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벌운영이 불러온 시설 위기…법인 설립 허가부터 허위 > 기획 연재


기획 연재

족벌운영이 불러온 시설 위기…법인 설립 허가부터 허위

시설 운영권 다툼 속 피해자는 결국 장애인이다

본문

또 시설이다. 또 시설 운영진의 족벌체제가 문제를 일으켰다.

대표이사 자리는 전임자가 후원금 횡령으로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물러났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그의 아들에게 고스란히 대물림됐고, 그의 사위는 행정국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운영권을 손에 쥐려 자리에 앉았다.

시설 종사자들은 대표이사 일가족으로부터 시설을 지키고자 노력했지만, 현실은 바뀌는 게 없었다. 그러던 세월이 벌써 10년이 흘렀다.

시설 운영권을 둘러싼 기나긴 싸움,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설 생활 장애인들에게 돌아가고 있었다.

   
▲ 지난 6월 11일 안양시청 앞에서 S시설 종사자들이 시설법인 설립허가 취소를 요구 하고 있다

“법인허가 취소하라”

“현재 시설은 다시 정상적인 장애인복지시설 본연의 업무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며, 이 때문에 입소 장애인은 마땅히 지원받아야 할 다양한 복지서비스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그 피해가 점점 가중되는 심각한 지경에 처해있습니다.”

지난 6월 11일 오전, S장애인생활시설 직원들이 시설 관할 지자체인 경기도 안양시청 앞에 모여 한 시설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낱낱이 세상에 고했다. 그들이 얘기하는 문제의 시설은 바로 그들이 일하고 있는 S시설이었다.

그들은 “안양시는 부도덕한 사회복지법인 S시설 법인설립허가를 즉각 취소하라”고 강하게 외쳤다.

이날 시설종사자들은 “시설 법인 전 대표이사 김○○ 씨와 현 대표이사인 그의 의붓아들 고○○ 씨, 법인국장인 사위 김○○ 씨 등 설립자 일가는 후원금 횡령, 공공요금 등 보조금의 사적 유용, 시설장애인에 대한 무(無)지원, 규정 무시한 시설 운영과 인사개입, 부당한 시설장 징계 등 사적인 용도로 시설을 운영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현재 S시설이 법인 대표이사 일가에 의해 제대로 된 운영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시설장애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시설 허가부터 허위

족벌 체제에 따른 시설비리. 지금까지 일어난 많은 장애인시설 비리와 인권침해의 근본적 원인이 운영진의 이 족벌 체제에서 비롯돼 왔음을 고려했을 때 S시설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음이 추측 가능했다.

취재결과 상황은 심각했다. S시설 법인 대표이사와 그의 가족이 시설 운영권을 거머쥐기 위해 법인 설립 허가 당시부터 지금까지 인사, 재정, 운영 등에 간섭하면서 시설과 장애인들의 생활을 크게 흔들고 있었다.

먼저 설립 허가 과정에서부터 몇 가지 의혹이 제기됐다. 시설 종사자 김아무개 씨는 “사회복지법인 설립 인허가 과정에서 사용된 서류 대부분이 심각한 오류를 안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허위로 작성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씨의 말에 의하면 법인 허가를 위한 서류 제출 당시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보건복지부의 시설 설치 기준과 맞지 않은 서류들이 경기도에 제출됐고, 또 도는 이를 허가해줬다.

김씨는 “사회복지법인 설립허가를 위해 시설법인은 목적사업용 기본재산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며 “그러나 설립허가신청 시 정관에 기재된 기본재산목록 부동산은 시설 설치기준에 해당하는 목적사업용 기본재산에 들어맞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또 “책정된 현금은 목적사업용 기본재산이라 간주해도 시설을 건축하기 위한 비용으로 턱없이 부족하다”며 “게다가 수익용 기본재산은 전혀 없으며 법인설립허가 후 6월 이내에 목적사업을 개시해야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이는 법인설립허가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처럼 사회복지사업법상 법인설립허가취소에 해당하는 다수 사항이 나타났음에도 해당 행정기관은 이를 방관하고 묵인했다”고 비판했다.

   
▲ S시설 입소 장애인들의 생활 공간

“언론이 조사했으니 지차체는 안 해도 된다”(?)

이 같은 설립 허가를 둘러싼 의혹들에 대해 관할 지자체인 안양시청은 현재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양시청 담당 공무원은 “제기된 의혹들에 관해 현재 조사 중이며, 조사결과에 따라 처리할 방침이니 아직 밝힐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나 법인 설립 허가를 내 준 도청은 시설 종사자들의 주장이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경기도청 장애인복지과 김경민 주무관은 지난 6월 27일 본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도의 설립 허가 서류 검토 여부를 묻는 말에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자세한 건 모른다”며 “당시 설립 허가 담당자가 모든 서류를 검토했고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허가를 내 준 것이지 만약 문제가 있었다면 허가를 내줬겠느냐”고 답했다.

이에 기자는 “당시 담당자가 아니라 현재 제기되고 있는 여러 의혹에 대해 현재 담당자가 재검토를 한 적이 있느냐”고 재차 물었고, 김 주무관은 “잘 못된 게 없다는데 왜 자꾸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느냐. 우리가 검토하지 않더라도 이미 K 방송국이 다녀가 조사를 마쳤고 이상이 없다고 하더라. 무슨 문제가 있다는 것이냐”라고 오히려 역정을 내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담당자가 보인 태도와 대화 내용으로 미루어볼 때, 시설 설립 허가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에 대해 도는 알면서도 아무런 조사나 검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특히, S시설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에 관해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또 김 주무관은 반복적으로 “K 방송국이 이미 조사를 했다”는 점을 들먹이며 “공신력 있는 방송국이 조사했으니 더는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못 박았다.

방송국과 경기도청은 아무런 연관이 없다. 그럼에도 담당 공무원은 “방송국이 조사했으니까”라는 이유를 반복했다. 경기도는 조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설 장악하려는 일가족

설립 허가 서류를 둘러싼 의혹 외에도 제기된 문제는 또 있었다.

법인 설립 당시 대표이사였던 김아무개 씨는 2012년 5월 후원금 횡령죄로 실형을 선고받고 그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이후 김씨의 의붓아들 고아무개 씨가 대표이사 자리에 앉았으며, 이후 김씨의 사위 김아무개 씨는 법인국장에 올랐다.

게다가 종사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지난 3월 시설 사무국장이 사직하자 고씨는 법인국장이었던 김씨를 시설 사무국장으로 선임하라고 원장에게 압력을 행사한 바 있다. 원장이 이를 거부하자 시설 운영과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생활인을 이용해 원장 업무능력과 관리에 흠집을 내려 했다는 게 종사자들의 주장이다.
이상 종사자들이 제기한 의혹과 문제에 대해 전 대표이사의 사위이자 행정국장인 김씨는 “반대로 시설 종사자들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본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김씨는 “직원 중 일부가 직원들을 선동해 그동안의 원장들을 몰아냈다”며 “현 원장도 반복적인 업무미숙 탓에 정직을 당한 것이지 꼬투리를 잡아 과도한 징계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장애인이 피해자

시설 운영권을 둘러싼 대표이사 일가와 종사자 간의 다툼이 길어지면서 가장 피해를 보는 쪽은 누구보다 시설 생활인들이다.

현재 S시설에는 30명의 지적장애인이 생활하고 있다. 본지 취재진이 살펴본 결과 생활인 대부분 심리적 상태, 영양, 위생 등 양호했으나 내부 및 외부 편의시설과 주거환경이 다소 열악했다.

시설 종사자들은 “우리 시설이 입소장애인을 위한 참되고 바른 장애인시설로 거듭나게 해 시설의 존재 이유인 30명의 생활인이 인권과 삶의 질 향상, 사회통합 등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하려고 싸우고 있는 것”이라며 “이러한 소망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지난 10년간 시설의 근원인 부도덕한 운영주체를 깨끗이 정리하는 것이 유일한 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장애인 단체 관계자는 “현재 상황이 앞으로 계속 이어지게 되면 시설 장애인들의 안정된 생활을 보장하기 어렵다”며 “해당 지자체의 조속한 조사가 이루어진 뒤 이에 대한 조치가 신속히 이루어져야 하고, 필요하면 검·경찰도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작성자이승현 기자  walktour21@naver.com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빵구똥구님의 댓글

빵구똥구 작성일

기사 잘 읽어 보았습니다.  기자님 고생하셨네요...
이 기사가 사실이라면 신문사에서 검경에 고발을 하시는게 더 좋지 않을까요??
고발은 누구나 할 수 있는데 이 기사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신문사에서 먼저 검경에
고발하면 더 좋을 것 같은데...정의를 위해서...뒤로빼지 마시고...

함께걸음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함께걸음 페이스북 바로가기

제호 : 디지털 함께걸음
주소 : 우)0723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303호
대표전화 : (02) 2675-5364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 서울아00388  /  등록(발행)일 : 2007년 6월 26일
발행 :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발행인 : 김성재 
편집인 : 이미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치훈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by
Copyright © 2021 함께걸음.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