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에 갇힌 장애인들은 살려 달라 외치고 있었다 > 기획 연재


기획 연재

시설에 갇힌 장애인들은 살려 달라 외치고 있었다

시설, 폭행·감금·횡령·인권유린의 공간

본문

여전히 버려지고 갈 곳 없는 장애인들은 빠져나올 수 없는 갇힌 공간으로 내몰리고 있다.

장애인들은 그 안에서 고통에 시달리고 있으며 꺼내달라 외치고 있고, 국가와 사회는 그들을 외면하고 있다.

또다시 시설에서 심각한 장애인 인권침해 사건이 일어났다. 인권이 실종된 시설 안에서 상식은 통하지 않는다. 감금, 폭행, 횡령 등 인권유린 속에서 장애인들이 몸부림치고 있는 그 현장을 찾아가봤다.

   
 

그곳의 장애인들에게 인권은 없었다

지난 3월 심각한 장애인 인권침해가 일어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이하 인권센터)와 대전장애인인권센터(이하 대전인권센터), 아산시는 인권실태 조사를 위해 도고면에 있는 S 시설을 찾았다. 해당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은 예상보다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시설 건물은 버려진 빈 여관을 이용하고 있었는데 4층으로 이루어진 건물 사방은 쇠창살로 둘러쳐져 있었고, 출입구는 쇠사슬로 칭칭 감아 자물쇠와 함께 굳게 잠겨 있었다. 즉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상태였다.

이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은 모두 23명(남14, 여9)으로 연령대는 3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했으며, 대부분 지적장애인(16명)와 뇌병변장애인(6명)였다. 그들이 진술하는 내용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반복적인 폭력과 지속적인 감금이었다.

폭력은 주로 원장과 이용인들 중 관리실장이라고 불리는 사람에 의해 행해졌다는 진술이 일부 있었다.  주로 저항능력이 없는 중증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폭행이 일어났으나, 목격자와 피해자의 진술이 구체적이지 않아 추가적인 분리 심층 상담이 필요할 것으로 보였다. 또 말을 듣지 않는 장애인은 지하 감금방에 가두어두고 밖에서 문을 잠가 놓는다는 진술도 이어졌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남성들을 대상으로 불임수술이 강제로 시술됐다는 진술이었다. 게다가 생활인에게 지급되는 수급비 및 생계비 통장은 시설 측에서 관리하고 있었고, 대부분 생활인은 돈을 구경조차 못했었다.
또 생활인들에 대한 프로그램은 전혀 진행되고 있지 않았으며, 모든 생활인은 TV 시청으로만 지내 왔다.

이 탓에 생활인들은 모두 대단히 무기력한 상태를 보이고 있었으며, 이는 심각한 방임이었다.

해당 건물 1층은 여성이, 2층은 남성 이용인의 생활공간으로 쓰이고 있었는데 휠체어 이용 장애인 5명은 모두 남성으로 2층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용인들의 진술에 따르면 이들 5명이 1층으로 내려갈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엘리베이터를 식사시간 외에는 전원을 강제로 꺼 놓았다.

시설 종사자는 5명이 있었는데 이들 중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이는 원장과 사무국장 단 둘뿐이었다. 나머지 3명의 생활지도원 중 1명은 과거 시설 이용인이었으며, 명단에 있던 1명은 조사 당시 자리에 없어 실제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해당 시설에서 일어나고 있는 위와 같은 문제들의 심각성을 따져 볼 때 시설조사팀은 “이용인들이 전반적인 방임상황에 놓여 있으며, 외부 이동이 불가능한 감금상태에서 긴급히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개선할 수 없으므로 해당 시설을 폐쇄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였다. 이와 더불어 시설장 등 운영진에 대한 형사고발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또 시설 생활인들에게 지급되는 생계비와 후원금 사용명세와 예산 집행의 적절성에 관한 추가 조사 계획도 필요할 것으로 판단했다.

   
 
   
 
   
 

폭행·감금 등 심각한 인권유린 일어나

시설조사결과에 따른 생활인 분리 조치 등을 시행하기 위해 지난 4월 17일 본지 취재진과 인권센터, 대전인권센터, 아산시, 아산경찰서는 해당 시설을 방문했다.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오전 늦은 시간임에도 생활인들은 자고 있거나, TV를 보고 있거나, 멍하니 앉아 있거나, 이유 없이 돌아다니는 등 무기력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조사팀은 분리 후 진료 및 상담이 긴급히 필요할 것으로 판단하고 생활인들을 설득했다.

대부분 생활인은 조사팀의 설득에 긍정적으로 따랐으며, 시설에서 구출한 장애인들은 먼저 인근 보건소로 이송해 기본적인 진료부터 받게 했다. 그 후 임시로 거주할 각 시설로 이동한 뒤 전문가 상담을 진행했다.

심층상담결과는 1차 조사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았으며, 각 피해 상황에 대해 구체적인 진술이 더해졌다. 가장 문제 됐던 폭행에 대해서는 일부 생활인들의 진술이 일치했으며, 감금방 운영도 마찬가지였다.

폭행은 1차 조사결과와 같이 주로 원장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일부 진술에 따르면 원장은 말을 안 듣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하면 손에 잡히는 대로 장애인을 폭행했는데 폭행은 주로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지하 감금방은 말을 듣지 않거나 하는 생활인을 가둬두는 장소였는데 이곳에 들어가면 밖에서 문을 잠그고 며칠씩 굶기기도 했다고 일부 생활인은 말했다.

또 생활인들의 진술에 따르면 제대로 된 음식도 제공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였다. 부실한 반찬은 물론이거니와 양도 적었으며 점심은 라면으로 때우기 일쑤였다고 한다. 한 지적장애인은 “시설에서 나오니 뭐가 제일 좋으냐”는 물음에 “고기를 먹을 수 있어서 좋다”고 대답했다. 이 같은 진술로 미루러 보건대 식사량도 적었음은 물론이거니와 불균형한 식단으로 이루어졌음이 분명했다.

또 절반 이상의 생활인들은 다시 시설로 돌아가기 싫어했으며, 일부는 자립의지도 있었다.

다만 시설의 무기력한 생활에 익숙해져 버린 일부 지적장애인은 어느 곳에 있든지 상관없다고 하거나, 시설의 생활에 익숙해진 나머지 바깥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낯섦 탓에 다시 시설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장애인도 있었다.

   
▲ 장애인들을 감금해 놓았던 지하실
   
 

누가 시설을 내버려뒀는가

인권센터와 대전인권센터, 아산시는 상담을 마무리한 후 경과를 종합한 뒤 해당 시설을 폐쇄하기로 합의하고 이에 따른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분리조치 다음날 시설 원장과 사무국장이 아산시 담당과로 직접 찾아와 시설을 자진 폐쇄하겠다고 알렸다. 이에 따라 시는 자진폐쇄 절차를 진행키로 했으며, 이와는 별도로 인권센터는 원장 등 시설 운영진에 대한 경찰고발과 소송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로써 시설에서 생활하던 장애인들은 폭행과 감금, 열악한 생활환경 속에서 빠져나왔다. 그러나 그들이 간 곳은 또다시 시설이었다. 시에서는 자립생활을 원하는 이들을 지원할 방법을 찾겠다고 답했지만, 그리 쉽게 해결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 김강원 팀장은 “시설에서 장애인들을 구출하고, 시설장을 처벌하는 게 끝이 아니다”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구출해 낸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일부 장애인들은 시설보다 자립생활에 대한 욕구가 큰 만큼 주거지원과 활동보조지원 등 지자체의 역할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번 아산시에서 일어난 시설 인권침해 사건 역시 오래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시설 문제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그리고 시설 문제 해결도 지자체가 적극 나서지 않으면 문제가 된 시설에서 나온 장애인들은 또다시 다른 시설로 들어가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국가와 지자체의 무관심,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현재의 시설구조를 만들어 왔다. 국가는 국민을 책임져야 한다. 장애인도 국민이다. 따라서 시설 문제도, 그곳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시설 구조와 국가의 의지를 볼 때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가족들도 감당하지 못하는 장애인의 문제에 대해 지금처럼 국가가 손을 놓고 있다면 시설 문제의 악순환은 고리를 끊기가 어렵다.

인권이란 말조차 꺼내기 무서운 시설이라는 인권사각지대는 여전히 전국 곳곳에, 우리 옆에 존재하고 있다.

 

작성자이승현 기자  walktour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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