하실 텐데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하다. DPO들이 받고 싶은 권고사항들이 있는데 그것을 최대한 반영하여 보고해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리고 싶다
결과적으로는 정부가 DPO들이 무엇을 만족하고 무엇을 불만족스러워 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그런데 양쪽 다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정부는 비판을, DPO들은 완벽하지 않은 상황들을 받아들여야 하고, 서로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가기를 바란다. (실제 상황을 살펴보고 반영하기 위해) 내가 여기에 왔다. 안 그랬으면 방콕에 있었을 것이다.(웃음) 

작성자대담 조문순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 센터장  | 정리사진 이애리 기자 dung7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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