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제 폐지한다던 복지부, 현 정부 임기 말에 새 제도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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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가 국정과제로 장애등급제 폐지를 내세우고 올해 4월 개편기획단을 구성, 등급제 폐지 및 새 제도 도입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난 지금, 개편안이 어느 정도 마련됐는지 정부와 기획단 외에는 정보공유가 이루어지지 않아, 서비스 주체인 장애인 당사자들은 걱정만 앞설 뿐이다.
이에 22일 여의도 이룸센터 누리홀에서는 기획단 위원들이 토론자로 나서 '장애등급제 폐지에 대한 우려의 실체와 대안'이라는 주제로 공개적인 논의를 펼쳤다.
이날 토론회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가 주최, 김정록의원실과 최동익의원실 후원으로 마련됐으며, 성신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승기 교수,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조한진 교수,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최기전 사무관, 한국장애인개발원 최승철 부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이승기 교수는 “장애인복지제도의 여러 체계가 등급제와 연관되어 있다. 그래서 폐지 후 다양한 서비스 제도, 연금, 감면할인제도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가 관건”이라며, “혜택의 축소에 대한 우려하는 사람도 있고, 예산 확대에 따라 진일보한 선진적 체제 구축을 기대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기획단에서는 정확한 대안을 만들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기획단 회의가 비공개로 진행되다 보니 우려만 커지는 것 같다. 그래서 등급제 폐지에 대한 진행상황을 함께 점검하고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로 이번 토론회를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
▲ 22일 여의도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장애등급제 폐지에 대한 우려의 실체와 대안'이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
기회단 위원들 “갑론을박 그만하고 제도 개편에 대한 의지 보여야”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개편기획단 위원들은 기획단 회의가 약 6개월간 진행됐지만 아무런 성과도 대안도 마련하지 못 하는 상황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조한진 교수는 “기획단이 자문기구 성격이긴 하지만 위원회에 있는 한 사람으로서 그간 어떤 결론도 없이 갑론을박만 하다보니까 스스로도 소진되어 가는 느낌이다”라고 밝힌 뒤, “복지부 장관도 바뀌는 시점에서 이것이 그대로 진행될 것인가에 대한 우려도 있다”며, “6개월이 다 되어 가고 있는데 개편안에 대한 상이 전혀 없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안이 쉽게 마련되지 않는 것에 대해, 박근혜 정부의 공약과 국정과제로 정해지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대안, 부작용 등에 대한 검토 없이 공감대가 형성됐던 것이 원인이라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었다. 최기전 사무관은 “개편기획단이 구성돼서 운영 중에 있는데, 성과가 미진하다는 것은 인정한다”며, “하지만 등급제 폐지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밝혔다.
등급 단순화한 중간단계는 ‘필요 vs 행정비용 낭비’
정부는 2017년도까지 등급제를 완전히 폐지하겠다고 공언했고, 그러한 과정으로써 중증제도와 경증제도 즉 현재 6등급 제도를 2개로 단순화하는 중간단계를 제안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기획위원들 대부분은 중, 경으로 단순화 하는 것에는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며, 단, 예산문제나 실효성에 있어서도 중간단계는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최기전 사무관 |
박경석 대표는 “정부는 장애등급 단순화를 거쳐 2017년에 완전 폐지하겠다고 했는데, 그때는 현 정부가 끝나는 시점이다. 그 시점에서 예산의 규모가 확인되지 않는데 뭘 결정할 수 있겠나. 2015년도 정도는 실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대표는 “등급을 단순화시킨다고 해서 낙인감이 사라지는 게 아니다. 보여주기 식의 행정이 아니라면 단순화 시킨다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비판하며, “행정비용만 불필요하게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한진 교수도 “등급을 중, 경증으로 나누는 것은 행정비용 낭비”라고 꼬집으며, “얻는 실익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과도기적 조치를 반대한다. 건너가기 위한 징검다리가 아니라 불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윤곽도 못 그리고 있는 ‘직•간접 소득보장•서비스판정체계• 전달체계’
장애인 당사자들이 가장 두려워하고 우려하는 것이 바로 현재 받고 있는 서비스가 줄어들거나 사라질 것이라는 두려움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직접, 간접적인 소득보장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일부 토론자들은 간접소득 즉, 감면할인제도는 등급제 폐지와 별도로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또 다른 토론자들은 등급제 폐지와 함께 고려해야 할 중대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서비스 감면할인제도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에 대해 박경석 대표와 조한진 교수는 간접소득을 직접소득으로 전환해 지급하는 것과 차등 적용되고 있는 감면할인제도에 있어서 대상을 확대하거나 균등하게 지급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조한진 교수 |
이어 조 교수는 “전부 할인율을 통일하면 경증장애인은 할인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반대할 일이 없고 보편성 지향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과연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겠나”라며, ”소득에 따라 지급하면 극단적인 안을 절충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제안했다.
이러한 토론자들의 제안에 대해 정부 측이 주도하고 있는 서비스가 많지 않은데다, 개편기획단에 복지부만 참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각 부처의 예산 상황, 정책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복지부가 입장 표명을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최기전 사무관의 설명이었다. 최 사무관은 "필요하다면 기획단 외에 정부부처 간의 협의체를 구성, 논의의 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현재 감면할인제도에 대한 대체안에 대해서는 시원스런 답변을 드리기는 어렵고, 복지부가 하는 사업이라도 간접에서 직접으로 논의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서비스로 직업재활, 교육, 여가, 다양한 서비스 영역이 있는데 활동보조서비스처럼 인정조사표에 따른 적용을 한다면 현 등급제는 불필요하지 않겠나라는 의견도 나왔다. 즉, 현재 특수교육, 고용, 근로무능력자 기준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좀 더 정교화시켜서 적용하면 등급제를 당장 폐지하지 않더라도 시범사업은 당장 가능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최승철 부장은 “현재 충분한 재원도 가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회보장급여를 확대해준다면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런 시스템으로 간다는 게 쉽지 않다”고 반박했다.
전달체계에 대해서는 종합적인 판정과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기관이 설립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조 교수는 "국민연금공단 장애인지원실을 확대하거나 장애인연금공단에서 하는 것은 전문성이 떨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장애복지공단(가칭)과 같은 별도 기구가 설립되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기획단위원들이나 복지부 관계자가 전달체계 개편에 대한 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하자 이승기 교수는 "새 전달체계 구축에 대해서는 오해도 많고 방향성도 있어야 할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에 장애계에서 별도의 대토론회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정리했다.
장애등급제 폐지 후 부작용 대안 마련해야 한다
누구보다 장애인 당사자들이 현안에 관심 기울여야
장애등급제 폐지 후 새로운 사정체계가 과연 가능한지, 간접소득 보장은 지속될 지, 기존 장애인 서비스는 축소되지 않을 지에 대한 우려가 많다. 특히, 새 제도 도입과 동시에 혜택을 받는 장애인들이 많아지는 동시에 기존에 서비스를 제공 받아온 소수 장애인이 서비스를 못 받게 되는 사각지대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가장 크다.
최승철 부장은 "개편안을 급진적 또는 단계적으로 갈 것인지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통한 논의가 필요하고, 장애인의 욕구를 파악할 수 있는 점진적인 방향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면 우려에 대한 부분이 줄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최기전 사무관 역시 "서비스 연계에서 사정의 주체, 장애유무 내지는 서비스 연계에 대한 행정적인 부분에 대해서 현 체제와는 완전히 다르게 개편되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고,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내비쳤다.
한편, 토론회 말미에 기획단 위원들은 서비스 주체가 장애인 당사자인 만큼 장애인들이 등급제 폐지에 대해서 막연하게 부정적인 생각을 갖지 말고 중요한 현안이니 만큼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올해 초부터 본지는 장애등급제 폐지에 대한 내용을 집중 보도하고 발빠르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 특집 기사 등을 꾸준히 선보여왔다. 그러나 반년이 지나 진행된 이번 토론회 내용은 지난 보도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것은 복지부의 제도개편안이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겠다고 자신만만했던 복지부는 현재 개편안의 밑그림조차 그리고 있지 못하고 있고, 2017년 즉, 현 정부 임기 말에 새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공수표를 제시하고 있다. 복지부가 진정으로 장애등급제를 폐지할 의지가 있는지, 등급제 폐지는 과연 실현 가능한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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