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라는 탈 쓰고 장애인가족 재산 갈취한 목사 부부 “제가 평생 보호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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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 여성 남편에게 아내와 딸 보호자가 돼줄 테니 재산증여 유언장 쓰라고 집요하게 강요한 목사부부 … 남편 죽자 명목상의 보호자로 둔갑, 재산 다 가로채
‘보호자(保護者)’는 민법상 친족(親族) 또는 가족 중에서 부양의무를 맡고 있는 사람, 자녀에 대하여 친권(親權)을 행사하는 아버지 또는 어머니, 친권을 행사하는 사람이 없을 때는 미성년자에 대한 후견인(後見人) 또는 후견인의 직무를 행사하는 사람을 뜻한다. 또 사전적 의미를 그대로 풀어서 말하면, ‘어떤 사람을 보호할 책임’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이처럼 보호자는 보호가 필요한 이들에게 있어서 보호의 역할을 하는 것은 당연한데, 때로는 약자를 억압하고 이용해 자신의 잇속을 챙기는 위치로 악용되기도 한다. 마치 양의 탈을 쓴 늑대처럼 보호자의 가면을 쓴 이들의 악행은 특히나 보호자가 필요한 중증 장애인 또는 발달장애인의 주변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언니를 만나게 해주세요”
지난 5월 장애인권익문제연구소 인권침해예방센터(이하 인권센터)로 지적장애 2급 김아무개(여·50)씨의 여동생 김명숙(가명·46)씨가 찾아왔고, 언니 김씨가 교회 목사부부와 함께 살고 있는데, 그들이 언니를 만나지 못하게 하고 있다며 하소연 해왔다.
동생 명숙 씨에 따르면, 2010년 말경 명숙 씨는 유방암에 걸렸고 병원을 다니면서 경황이 없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로 인해 김씨와 연락이 뜸해졌고 이 시기에 지체장애인인 남편 K씨는 욕실에서 노인성 질환으로 쓰러졌고, 뇌출혈로 숨졌다. 그러면서 언니 김씨는 딸 혜미(가명·9세)와 함께 목사부부를 따라 이사를 갔고, K씨의 장례를 치를 당시에도 목사부부는 김씨 가족들에게 연락하지 않아 명숙 씨는 언니의 연락처나 사는 곳을 알 수 없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후 명숙 씨는 우여곡절 끝에 3년 만에 언니와 재회를 하게 됐지만, 전화 연락도 안 되고 찾아가서 만나려 해도 목사부부가 문을 열어주지 않고 있다는 게 명숙 씨의 말이었다.
명숙 씨는 “목사부부가 작은 개척교회를 하는 데도 언니 김씨와 함께 살게 되면서 더 크고 좋은 아파트로 이사를 가게 된 것을 볼 때, 형부가 남긴 재산이 있었는데 돌봐준다는 명목으로 목사부부가 가로채지 않았나 싶다. 언니랑 오랜만에 연락이 됐을 때 사모가 2억 원을 가져갔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면서 “그 이후 집에 찾아가고 사모한테 전화를 해봐도 언니와 통화하거나 만나지 못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언니를 못 만나게 하는 것 같다”며 명숙 씨는 언니를 만날 수 있도록 인권센터에 동행방문 해줄 것을 요청했다.
▲ 남편 K씨가 살아있었을 당시 가족사진 |
인권센터와 본지는 지난달 11일 김씨가 목사부부와 함께 살고 있다는 노원구 월계동의 한 아파트로 찾아갔다. 명숙 씨의 말대로 한참 동안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도 없는 듯 인기척이 들리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혹시나 교회에서 목사부부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목사가 운영한다는 교회를 찾아가봤는데, 교회는 상가 건물 2층에 작은 공간을 사용하는 개척교회로 문이 닫혀 있는 상태였다. 사모에게 수차례 전화를 했고, 겨우 통화가 됐지만 사정을 말하고 만나자고 하자 저녁때나 돼야 집에 온다며 다급히 전화를 끊었다. 그러나 명숙 씨는 얼마 전에 찾아갔을 때처럼 집에 있는데도 문을 열어주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다시 찾아가보자고 했고, 혜미가 문을 열어줘 집으로 들어가 보니 현관에는 사모가 떡하니 서 있었다. 출타 중이라던 목사부부는 물론 언니 김씨까지 집에 있었던 것. 결국 집에 없다던 사모의 말은 거짓말이었고, 집에 있으면서 동생 명숙 씨가 불러도 대답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사모는 준비하고 있었던 듯 다짜고짜 김씨의 남편 K씨가 남긴 유언장을 내밀며 자신들이 김씨와 딸 혜미의 보호자로 명시돼 있다면서, 동생 명숙 씨에게는 3년 동안 찾아오지도 않았다며 비난해댔다. 또 김씨가 동생과 함께 살고 싶고 나가고 싶다고 했는데도, 보호자가 허락하지 않았는데 나갈 수 없다며 짐을 빼지 못하도록 막아섰다. 옥신각신하다 결국 경찰이 왔고, 김씨 의사에 따라 김씨는 딸 혜미와 동생 명숙 씨의 집으로 가기로 했다.
“그동안 보호해줬으니 재산 못 가져가”
K씨의 유언증서에는 김씨의 딸 혜미가 결혼할 때까지 사모가 김씨와 딸의 보호자 역할을 할 것이며, 전 재산을 사모 앞으로 증여한다고 쓰여 있었다. 그러나 김씨에게 확인한 결과, 남편 K씨는 살아생전에 목사부부를 신뢰하지 않았으며 강압에 의해 유언증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또 유언증서도 형식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었다.
“남편이 죽기 전에 사모랑 사모 여동생이 계속 쫓아다녔어요. 유언장 써 놓으라고…. 그래서 남편이 집에 오면 만날 (그 사람들이) 너무 지긋지긋하다고 했어요.”
김씨는 지적장애 2급으로 등록돼 있지만, 대화가 원활히 가능했고 의사표현 또한 정확했다. 그래서 김씨가 기억하는 내용은 대부분 신빙성이 있었다. 김씨의 증언에 따르면, 남편이 전세로 사는 집 외에 땅과 본인 소유의 집이 있었고, 사망보험도 가입돼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남편이 죽자 사모가 전셋집과 남편 명의의 집을 정리했고, 2억 원을 빼앗아 갔다고 말했다. 이에 동생 명숙 씨가 확인해 본 결과, 실제 김씨의 남편 K씨 앞으로 땅과 집이 있었고, K씨의 땅이 사모 옥씨에게 양도된 사실이 밝혀졌다.
김씨와 혜미가 떠난다고 한 날 전 사모는 자신이 김씨 남편의 장례도 치러줬고, 카드빚 갚아주고 돌봐줬다고 언성을 높이며 “혜미엄마, 분명히 대답해. 혜미아빠가 유언장을 주면서 부탁한 내용은 다 무효가 되는 거야. 나중에 돈 달라고 하면 안 돼. 내가 이빨 6개도 해줬지”라며 가져간 돈을 돌려줄 수 없다고 신신당부했다.
▲ 경찰이 보는 앞에서도 김씨에게 떠나는 대신 재산을 포기한다는 약속을 받아내고 있는 목사 부부 |
이러한 사모의 말과 유언장의 내용, 땅이 양도된 사실 등에 따라 목사부부가 명목상의 보호자로서 김씨의 재산을 가로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인권센터는 유언장 효력 여부와 재산유출 내역 등을 조사한 뒤 목사부부에 민사상 반환청구와 형사고소를 할 예정이다.
‘득롱망촉(得隴望蜀)’, 농서 지방을 얻고 나니 촉 지방이 탐난다는 말로,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음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처럼 자신의 끝없는 욕심을 채우고, 배를 불리기 위해 보호자 명목으로 약자를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나 성인이 돼서도 보호와 지원이 필요한 중증 발달장애인들은 범죄에 노출되고 이용되고 있다. 그러므로 이들을 보호자에게만 책임을 돌릴 것이 아니라 국가적 관심과 책임이 수반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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