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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이 직접 만든 장애인권리협약서 ‘나, 여기 있어!’ 제작보고회 열려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2년 반 동안 연구, 누구나 알기 쉽도록 제작해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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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영부 이사장, 김명실 소장, 장명숙 상임위원을 비롯한 알권위 위원들과 관계자들이 책을 들고 단체사진을 찍었다.

국내에서도 발달장애인들의 언어와 표현으로 제작된 UN장애인권리협약 해설서가 출간됐다.

2006년 제정된 ‘UN장애인권리협약’은 장애인의 권리와 존엄성을 보호하고 촉진하기 위한 국제 조약으로, 우리나라도 2008년 비준하고 2009년 발효되었다. 그런데 장애인권리협약 내용이 장애 당사자, 특히 발달장애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언어들로 되어 있고 잘 알려지지 않아 실상 무용지물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사단법인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이하 한발연)은 지난 2011년 3월부터 약 2년 6개월 동안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장애인권리협약 조문을 쉽게 해석하는 연구 활동을 벌였다. 그 결과물이 바로 ‘나, 여기 있어!(누구나 알기 쉽고 모두 함께 누리는 장애인권리협약)이며, 발간과 함께 제작보고회가 8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렸다.

한발연이 주최하고 재단법인 동천의 후원으로 마련된 이날 제작보고회에는 국가인권위원회 장명숙 상임위원, 아시아태평양장애포럼 박경석 회장,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성규 이사장 등 정부관계자 및 장애계 인사들이 참석했으며, 큰 홀을 가득 매울 만큼 많은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한발연 한영부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2년 6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발달장애인들이 고생해서 만든 장애인권리협약서를 세상에 내놓게 됐다. 모든 사람들이 발달장애인들이 어떤 권리를 갖고 있는지 알게 하고 스스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고, 또 사회구성원 모두가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제작하게 됐다”며, “이 의미 있는 작은 발걸음이 발달장애인들이 스스로 권리를 지키고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큰 울림이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위 장명숙 상임위원은 “세계의 모든 장애인들의 염원으로 UN장애인권리협약이 2006년 12월 채택됐다. 그 감동의 날을 잊을 수 없다”며, “발달장애인 위원들이 오랜 수고로 당당하게 책임을 가지고 만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라고 축사를 전했다.

박경석 회장도 축사에서 “이전에 장애인권리협약을 읽는데 한 장이 안 넘어갔다. 그만큼 어려운 내용인데,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만든 이 책을 보면서 쉽게 읽을 수 있었다. 발달장애인이 자신들의 언어로 권리를 이야기 한 것이지만, 누구나 알기 쉽게 만들어준 것 같아 오히려 제가 감사하다”며, “장애인권리협약이라는 것이 글로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 하나씩하나씩 녹아나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 8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 정부관계자 및 장애계 인사들이 참석했으며, 큰 홀을 가득 매울 만큼 많은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제작보고회는 한발연 김명실 소장의 제작과정 소개 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옥순 사무총장의 진행으로 ‘알기 쉬운 장애인권리협약제작위원회(이하 알권위)’ 이원무, 신승희, 신현욱, 장민원, 조태환 위원들이 나와 장애인권리협약서 제작활동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 활동보고를 하고 있는 한발연 이원무 간사
알권위 위원인 한발연 이원무 간사는 활동보고를 통해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열린 컨퍼런스에 참석해 알권위 활동을 소개하고 왔는데, 그곳에서 본 세계 발달장애인들은 당사자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그래서 국내에서도 당사자 활동을 더 활발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2년 반 동안 책 제작활동을 통해, 컨퍼런스 통해서 많이 배웠는데 이처럼 정부가 발달장애인에게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주면 좋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장애인으로서 장애인의 권리에 대해 잘 알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책 제작에 참여했다는 장민원 씨는 “우리들한테 비장애인들이 ‘너는 몰라도 돼’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 사람들과 똑같이 대해주면 좋겠고, 장애인들이 강하게 말할 때가 있는데 저런 사람도 있구나 하고 넘어가고 받아주면 좋겠다”라며, 아울러 “자세하게 쉬운 말로 해석해서 알려주면 좋겠고, 길을 잘 모르는 장애인에게 안내를 잘 해주면 좋겠다. 방법만 몰라서 그렇게 못 하는 것이지 알려주면 우리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신은 할 수 있어요. 존중 받기 위해 태어났어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신체만 다르고 전부 다 사람이잖아요. 차별 당하지 말고, 자신이 알아서 스스로 자기결정권을 선택하고 장애인 스스로 자발적으로 해야 해요.”

알권위에서 그림을 맡은 조태환 씨가 발달장애인들에게 하는 말이다. 장 씨는 “인권침해 사례를 그렸을 때 잔인하게 그렸더니 친구들이 무서워해서 그림을 수정했다. 이렇게 같이 논의해서 만드는 것이 좋았다”라고 소감을 전하며, “발달장애인도 자신의 숨겨진 재능이 있고, 배우면 할 수 있다. (장애인권리협약을 배우고 책으로 제작하게 되면서) 장애인들의 능력을 개발해서 직업을 갖게 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행복해지는 것인지 알게 됐다”고 밝혔다.

자립이 꿈이라는 신현욱 씨는 성인이 돼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이 가장 좋은 점이라고 꼽았다. “평일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복지관 나가서 일해서 주말까지 공부한다는 게 힘들었는데 이렇게 결과물이 나오니까 속이 시원해요. 숙제도 많았고, 오랜 시간 공부해서 힘들었는데 그런 과정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성장한 게 아닌가 생각해요.”

   
▲ ‘알기 쉬운 장애인권리협약제작위원회(이하 알권위)’위원들이 장애인권리협약서 제작활동 과정에 대한 소감을 밝히는 시간을 가졌다. 왼쪽부터 조태환 위원, 신승희 위원, 신현욱 위원, 장민원 위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옥순 사무총장

신승희 씨는 “설명서를 만들고 있을 때 국회의원들이 당사자를 배제하고 마음대로 발달장애인법을 만든다고 해서 우리가 성명서를 만들고 발표하기도 했다”며, “앞으로도 또 다른 장애인들을 위해서 이런 활동을 계속 지금보다 더 열심히 활동 할 예정이다. 발달장애인들은 단지 자신의 능력을 몰라서 못 하는 거지 국가가 기회를 주면 충분히 자신이 할 일을 찾아내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승희 씨는 “이 모임이 저희뿐만 아니라 공부 모임이 적다. 발달장애인들이 할 수 있다는 것을 많이 보여주면 좋겠다. 부모님과 선생님들의 도움이 아닌, 발달장애인 스스로 하는 모임이 많이 생기면 좋겠다. 일본은 이런 모임이 많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한 뒤, “국가가 발달장애인법도 그렇고 우리를 배제하고 가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작성자이애리 기자  dung7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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