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통합교육,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사회통합을 위한 ‘주춧돌’인가 VS ‘무관심 차별’ 조장하는 사회분위기로 퇴색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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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통합교육을 받고 있는 특수교육대상자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특수교육대상자의 통합교육을 위해 일반학교 내에 설치하는 특수학급도 연평균 635여 학급씩 지속적으로 증설되었고, 2012년 6,707개 유·초·중·고등학교의 14,562개 일반학급에 15,647명의 장애인 학생이 배치되어 통합교육을 받고 있다. ‘통합교육’이란, 장특법 제2조에 따르면, ‘특수교육대상자가 일반학교에서 장애유형·장애정도에 따라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또래와 함께 개개인의 교육적 요구에 적합한 교육을 받는 것’을 말하고, ‘완전통합(full inclusion)교육’은 장애학생이 전적으로 일반학급 내에서 일반교육은 물론 특수교육까지 겸하여 받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일반학급 내에 일반교사와 특수교육교사가 서로 협동하여 장애학생을 가르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적인 장애인 복지 흐름에서 볼 때, 통합교육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완전한 사회통합을 위한 긍정적인 촉매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통합교육을 지향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자칫 잘못하면, 비장애인의 인식이 변하지 않은 상태로 제도만 시행했을 때 오히려 암묵적이고 무관심한 차별을 조장하는 사회분위기로 퇴색돼버릴 수도 있을 거라는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그렇다면 과연 통합교육은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사회통합을 위한 주춧돌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인가.
비장애 학생들, 장애 친구 ‘인정’은 하지만 ‘인사’는 하지 않아
지난달 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 비장애 아동 180명을 대상(저학년은 심층적인 설문조사가 어려워 조사대상에서 제외함)으로 장애인식 설문조사를 실시, ▲장애수용성 ▲장애아동과의 활동 범주 ▲장애차별에 대한 이해도 등을 조사했다.
주변에 장애를 가진 친구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108명(60%)이 ‘있다’고 답했고, 72명(40%)이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없다’고 답한 아동 중 일부는 장애를 가진 학생이 주변에 있지만 친구라고 인식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존재는 인정하지만 친구로서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이는 장애수용성 척도와 장애아동과의 활동범주의 수치 분석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비장애 아동들 대다수가 장애를 수용하는 척도는 높은 편이었으나, 실제 장애아동과의 활동범주 척도는 장애수용도에 비해 현저히 낮게 나타났다. 특히 수용도 매우 점수가 높았던 비장애 아동들 중 일부는 활동범주 척도에서는 극히 낮은 점수가 나오기도 했다. 즉, 다수의 비장애 아동들이 장애를 머리로는 수용하고 있으나 실제로 장애를 가진 친구와 관계하는 것에 있어서는 어려워한다는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었다.
수용성과 활동범주가 상이한 수치로 나온 결과에 대해 두 가지 이유로 추측해 볼 수 있겠다. 첫째는 주변에 장애를 가진 친구가 전무한 상태에서 마냥 이상적인 답변을 했었을 가능성이 있고, 두 번째는 인식과는 상관없이 학교 내 분위기나 문화, 환경 등의 요인으로 말미암아 장애아동과의 관계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추측이다.
장애인권 활동가인 J씨는 두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다. J씨는 자녀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장애아동과 어울리는 자리를 자주 마련했고, 아이들은 장애를 가진 친구와의 관계에서 어색해 하거나 불편해 하지 않고 잘 어울려 지냈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갔고, 중증장애를 가진 친구에게 스스럼없이 친하게 대하고 도와주며 잘 지냈는데, J씨의 자녀들은 반 친구들의 놀림감이 되었고, 아이들은 그로 인해 상처를 입었다고 한다.
J씨는 “통합교육의 의미를 잘 알고 있어서 자녀에게도 그렇게 교육해왔고, 함께 하는 자리도 많이 가졌는데도 막상 대다수의 아동들이 장애인식교육이 되어 있지 않는 교육현장에서는 오히려 우리 아이들이 상처를 입는 것을 보면서 통합교육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보게 됐다”면서 “개인적으로 오래전부터 간직하고 있던 통합교육의 이상적인 시스템이 우리 교육 현장에서도 실현되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내 아이 교실에서는 장애아에 대한 인식을 더 악화시키는 역작용만 양산하고 있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앞서 장애수용성 척도에서 본 것과 같이 통합반에서 많은 비장애아동들이 장애를 가진 친구가 같은 반이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 J씨의 경우처럼 장애를 가진 친구와 어울리는 비장애 아동이 오히려 다른 친구들로부터 간접차별을 받음으로써 장애아동과 어울리는 것을 꺼리게 될 우려도 있다. 이를 볼 때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을 함부로 대하진 않더라도 무관심으로 일관해버리는 장애인에 대한 또 다른 차별인 ‘무관심 차별’이 양산될 위험이 있다. 그러므로 장애 학생들의 입장만을 고려한 통합교육이 아닌 비장애 학생들과 함께 가는 균형잡힌 통합교육을 실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장애인-비장애인 학생 사이 간극 줄여야
올바른 장애인식개선과 소통 필요해
2011년 장애인 실태조사에서 장애학생이 학교생활 적응에 있어 어려운 점에 있어 ‘친구들의 이해부족과 놀림’이 25.0%로 가장 높았고, ▲수업내용의 이해 ▲특수교사의 부족 ▲등하교 불편 ▲학교 내 편의시설 부족 ▲교육내용의 부적합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결국 비장애학생들의 부정적인 장애 인식이 원인이다. 장애인복지법 제25조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학생, 공무원, 근로자, 그 밖의 일반 국민 등을 대상으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한 교육 및 공익광고 등 홍보사업을 실시하도록 되어 있다. 교육현장의 경우 2003년부터 전국 모든 유·초·중·고등학교에서 일반학생의 장애학생에 대한 인식개선과 더불어 사는 학교문화 조성을 위해 장애이해교육 실시를 권장해왔으며, 2008년부터는 연 2회 이상 장애이해교육 실시를 추진해오고 있다. 실태조사 결과, 연2회 이상 장애이해교육을 실시한 학교 비율은 유치원 88.5%, 초등학교95.2%, 중학교 93.6%, 고등학교 92.1%로 대부분의 학교에서 비장애학생을 대상으로 장애이해교육을 실시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수학급이 설치된 일반학교에서는 장애이해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비율이 99.5%였다.
지난해 말, 장애인권익문제연구소는 서울과 인천의 통합반과 비통합반을 찾아가 장애인식개선 수업을 진행한 바 있다. 인식개선 수업을 통해 통합반과 비통합반의 차이를 볼 수 있었는데, 자폐를 가진 친구가 있는 통합반의 비장애 아동들의 경우, ‘앞으로 도와주고 친하게 지낼 것이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도와줄 것이다’, ‘나와 다르니까 배려해 줄 것이다’ 등의 답변이 나온 반면, 비통합반의 비장애 아동들의 경우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도와주고 끌어주면 많이 차이날 것 같지 않다’, ‘장애인이라서 받아주지 않겠다’,
‘불편해서 같이 놀고 싶지 않을 것 같다’, 심지어는 ‘나랑 다르니까 때린다, 죽인다’ 등의 답변으로 부정적인 인식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A특수교사는 “같은 반 친구 중에 장애를 가진 친구가 있으면 장애에 대해서 전혀 생소하지 않는데, 주변에서 전혀 보지 못하거나 같이 생활하지 않으면 막연하게 부정적이거나 막연하게 긍정적일 수 있다”며, “비장애아동들에게 통합교육은 올바른 장애인식을 갖는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지난해 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인천의 한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장애인식개선 교육을 실시하였다. |
학교 교육의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사회성’을 기르는 것이다. 학교라는 공동체에서 관계와 소통을 배우며, 사회질서와 규범을 익힌다. 통합교육의 목적은 이 과정을 기반으로 장애인이 겪게 되는 새로운 사회환경에 잘 적응해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임과 동시에 비장애인들에게 있어서 장애인이 우리사회의 한 일원임을 당위적으로 받아들이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유·청소년기 교육을 통해 자연스럽게 경험하는데 그 의의가 있다.
향후 완전통합교육이 이상적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이 의무적이고 형식적인 틀에서 수박 겉 핥기 식의 장애인식교육을 하기보다 학교 현장에 적합한 교육을 개발하고 적용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장애이해교육 자료 및 도구에 있어서 참신한 콘텐츠 개발, 전문적인 장애인식개선 교육 강사 양성 및 배치, 학교 관계자 및 교사들의 선 교육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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