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노동 30여 년, 버림 받은 지적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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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사회로부터 버림받았던 또 한 명의 지적장애인이 있다. 그녀 역시 오랫동안 고된 노동을 하면서 임금을 받지 못했다. 그녀 역시 타인에 의해 기나긴 세월의 삶을 짓밟혔다. 하지만 그녀 역시 갈 곳이 없었고 가해자가 무서웠다. 그리고 가해자는 당당했다.
마치 데자뷔처럼 반복되는 지적장애인 대상 노동착취와 생계비 횡령. 끝이 보이지 않는다.
▲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직원에게 자신의 지난 얘기를 털어놓고 있는 순희 씨 |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아 노숙생활을 이어가던 한순희(가명·48·지적장애 3급) 씨는 식당에서 일하다가 우연히 한 여성 K씨를 만나게 된다. K씨는 순희 씨가 돌봐주는 이 없는 지적장애인라는 것을 알고 그녀를 자신이 운영하는 방앗간으로 데려가 일을 시키기 시작했다.
순희 씨의 말에 따르면 일은 매우 힘들었다. 방앗간 주인 K씨는 순희 씨에게 고된 일을 계속 시키기 위해 그녀를 윽박지르고, 야단치고, 때릴 것처럼 위협하기도 했다. 순희 씨는 그런 K씨가 무서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K씨가 시키는 대로 일을 하는 것이 그녀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삶이었다.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은 그녀는 갈 곳도 없었다. 그러나 그곳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엔 그녀 수중에는 돈이 없었다. K씨는 순희 씨에게 고된 일을 시키면서도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임금을 주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던 세월이 무려 28년. 가끔 K씨가 2~3만 원씩 쥐여준 것이 그녀가 받은 노동의 대가 전부였다.
게다가 그녀는 방앗간에서만 일했던 것이 아니었다. K씨의 소개로 병원에서 쓰레기 치우는 일을 하고, 꽃집에서 일하기도 했다. 순희 씨는 시키는 대로만 따랐다. 하지만 거기서도 임금은 받지 못했다. 기초생활수급비 등 생계비도 그녀는 만지지 못했다. 모두 K씨가 관리했던 것이다.
심각한 상황은 또 있었다. 현재 순희 씨는 혼자 살고 있지만 주민등록상에는 한 중국인 남성과 혼인 관계에 있었다. 순희 씨의 말에 따르면 K씨가 어느 날 한 남성과 함께 자신을 동사무소로 데려갔고 어떤 서류를 작성한 뒤 그 남자와 헤어졌다. 그때가 혼인신고를 한 날로 여겨진다.
위 상황으로 미루어 보면, K씨는 한국국적을 취득하고자 하는 한 중국인 남성으로터 금품을 받고 순희 씨를 그 남성과 강제 결혼시킨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K씨는 당당했다. 이번 사건의 제보자인 해당 주민센터 직원에 따르면 K씨는 “떠돌아 다니고 노숙생활 하는 사람 데려다 먹여주고 재워줬으면 됐지 뭘 더 바라느냐”는 태도로 일관했다고 한다. 또 현재 순희 씨는 그녀 명의로 된 영구임대아파트에서 살고 있는데 주민센터에서 그녀의 생계비 통장을 돌려주라고 K씨에게 요구하자 순희 씨를 아파트에서 내쫓겠다고 위협했다고 한다. 게다가 순희 씨는 전혀 모르는 휴대전화가 그녀 명의로 두 대나 개설돼 있었다.
이와 같은 사실들이 불거지자 K씨는 남모르게 순희 씨를 불러내 우리 관계는 이제 끝났다며 자신과 있었던 일을 더는 말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현재 순희 씨는 구에서 운영하는 직업재활시설에서 열심히 일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그러나 순희 씨는 자신의 잃어버린 28년을 아쉬워하고 있다. 대가 없이 힘든 노동으로 잃어버린 28년의 세월은 세상 그 어느 것으로도 채울 수 없다.
국가로부터, 사회로부터 그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한 채 30여 년의 세월을 잃어버린 순희 씨. 과연 정부와 지자체, 대한민국 사회는 지적장애인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해 왔던 것일까?
▲ 구에서 운영하는 직업재활시설에서 동료와 함께 즐겁게 일하고 있는 순희 씨. 그녀는 지금의 생활이 행복하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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