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성년후견제 시행 그 후<br/>성년후견제 시행 100일, “제도인식 확산이 우선”
사회 전반적으로 제도에 대한 인식 결여 … 각계의 관심 및 모니터링 필요해
본문
지난 6월경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침해예방센터(이하 인권센터)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수심 가득한 목소리의 내담자는 자신의 오빠가 지적장애 3급에 무직인데도 카드 회사에서 신용카드를 발급해줬고, 오빠가 카드로 많은 금액을 써서 가족들이 갚게 될 형편에 처했다며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또 오빠가 앞으로 계약 같은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막아둘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이 사례처럼 최근 성인 발달장애인에게 휴대폰 대리점에서 무리한 조건을 걸어서 계약하게 하거나 카드를 발급해줘서 당사자와 가족들이 피해를 보는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데, 이와 같은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대안은 무엇일까. 성인인 발달장애인의 결정권을 박탈해버리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성인이기 때문에 뭐든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모든 책임을 당사자와 가족에게 돌리면 되는 것일까. 이렇듯 진퇴양난 같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판단능력이 결여 혹은 부족한 이들의 일상생활과 법적 행위에 있어서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함과 동시에 자기결정권을 담보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가 바로 ‘성년후견제’다. 오는 10월이면 성년후견제가 시행된 지 100일을 맞이한다. 여전히 이 제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고 기대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대체로 당사자들과 가족, 사회 전반적으로 제도에 대한 이해와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다. 성년후견제 시행 그 후, 제도의 절차과정을 알아보고, 어떻게 시행되고 있는지, 과제는 무엇인지 살펴본다.
성인 약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 ‘성년후견제’
기존의 심신약자의 의사결정을 대행하는 제도였던 금치산, 한정치산제도는 대상자를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자기결정권을 무시한 채 재산관리에만 중점을 둔 비인권적 제도라는 인식과 비판이 많았다. 그래서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고 자립생활, 잔존능력을 최대한 존중하고 활용하도록, 두 제도를 폐지하고 더욱 진일보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인식 아래 2004년부터 발달장애인의 부모들을 중심으로 장애인·노인 관련 16개 단체가 성년후견제추진연대를 결성, ‘성년후견제’ 도입을 추진해왔다. 그 과정에서 성년후견제 역시 권리침해가 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고, 17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이내 정부 임기만료와 함께 폐기되기도 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과 논쟁을 거쳐 올해 7월 1일 성년후견제가 시행됐다.
성년후견제는 선임된 후견인에게 문제가 있을 경우 가정법원이 후견인의 권한범위를 변경하거나 해임하고 다른 사람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최종 관리감독을 하게 된다. 더불어 후견인은 중요한 업무에 대해서는 가정법원의 사전허가를 받도록 되어 있어, 기존 금치산·한정치산과는 달리 당사자의 권리와 안전을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로 마련됐다.
▲ 보건복지부 장애인서비스과 신동호 사무관 |
보건복지부 장애인서비스과 신동호 사무관은 “이전에 금치산자로 결정되면 모든 법률행위에 대해서 제한했기 때문에 특히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이 무시당하는 결과를 낳았다”며, “그런 문제점으로 인해 성년후견제가 도입됐기 때문에 이 제도를 시행하면서 최대한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고자 특정후견을 신청하는 방향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성년후견제도를 이용하기 위해서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할까.
우선 성년후견제도 후견대상은 발달장애인, 정신장애인, 치매노인 등으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되거나 부족하거나 지원이 필요한 사람이다. 본인의 정신적 제약의 정도와 후견 범위, 후견 경위 등을 고려해 ‘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 등을 신청할 수 있고, 이러한 법정후견과는 별도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상황을 대비해 ‘임의후견’으로 미리 후견 계약을 체결해 놓을 수 있다. 임의후견은 당사자들의 계약에 정한 바에 따르도록 되어 있고, 계약은 가정법원이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해야만 효력이 발생한다.
후견인 선임 판결에 있어서 중요한 지표가 되는 것이 바로 사회조사보고서와 정신감정이다. 사회조사보고서에는 ▲피후견인의 일상생활 기능, 인지기능, 행동특성, 의사소통 능력 등 사건본인에 관한 사항 ▲사건본인의 의사결정 능력 정도에 대한 의견서 ▲후견의 필요성 및 그 범위에 관한 사항 ▲사건본인의 희망사항 ▲사회조사보고서 작성 과정 진술서 등을 토대로 작성한다. 이를 작성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공무원과 사회복지사가 피후견인에게 찾아가 세세하게 적힌 항목대로 조사한 뒤 작성하게 되어 있다.
사회조사보고서와 정신감정은 공무원과 사회복지사, 의사, 즉 제3자에 의해 작성된다. 그렇기 때문에 과연 피후견인의 필요를 제대로 확인했을지, 의사표현이 어려운 피후견인의 욕구파악을 제대로 기록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이에 대해 가정법원 관계자는 “사회조사보고서는 법관이 사건을 어떻게 심리할 것인지를 계획하는데 참고자료이므로, 사건본인(가족 포함)과 후견인 후보자를 직접 심문하여 내용을 파악하고 있고, 추가조사 필요 시 법원 가사조사관이 조사를 실시한다. 따라서 사회조사보고서가 절대적인 판단자료는 아니다”라며, “앞서 판결한 두 건도 사건본인과 후견인 후보자를 심문한 결과 그 진술 내용이 사회조사보고서의 내용과 일치했다”고 밝혔다.
또한, 심판 과정에서 피후견인의 진술을 도와주기 위해 가족이나 활동보조인 등이 참석하고 있고, 이들에게 피후견인의 장애 정도, 후견이 필요한 범위 등에 관해 심문한다. 또 후견인으로 추천된 사람은 후견인으로서 자질, 피후견인과의 관계, 직무수행의 의사 등에 관해 심문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아울러 보다 자세한 조사가 필요한 경우 별도로 가사조사관에 의한 조사가 이루어진다는 게 법원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복지부에 따르면, 시행 첫 날 8건의 심판이 청구된 이후 현재(8월말 서울가정법원 기준: 보건복지부 제공)까지 집계된 인원은 약 50명으로 발달장애인은 5명이며, 대부분 치매노인 청구 건이라고 한다. 이 중 2명의 발달장애인이 후견인 선임 판결을 받았다.
판결된 2건 모두 비슷한 유형으로 특정후견이 선임되었고, 그 외에는 심판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법원은 “이미 심판이 끝난 두 사건 외에는 성년후견, 한정후견 청구 사건이다. 성년후견, 한정후견 사건의 경우 특정후견과 달리 의사의 감정이 필수적인 절차인데, 감정을 위한 준비, 감정 실시를 하는 데만 통상 1~2달 이상이 걸린다. 이로 인해 아직까지 심판된 사건이 적은 것”이라며, 청구에 비해 판결이 적은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위한 조력자 ‘후견인’
고령인 친척할아버지와 단둘이서 기수초급비와 장애연금으로 어렵게 살고 있는 홍아무개(23세, 지적장애) 씨는 기본적인 의사결정과 생활은 충분히 가능한데, 이웃에게 명의를 빌려줘 휴대폰을 개설하도록 해줬다가 160만 원이라는 빚을 떠안게 됐다.
후견인 선임에 있어서 질병, 장애, 노령 등의 이유 외에도 홍 씨처럼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해 특정 영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은 특정후견인 선임을 신청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취약계층인 홍 씨는 지자체와 복지부의 도움을 받아 후견인심판을 청구할 수 있었고, 후견인 양성 교육기관인 성민성년후견지원센터(이하 성민센터)를 통해 성년후견제도 시행 이후 1호로 공공후견인을 선임할 수 있었다.
홍 씨의 후견인이자 1호 후견인으로 선임된 유아무개(여·50) 씨는 현재 피후견인과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주 1회 이상 통화와 월 2회 이상 만남을 갖고 있다고 한다. 또한, 피후견인의 보호자와 피후견인이 어렸을 때부터 다니고 있는 교회 목사를 만나 피후견인에 대한 많은 정보를 들은 후에 성민센터 담당자와 어떻게 후견활동을 할 것인지에 대해 계획을 세우고, 앞으로 하게 될 후견인의 역할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갖는 등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고 한다.
유 씨는 “처음에는 피후견인을 만나고 얘기하는 것이 후견인의 역할인 줄 알았는데, 후견활동을 할수록 알아야 될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후견인의 활동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느끼게 됐다”며, “그래서 부담도 많이 되지만, 저를 반기고 좋아하는 피후견인을 볼 때마다 후견활동을 하게 되는 힘이 생기는 것 같다. 도움을 주고 있는 피후견인이 앞으로 사회구성원으로서 일상생활과 사회참여 기회가 더욱 많아지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홍 씨와 유 씨처럼 ‘피후견인-후견인’의 관계가 성립되면 후견인의 역할은 당사자의 삶의 질을 좌지우지할 만큼 매우 중요하다. 그만큼 후견인이 되기 위한 조건이 엄격해야 하고 선별절차는 신중해야 한다.
후견인이 되기 위한 조건을 살펴보자.
개정된 민법에는 후견인의 자격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회생절차개시결정 또는 파산선고를 받은 자 △자격정지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형기 중에 있는 자 △법원에서 해임된 법정대리인 △법원에서 해임된 후견인 또는 감독인은 불가하다고 명시되어 있다.
후견인은 가족이 후견인이 되는 친족후견인과 시민공공후견인, 전문후견인 등이 있다. 현재 공공후견인 양성교육기관을 통해 후견인이 양성되고 있지만, 후견인이 되기 위해서 반드시 이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후견인에 대한 선임은 가장법원이 최종 결정하기 때문에 후견인으로서 적합하다고 판단이 되면 교육 여부와 상관없이 선임판결을 내릴 수 있다는 것.
‘지적장애인복지협회 발달장애인을 위한 성년후견 교육지원센터(이하 지적장애인복지협회 센터)는 민법에서 명시된 불가 자격조건 외에도 실제 교육생을 모집할 때 너무 어리거나 사회활동이 전혀 안 되는 사람은 제한을 두고 있고, 또 일차적으로 스크린을 위해 신청서를 받을 때 신원조회동의서를 받아서 성범죄 이력 등을 의뢰해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이 있는지 추가 점검을 하고 있다고 한다.
▲ 지적장애인복지협회 후견양성교육지원센터 송남영 센터장 |
지적장애인복지협회 센터 송남영 센터장은 “법원에서도 후견인제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에 교육을 받은 후견인을 우선적으로 선임하지 않겠나”라며, “후견활동이 간단한 서비스 제공도 아니고, 법적인 것을 대리하게 되는, 한 사람의 인생에서 굉장히 중요한 제도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엄격한 자격조건을 두고 교육을 받은 후견인을 선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 센터장은 “지역 안에서의 공공후견사업은 자립생활 지원, 사회통합의 목적을 가지고 진행하기 때문에 잘 양성된 후견인들을 통해 당사자들이 살아가는 지역 안에서 지역 자원들을 네트워크 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후견인 양성사업을 잘 하기 위해서 교육체계, 지원체계, 모니터링을 더 철저히 해서 제도가 안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이를 위해 교육지원센터가 정부에 지속적으로 의견과 개선방안들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성민성년후견센터 황문영 사회복지사 |
그렇다면 피후견인에게 있어서 가족이나 지인이 후견인이 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전혀 모르지만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이 적합할까. 황문영 사회복지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후견인 후보자 중 당사자의 특성 및 성향과 어울리는 후견인 후보자를 심사하여 당사자와 매칭하게 된다. 피후견인과 후견인이 모르는 사이일 경우, 후견인은 가장 먼저 피후견인과의 잦은 만남을 통해 관계형성을 하여 피후견인에 대해 이해하고 파악해야 하는데, 제대로 관계형성을 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3~6개월 정도로 볼 수 있겠다. 만약 피후견인과 후견인이 아는 사이일 경우 이러한 관계형성 기간을 거치지 않고도 충분히 피후견인을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후견인이 그동안 이해하고 있는 선에서 피후견인의 의사를 임의로 해석하고 자신이 이해하는 범위 안에서만 후견사무를 진행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즉 아는 사이라 하더라도 일정과정의 후견인 양성교육을 통해 제도 및 후견인의 직무, 역할에 대해 제대로 배우고 피후견인을 보호하기 위한 전문적 지식과 정보를 습득할 필요가 있다.”
후견인 양성, “아직은 모두 비전문가”
후견인에 대한 모니터링과 지원은 필수, 교육 전문가 육성해야
성년후견제 시행 후 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말 성년후견제 매뉴얼을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시군구에 배포했으며, 지난 9월 7일 ‘발달장애인을 위한 후견지원사업 중앙지원단(이하 중앙지원단)’을 개소하여 올해 12월말까지 시범 운영 후 내년부터 정식 운영키로 했다. 또한, 지난 8월 발달장애인을 위한 공공후견인을 양성하기 위해 지난 8월 ‘발달장애인을 위한 교육 및 지원기관’으로 지적장애인복지협회와 장애인부모회를 선정, 2016년 12월까지 사업을 위탁했다.
후견인교육지원기관은 피후견인을 조력할 수 있는 후견인 후보자를 양성하고 피후견인과 후견인을 매칭하며, 후견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지자체나 법원에 후견인을 추천하는 역할을 하고, 두 기관은 복지부의 관리감독을 받게 된다. 올해 복지부의 후견인 양성 목표는 1천 명이며, 지적장애인복지협회와 장애인부모회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후견인 교육 및 지원센터를 각각의 커리큘럼에 따라 운영하고 전국적으로 목표 공공후견인을 배출해 낼 계획이다.
▲ 지적장애인복지협회 발달장애인을 위한 후견인양성지원센터는 지난 26일 서울지역에서 첫 후견인 교육을 실시했다. |
지적장애인협회 센터는 교육기관으로 선정되고 나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와 컨소시엄을 맺고 함께 후견인 양성 교육교재를 제작했으며, 연구소는 지속적으로 제도 시행과정을 모니터링을 하기로 했다. 제작된 교재를 바탕으로 분야별 전문가들이 강의하고 있고, 각 지역단위에서 교육이 이뤄지도록 지역의 인력으로 변호사단, 법무사, 사회복지 분야에 종사하는 강사진을 발굴해 강의를 할 수 있도록 체계를 마련해가고 있다.
송남영 센터장은 “강사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역에서 후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들, 발달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윤리에 대한 강의를 지속적으로 해왔던 분들 대상으로 선별하고 있다”며, “후견인도 교육을 받고 있지만 강사도 이런 과정을 통해 육성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도 센터는 전국적으로 전문가를 육성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성민성년후견지원센터는 성년후견제가 시행되기 전인 지난해 2월에 개소해 이미 후견인양성 시범교육을 총 2회에 걸쳐 진행했고, 100명의 지원자 중 86명의 예비후견인을 배출했다.
황 사회복지사는 “성민센터는 제도 시행과 함께 총 두 사례의 후견인선임청구를 지원했고, 1호 사례의 경우 센터가 후견인감독까지 맡게 됐다. 성민은 피후견인이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후견사무가 수행되어야 함을 지향한다. 따라서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후견인양성 교육을 진행하며, 후견인 선임에 있어서도 당사자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한 후견인 후보자를 매칭함으로써 당사자의 사회통합과 자립을 돕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성민성년후견센터는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후견인양성 시범교육을 실시했다. |
법원도 지난 8월 12일 교육을 받지 않는 친족후견인 후보자 10여 명을 대상으로 후견인으로서의 직무와 책임, 법원에 제출해야 하는 재산목록보고서, 매년 1회 제출하는 후견사무보고서의 작성요령 등의 내용으로 교육을 실시했다. 성년후견제도 및 후견사무 전반에 대해 30~40시간 정도 실시되는 시민공공후견인 양성교육과는 달리 교육 시간은 1시간 정도였다고 한다.
법원 관계자는 “친족후견인의 경우 피후견인의 상태 및 수요를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선을 다해 돌볼 사람을 친족후견인으로 선임하고 있으므로, 시민후견인과는 달리 후견인으로서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사항을 위주로 교육한 것이고, 추후 후견인에 대한 감독을 통하여 부족한 부분이 발견되면 보수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며, 앞으로도 월 1회 친족후견인에 대한 교육을 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제도 안착 위해 사회 전반적인 지원 필요…모니터링은 철저히
새롭게 시작되는 모든 제도가 그렇듯이 성년후견제 또한 시행 초기여서인지 복지부, 법무부, 관련 기관 모두 다소 혼란스러워 하는 상태라고 한다. 또 홍보가 잘 되지 않아 사회 전반적으로 제도에 대한 이해와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렇기에 주무부처인 복지부뿐만 아니라, 관련 부처 및 민간기관 등의 다각적인 지원은 물론, 지속적으로 함께 제도를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
가장 우선적으로 피후견인을 위해 ▲취약계층인 피후견인에 대한 소송지원 ▲의사소통이 어려운 발달장애인에 대한 전문적인 진술조력 ▲법정의 적합한 환경 마련 ▲법원과 지자체, 후견인 등에 있어서 장애인에 대한 이해·인권교육 실시 등이 수반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후견인 심판청구를 하게 되면 인지대, 송달료 등의 비용과 정신감정비용 등이 들게 되는데, 복지부는 취약계층 발달장애인을 위해 후견심판 청구절차 비용을 1인당 최대 5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후견인에 대한 보수는 피후견인의 재산에서 지급하도록 규정되어 있는데, 지자체는 취약계층의 공공후견인에 대해서는 매월 10만 원씩 지원하고 있고, 법원 역시 비용을 부담할 경제적 능력이 없는 사람의 경우 일정한 기준 아래 절차구조를 통해 비용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두 번째로, 후견인 선임은 법원의 최종판결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법원의 심문과정과 환경에 있어서 피후견인의 심신안정을 고려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심문과정, 재판장의 분위기 등은 발달장애인을 경직하게 해 정확한 진술을 할 수 없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의 지원 아래 신청되는 사건의 경우, 복지부에서 법원의 협조를 받아 심문장소로 사용되고 있는 법정을 촬영하여 미리 안내자료로 사용함으로써 피후견인이 법정에 익숙해지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법원 관계자는 “성년후견 사건을 위한 별도의 심문장소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제도 시행 전에 장애인단체와 간담회를 가졌고, 장애인 관련 시설의 운영자로부터 강의를 수강하기도 했다”며, “무엇보다 성년후견 담당법관들이 장애에 대한 이해를 위해 개인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세 번째는, 시행일부터 이후 3개월 동안 서울지역만 후견신청이 50건이 접수됐고, 수요가 계속 증가할 텐데 수요에 비해 심판이 늦어지는 문제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복지부 신동호 사무관은 “판결사례를 보면 판결까지 4주정도 걸렸는데 가정법원에서도 처음하다 보니 신중하게 판단해서 심사가 늦어진 것 같다. 앞으로 가정법원도 익숙해지면 2~3주 안에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점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다음 네 번째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 바로 피후견인에 대한 자기결정권, 인권침해에 대한 부분이다. 성년후견제도가 UN장애인권리협약에 위배되고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기 때문이다. 송남영 센터장은 “당사자들이 자기결정권이나 의사소통에 있어 분명히 어려움을 갖고 있는데, 그것에 대한 대안이 없는 것이 사실이지 않나. 그런 면에서 자기결정권과 인권을 보호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성년후견제일 것”이라고 밝히며, 먼저 제도가 잘 정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성년후견제가 정신약자의 부족하고 어려운 부분에 대해 지원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안들을 모색해서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부분들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제도 안착을 위해 ▲정부부처 간의 긴밀한 협력 ▲성년후견제를 위한 법률제정 ▲성년후견제 시행 중앙기구 정립 ▲사회전반에 대대적인 홍보 등 정부의 대대적인 체계구축이 요구된다.
법원 관계자는 “새로운 성년후견 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미처 생각하지 못했거나 미진한 부분으로 인해 보완되어야 할 부분이 많이 있을 것”이라며, “특히 장애인과 노인의 권익을 보장하고자 하는 새로운 성년후견 제도의 취지의 홍보, 경제적 취약계층 내지 무연고 시설 수용자를 위한 시민후견인의 양성과 관리, 후견인보수의 국가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신동호 사무관은 “후견인을 선임하는 최종 판결권한은 법원에 있기 때문에 법무부와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며, “현재는 발달장애인 지원사업에 신경 쓰고 있는데, 향후 2~3년 안에 성년후견제를 총괄하는 법률을 제정하려고 검토 중에 있다. 지금은 민법상에 후견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되어 있고 청구인의 자격만 규정되어 있는데, 성년후견제와 관련해서 법률을 제정하면 법률 안에 후견인의 활동 양식과 후견인감독에 대한 규정 등을 세부적으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사무관은 “호주, 독일, 영국의 경우 ‘성년후견청’이라고 성년후견제도를 이끄는 기관이 별도로 있다. 중앙지원단이 9~12월까지 시범 운영되고 내년부터는 정식 운영이 될 텐데, 성년후견제 중앙지원단의 규모를 키우는 것이 복지부의 목표”라며, “성년후견제 법률 제정이 통과가 되면, 공식적으로 중앙지원단을 성년후견청과 같은 유사기관으로 개편해서 제도를 총괄 운영해 나갈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라고 덧붙여 밝혔다.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성년후견제는 이미 시행됐다. 그렇기에 찬반 논쟁보다는 정부, 전문가, 민간단체 모두 함께 힘을 합쳐 좋은 제도가 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하고, 사회 각계에서 관심을 갖고 철저한 모니터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본지도 성년후견제 성공 및 실패 사례들을 지속적으로 소개하고, 해외 성년후견제 시행 국가들의 사례를 통해 예상되는 순기능과 역기능을 전할 예정이다. 또한,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내 성년후견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전망을 제시하고, 성년후견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지속적인 취재를 통해 독자들께 전달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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