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은 통합교육에서 ‘분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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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경기도 광주 C초등학교가 장애학생에게 다른 학교로 전학 갈 것을 종용하고, 학교 시설물 이용과 돌봄교실 이용을 제한했다. 학교 측은 특수교사와 돌봄교사가 힘들어하고 비장애학생에게 피해가 간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 학교뿐만 아니다. 지난 5월에는 서울 성동구 M고등학교가 이 학교에 다니는 장애학생에게 특수교사와의 관계 문제로 퇴학결정을 내리려 했다. 또 같은 달 서울 송파구 G중학교는 수련회에 장애학생을 받아주지 않았다.
정부는 통합교육을 외치며 대책 없이 일반학교에 장애학생을 밀어 넣었고, 학교는 장애학생을 몰아내고 있다. 교육청은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고, 학교 측은 “할 만큼 했고, 잘못한 것도 없다”며 버티고 있다. 장애학생이 통합교육의 현장에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통합’은 비장애 중심의 교육을 넘지 못하고, 장애란 장벽에 부딪히며 다시 ‘분리’되고 있었다.
“장애학생은 전학 가라”
C초등학교에 다니는 김한수(가명·10·지적3급) 군은 입학 후부터 돌봄교실을 이용해왔지만, 올해 들어 갑자기 학교 측이 한수 군의 돌봄교실 이용을 제한했다.
한수 군은 1·2학년 동안 정규수업이 끝나는 오후 1시 30분부터 6시 30분까지 돌봄교실을 줄곧 이용해 왔으며 6시 30분이면 매일 어머니가 한수 군을 집으로 데려갔던 터였다. 그런데 올해부터 오후 4시 30분에 한수 군을 데려가라는 학교 측의 일방적인 통보가 떨어졌다. 학교는 “한수 군이 장애가 있어 돌봄교사가 1명뿐인 돌봄교실을 이용하면 다른 학생의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며 제한 이유를 들었다.
돌봄교실 이용 학생에 관한 책임은 학교에 있고 이용 환경에 어려움이 따르면 학교 측이 개선해야 함에도 학교장은 그 책임을 학부모에게 떠넘겨 버린 것이다. 이에 대해 한수 군의 어머니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고, 지난 4월 22일 C초등학교 교장실에서 교장과 교감, 돌봄교실 담당교사, 한수 군의 어머니가 참석한 가운데 인권위의 조사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인권위 조사관의 태도에 어머니는 크게 실망했다.
조사관은 오히려 한수 어머니인 이아무개 씨에게 “학교 측의 입장이 어려우니 어머니가 양보하는 게 어떻겠냐”는 식으로 어머니를 설득했다. 게다가 “인권위는 권고만 내릴 수 있을 뿐 강제 등의 큰 권한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장애학생에 대한 차별을 조사해야 할 장애차별조사관이 오히려 차별을 받고 있는 장애학생에게 양보할 것을 권한 것.
학교 측은 “책임질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고 인권위는 “양보하라”고 설득하니 어머니는 더는 주장을 펴기 어려워 한 발 물러서고 말았다.
결국, 이씨는 돌봄교실 이용을 제한당한 오후 4시 30분에 직장에서 나와 한수를 집에 데려다 주고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기로 합의해야만 했다. 인권위 조사 후 이씨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라며 “학교가 져야 할 책임을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왜 학부모가 져야 하느냐”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C초등학교의 이 같은 행태는 한수 군에게만 그치지 않았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오대현(가명·11·자폐1급) 군도 장애를 이유로 차별당했다. 문제는 지난 3월 올해 등교 첫날 시작됐다. 그날 아침 대현 군의 어머니 이아무개 씨는 대현 군을 학교에 바래다준 뒤 교감이 면담 요청을 해 와 교감을 만났다. 교감은 이씨에게 “새로 온 특수교사가 특수교육전공이 아니므로 대현 군에게 맞는 교육을 제공할 수 없을 것 같다”며 특수학교나 집 근처의 다른 학교로 전학 갈 것을 권했다. 게다가 새로 부임한 특수교사마저 특수학교로 갈 것을 권했고, 이에 이씨가 “갈 생각이 없다”고 답하자 특수교사는 “그러면 전에 계시던 김 교사가 있는 학교로 전학 갈 생각은 없느냐”는 말까지 했다.
이씨가 이해하지 못한 일은 또 있었다. 아이를 데리고 가기 위해 학교에 갔더니 아이가 보이지 않았다. 학생이 없어졌는데도 학교 측은 학부모인 이씨에게 단 한 차례 연락도 없었다. 다행히 누군가의 제보로 대현 군을 찾을 수 있었지만, 학교 측이 장애학생인 대현이에 대한 관리가 소홀했음을 보여주는 예다. 이 일이 있었던 후 학교에서 취한 조치에 이씨는 더욱 화가 났다. 특수교사는 대현 군을 밖에 내보내지 말고 안에 가둬둬야 한다는 투로 이씨에게 말했고, 실제로 대현 군은 그 후 야외활동은 제한당한 채 실내수업만 받았다.
어머니 이씨와 전 특수교사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대현이는 잠금장치가 있는 교실에 감금당했고, 누군가가 문 앞에서 지키고 있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학교 측의 반응에 이씨는 하남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했으나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C초등학교 특수교사가 해당 민원을 내려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씨의 말에 따르면 특수교사는 “민원 때문에 다른 학교에 다니고 있는 대현이의 누나가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민원을 내리지 않으면 (대현이의 누나가 다니는) 학교에 연락해 ‘어머니가 고집이 세다. 과거 신문고에 글을 올린 적도 있고 내려달라고 몇 번 부탁했는데 들어주지 않았다’고 말하겠다”고 민원을 내려달라 압박했다. 또 특수교사는 “대현이가 없어졌던 것 때문에 교장도 장학사로부터 여러 번 전화를 받았다”며 “이 정도면 충분하다. 왜 교장을 괴롭히나. 이것은 정신적으로 괴롭히는 것”이라고 오히려 이씨를 몰아세웠다.
게다가 교육청 담당장학사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그를 실망스럽게 했다. 이씨의 말에 따르면 본 민원을 담당한 하남교육청 장학사는 이씨가 제기한 민원 내용을 C초등학교 교감에게 전달했고 교감은 이에 관해 책임을 느끼고 학부모에게 사과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후 이씨는 교감으로부터 사과문을 전달받았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사과문을 받은 것 말고는 직접 사과도 없었을뿐더러 어떠한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게다가 특수교사는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변한 것은 없었다.
장애인권 위에 있는 교권
서울 성동구 M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윤지우(가명·17·지적1급) 양은 학교로부터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
평소 지우 양은 남이 자신의 머리를 만지는 것을 매우 싫어하던 터였다. 그런데 해당 학교 특수교사는 이런 지우 양의 특성을 전혀 모른 채 위생검사를 한다며 지우 양의 머리를 만졌고, 이에 흥분한 지우 양이 교사의 뺨을 때렸다.
그런데 이 일을 두고 특수교사는 심각한 교권침해라며 격분했고, 학교 측도 학칙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며 지우 양을 퇴학 처리 또는 전학을 가게 하려고 학부모를 압박했다. 장애인 인권단체의 설득에도 학교 측은 입장을 굽히지 않았고, 학교 교감은 “심각한 교권을 침해했으니 어떻게 해서든 지우 양을 전학 가도록 설득하겠다. 그것이 지우학생에게도 좋은 길”이라고 못 박았다.
지적장애학생에 대한 특성 파악도 전혀 하지 않은 상태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장애에 대한 이해도 전혀 없이 내린 학교 측의 결정에 학부모는 매우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지우 양도 초등학교 때부터 함께 지내왔던 친구들이 이 학교에 다니고 있는데다, 학교생활이나 환경도 적응돼서 다른 곳으로의 전학을 원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위와 같은 학교 측과 특수교사의 태도라면 앞으로의 학교생활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수반에나 있어라”
서울 송파구 G중학교의 임희권(가명·14·지적1급) 군도 장애를 이유로 학교에서 차별받았다.
학교 측은 학기 초 수련회 신청자를 모집했는데 희권 군의 부모는 수련회에 갈 수 없을 것 같아 안가겠다고 학교 측에 전달했다. 하지만 희권 군이 수련회를 무척 가고 싶어 해 다시 신청했고, 학교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학교 측은 학부모에게 “참석해봐야 수련 프로그램 등 활동에서 배제될 게 뻔한데 뭣 하러 가려 하느냐”는 식으로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학교 측은 “특수반에나 있지 왜 (일반학급에서) 통합교육을 받으려 하느냐”는 발언까지 했다고 학부모는 전했다. 희권 군의 부모는 “현실이 답답하지만 우리 아이가 다칠까 봐 문제 제기를 못 하겠다”고 걱정했다.
여실히 드러난 통합교육의 현실
현재 교육계는 비장애학생과 장애학생과의 통합교육을 강조하고 있고, 학부모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돌봄교실 운영도 점차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 현장의 물줄기는 다른 길로 흘러가고 있었다. 비장애학생과의 학교생활을 통해 자녀의 사회성을 길러주고자 일반학교에 입학시킨 부모는 통합교육의 현실이 지닌 ‘차별’과 ‘제한’ 때문에 결국 무릎 꿇고 만다.
장애학생과 가족이 느끼는 통합교육의 현실은 다르다. 아직도 많은 장애학생은 ‘통합’이 아니라 ‘차별’ 당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도, 정부도, 그 누구도 이들의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 장애학생은 여전히 따로 교육을 받아야 하는 ‘격리대상’에 불과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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