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육은 장애인 복지와 권리의 ‘출발점’
본문
대한민국의 특수교육, 어떻게 ‘진화’했나
1975년 UN이 제30차 총회에서 ‘장애인 권리선언’을 결의, 1976년에 1981년을 ‘세계 장애인의 해’로 결의하여 선포했고, 우리나라도 1980년대 초부터 장애인 복지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와 정책이 시작됐다. 1977년 ‘특수교육진흥법’이 제정되긴 했지만, 장애인 삶의 전 영역이 워낙 열악했기 때문에 먹고 사는 문제 앞에 교육에 대한 욕구는 그 다음 문제일 수밖에 없었고, 법 제정 이후에도 교육여건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특수교육진흥법의 시행으로 과거에 비해 특수교육기관과 특수교육을 받게 된 장애아동의 수가 많이 늘어났으며, 특수교육 발전의 기틀이 마련됐다. 이처럼 특수학교와 특수학급의 교육을 중심으로 발전되어 오던 우리나라의 특수교육은 1994년 특수교육진흥법의 개정으로 분리교육이 아닌, 일반학급에서 교육받아야 한다는 당위성을 포함한 개정이 이루어짐과 동시에 한국의 특수교육은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2007년, 특수교육진흥법이 폐지되면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하 장특법)이 제정되었고, 이듬해 시행됐다. 이 법의 시행으로 ▲유치원 과정부터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 연한 확대 ▲장애의 조기발견 체제 구축 및 장애영아 무상교육 ▲특수교육지원센터 설치·운영 법적 근거 마련 ▲통합교육의 강화 ▲진로 및 직업교육 강화 ▲특수교육 관련서비스 제공 ▲고등교육 강화 ▲평생교육 등의 지원이 마련됐다. 이와 더불어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차법)까지 제정되면서 장애인이 차별 받지 않고 비장애인과 동등한 조건에서 인간으로서 가치와 존엄성을 존중받을 수 있도록 법의 힘이 실려졌다. 또한, 2003년 장애인 편의시설 실태조사를 거쳐 장애인 편의시설을 전국적으로 확충·확대하였고, 이후 2009년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장애인 등의 사회약자가 다른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설, 설비,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권리를 보장하고, 교육을 받는 데 있어서도 접근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을 차별로 규정함으로써, 시설이나 이동 문제로 학교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던 중증장애학생들에게도 교육의 문이 넓혀졌다.
※ 특수교육 관련 법령
헌법, 교육기본법, 유아교육법, 유아교육법시행령, 초·중등교육법,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및 시행령, 시행규칙, 특수학교시설·설비기준령,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등의 법령, 시행령
방치·방임되고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삶이었던 장애인의 삶. 그러나 사회·경제가 발전하고 ‘복지는 국가의 책무’라는 인식의 변화에 따라, 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법률과 제도들이 만들어졌고 복지서비스가 확대되었다. 이와 함께 장애인 교육에 있어서도 장애학생의 기본적인 교육권 보장은 물론, 장애인의 생애주기별 교육지원체계가 구축되고 있다.
장애인 복지시책이 시행된지 어느덧 30여년이 흘렀다.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 있고 수많은 장애인들이 교육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끊임없는 장애계의 투쟁과 열정으로 대한민국의 장애인 특수교육은 다소 더디지만 진화할 수 있었고, 오늘날에 이르게 됐다.
겉만 번지르르, 실상은 텅 빈 ‘외화내빈’식 교육지원은 이제 그만
장애인 교육, ‘권리’의 궤도로 가야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가 2012년 정기국회 보고자료 특수교육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4월 기준, 우리나라 특수교육대상 학생 수는 85,012명으로, 2011년보다 2,327명이 증가했다. 이 중 약 70% 이상인 60,080명이 일반학급과 일반학교의 특수학급에 배치되어 비장애 학생들과 함께 통합교육을 받고 있으며, 156개의 특수학교에서 24,720명의 특수교육대상학생이 특수교육을 받고 있다.
또한, 1971년부터 설치·운영되기 시작한 특수학급은 2012년 기준 8,927개 학급으로 2011년보다 512개 학급이 증가했으며, 학생수가 140명 증가, 학급수는 244학급 증설, 교원수는 173명이 증원되었다. 전국 6,598개의 유·초·중·고등학교에 설치된 8,927개 특수학급에서 44,433명의 특수교육대상학생이 특수교육을 받고 있다. 2011년 특수학급 현황과 대비하면 특수학급을 설치한 학교는 518로 증가했으며, 특수학급은 512개 학급 증설, 담당교사 554명이 증원됐다.
▲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장애학생수가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현 특수교육대상자의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및 고등학교 전 과정의 교육은 의무교육이다. 이와 더불어 △무상교육 지원 △특수교육보조원 배치 △특수교육기관 종일반 △방과후학교 운영 △특수교육지원센터 운영 지원 △치료지원 제공 △병원학교 설치 운영 △일반학교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등의 다양한 특수교육 서비스도 지원되고 있다.
그러나 특수교육대상자 수가 증가하고 전 교육과정이 의무교육에 많은 지원이 따른다고 하지만, 실제 장애인 교육현실은 매우 열악하고 빈곤하다.
특수교육 연차보고서를 보면, 장특법에서 학생 4명당 1명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반해 2012년 특수교육 담당교원 1인당 학생수는 5.1명으로 조사됐고, 특수학교 및 특수학급 교사 배치 기준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많은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학습보조기기 미비 ▲보조인력이 부족 ▲교사와 비장애 학생들의 장애에 대한 이해 부족 등으로 학교 내 차별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기도 한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실시한 ‘2011년 장애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의 교육 정도 조사에서 무학을 포함한 중학교 이하의 학력이 63.0%로 과반수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 복지와 차별에 대한 법과 제도가 시행된 이후 장애인 교육이 개선되었다고 하고, 고학력을 가진 장애인이 증가했다고는 하지만 그 수치는 매우 미세한데다, 최근 장애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히 장애인의 과반수가 중학교 이하의 학력이라는 것은 장애인 교육현실이 과연 개선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게 한다.
또한, 조사 결과, 학교를 중퇴했거나 다니지 않는 장애인 가운데 전체 75.3%가 ‘경제적으로 어려워서’라고 답했다. 이는 ‘2008년 장애인 실태조사’와 결과가 일치하는데, 3년 전과 다름없이 여전히 생활환경이 어려운 장애인은 학교를 다니는 것에 있어서 어려움이 많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결과다.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는 ‘2013년 장애인 복지 주요 제도 변경사항’으로 ▲장차법 규정에 의해 장애인에 대한 편의제공 기관 확대 ▲사립유치원, 평생교육시설, 교육훈련기관 및 연수기관, 직업교육훈련기관, 국·공립 어린이집, 법인이 설치한 어린이집 등은 장애인 교육 및 정보통신·의사소통에 있어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이처럼 매년 장애인 복지를 개선하고 늘려간다고 하지만,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은 가난한 ‘외화내빈(外華內貧)’ 복지, 장애인의 실제 삶과 동떨어진 복지를 시행해 나간다면, 장애인의 교육여건은 결코 나아지지 않고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다. ‘교육’은 장애인의 삶에 있어서 인간답게 살아가는 삶의 기본적인 권리이자, 장애인 복지와 권리 실현의 출발점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더욱 현장에서 장애인 교육 환경을 면밀히 살펴보고 실질적인 장애인 교육지원책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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