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 인권’, 한국만 퇴보하고 있다
본문
정신장애인 인권침해의 심각성이 우리 사회에서 점차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되어 가는 가운데, 지난달 15일 본지는 정신장애인의 인권확보를 위해 각계 전문가들을 한 자리에 초청, 정신장애인 인권침해 상황 공유 및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학계 대표로 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용표 교수, 정신의학 전문의 대표로 세계재활협회 이일영 부회장, 법계 대표로 법무법인 로직 이성재 변호사, 정신장애인 단체 대표로 한국정신장애연대(kami) 사무총장 권오용 변호사가 참석했으며, 진행은 장애인권익문제연구소 서동운 국장이 맡았다.
한국 장애운동의 역사 안에서 진보 없는 정신장애인 문제…사회전반에 인권에 대한 인식 결여
서동운 정신장애인 인권문제가 최근 우리 사회에서 점차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돼 가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정신보건법 개정안의 내용은 권리적인 측면에서 보면 여전히 과거에 머무는, 정신장애인의 인권을 탄압하는 독소조항이 유지되는 방향이다. 이번 좌담회를 통해 거대한 권력을 갖고 있는 집단과 힘없는 장애인들, 특히 자기 권리를 잘 표현 못하는 정신장애인들과의 싸움에서 어떻게 정신장애인들을 지지하고 우리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 실질적인 문제를 짚어보고 향후 어떻게 대응해 갈 것인지 논의하면 좋겠다.
▲ 법무법인 로직 이성재 변호사 |
이성재 결국은 인권의식이 문제다. 우리나라는 정신장애인 같은 소수 약자에 더 차별적인 의식이 강한 나라다. 먼저 의식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
이일영 사실 언어가 가지고 있는 힘이 큰데, 소외된 그룹에 대한 언어적인 폭력이 우리사회에 깊이 파고들어 있다. 언어를 고치지 않는 한 차별을 없애기 어렵다. 미국은 성경의 단어도 바꿨고, 장애도 ‘disabled people’(디서블드 피플, 장애인들)이 아닌 사람을 먼저 앞세우는 ‘People with disabilities’(피플 위드 디서빌리티, 장애를 가진 사람들)로 바꿨다. 이런 작은 움직임이 인식을 바꾸는데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성재 30년 전만해도 장애인 시설이 들어오면 집값 떨어진다, 아이들 학업에 영향을 준다는 등 장애인을 전염병 환자처럼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 과학적이지 않은 근거 없는 내용으로 상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정신질환자는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아닌데 우리사회가 오해를 하고 있다. 10년간의 뉴스만 들여다봐도 살인자 중에 정신질환자는 거의 안 나온다. 숫자는 없는데 정신장애인이 범죄자라고 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한 논리다.
이익집단·기득권의 희생양이 된 정신장애인들
권오용 2010년도 2010년11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총470개 정신의료기관의 정신과 진료비는 2007년도 1조3,691억 원에서 2009년도 1조7,102억 원으로 2년 사이에 무려 연간 3,411억 원이나 증가하였다. 이렇게 의료비가 증가한 이유는 2008년 10월 보건복지부가 수가지급에 관한 규정을 변경하여 실시한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470개 정신의료기관은 연간 3,400여억 원을 나누어 갖게 된 것이다. 정신의료기관에는 천문학적인 금액의 예산을 증액하고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예산은 배정하지 않으며 정신장애인을 탈원화 하여 지역사회에 거주토록 하는 것은 돈이 많이 든다고 하고 있다.
이용표 인권위원회가 법률가, 의사 등의 기득권층의 모임처럼 되어버렸고, 정신보건법을 주도했던 사람들이 정신보건사업 지원단에 그대로 들어가 있다. 견제할 수 있는 집단이 전혀 없는 것이다.
권오용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정신장애에 관해 어떤 수준인가 알아보기 위해 국제기구의 홈페이지에서 한국의 정신건강실태에 대한 보고내용을 보았는데 한국은 지역사회 정신건강사업을 잘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가 되어 있었다. 그 국제기구의 협력기관은 엄청난 수의 환자를 수용하고 있는 B병원이었다.
▲ (왼쪽부터)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용표 교수, 한국정신장애연대(kami) 사무총장 권오용 변호사 |
이용표 정신보건센터를 병원에 위탁시키는 순간 그 사업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만약에 정신보건센터를 병원에 위탁시키는 방식으로 하려면, 미국처럼 1년 예산을 지방자치단체에 넘겨줘서 재활프로그램을 하든 병원에 가든 마음대로 하도록 하고, 그 대신에 병원에 많이 입원시키면 지자체가 책임을 지고 예산을 다시 중앙정부에 돌려주도록 한다. 이렇게 하니까 돈을 안 넘기려고 지역의 사례관리자들이 가능한 한 정신장애인을 입원시키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정신보건센터에서 병원에 입원시키면 중앙정부에서 알아서 돈을 다 대주니까 센터 사람들의 업무라는 게, 조금만 위험하다고 연락받으면 곧장 구급차를 부르는 것이 돼버렸다.
권오용 어떤 지방에 거주하는 강제입원 피해자는 자신이 입원되어 있던 그 병원에서 강제입원 되었던 17명의 환자가 자살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병원의 주인은 그 지역의 유지로 행세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기득권이 한 집단을 희생양으로 만들어서 계속 그 체제를 유지해 나가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이일영 의사라는 직업이 존경을 받는 직업인데 우리사회는 의사들이 공공의 적이 됐다.
권오용 현행 제도에 의하면 정신의료기관이 인권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강제입원, 장기입원 위주로 운영되는 의료기관이 인권교육을 담당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이성재 ‘의권’이 ‘인권’ 위에 있다. 인권이 상위에 있어야지 사람으로 보는데 지금은 의권이 위에 자리 잡고 있으니까 그냥 환자로만 보는 것이다.
강제입원 후, 어떤 일이 벌어지나
정신병원들, 응급이송단의 강제이송 눈감아줘
권오용 미국은 정신장애인을 주립병원에 입원시키는데 우리나라는 개인병원에 입원시킨다. 개인병원은 원칙적으로 접견도 안 된다. 개인시설이라서 위임도 못 받고 내부사정을 듣지도 못하고 차트도 못 본다. 지난 통계자료를 보니 2004년에 어떤 한 지역의 정신보건심판위원회에서 연간 1500명을 심사했는데 단 한명도 퇴원을 안 시켰던 것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통계는 지난 것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되어 한번 들어가면 못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때만 해도 강제입원율이 90%가 넘는 때였다. 한 번에 100명 정도 심사를 하는데 6개월 이상 입원한 사람의 입원 연장하는데 30분 동안 50명을 처리한 경우도 있다.
서동운 정신병원이 전형적인 수용소 같은 곳이 되어버렸고, 응급이송단은 허가받고 인신매매 하는 범죄조직이다.
권오용 응급이송단이 병원 응급차도 아닌데다, 밧줄로 묶고 수갑 채우고 병원에 입원시킨다. 정신과의사들도 뭐라고 말을 못 한다. 그들이 병원에 환자를 데려다 주는 갑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경찰관도 사람이 실려 가는 것을 봐도 제재가 없는 상황이다. 국가가 사람을 병원에 넣어 놓고 돈을 주고, 정신병원을 운영하거나 고용된 이해당사자인 의사의 판정에만 맡긴다. 감옥을 개인한테 돈을 주면서 운영하게 하고 누구든 집어넣은 꼴이다. 이런 상황을 방치하고 있는 나라가 어디 있나.
이용표 위급한 사람이 있을 경우 임시거주처라도 있어야 인권적인 절차가 진행되거나 법원에서 판결을 받게 해야 하는데, 그대로 병원으로 가니까 다시 만나기가 어렵다. 세계에서 정신장애인에 대해 임시거주처도 없는 곳이 우리나라다.
장애인권리협약 비준하고 준수하지 않는 정부
입원 줄이라니까 예산 없다고 ‘동문서답’하는 복지부
권오용 법률에 보면 심신장애라든지 정신장애, 심신상실 이런 걸로 하면 자격이 안 되는 규정들이 많아서 차별을 없애달라고 요구했더니 그럼 누가 그 범위에 들어 가냐고 하더라. 차별을 없애달라고 했는데 그 자리에 들어갈 대상을 찾는 공무원의 사고가 이해 안 된다.
이성재 공무원들은 논리적이지 못하다. 억울한 사람이 들어갔다고 호소했더니 나오게 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고 한다. 들어간 것부터가 잘못인데 말이다. 말을 피해가는 꼴이다.
권오용 정신질환자는 장애인복지법에서도 제외되어 있어서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장애등급을 받아도 장애인 복지관은 이용 못하고 있다. 장애인 직업재활 같은 것도 다 빠져있다. 정신보건법에 있는 요양시설, 정신병원, 외에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생활을 돕는 사회복귀시설이라고 해봐야 인원 10명 이하의 주거시설들이나 태화샘솟는집 같은 이용시설 정도다. 그 많은 장애인복지시설 중에 정신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하나도 없다. 결국 정부가 철저한 의료모델에 의존하여 정신장애인을 정신의료의 대상으로만 보고 있다는 것이다.
▲ (왼쪽부터)장애인권익문제연구소 서동운 국장, 세계재활협회 이일영 부회장 |
이일영 우리나라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 법정 장애인고용률도 안 지키는 그런 나라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사회가 준비가 돼야 하고 우선은 계속해서 싸워나가면서 긍정적 사례를 만들어가야 한다. 한국이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한지 4년이 됐고, 때가 됐다.
서동운 내년에 UN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 한국이 심사를 받는다. 정신장애인 문제를 데이터화 해서 민간보고서를 제출하면 좋겠다.
권오용 장애인권리협약의 제12조 법적능력에 따르면, 정신질환이 있다고 해서 우리의 정신보건법처럼 본인의 자유로운 동의를 받는 절차를 무시하고 보호의무자의 동의만 받고 강제입원하면 안 된다. 제14조는 자유권인데, 장애가 있다고 하여 신체의 자유가 제한되지 않는다는 것이고 따라서 정신장애인을 강제입원 시키면 안 된다. 정신장애인을 시설에 강제로 수용하는 것은 안 된다. 제 15~17조는 고문에 해당된다. 정신병원에 입원시켜서 약 먹이고 전기충격 주고 이런 것은 고문에 해당한다. 이는 유엔이 굉장히 강하게 세계 각국 정부를 향해 요구했던 하고 있는 내용이다. UN총회에도 정신장애인 인권문제를 다루는 전문가의 보고서가 올라가 있다. 세계적인 흐름이 그런데, 한국에 오면 다 무시당한다. 심지어 정신보건법 개정안 초안 작성과정에 장애인권리협약에 대한 검토와 반영의 과정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정신보건법 명백한 위헌” 헌법소원 불가피
이용표 정신보건법은 합법적으로 감금할 수 있는 법이지, 치료나 복지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법이다. 폐쇄병동과 폐쇄시설에 갇혀 있는 정신장애인 수가 매년 증가해왔다. 어떤 곳은 한 법인이 보조금을 더 받기 위해 두 곳을 운영하면서 숫자를 늘리고 있다. 병원 내 간병인이 없다보니 마치 교도소처럼 환자들끼리 위계 체계를 만들게 해서 자기들끼리 관리하는 구조를 조장하고 있다. 그 때문에 폭력도 있다. 여성을 반항한다고 땅에 눕히고 얼굴을 발로 밟은 상태로 포박했다는데 이건 아주 무법천지다.
권오용 현행법에는 폭력으로 사람을 끌고 갈 수 없다. 그런데 ‘정신’이라는 말만 들어가면 기준이 없어진다. 검찰에 가도 무혐의다. 완전 상식이하이다. 현 정신보건법 기준만 철저히 지키고 진단을 객관적으로 하면 50% 이상은 입원이 안 돼야 한다. 입원 됐더라도 6개월은 너무 길다. 미국은 평균 약 6일, 프랑스는 약5일인데 우리는 정신보건법에서 보호의무자의 동의에 의한 입원기간이 기본 6개월이다. 이건 사람을 망가뜨리는 것이다. 작년에 일본에서는 한센병 환자들을 수용해놨던 것에 대해 국가보상판결을 받았다. 우리나라도 이 엉터리 법을 가지고 구금·수용해 인권침해를 당한 정신장애인이나 피해자들이 보상받도록 해야 한다.
이용표 복지부가 이번 개정안에서 진일보 했다고 주장하는 게 2가지가 있다. 최초 강제입원 이후에 심사기간을 6개월에서 2개월로 단축했다는 것과 입원 조건이 질환의 상태에 있고 동시에 자해·타해 위험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만 달라졌다. 판단주체의 변화도 없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단 기준이 없다.
이성재 30년 전에도 기도원에서 일어난 정신장애인 인권침해 문제가 방송됐었는데, 최근에 개선되기는커녕, 더 나빠진 것 같다. 그때는 환자수가 몇 백 명 정도였지만, B병원처럼 5천명쯤이나 되는 규모는 아니었었다. 정신보건법을 만들고 나서부터는 합법이 돼서 더 나빠지는 경로를 밟고 있는 것이다. 차라리 이 법이 없었더라면 다 불법이 되는 건데….
이일영 미국은 정신과 의사가 둘이서 허가하면 강제입원이 가능하다. 그러나 환자가 부당하다 하면 72시간 내에 법정이 열리게 되어 있다. 그래서 의사가 왜 이 사람이 강제입원의 대상이 되는지를 판사가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기한 내에 또 판결을 받아야 한다.
서동운 의료법이 있는데 굳이 정신보건법이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정신보건법이 있으므로 해서 오히려 악법의 역할만 하고 있지 않나.
이성재 사실 정신보건법과 의료법은 강제입원 시키는 것 외에는 별반 다를 게 없다.
서동운 헌법 원칙에 위반되면 헌법소원도 하는데 정신보건법은 왜 헌법소원을 못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다. 현재 정신보건법 개정안이 국회 계류되어 있지 않나.
이성재 헌법소원을 못하는 게 아니고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다. 이건 명백한 위헌이다.
권오용 개정안이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했다고 들었다.
사회전반에 ‘정신장애인 인권침해’ 심각성 공유, 운동의 물결 일으켜야 할 때
좌담회 말미에 참석자들은 사회전반에 인권운동이 일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정부나 국회에 하소연해서 될 일은 아니며, 국민들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 그렇게 해서 종국에는 헌법소원에 이르기까지, 정신장애인 인권 현실과 정신보건법에 개혁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문제해결을 위해▲ 국제 세미나 개최 ▲피해자들의 증언 수집 및 발표 ▲시민연대 및 실무조직 구성 ▲대형병원을 상대로 한 소송 ▲정신보건법 헌법소원 ▲잘못된 법으로 인권침해를 당한 정신장애인에 대한 국가보상 요구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정신장애인 인권문제, 정신병원 피해사례는 거대하고 견고한 이익집단의 성벽으로 둘러싸여 쉽게 벽을 허물기가 어려운 상태다. 그 때문에 인권단체나 당사자들만으로는 해결되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국민 모두가 남의 일이 아닌, 자신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기억하고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극 동참해주길 바란다는 게 참석자들의 부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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